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는 본래 우리 땅이다
15년 전 느낀 대마도의 첫인상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어느 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제주도보다 더 가까운, 그래서 오랜 세월을 우리 땅으로 지내오다 졸지에 가깝고도 먼 나라 땅이 돼 버린 그 땅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게다가 10일 가까이 돌아보면서 피부로 느낀 것은 한마디로 놀라움 자체였다. 내 자신의 유전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땅에서 풍기는 '냄새'는 가는 곳마다 한을 북받치게 했다.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그 한은 일종의 앙금이라고나 할까. 15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큰 응어리로 남아 있다.
각설하고, 당시 느낀 대마도는 말 그대로 우리 땅의 모습이었다. 자연 생태계는 물론 사람까지도 똑 빼닮아 있었다. 아니 오랜만에 찾은 고향모습이라고나 할까. 낯이 무척 익고 반가운 모습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공교롭게도 그곳 최북단에 쌓여 있던 우리나라 쓰레기였다. 동행한 일본인이 설명하지 않아도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쓰레기들, 제품 회사명이 선명한 ○○라면 봉지와 음료수병 같은 잡다한 쓰레기들이 심장을 멈추게 했다.
얼마나 가까우면 저렇게도 많은 양이 떠내려왔을까. 처음엔 의아스러워 하면서도 부끄러웠다.
그런데 웬일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고도 반갑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전(우리 영토 시절) 같았으면 감히 생각지도 못했을, 그러나 현실은 '국제 쓰레기'가 돼 버린 채 떠내려온 그것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묘한 생각이 들었다.
고향 개도 타향서 만나면 반갑다고 했던가. 우리 쓰레기를 타국서 만나니 돌연 그런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그 다음에 놀란 건 꿩이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박물관에 보란 듯이 전시돼 있는 꿩 표본을 보고 "어째서 저 새가…?"라고 물으니 그들 왈(曰), 원산지가 한반도란다. 여기서 말하는 한반도는 다름 아닌 고려다.
학술상 꿩의 분포지는 중국과 한국, 흑해 연안 및 중앙아시아다.
대마도는 분포지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마도에도 꿩이 살고 있으며 그 뿌리가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꿩을 일컬어 '고라이(高麗) 기지'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삵 또한 한반도와 관련돼 있다.
대마도는 부산과 지척지간이다. 리수로 따지면 120리가 조금 넘는다. 청주서 공주 가는 거리보다 약간 멀다. 맑은 날엔 부산이 맨눈으로 보이며 국내 휴대폰이 빵빵 터진다. 그곳 원주민들은 이웃마을 가듯 부산으로 술 마시러 간다. 그게 관행이다.
그보다 더한 건 문화다. 15년 전 조사한 바로는 그들의 숱한 단어가 우리말과 같거나 어원이 같다. 등에 짐을 지는 지게를 지게로, 총각을 총각으로 부르며 하늘이란 우리 말을 그대로 알아 듣는다. 그들의 제2 외국어는 한국어다. "안녕하세요"란 말을 어린애들도 알아들으며 그들 조상 자체를 한반도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조선통신사 행렬은 지금도 연례행사로 재현되고 있으며 신사에 모신 신(神) 또한 한반도 유물이거나 한반도 역사와 관련된 것들이 꽤나 많다.
모처럼 만에 우리 땅에서 '할 말'이 나오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서해 참변에 묻혀 빛을 잃었기는 하지만, 최근 우리 정치인들 입에서 대마도 영유권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비록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방침에 맞불놓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세종실록의'대마도본시아국지지(對馬島本是我國之地)'란 기록을 이제서야 천명하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조상이 물려준 땅도 못 지켜온 우리들 아니었던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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