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복원사업 추진 후 먹이사슬 되살아나 작년 126종 발견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5월 18일 15시 26분

<한국교원대학교가 인공번식에 성공해 2년째 캠퍼스 내에서 번식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오른쪽)' 어미. 왼쪽의 작은 개체는 검은머리갈매기의 갓 부화된 새끼.(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한국교원대학교(총장 류희찬) 캠퍼스가 야생조류의 천국으로 변했다.

지난 2001년쯤부터 캠퍼스에 농약 살포를 금지한 결과 15년 전에 73종이었던 야생조류가 지난해 126종이 발견되는 등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했다.

18일 한국교원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 받은 이래 황새(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 제199호)를 비롯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인공번식도 성공해 올해로 2년째 번식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황새 복원사업을 공식 추진한 시점인 지난 2001년을 전후 해 캠퍼스 내에 농약 살포를 금하고 각종 생물의 서식환경을 개선한 결과 곤충이 다시 살아났으며 이들 곤충을 먹이로 하는 조류들의 종수와 개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캠퍼스에서 발견되고 있는 각종 야생조류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꾀꼬리, 호랑지빠귀, 콩새, 상모솔새.(사진제공=윤무부 박사)

현재 이 대학 캠퍼스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와 소쩍새(천연기념물 제324-6호)가 번식하고 있으며 그 밖에 꾀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아무르쇠딱따구리가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밀화부리, 상모솔새, 콩새, 황여새 등 겨울철새들도 이 대학 캠퍼스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다시 봄에 남쪽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대학의 청람황새공원의 주변에는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150여개의 박새류 인공둥지가 설치되고 있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박새류의 반포식 행동도 연구 중이다.

이미 이 대학의 캠퍼스에서만 이뤄진 연구가 국제학술지(SCI)에 여러 편 실린 바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최근의 생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람황새공원 주변의 논 12만m2를 임대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로 조성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논 임대료는 이 달로 출범하는 황새클럽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습지가 조성 되면 현재 청람황새공원의 부지와 임대한 논 면적 약 24만m2에 내년 7월 충북에서는 최초로 황새 새끼 2~3마리와 함께 한 쌍을 이곳에 풀어놓게 된다.

현재 이곳에는 10m의 인공 황새 둥지가 조성돼 있다.

황새복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박시룡 교수는 “한국교원대처럼 캠퍼스를 생태연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학은 국내에선 거의 드물지만 유럽에선 수백 년 된 종합대학 캠퍼스가 생물 종 연구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그리 생소한 게 아니다”며 “대표적으로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들은 생물 종 연구를 수백 년 동안 대학 내에 조성된 생물서식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끊긴 '혼새' 울음소리가 궁금하다

 

 

며칠전 충북 보은에서 한 지인을 만났는데 보자마자 혀 내두르는 소릴 했다.

자신의 집 뒷산에서 요즘 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린다는 거였다. 가뜩이나 농삿일이 잘 안돼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데 애써 눈좀 붙이려고 하면 뜬금없이 귀신소리가 들려와 오던 잠이 백리는 달아난다고 넋두리했다. 그것도 늦은밤과 꼭두새벽만 되면 들려오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릴 했다.

 
정황을 들어보니 새소리 같기에 걱정말라 했더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러느냐, 말 같지 않은 소리 말라"고 되받았다.

할 수없이 설명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여름새중 호랑지빠귀가 있는데, 늦은밤과 새벽녘에 사람이 휘파람 불듯 "히~잇 호~옷, 휘~잇 씨~이" 소릴 내며 구슬프게 울기 때문에 다들 번번이 놀란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의혹이 풀렸는듯 기어드는 소리로 괜히 놀랬단다.

필자가 호랑지빠귀를 알게 된 것은 절 생활하던 1980년대초. 머리 식힐 겸 산을 내려갔다가 오밤중에 절을 오르는데 난데없이 귀신소리가 들려왔다. 멈춰서면 조용해지고 걸어가면 소릴 내니 미칠 지경이었다. 마치 작정하고 따라오는 것 같아 머리끝이 쭈뼛해졌다. 앞이나 보여야 무엇인가 확인이라도 하지 칠흑 같은 어둠속인지라 별 도리없이 '돈내기 걸음'으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오기가 생겼다.

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괴상한 소리로 사람 혼을 빼앗았을까. 호기심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귀신은 아닐 테고 짐승 아니면 새일 텐데, 그 정체가 궁금해 이튿날 눈 뜨는 대로 전날 밤 그 장소로 향했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이었지만 제 아무리 날고 뛰는 짐승이라도 밝아오는 새벽녘엔 기가 한풀 꺾인다는 것쯤은 알고 있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불과 몇시간 전 똥줄빠지게 올라왔던 바로 그 계곡에 도착했을 때였다. 휘파람으로 전날 들었던 그 소리를 흉내내니 (속아넘어갔던지) 곧바로 응답이 왔다.

"히~잇 호~옷, 휘~잇 씨~이" 참으로 신기했다. 어릴 적 '잠자리 잡던 걸음'으로 숨죽여 다가갔다. 누군가라도 그 모습을 봤더라면 되레 기절초풍할 형국이었다. 인적없는 산중인 데다 입으로는 해괴한 휘파람 소릴 내지, 걸음과 자세는 뭔가 대단한 일을 벌일 것 같이 진지하지, 게다가 시간도 어슴푸레한 새벽녘이지, 누가 봐도 가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예상 대로 주범이 새(鳥)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기왕 나선 김에 둥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결국 한 시간쯤 더 숨바꼭질 한 끝에 이끼 낀 바위밑에서 보금자리를 찾아내고는 새끼들에게 지렁이를 잡아다 먹이는 것까지 알아냈다.

호랑지빠귀는 혼새라고 불렸다. 구슬픈 소리로 혼을 빼앗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유령새 또는 지옥새로 부르는 이유도 같다. 우리나라엔 매년 4월초·중순쯤 날아오는데 올핸 이례적으로 3월 중순께 충북 보은과 청원 지역에서 발견됐다. 예년보다 10일가량 이른 시기다.

오자마자 특유의 소릴 내며 부산하게 둥지틀던 호랑지빠귀가 지난 14일 새벽녘엔 외마디 비명소리를 내더니 15일 새벽부터 어제까지는 아예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다. 갑자기 찾아든 4월 추위에 놀란 탓일까. 아니면 그 어떤 훼방꾼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것일까. 갈팡질팡하는 날씨에 유례없이 이르게 고향 찾아와 괜한 생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럽다.


가슴에 호랑무늬를 하고 숲속을 파헤치며 둥지재료 찾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호랑지빠귀들. 짓다 만 둥지속에 '잃은 꿈' 덩그러니 남겨놓고 대체 어딜 갔단 말인가. 이 봄이 가져온 또 하나의 좌절을 바라보면서 도둑이 제발 절이는 심정으로 무사안녕을 빌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