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세계적인 강, 미호강의 생명 이야기」
김성식 미호강 알림이 글 엮고 구름서재 펴냄

 

 

미호강을 역사·문화·생태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소개한 안내서가 나왔습니다.

구름서재에서 출판한 '작지만 세계적인 강, 미호강의 생명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엮은이는 환경생태 전문기자로 활동해오고 있는 김성식씨입니다.

 

미호강 알림이 김성식씨



그는 자신을 '미호강 알림이'라고 자처하며 이번 콘텐츠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김씨는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 미호강의 환경 생태적 특성과 생명들을 소개한 안내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시각으로도 미호강과 그 안의 생명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일종의 제안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가 아닌 기록자 또는 알림이로서 소명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명칭이 변경된 2022년을 '미호강 원년'으로 지칭한 뒤 "미호강 원년을 맞아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그가 미호강을 표현하는 독특한 수식어가 있습니다.

'작지만 세계적인 강'이 그 것입니다.

비록 물길은 220리(89.2km) 정도에 불과하지만 역사, 문화, 생명을 품은 '작지만 세계적인 강'이 미호강이라고 주장합니다.

 

                                '미호강은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와 금속활자본을 낳은 인류문화의 메카이다'<본문 중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와 금속활자본을 낳은 인류문화의 메카이기에 그렇게 부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옥산 소로리볍씨 유적이 미호강변에 위치하고, 직지가 탄생한 청주 흥덕사지가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품안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미호강은 또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만큼 '생명의 보고'라고도 역설합니다. 

흰꼬리수리, 독수리 등 각종 국제보호조류가 찾아들고 미호종개와 미선나무 자생지가 가장 먼저 발견된 곳임을 첫 번째 이유로 듭니다.

 

미호강은 한반도 텃황새(텃새로서의 황새)가 살았던 황새의 원고향으로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태동한 곳이다



미호강은 또 한반도 텃황새(텃새로서의 황새)가 살았던 황새의 원고향으로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고 강조합니다. 

최근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귀종 이끼도롱뇽이 미호강 수계(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돼 미호강의 생태적 지위를 한층 높였다고 말합니다. 

미호강 수계인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된 이끼도롱뇽



미호강 수계에는 어림잡아 천연기념물 22건, 멸종위기 야생생물 25종, 산림청 희귀식물 17종이 서식·분포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환경특성이라고 밝힙니다.

그는 미호강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황오리의 절반 이상이 날아와 겨울을 나는 대표 월동지로서 조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호강을 찾아 겨울을 나고 있는 황오리들



그는 미호강이 이처럼 소중한 생태 보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합니다.

미호강이 ▶특별한 모래하천인 점 ▶한반도 중부내륙에 위치해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는 점 ▶금강과 함께 서해와 내륙을 잇는 생태통로 역할을 하는 점 등을 듭니다.

 

미호강은 특별한 모래하천이다
미호강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호강은 금강과 함께 서해~내륙을 잇는 생태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안내서가 미호강에 관해 좀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미호강에 현재 살고 있는 여러 생명붙이들의 무사안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백척간두에 놓여있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더 이상 '추억의 생물목록'에 오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펴낸 작지만 세계적인 강 미호강의 생명 이야기는 국내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16>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1)

 

미호종개의 습성상 '가는 모래'가 있는 곳에만 서식

 

■서론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는 '모래'다. 다시 말해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 박사(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미호종개의 현재 학명 'Iksookimia choii'의 Iksookim은 김박사의 이름임)로 하여금 미호천에 새로운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학자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한 것이 바로 미호천의 모래란 얘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신종 발견 당시인 1983년에 있었던 비화를 다시 들어보자.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기록이다.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희고 고운 모래가 지천으로 깔린 백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고운 모래가 많이 깔린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물고기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영목박사(당시 서원대교수, 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논문을 보는 순간 거기에 수록된 참종개가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김박사와 손박사는 공동연구 끝에 결국 새로운 물고기를 찾아냈으며 그 이름을 미호종개로 지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훗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학명이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물고기'의 탄생은 모래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Iksookimia choii의 choii는 김박사와 손박사의 스승인 고 최기철박사를 의미)

 

미호천의 하류부 청원 옥산 유역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박사가 1980년대초 서울을 오갈 때 바라보면서 '신종 발견'의 꿈을 키웠던 미호천 하류부의 청원 옥산 유역. 현재 이곳에는 많은 양의 모래가 깔려있지만 입자가 굵고 자갈이 많이 함유돼 있는 등 예전의 가늘고 고운 백사장이 아니다. 이번 조사팀이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곳에는 현재 미호종개는 물론 참종개도 서식하지 않는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김박사는 왜 미호천의 모래 바닥을 바라볼 때마다 미호천 특유의 물고기를 생각했을까. 이는 곧 하천 환경특성에 따라 서식어종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적인 인식과 하천을 바라보는 남다른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천 환경특성, 특히 물고기에 있어서 서식조건이 되는 하천의 환경특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물고기와 하천 환경특성간의 중요한 함수관계는 지금까지의 현장취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호종개와 하천 바닥특성(저질특성)간의 관계는 '유별나다'고 할 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결과 밝혀진 6곳의 미호종개 서식처는 모두 하천 바닥이 모래층으로 미뤄져 있다. 그것도 아주 가는 모래가 미소서식처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만 미호종개가 찾아졌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미호종개의 측면에서 보면 미호종개는 유독 가는 모래층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대천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의 보강천, 청주의 무심천 등은 이미 모래 바닥이 사라졌다. 가는 모래 뿐만 아니라 굵은 모래도 아예 없다.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파괴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물고기와 서식환경간의 일반적인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 및 체형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의 차이

 

하천을 상·중·하류로 나눠 관찰해 보면 장소에 따라 환경도 다르고 어종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수온과 탁도는 높아지는 반면 용존산소와 유속은 낮아지고 바닥은 바위와 자갈에서 모래와 펄, 해감 등으로 변해간다.

 

이에 따라 어종도 달라져 계류가 속한 최상류에서는 열목어,산천어,버들치,둑중개,미유기,자가사리 등이 눈에 띄고 상류와 중류(중상류)에서는 쉬리,감돌고기,피라미,어름치,참마자,갈겨니,꺽지 등이 발견된다.

 

또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중하류에서는 돌고기,중고기,모래무지,돌마자,동사리,각시붕어,납자루 등이 보이고 하류에서는 붕어,잉어, 참붕어 등이 보이다가 최하류로 내려가면 망둥어 종류와 숭어 등이 나타난다.


미꾸리과 어류들도 종류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물흐름이 거의 없고 바닥에 진흙이 깔린 늪과 연못,소하천,농수로 등지에 살며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곳에, 점줄종개는 유속이 비교적 느리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 왕종개는 물살이 비교적 빠른 상류의 큰돌이 깔려 있는 곳에, 북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모래바닥에, 남방종개와 동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있는 곳에 서식한다. 미호종개는 하천 중하류(백곡저수지가 중간에 위치한 백곡천은 예외적으로 상류부)의 가는 모래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그 뿐이 아니다. 같은 수역 안에서도 미소 서식처의 환경에 따라 어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여울을 중심으로 미꾸리과 어류를 채집해 보면 여울 중간과 여울 끝에서 발견되는 종이 다르다.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 중간에서는 대체적으로 참종개가 나오는 반면 자갈과 모래가 함께 깔려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곳에서는 점줄종개가, 여울이 끝나면서 유속이 더욱 완만해진 모래 바닥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된다.

 

금강 중상류와 어름치 
미호천이 속해 있는 금강 수계의 중상류부인 전북 무주의 내도리 모습. 금강 중상류부는 바닥에 큰 바위나 자갈이 많이 깔려 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빠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수역에서는 어름치, 참마자, 쉬리, 감돌고기 등이 주로 서식한다. 아래 사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의 어름치'로 최근 멸종된 것을 복원, 정착 단계에 있다./자연닷컴  

 

 

■서식환경에 따른 물고기 체형


물고기의 다양한 생김새, 즉 어종마다 다른 체형도 서식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하천 속의 여러 복잡한 환경속에서 물고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모습을 변화시켜 가며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표면 가까이 사는 피라미,갈겨니,끄리 등은 재빠르게 이동해야 먹이감을 낚아채거나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덜받도록 앞뒤로 길고 좌우로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쉬리,돌마자,배가사리와 같이 물흐름이 센 여울에서 돌틈을 들락날락하거나 돌표면의 부착조류를 갉아먹고 사는 물고기들은 빠른 물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체형이 앞뒤로 길면서 둥근 몸통을 가졌다.

 


또 돌틈에서 먹이감을 찾는 미유기,자가사리,퉁가리 등은 돌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도록 머리가 납작하게 생겼으며 강바닥의 모래나 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이들은 또한 모래속에 섞여있는 각종 먹이감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발달된 주둥이와 아가미 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서식환경 특성을 살펴보면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는 가는 모래가 깔려있는 곳을 좋아하는 어종'으로 볼 수 있다.

 

유구천의 흰수마자

강바닥의 모래나 고운 입자의 모래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사진은 미호종개와 함께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는 공주 유구천의 흰수마자./자연닷컴

 

"유구천·지천에서 21년 만에 새 서식처 발견 개가"
 두 곳 서식처 모두 훼손 위험 높아 특별보호 시급
 
<15> 미호종개의 서식현황(5)
 
이번 조사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결과가 충남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도 나왔다. 이들 두 하천은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미호종개가 발견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들 두 하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한 것에 대해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1984년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이후 미호천 수계가 아닌 다른 하천에서의 첫 발견 사례'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당시만 해도 미호종개는 충북의 미호천에서만 발견됐으나 2년 만에 유구천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함으로써 분포 범위가 더 넓어졌음은 물론 이를 계기로 미호종개를 바라보는 학문적 시야가 미호천에서 금강 전 수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의 추가 분포지'로서 갖는 이들 하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즉, 1986년 이후 끊어졌던 이들 하천에서의 공식적인 채집 기록이 이번 조사를 통해 21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됨으로써 미호천과 더불어 역시 이들 하천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이 1986년도의 발견 장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그간의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들 하천의 서식지 상황 또한 다른 서식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서식 개체 혹은 서식 규모면에서나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란 점에서 큰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 공주 유구천 하류부
이번에 미호종개가 찾아진 지점은 금강과 유구천의 합수부에서 수㎞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옥성리 사이의 수역으로, 총 일곱 번의 현장 조사중 금년 5월 5일 있었던 네 번째 조사 만에 미호종개의 '얼굴'을 확인한 극적인 상봉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세 차례의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사자 모두가 절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올해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결국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더욱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21년 전인 1986년도에 미호종개가 발견된 우성면 동대리 앞 수역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동대리 앞 수역은 현재 미호종개가 살 수 있을 만한 여건, 특히 서식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가는 모래 바닥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미호종개의 서식지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미호종개의 총 개체수는 지난 5월 5일 4회째 조사에서 처음 발견한 8 마리를 포함해 모두 13마리이다. 주요 서식처는 2m×20m(40㎡)의 매우 작은 규모의 사이트를 이루고 있으며, 서식처 바닥은 역시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물흐름은 그다지 세지 않은 여울 끝 부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모래로 이뤄진 서식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 외에는 서식처 주변에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사팀이 새로 찾아낸 공주 유구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전경(위 사진). 현재 이곳에서는 극소수의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그리고 요즘 금강 상류에서는 보기 드물어진 재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곳 서식처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흰수마자와 재첩./자연닷컴


조사 참여자로서 지난 5월 이곳에서 미호종개를 첫 발견해낸 이순재씨(BLS 기술이사, 생태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구천 전 수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미호종개를 발견할 수 없어 절종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금년도 4차 조사에서 어렵사리 8 개체가 발견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무척 기뻤다"며 "다만 현재 유구천에서 가는 모래가 남아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 밖에 없는 등 서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한국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어종으로서 최근 수년째 국내 수계에서 서식 확인이 안돼 어류 학자들을 안타깝게 해온 '흰수마자(잉어과 모래무지아과)'가 이곳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함께 집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도 올렸다.<본보 5월 7일자 1면 보도>


흰수마자 또한 가는 모래 바닥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나 미호종개와 함께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생태학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서식처는 극히 좁은 수역에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가장 중요한 모래 바닥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는 등 멸실위기에 있어 당국의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해양생명공학과)는 "어렵게 찾아낸 중요 어종의 서식처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국의 계도와 서식처에 대한 특별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양 지천 하류부
청양의 지천 또한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천리  지점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 지역 수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다르긴 하나 지천 수계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공주 유구천처럼 21년만의 일이다.

 

기존 서식처인 작천리 수역은 현재 가는 모래바닥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거칠고 굵은 모래가 주로 깔려 있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해 미호종개가 서식처를 옮긴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청양 지천의 구룡·회곡리 지점 역시 이번 조사팀이 새롭게 찾아낸 '지천내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학술적, 종 보전적 차원에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으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천렵지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훼손 위험이 높다. 천렵꾼들이 먹다 버리고 간 행락 쓰레기 너머로 조사팀이 채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닷컴 


이번에 새롭게 찾아진 구룡·회곡리 수역은 지천의 하류부에 속한 곳으로 하천 주변에는 공주 유구천처럼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가는 모래가 바닥을 이루는 곳은 이번에 발견된 새 서식처가 거의 유일하다.


현지 조사는 총 일곱 차례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 중 모두 11마리가 확인됐다.

 

발견 지점은 구룡·회곡리 바로 앞 수역과 그로부터 약 7백~8백m 가량 떨어진 하류 수역 등 두 사이트로, 서식처 규모는 한 사이트당 5m×8m(40㎡) 정도로 이곳 역시 극히 협소한 장소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서식처는 지척에 인근 지역민들이 천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 다리의 교각 밑에 위치해 있어 남획 등 훼손 위협이 항존하고 있는데 실제 취재에서도 배터리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현장이 수시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지천 하류부와 공주 유구천 하류부 서식처에서는 최근 금강 상류 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재첩(이매패류)이 다량 서식하고 있어 조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추억 속 랜드마크 '금강'은 이제 슬프다

 

 

금강은 특별하다. 전북서 발원해 1천리를 굽이치고도 다시 전북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큰 강 치고 발원지와 종착지가 한 도(道)에 있는 건 금강 뿐이다. 그러면서 물줄기는 전라 경상 충청을 아우른다. 그래서 삼기(三岐)의 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강을 금강답게 특징 지웠던 것은 금빛 백사장을 끼고 수놓 듯 흐르던 푸른 물결이었다. 오죽했으면 비단강(錦江)이라 했겠는가.
푸른 물빛과 함께 곳곳에 펼쳐졌던 황금빛 모래사장은 가히 금강의 대명사였다. 대전 인근의 신탄진과 청원 부용의 금호리 일대는 해수욕장이 보편화 되기 이전에 이미 강수욕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곱디 고운 모래사장은 지류 곳곳에도 펼쳐져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미호천이다. 지금도 청주시민의 추억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팔결다리 백사장과 까치내 백사장은 학생들의 소풍 장소이자 주민들의 천렵 장소로서 손꼽히던 명소였다.

 


금강은 또 여러 생명체를 껴안은 생명의 강이었다. 서식 환경이 다양하니 그곳에 깃든 동식물도 다양할 수밖에. 물고기만 해도 그렇다. 전세계에 오로지 금강수계에만 사는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Ⅰ급)를 비롯해 어름치(〃 238·259호), 감돌고기(멸종위기Ⅰ급), 흰수마자(〃), 퉁사리(〃), 꾸구리(〃Ⅱ급), 돌상어(〃), 둑중개(〃), 금강모치, 종어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갑고 소중한 물고기들이 지천했다.
'익수키미아 초이(Iksookimia choii-미호종개의 학명)'의 주인공 전북대 김익수교수가 '미호천엔 색다른 물고기가 살 것'이란 학술적 상상을 가짐으로써 결국 미호종개를 발견해 냈던 모티브도 바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봐왔던 미호천 모래사장이었다. 금강은 또 '물고기 할아버지' 고 최기철박사의 학문적 고향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금강에 애착을 갖고 있다. 지류이긴 하지만 금강 언저리서 태어나 그 물에 멱 감으며 자랐고, 언론사에 몸 담은 뒤론 줄곧 '주요 출입처'로서 늘 관심을 가져왔다. 금강 토박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인연이요 당연함이었다.

 


그러나 이제 금강은 슬프다. 보면 볼수록 가슴 설렜던 본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적어도 비단강 시절의 금강은 이젠 없다. 속살이 훤히 비치던 푸른 물결도, 금가루가 금세 묻어 나올 것만 같던 모래사장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생명의 숨소리도 야위어 있다. 부여의 진상품이던 종어는 오래 전에 절종됐고 어름치는 수십년째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인공복원됐다. 뿐만 아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랫바닥을 훑기만 해도 한 줌씩 잡혀나왔던 재첩은 물론 갈퀴질 한 번에 대여섯 마리씩 튀어나왔던 모래무지, 커다란 그림자를 그리며 떼지어다닌다 하여 멍석이라 불렀던 잉어떼들…. 모두가 옛날 얘기다.

 


강은 자체가 생명이다. 생로병사가 있다. 수십,수백 억 년을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에 따라 모습을 갖춰온 복합생명체다. 그러나 그같은 복합생명체도 '인위'에는 약하다. 강의 최대 천적은 인간이다.
어느날 졸지에 물흐름이 바뀌고 곳곳이 단절된 채 상하류가 뒤죽박죽 된 것도 사람에 의해서요, 한반도 형성기부터 뿌리 내려온 물고기들이 어느 한 순간 사라져간 것도 사람에 의해서다.

 


금강은 이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벼랑끝 신세이던 금강이 목하 4대강 사업의 손안에서 '조각(彫刻)'되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숱한 세월을 이어온 자연의 라이프사이클에 감히 마구 손을 대도 되는 건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다.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금강의 라이프사이클, 그 와중에 우리들 추억속 랜드마크까지 갈가리 '조각'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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