충북의 자연-임용묵의 다큐파일⑨ (아시아뉴스통신 2016년 5월29일자 보도기사.원문보기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1021306)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기사입력 : 2016년 05월 29일 11시 56분

 

 

산딸나무의 꽃.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잎이 변형된 포엽(苞葉)이다. 둥그렇게 생긴 꽃차례(꽃의 배열상태)가 사실상 꽃이다. 열매가 산딸기처럼 빨갛게 익기 때문에 산딸나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한자명은 사조화(四照花)인데 이는 ‘사방을 비추는 나무’란 뜻이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면서 온 산야의 푸르름이 짙을 대로 짙어졌다. 그러면서 그 안에 깃든 생명의 고동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울려퍼지고 있다. 산과 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아시아뉴스통신은 충북 청주에서 활동하면서 주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앵글에 담아오고 있는 임용묵 생태사진가를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지면으로 초대해 그의 시각으로 본 우리 자연의 모습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자연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도시민들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청량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편집자 주>

수레국화의 꽃.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관상용으로 들여와 야생으로 퍼져나가 도로변 절개지에서 흔히 자라고 있다. 꽃은 대개 6~7월에 피는데 변이가 심해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꽃은 본초명으로 ‘시차국’이라 하여 약재로 이용된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흰매발톱꽃. 원 자생종보다도 개량된 품종이 더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변이가 심한 게 매발톱꽃이다. 매발톱꽃이란 꽃모양이 매발톱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색과 모양이 얼마나 다앙한 지 오죽하면 매발톱꽃만으로도 정원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 꽃의 꽃말을 '버림받은 애인'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이 꽃이 수분할 때 자기 꽃가루보다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보여진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자주달개비 꽃. 북미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들여왔으나 차츰 야생 상태에서 겨울을 나면서 야생화 하고 있다. 본초명으로 자로초라 하여 약재로 이용하며 식물학에서는 세포실험 할 때 많이 활용하고 있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수염패랭이 꽃. 본래 우리나라 북부지방과 백두산 등 고산지대에 분포하던 석죽과의 야생화였으나 원예종으로 개발되면서 보편화 됐다. 꽃과 열매가 달린 전초를 그늘에 말려 약재로 쓰고 있다. 원예품종이 많고 변종이 많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쪽동백나무 꽃. 같은 때죽나뭇과의 때죽나무 꽃과 흡사하나 잎이 넓고 꽃자루가 짧다. 또 때죽나무 꽃은 일정한 배열 없이 달리나 쪽동백나무는 두 줄로 나란히 달리는 특징이 있다. 쪽동백나무의 목재는 결이 고와 세공용으로 이용되고 열매는 기름을 짜 동백나무 기름처럼 이용한다. 쪽동백나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철쭉꽃이 폈다. 그것도 흐드러지게 폈다.

대전,청주 등 도회지 부근에선 이미 지난달 24일께 철쭉꽃이 폈고 속리산 뒷자락의 사담 계곡엔 28~29일께부터 피기 시작했다.
철쭉꽃만이 아니다.

눈송이처럼 희게 피는 팥배나무꽃도 사담계곡에 흐드러지게 피어 제모습을 알리고 앙증맞고 기이한 모습의 매발톱꽃도 온통 꽃망울을 터트렸다.
문제다. 이들 꽃이 핀 게 문제가 아니고 '이르게' 핀 게 문제다.

혹자는 꽃 몇 종 이르게 폈다고 뭐 그리 호들갑 떠나 할 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철쭉꽃과 팥배나무은 보통 5월 중순께나 핀다. 그런데 올해엔 4월 하순께 피기 시작했다. 매발톱꽃은 더하다. 보통 6~7월에 피지만 요즘 어딜 가나 만개했다.
이미 진 꽃도 있다. 대개 5월 이후 꽃을 피우는 귀룽나무는 올해엔 4월 하순 꽃이 폈다 진 후 지금은 열매까지 맺혔다.

아그배도 꽃잎을 떨군 지 오래다.

왜 그럴까. 날씨 때문이다.

날씨가 하도 이상스러우니 꽃들마저 개화시기에 혼란이 온 것이다.
요즘 날씨를 보라.

5월초인데 낮기온은 벌써 한여름을 방불케 하고 아침 저녁으론 되레 썰렁하다. 봄과 한여름 날씨가 공존해서다.

어떨 땐 수은주가 곤두박질쳐 극심한 일교차를 보인다. 얼마전 괴산,보은 등 내륙지역에 엄청난 된서리가 내린 데 이어 오늘(6일) 또 다시 서리가 왔다.
올해엔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다.

예년에 비해 무더위가 훨씬 이르게 찾아온 데다 두 세 차례 썰렁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한여름인지 봄인지 종잡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날씨가 이러니 생태달력인들 온전할 리 없다.

봄에는 봄꽃이, 여름엔 여름꽃이 펴야 정상적인 생태달력인데 봄꽃과 여름꽃이 한 데 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생태계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모기와 병해충이 조기 출현하고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지 않고 방황(?)한다.

또 큰 일교차와 지난번 내린 된서리로 농축산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른바 '양봉철'이 왔어도 식물의 꽃에서 꿀이 적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양봉업자들이 울상이다. 극심한 일교차 때문이다.
냉해가 더한 곳은 고추재배 농가와 과수농가다. 애써 심은 어린 고추묘는 지난 된서리에 얼어죽거나 잎이 말라 다시 심어야 할 판이고 이제 막 꽃을 떨군 사과,배,복숭아는 어린 열매가 동해를 입어 과육이 기형으로 자라는 피해를 입게 됐다.
또 산란계를 키우는 양계농가에서는 때이른 무더위로 닭들이 먹이를 잘 먹지 않아 산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소연이다.

가뜩이나 조류인플루엔자로 멍든 가슴 날씨로 인해 더욱더 찢어진단다.

기후는 변한다.

지구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계속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기후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나타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수 백년 동안에 이뤄질 기후변화가 불과 몇십 년만에 나타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더 빨라지고 있다.
생태계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생태계는 갈팡질팡한다.

계절의 흐름과 밤낮의 길이를 감지하는 '생태시계'가 온전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우이지만 동식물의 생태시계가 아예 고장나면 어떻게 될까.

여름철새와 겨울철새의 구분이 없고 각종 해충이 시도 때도 없이 들끓게 될 것이다. 생태계내의 계절적인 질서가 깨져 말 그대로 혼돈의 세계가 오게 된다.

현실은 어떤가.

봄과 여름은 물론 사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 한반도. 그래서 봄꽃과 여름꽃이 함께 피고 여름철새인 백로,왜가리가 겨울에도 이동하지 않는 이상해진 생태계.

우린 지금 혼돈의 세계, 무질서의 세계에 이미 살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심각성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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