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할 상대 없는 대표적 육식 외래어

인위적·자연적 요인 합쳐 급속히 확산

 

[큰입에서 이름 유래] 큰입배스란 명칭은 영명(英名)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입이 유난히 크기 때문에 붙여졌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큰입배스

 

분류학적 의의

큰입배스는 북미가 원산지로 국내에는 19736월 미 루이지애나로부터 3~4크기의 치어 5백마리가 시험양식용으로 도입돼 모습을 선뵀다.

 

블루길과 같이 검정우럭과(Centrachidae)에 속하며 학명은 Micropterus salmoides, 영명은 Large mouth bass이다.

 

큰입배스란 명칭은 영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입이 유난히 크기 때문에 붙여졌다.

 

육식성이기 때문에 아가미갈퀴(새파) 수가 12개밖에 되지 않는다. 옆줄(측선) 비늘수는 58~68.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기(포식) 용이하도록 치설(齒舌)이 발달해 있다. 방향 및 속도 전환이 신속히 이뤄지게끔 몸통이 유선형으로 돼 있고 넓고 강한 꼬리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오래 머물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곧 큰입배스가 강한 공격성이 있음을 나타내 준다.

 

블루길과 마찬가지로 큰입배스 역시 한 겨울에도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큰입배스는 물의 흐름이 거의 없거나 느린 곳을 좋아한다. 원산지인 북미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도 서식한다.

 

식성이 게걸스러워 각종 동물성플랑크톤과 수서곤충의 유충,육상곤충은 물론 어류까지 잡아먹는다.

 

특히 새우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큰입배스가 도입된 수역에서는 새우류가 급속히 사라지게 된다. 새우류는 생태계내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므로 이의 급속한 감소는 곧 수질오염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큰입배스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동작을 관찰하면 매우 흥미롭다. 일단 먹이감을 발견하면 슬그머니 다가가 잽싸게 공격하는데 처음엔 꼬리부분을 물어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내 머리부터 삼켜버린다.

 

이같은 포식행동은 짧게는 0.8초에서 길게는 수분이 걸리기도 한다. 큰입배스가 먹이 사냥할 때의 순간 이동속도는 시속 20~30km로 알려져 있다.

 

육식성답게 청각,시각,미각,촉각,후각이 모두 발달해 있다. 특히 시각이 발달해 맑은 물에서는 10m, 보통의 수질에서는 2~5m까지 볼 수 있다.

 

촉각 역시 발달해 이물질이 먹이 대신 입에 들어왔을 때 0.3초 이내에 내뱉을 수 있을 만큼 예민하다.

 

수명은 대개 10~15년 정도. 산란기는 5~7월이나 6월이 성기(盛期)이다. 산란은 1년에 수차례 하며 어미는 70cm까지 자란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40~50㎝ 크기인 경우 한 배에 수만개의 알을 실을 만큼 번식력이 뛰어나다./자연닷컴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수심 2m 이하의 모래나 자갈이 깔린 하상에 직경 30~50cm, 깊이 10~15cm 가량의 타원형 산란상(産卵床)을 만든 후 암컷을 유인해 알을 낳도록 한다.

 

암컷은 수초 또는 물에 잠긴 나뭇가지에도 알을 붙여 낳는다. 수정은 산란과 동시에 이뤄지며 이 때부터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않고 산란상을 지킨다.

 

산란후 암컷 역시 깊은 곳으로 이동해 2~3일간 아무것도 먹지않고 체력을 회복한다.

 

한 마리의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해 산란행동을 하는데 보통 한 개의 산란상에 수천개에서 1만개까지의 알을 낳아 부화한다.

 

몸길이 1.5cm 정도의 치어때부터 다른 물고기 치어를 잡아먹기 시작해 체장 4~5cm가 되면 잉어류의 치어를 하루에 자기체중의 50%가량 잡아먹을 만큼 치어기부터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블루길과 마찬가지로 먹이가 없으면 동족끼리 잡아먹는 '카니발리즘'도 보인다.

 

[서서히 다가가 잽싸게 공격]큰입배스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슬그머니 다가가 잽싸게 공격하는데 먹이사냥할 때의 순간속도는 시속 20~30㎞에 이른다./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큰입배스는 국내에서 배스,큰입우럭,청쏘가리,민물농어,농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종 역시 도입할 당시의 목적은 자원조성을 위한 시험양식용, 다시말해 '식용'이었다. 따라서 도입초기에는 치어를 구입해 가두리 등에서 양식을 시도하는 어가가 꽤 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못해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판로개척의 어려움으로 거의 모든 어가가 양식을 포기한 채 자연수계에 그대로 방류하기에 이르렀다.

 

그후 전국 수계에 확산돼 낚시인, 특히 루어낚시꾼들의 주된 대상어로 인식되면서 '배스 동호회'가 수없이 생겨나는 등 초기의 도입목적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인기'를 끌고 있다.

 

육식성인 만큼 횟감용으로서의 육질은 쏘가리 버금갈 정도로 우수한 편이어서 현재 일부 음식점에서는 자연산 큰입배스를 특별메뉴(?)로 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물에 넣어 끓일 경우 밋밋한 맛때문에 매운탕 거리로는 적합치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어업인들은 그물에 이 물고기가 잡히면 불루길처럼 '재수없는 물고기'쯤으로 여겨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 물고기가 토종어를 마구 잡아먹는데 따른 피해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큰입배스의 확산원인

도입초기에는 자원조성을 위한 시험 방류가 확산의 주요 원인이었다.그러던 것이 양식실패에 따른 무단 방류로 더욱 빠르게 확산됐고 여기에 더하여 종교적 방생과 루어낚시꾼들의 의도적 이식, 유료낚시터에서의 치어퇴치용 방류 등으로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또한 다른 물고기의 이식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유입돼 확산한 경우도 적지 않으며 홍수 등 자연적인 확산요인에 의해서도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렇게 번져나간 큰입배스는 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즉 강인한 생명력과 월등한 환경적응력, 뛰어난 번식전략, 강한 육식성 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도입지의 수중생태계를 점령, 가는 곳마다 '큰입배스 천국'이 돼버렸다.

 

게다가 국내 토종물고기의 황제격인 쏘가리나 가물치보다도 영리해 어느 정도 성장한 개체인 경우 삼중망을 교묘히 피해다니며 투망을 쳐도 쉽게 빠져나가는 등 다량 체포가 어려운 것도 개체수가 줄지않고 느는 이유 중의 하나다./·사진 김성식 기자

본래 바다와 강을 오가는 바다빙엇과 어류

환경 적응력 강해 웬만한 곳에 쉽게 정착

 

빙어의 빠른 확산 : 대표적인 전략어종인 빙어는 계속되는 방류사업으로 전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 상궁지의 빙어 낚시객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빙어

 

분류학적 의의

빙어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 어류로 본래는 바닷가 연안과 민물()을 오가며 사는 '소하성(溯河性) 2차 담수어'이.

 

여기서 소하성 2차 담수어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란 뜻이다.

 

오늘날 남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빙어는 일제시대인 19253월 북한의 함남 용흥강 상류에서 채란해 수원 서호와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시킨 것이 정착돼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육봉형(陸封型)'이다.

 

육봉형이란 말 그대로 육지에 가둬 정착시킨 종을 뜻한다. 따라서 빙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위적인 육봉형 어종이자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이식어종이다.

 

학명은 'Hypomesus olidus', 영명은 'pond smelt'. 몸길이는 보통 10내외로 큰 개체라 하더라도 20를 넘지 못하는 소형종이다.

 

빙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기름지느러미가 하나 더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은어,연어,송어처럼 빙하시대부터 살아온 냉수성 어종이라는 증표다. 빙어의 ''자가 얼음 빙()자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일본과 사할린,연해주,알래스카,캐나다 서부,미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기막힌 생존전략 :냉수성어종인 빙어는 국내 토종어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종족을 유지하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습성 및 생활사

어릴 적에는 보통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나 성장하면서 깔따구 등 소형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적응력이 강해 탁도와 염도 등의 변화에 잘 견뎌낸다.

 

산란기는 수온이 610도가 되는 34월로 알려져 있으나 제천 의림지와 춘천지역에서는 4월이 산란 성기이고 일본 북해도에서는 4월 중·하순, 사할린에서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북한 용흥강에서는 3월에서 4월 사이가 주산란기로 알려져 있다.

 

빙어의 산란장소는 호수나 저수지로 연결되는 개울의 얕은 곳(수심 50미만)으로, 바닥에 모래나 자갈이 깔린 곳을 좋아한다.

 

산란과 방정이 가능한 친어(어미물고기)의 몸길이는 보통 6가 넘는 개체들이다.

 

군산수산대 유봉석교수가 운암호에서 산란기 때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몸길이가 89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빙어는 태어난 해에 어미로 자라 알을 낳고 죽는 일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2년생이 더 흔하고 어떤 개체는 그 이상인 것들도 있다.

 

공어와 와카사기

일명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최기철박사(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빙어는 지역에 따라 공어(충북 대전 전북 전남 양구),메르치(수원),멸치(완주),민물멸치(완주),방아(양구 철원),뱅어(속초),병어(화천 광주),벵어(제천 양구 화천 고양 고창),보리붕어(보령),빙어(충남·북 강원 전남 전북 광주),아까사끼(밀양),아까새끼(정읍),오까사끼(밀양),은어(완주),핑어(충주),해피(양양)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중 공어는 일제 때 표준어 행세를 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말이며 현재 중국의 통용어이기도 하다.

 

아까사끼,아까새끼,오까사끼는 일본말 와카사기(wakasagi)가 와전된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그동안 일본산 와카사기와 우리의 빙어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동종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따라서 최박사는 우리의 빙어를 굳이 일본말로 부르자면 '이시카리 와카사기(ishikari wakasagi)'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봉형(陸封型) 빙어: 본래 빙어는 바다연안에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번식하던 물고기였으나 일제때 육봉형으로 개발돼 정착됐다./자연닷컴

 

빙어의 확산원인

국내어종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빙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빙어의 적응성이 탁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섭시 410도의 저수온과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경적응력이 강해 웬만한 저수지나 호수에 쉽게 적응하는 습성이 있다.

 

빙어는 특히 냉수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생태계에 더욱 쉽게 정착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쉽사리 차지해 살아가고 있다.

 

다시말해 빙어는 외부로부터 이식된 '손님'이지만 다른 물고기가 꺼리는 곳을 주서식처로 삼기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10도 이내로 유지되는 깊은 수심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반대로 다른 물고기들(대부분의 토착어종들)이 동면처로 삼는 깊은 수심을 벗어나 얕은 곳에서 활동함으로써 살아남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략어종이자 경제성 어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 및 단체, 심지어 개인들까지 앞을 다투어 방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빙어의 서식지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빙어도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육식성 귀화어종(이들 또한 넓은 의미의 이식어종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잡혀먹히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 겨울잠도 자지 않고 일년 연중 섭식활동을 하는 블루길과 큰입배스 등 외래 포식자들로부터는 늘 쫓기며 희생되는 '먹이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끄리와 같은 국내 육식성 토종어에 의해서도 잡혀먹히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대청호와 같은 일부 오래된 이식처에서는 갈수록 빙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김성식기자

 

 

왕성한 번식력에 환경 적응력도 높아
국내어종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위협
귀화어종간에는 공존하는 경우 많아

<나홀로 쏘가리> 쏘가리는 본래 강한 육식성이어서 국내 토종 어류의 맹주격이었으나 외국에서 들여온 블루길, 큰입배스 등 귀화어종들에게 서식처에서 쫓겨나 '나홀로 신세'가 돼 버렸다. /자연닷컴


◆이식어종의 특징 = 이식에 의해 국내수계에 정착된 어류들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 도입돼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귀화어종'들은 공통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광온성(廣溫性·물고기가 살 수 있는 수온 범위가 넓다는 뜻)인 데다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커 국내 어떤 수역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심지어 댐과 같이 교란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은 물론 왕성한 번식력을 발휘한다. 여름철 수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소규모 저수지에서도 떡붕어, 이스라엘잉어, 블루길, 큰입배스가 잘 자라고 차가운 계곡물이 유입되는 깊은 산골 저수지에서도 이들 귀화어종이 잘 자라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또 식성이 게걸스럽고 공격성이 뛰어나 토종 어종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거나 먹이 경쟁 또는 서식공간에 대한 경쟁을 통해 토종 어류들을 몰아내는 습성이 있다. 대표적인 육식성 귀화어종인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피라미, 치리 등과 같은 소형 어류들을 마구 잡아먹고 심지어 토종 어류의 맹주격인 쏘가리마저 서식처로부터 몰아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잡식성 대식가(大食家)인 이스라엘잉어, 떡붕어는 살아 있는 물고기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 및 포식(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음)은 하지 않지만 토종 어류들이 산란한 알을 송두리째 먹어치움(이것도 일종의 포식에 해당)으로써 수중 생태계에 큰 위해를 가한다. 또한 이스라엘잉어와 떡붕어는 서식공간 경쟁에 있어서도 잉어나 붕어 등 토종 물고기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점령군 블루길>북미산 블루길은 식성이 게걸스럽고 공격력이 강해 토종 어류의 치어를 마구 잡아먹거나 서식공간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진은 쏘가리 서식처를 완전 점령한 블루길떼 모습./자연닷컴 


그런 반면 귀화어종들은 대부분 먹이사슬 내 같은 위치(동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토종 어류들로부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육식성이든, 초식성이든, 잡식성이든 동급의 섭식지 위에 있는 토종 어류들로부터는 큰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육식성인 블루길이나 큰입배스는 국내 토종 물고기 중 동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쏘가리로부터 큰 공격을 받지 않는다. 블루길과 큰입배스가 국내 토종 어류로부터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는 경우는 알 또는 치어 상태일 때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이스라엘잉어나 떡붕어의 경우도 같은 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토종 잉어나 붕어로부터 큰 간섭을 받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귀화어종들은 탁월한 증식 전략을 갖고 있다. 특히 큰입배스나 블루길은 자신들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산란상(産卵床)을 만들고 새끼를 보호하는 습성이 무척 강하다. 또한 이들은 비교적 산란 횟수가 많고 번식력이 뛰어나 빠르게 확산하는 능력(높은 확산능)을 갖고 있다.

큰입배스의 경우 수초나 물에 잠긴 나무 가지 등에도 산란하지만 저수지 바닥에 알을 낳을 때에는 수심 2m 이하의 얕은 곳을 찾아 모래, 자갈 등의 하상에 직경 30∼40㎝, 깊이 약 10㎝의 타원형 산란상을 만들어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새끼 보호를 위해 자어(산란 직후의 어린 새끼)가 헤엄칠 때까지 산란상을 지킨다.

<한겨울 수중탐사>충청투데이 취재팀이 겨울철 수중생태 실태조사 및 수중 촬영을 위해 대청호 수중 탐사에 나서고 있다./자연닷컴  



블루길 역시 수심 1m 이내의 자갈이나 모래가 깔린 하상에 수컷이 깊이 5∼10㎝, 직경 30∼60㎝가량의 산란상을 만든 후 암컷을 유인하여 알을 낳도록 한다. 산란은 산란철에 수차례 이뤄진다. 산란 및 수정이 이뤄져 부화될 때까지 수컷은 산란상을 지키며 새끼를 보호하고 적이 침입하면 필사적으로 막아낸다. 

떡붕어는 비록 잡식성이긴 하나 산란기가 토종 붕어보다 약 15일 정도 일러 산란 장소를 더 빨리 점령한 후 자신의 알을 낳고, 그 후에 산란하는 토종 붕어나 잉어의 알을 포식함으로써 육식성 귀화어류 못지 않게 생태계에 큰 위해를 가한다. 산란 수에 있어서도 토종 붕어에 비해 약 두 배가량 많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들 귀화어종 간에는 서로에 대한 견제가 적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례로 국내에 가장 많이 번져 있는 블루길, 큰입배스, 떡붕어는 산란기가 서로 달라 산란 장소에 대한 경쟁이 적고 몸체의 크기와 먹이감이 서로 달라 한 저수지 내 혹은 한 호수 내에서 '동시 우점'하는 경우가 많다./글=김성식·사진=박병기(수중촬영전문가)



'붉은귀거북' 겨울잠 안잔다

본보 수중탐사팀, 대청호서 국내 첫 확인


'생태계의 망나니'로 불리는 외래동물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이 한겨울에도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충청투데이 취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자연환경보전법상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동물 4종(블루길,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모두가 겨울잠을 자지 않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음이 최초 확인됐다.

본보 특집시리즈 '한국 어류이식 80년 수중생태계 진단' 취재팀은 29일 박병기(수중촬영 전문가)씨 등 3명의 전문가와 함께 대청호 일원에 대한 겨울철 수중탐사에 나서 외래 파충류인 붉은귀거북이 동면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 극적으로 수중 촬영했다.

 

<동면하지 않는 붉은귀거북> 붉은귀거북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본보 취재팀에 의해 첫 확인됐다. /사진=박병기(수중촬영전문가) 



체외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서 겨울철에는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온 거북류(파충류)가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동면하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팀은 이날 옥천군 관내 대청호에서 수중 탐사를 하던 중 수심 8∼9m가량의 비교적 깊은 지역에서 침전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이동하고 있는 붉은귀거북을 발견했다. 이 붉은귀거북은 등딱지가 길이 20㎝, 너비 15㎝가량 되는 중형으로, 탐사진이 몸을 건드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상태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학계에는 토종인 남생이와 자라, 외래종인 붉은귀거북 등 파충류들은 모두 변온동물로서 겨울철엔 동면하기 때문에 설령 사람이 건드린다 해도 꼼짝 않을 정도로 가사(假死) 상태에 들어간다고 알려져 왔다. 따라서 붉은귀거북이 한겨울에도 잠을 자지 않고 스스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학계는 의아해하면서 그로 인한 생태계 위해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 박사(어류분류학)는 "파충류인 붉은귀거북이 다른 외래동물인 큰입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처럼 동면하지 않고 겨울에도 활동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라며 "이들이 동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겨울에도 생태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붉은귀거북(미국명 red-eared turtle)은 본래 북미가 원산지로 국내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돼 애완용이나 불교계의 방생용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잡식성인 데다 생명력이 강해 3∼4급수의 수질에서도 거뜬히 살면서 미꾸라지, 피라미 등 각종 토종 어류와 알, 수서곤충, 개구리, 심지어 뱀까지 잡아먹음으로써 국내 생태계의 망나니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01년 12월부터 생태계 위해 외래동물에 포함시켜 수입을 전면 금하고 있다. 


1960~70년대까지 정부 주도 아래 '의도적으로 도입'

이후 자연적 확산에 인위적 확산까지 겹쳐 급속 확산

 

'잠자지 않는 폭군' : 큰입배스(사진)와 같은 일부 귀화어종은 겨울철에도 동면하지 않고 토종어종을 잡아먹음으로써 수중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있다./자연닷컴

 

이식 목적과 경로

우리나라에 있어서 196070년대까지의 어류 이식(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과 외국 어종의 국내 도입을 모두 포함)은 정부 주도 아래 공식적으로 이뤄진 '의도적 도입'이 주를 이룬다.

 

일제시대 이후의 빙어 방류 사업이 그렇고, 196070년대 단백질 자원의 확보란 명목 아래 추진된 외국 어종의 도입 사업 역시 그렇다. 당시의 가장 큰 이식 목적은 내수면 어자원을 늘리는 일이었다.

 

특히 외국어종의 경우 내수면 어자원 증강이란 커다란 목적 아래 양식용과 낚시터 방류용과 같은 상업용(주로 식용)으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조류 및 수초 제거용, 관상용, 실험용으로 들여왔다.

 

양식과 낚시터 방류용으로 들여온 외래어는 불루길 큰입배스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무지개송어 찬넬메기 등이고 조류 및 수초 제거용으로는 초어와 백련어가, 관상용으로는 금붕어 비단잉어 자이안트구피 등이, 실험용으로는 금빛황어와 각종 송어류가 도입됐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잉어는 공적이 아닌 사적인 양식목적에 의해 국내에 도입된 첫 케이스다.

 

199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국산(중국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의 수입은 대부분 식용과 낚시터 방류용인데 이는 사적인 목적에 의한 의도적 도입에 속한다.

 

외국어종의 도입 경로는 196070년대의 경우 대부분 미국을 통한 직도입 내지 일본과 대만을 경유한 간접도입으로 이뤄졌다. 어종별로는 중국산 초어와 백련어가 1963년 일본과 대만을 통해 들여와져 그해 낙동강과 소양호에 방류됐고, 태평양 산인 무지개송어는 1965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수정란 상태로 도입돼 곧바로 파로호에 이식됐으며 북미산 블루길은 1969년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에서 치어를 기증받아 진양·소양·청평호에 방류됐다.

 

일본산 떡붕어 또한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이 1970년에 기증한 치어를 1980년대 청평호와 소양호에 방류한 것이 최초 도입경로이며 북미산 큰입배스는 1973년 미국에서 직도입해 조종천 등지에 방류한 것이 첫 사례다. 찬넬메기(북미산)1972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국내 모대학이 처음 들여와 양식한 것이 최초 도입 사례이다.

 

새로운 손님 '은어' : 대청호에는 최근 방류한 은어가 치어를 다량 생산함으로써 수중생태계에 '새로운 침입자' 역할을 하고 있다./자연닷컴

 

국내 확산 경로

 

국내에 이식된 어류(국내어종 및 외국 어종)가 각 수계로 번져나가게 된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호수에 방류된 물고기가 홍수시 수류를 타고 강 아래로 유하하거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전 수계에 번진 자연적 확산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관청 또는 단체, 개인 등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확산시킨 인위적인 경로가 있다.

 

인위적인 확산경로는 또 어자원 증강을 위한 방류사업, 낚시용 방류, 종교적 방생과 같은 의도적 확산과정과 다른 물고기의 이식과정에서 휩쓸려 들어간 경우, 양식장 가두리 수족관에서 이탈한 경우, 낚시 살림망에서 이탈한 경우와 같은 비의도적 확산이 있다.

 

 

북미산 블루길: 블루길은 본래 북미 원산이나 1969년 일본으로부터 기증받아 국내에 첫 도입된 후 전국 각 수계로 급속히 확산했다./자연닷컴

그러나 이같은 확산경로는 대부분 복합적으로 이뤄져 이식어종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외래 어종인 큰입배스의 경우 어느 한 호수에 이식했다고 해서 줄곧 그곳에만 서식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장마철 홍수를 타고 같은 수계의 전 수역으로 점점 번져나가거나 낚시동호인들의 도미노식 방류(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계속해서 이식시키는 행위), 종교적 방생 등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또 대청호와 같은 대규모 인공호수의 경우 관할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지역어민 등이 각각의 계획에 따라 여러 어종의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낚시객(: 배스동호회)은 낚시객 대로, 종교인들은 종교인 대로 방류 및 방생을 계속해오고 있는 등 이식어종의 확산경로가 다양하다.

 

대청호에는 그동안 국내 이식어종인 빙어와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초어 백련어 등이 크게 확산돼 왔는데 최근들어서는 옥천군 등 지자체가 방류한 은어가 지난해 가을 첫 산란, 정착단계에 들어감으로써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글 사진=김성식기자

 

도입 30년만에 생태적 연구 시작

1990년 전후해 외래어 크게 확산

 

큰입배스 치어  :  국내 수계에 완전 정착된 큰입배스는 매년 산란을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  사진은 대청호서 잡힌 큰입배스 치어들./자연닷컴

국내 연구 동향 및 실태

 

지금까지 이식어종(국내어종과 외국어종을 모두 포함) 전반에 걸친 국내 연구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빙어 은어 뱀장어와 같은 '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다시말해 물고기를 가져다 대량으로 방류만 해왔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생태변화 등 각종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차원의 연구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래어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역시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조사 및 연구 사례가 아예 없다.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외래어종의 출현 기록이 단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계인 한강의 예를 들어보자.

 

195880년까지 이뤄진 어류조사의 목록을 보면 외래어종이 단 한 종도 출현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서의 외래어종 잠식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 보다는 외래어종에 대한 관심이 그 만큼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해도 이미 외래어종이 한강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초어와 백련어는 1963년에, 무지개송어는 1965년에, 블루길은 1976년에 이미 한강수계에 다량 방류돼 있었다.

 

귀화어종 블루길: 블루길이 유입된 수역은 수년 내 우점종이 바뀔 정도로 생태계가 쉽게 망가진다 . 사진은 대청호 어부들의 그물에 잡힌 블루길들./자연닷컴

 

국내 어류조사의 기록상 외래어종이 공식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환경청이 실시한 '1986 전국 주요 생태계조사'에 총 12종의 외래어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이다.

 

외래어종이 국내에 첫 도입된 지 무려 23년이 지나서야 관심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첫 기록된 12종의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이스라엘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배스(큰입배스) 블루길 등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실시된 한 조사(전국 대상)에서는 이 12종의 외래어종 외에 찬넬메기(붕메기)와 틸라피아(역돔)가 추가 기록됐다.

 

충청권 수계에 대한 첫 기록은 서원대 손영목교수(과학교육과)19909월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조사로서, 블루길과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백련어 등 4종의 외래어가 소수(개체수 대비 15%의 상대 출현도) 출현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 어류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우세 또는 우점종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환경처가 실시한 팔당호 조사 결과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전 지역에 우세하게 출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이 시기를 전후 해 외래어종이 크게 확산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외래어종의 유입에 따른 국내 어류상의 변화와 우점어종의 천이(遷移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물군집이 변해가는 현상), 생태 위해성, 관리방안 등에 관해 단편적이나마 연구 조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이다.

 

, 19945년부터 서원대 손영목교수 등 일부 어류학자들이 큰입배스 블루길 찬넬메기 초어 백련어와 같은 외래어종들의 기본적인 생태특성과 유입에 따른 문제점(생물군집 및 수질 변화 등), 제도적 관리방안에 관한 단편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도입에 따른 국내 수중생태계의 변화 등에 관한 아무런 사전 연구 및 사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어종이 도입 후에도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생태학적 연구·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1990년대 초의 대청호: 대청호에 유입된 큰입배스는 처음엔 가두리양식장(사진)에서 양식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량 무단 방류돼 전역으로 번져나갔다./자연닷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외래어종을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철저한 사전 연구 및 사례 조사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어종 선택과 사후 관리대책 마련을 서둘렀더라면 현재와 같이 어디를 가나 '외래어 천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을 해본다.

 

하기야 이런 씻지 못할 과오를 관계당국과 학계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도 이식승인서 한 장이면 되는 손쉬운 절차와 방법으로 수많은 양의 외국 물고기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생태 현실이고 어두운 미래이다./글 사진 김성식기자

 

 

자연수계 적응한 국내 外來魚 20여종

중국 수입 교잡 어종 현재 정착 단계

 

'초대형 이스라엘잉어(향어)' :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국내에 유입돼 정착된 이스라엘잉어(일명 향어)는 대부분 초대형으로 자라 나 있다. 사진은 최근 대청호에서 잡힌 체장 98㎝, 몸무게 22㎏짜리 초대형 이스라엘잉어./자연닷컴

 

관련 용어 해설

 

현재 국내에는 물고기 이식과 관련해 여러 용어가 혼용되거나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각의 용어에 대한 구분이 인위적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용어의 경우 개념 정립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래어종과 귀화어종이 서로 같은 의미로 알고 있는 수가 많으며 이주어종과 이식어종 또한 같은 용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토착어종과 고유어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용어는 엄연히 구분해 사용해야 할 만큼 각각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식 어종이 국내 생태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여기에서의 한국에는 섬지역을 포함한 남북한 전 수역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1)고유어종 : 오래 전부터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 수계에만 서식하여 번식하는 어종으로 특산어종과 유사한 개념이다. 어름치 쉬리 중고기 치리 돌마자 동사리 등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 고유어종(한국 특산어종)이며 꼬치동자개는 한국 고유어종 중에서도 낙동강 수계에만 사는 낙동강 고유어종(낙동강 특산어종)이고 미호종개는 한국 고유어종 중에서도 금강 일부 수계에만 사는 금강 고유어종(금강 특산어종)이다.

 

'한국 고유어종 어름치' : 어름치와 같이 오래 전부터 한국 혹은 한국 내 수계에 서식하여 번식하는 물고기를 한국 고유어종이라 한다./자연닷컴

 

2)토착어종 : 과거부터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 수계에 서식하여 번식하는 어종이다. 고유어종과는 달리 종 자체는 다른 나라에도 서식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국내 토착어종을 토종으로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붕어 잉어는 중국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오래전부터 토착해 서식하는 붕어 잉어를 특히 토종붕어 토종잉어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국 쪽에서는 예부터 중국내에 토착해 서식하는 붕어나 잉어를 토착어종으로 부른다.

 

3)비토착어종 :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수계에 새롭게 유입된 어종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국내 수계에 유입됐으나 아직 토착되지 않은 어종을 일컫는다.

 

4)이식 어종 : 본래 한국내 다른 수계에 살던 물고기를 의도적으로 특정수계에 도입시킨 종을 말한다. 대표적인 어종으로 빙어를 들 수 있다.

 

5)이주 어종 : 본래 한국내 특정 수계에 살던 물고기가 기후 혹은 생태적 특성, 자연적인 수계 변동 등에 의해 다른 수계로 이동한 종을 말한다. 물고기의 이동 자체가 자연적인 현상이란 점에서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동시킨 이식어종과는 의미가 다르다.

 

6)도입어종 :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또는 한국내 다른 수계에서 특정 수계로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어종을 말한다.

 

7)외래어종 : 한국 내에 존재하는 물고기 가운데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모든 어종을 말한다. 각종 열대어와 비단잉어 금붕어는 물론 다음에 설명하는 모든 귀화어종을 포함한다.

 

8)귀화어종 :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수계로 도입된 외래어종 중 도입지의 자연 수계(환경)에 적응하여 번식이 원만히 이뤄지는 어종을 뜻한다. 따라서 도입지의 자연수계에 적응은 됐으나 자연번식이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어종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귀화어종이 아니다. 대청댐과 같은 인공저수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비단잉어나 무지개송어, 향어 등이 이에 속한다.

 

 

'금붕어와 블루길': 현재 국내 수계에는 금붕어 같은 관상용 외래어종들이 가끔 발견되나 이들은 자연번식이 이뤄지지 않는 등 완전 귀화 어종은 아니다./자연닷컴

외래·귀화어종의 적용 범위

 

국내에 도입된 외래어종이라고 해서 모든 종이 자연수계에 유입돼 적응되는 것은 아니다.

 

각 종의 도입 목적이 있듯이 열대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상어는 취급범위가 실내나 연못 등에 제한돼 있는 데다 본래의 생태적 특성상 자연수역에서는 잘 적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수계에 유입된 경우라도 적응단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비록 자연수계에 적응이 된다 하더라도 완전한 귀화(자연번식이 원만히 이뤄지는 상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남한의 자연수계에서 발견되는 외래어종은 약 20여종 뿐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에서도 대부분은 양식장 등 제한수역에서 길러지는 양식어종이거나 실험용이고 자연수역에 적응해 전국으로 확산된, 즉 생태학상 진정한 의미의 외래어종은 초어 백련어 떡붕어(주걱붕어) 이스라엘잉어(향어) 블루(파랑볼우럭,일명 월남붕어) 큰입배스(큰입우럭,일명 민물농어) 찬넬메기(붕메기) 무지개송어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이다.

 

이들 외래어종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연수계로 유입된 초어와 백련어는 자연수계에서는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스라엘잉어 또한 자연번식력이 약해 완전한 귀화어종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역시 자연수계에서의 재생산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래어종은 그동안 계속된 방류와 양식으로 이미 국내 전 수역에 확산돼 있는 생태위해종들이다.

 

현재 자연수역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계속 확산 일로에 있는 종은 떡붕어 블루길 큰입배스 중국붕어 등으로 이들이 현재로선 국내의 대표적인 귀화어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중국으로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의 교잡종들은 아직 귀화여부가 불투명하나 이들의 생태적 특성상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 수계에 적응해 수중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식기자 

 

****이 기획시리즈는 지난 2005년 1월1일부터 1년 간 충청투데이 지면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재편집한 것임을 알립니다.

'물속의 무법자' 블루길/  국내 수계에는 현재 대표적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빠르게 확산, 정착되면서 토종 물고기가 줄어드는 등 물속 생태계가 크게 망가져 있다. 사진은 충청권의 젖줄 대청호에서 수중 촬영한 블루길의 모습으로 이들은 겨울철인 요즘에도 동면하지 않고 떼지어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 /자연닷컴

◆서론

 물고기를 인위적으로 옮겨다 자연 수계에 방류하는 이른바 '물고기 이식사업'이 한반도에서 시작된 것은 일제치하인 1925년. 당시 부산수산시험장이 북한의 용흥강에서 채란한 빙어 알을 제천 의림지와 충주 등지에 풀어놓은 것이 그 효시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 전국 곳곳의 호수와 저수지는 말 그대로 '빙어 천국'으로 변하게 됐고 그로 인해 붕어, 잉어, 피라미와 같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가던 물고기들이 터줏대감 자리를 내놓게 되는 등 수중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이후 내수면 어자원 조성을 목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들여와져 국내 자연수계에 이식된 소위 '외래어종'들은 토종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폭군 노릇을 하면서 수중 생태계 질서를 마구 흔들어 놓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의 수계에서는 토종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해 오던 어부들이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외래어종에 의한 내수면의 황폐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다.

이에 2005년 한해 동안 관계 전문가들과 동행,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각 수계의 이식어종 및 외래어종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 인위적인 물고기 이식이 가져온 여러 가지 폐해들을 진단함으로써 관련 기관과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나아가 수중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합리적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 최초로 물고기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 물고기 이식의 가장 큰 폐해이자 우려로 지적됐던 잡종 출현 여부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려 한다.

 

'빙어반 물반' / 일제 치하인 1925년부터 이식되기 시작한 빙어는 한 때 수출 효자품종으로 각광받기도 했으나 무분별한 이식사업으로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빙어는 본래 바다 연안과 하구(기수)에 사는 물고기다.  



◆물고기 이식의 역사

물고기 이식은 실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수렵 어로 등 채집 위주의 떠돌이 생활을 해 오던 고대인들은 차츰 정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야생동물이나 물고기들을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에 잡아다 기르는 소위 사육 및 양식의 방법을 모색케 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물고기 이식의 역사는 태동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의한 인류의 물고기 이식사업의 시작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인들은 다뉴브 강으로부터 잉어를 잡아다 이탈리아 반도에 이식함으로써 내수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년 전인 고구려 초 대무신왕 시대부터 잉어를 양식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잉어를 양식했다함은 자연 상태로부터 잉어를 채집 및 이식하여 인위적으로 관리 또는 길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의 물고기 이식 역사는 적어도 그 당시부터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물고기 이식 사업은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이뤄졌다. 

즉, 일제치하인 1925년 부산수산시험장이 북한의 용흥강으로부터 빙어 알을 채란해다 남한지역에 푼 것이 그 시작이다.(빙어는 본래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산란․서식하는 바다빙어과의 어류임)

당시 부산수산시험장은 진해양어장에서의 기초실험 결과를 토대로 1925년 3월 10~19일 사이 북한의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빙어 알 9백60만 립을 채란해다 충북 제천의 의림지와 충주,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경기도 수원의 서호 등지에 방류했다. 

그 결과 정착에 성공해 이듬해인 1926년부터는 더 많은 지역에 빙어를 이식시키기에 이르렀고 얼마 후엔 한 해에 수십톤의 빙어를 생산하기도 했다.

일제에 의한 빙어 증산정책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루어져 한 때는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빙어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기도 했으며 당시의 서울 남산 과학관에는 부산수산시험장이 제작한 빙어의 발육 표본이 전시되기도 했다.

일명 물고기박사 또는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서울대 최기철 명예교수는 "1920~30년대 국민학교 4학년 이과 교과서에 빙어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던 것이 기억난다"며 "당시엔 빙어 증산을 정책적으로 추진해 해마다 수백 수천만 립의 알을 채란해다 곳곳의 저수지에 방류했다"고 증언했다.

우리나라의 빙어 증산 정책은 해방 후부터 1970~80년대까지도 계속돼 당시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수출전략 어종으로까지 자리잡았던 적이 있다. 

이러한 결과로써 빙어의 분포수역은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됐고 생산량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한 집계에 따르면 1971년 한해 겨울에만 전북 임실의 운암호에서는 무려 80톤 이상의 빙어가 생산됐다고 한다.

'국내 물고기의 국내 수계 이식' 사례로는 빙어 외에도 은어와 살치, 뱀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방류 및 이식 사업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 

이 중 은어와 뱀장어는 과거 서식했으나 환경 변화 등으로 근래에 자취를 감췄던 일부 수역(대청호 등)을 중심으로 복원 또는 어자원 조성 차원에서 인위적인 방류가 이루어지고, 살치는 은어를 방류하는 과정에서 착오에 의해 특정 수역(충북 초평지)에 비의도적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빙어의 사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야속한 큰입배스' / 대청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 가는 한 어부가 토종 물고기 대신 잡혀 올라온 큰입배스를 바구니에 쏟으며 야속해하고 있다. 이렇게 잡힌 외래어종들은 식용으로도 이용되지 않고 거의 개 사료로 이용되는 등 천대 받는다.


 
'외국 물고기의 국내 이식'을 뜻하는 외래어종의 국내 도입은 주로 1960년대 이후에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여와 이식된 외래어종은 초어와 백련어로, 초어는 1963년 11월 일본과 대만으로부터, 백련어는 같은 시기 대만으로부터 각각 도입돼 낙동강과 소양호에 방류됐다.
 
이어 1965년 1월에는 무지개송어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져 파로호에, 1969년 12월에는 블루길(파랑볼우럭, 일명 월남붕어)이 일본으로부터 도입돼 진양․소양․청평호에 방류됐다.

1970년엔 일본으로부터 떡붕어가, 1972년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찬넬메기가, 1973년엔 이스라엘잉어(일명 향어)와 큰입배스가 각각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도입돼 국내 수계에 이식됐다.

이후 80년대에는 외래어종의 도입 및 자연 수역에의 방류가 잠시 주춤했다가 9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또 다시 이어졌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중국으로부터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쌍지붕어 등과 같은 교잡종들이 들여와졌다.

이밖에도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대두어 틸라피아(일명 역돔) 은연어 곱사연어 시마연어 대서양연어 왕연어 스틸헤드송어 수퍼송어 브라운송어 도날드송어 철갑상어류 쟈이안트구라피 금빛황어 등 2004년 현재까지 무려 2백20종이 넘는 수많은 외국 물고기들이 관상용 실험용 양식용과 같은 갖가지 명목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들 외래어종이 모두 국내 자연수계에 이식 또는 방류된 것은 아니고 일부만이 자연수계에 잠식돼 수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식기자 



 

"하천의 건천화 미호종개 생존 크게 위협"

하천수의 유속 변화도 악영향 끼쳐

외래생물 극성 개체수 감소에 한몫


■기타 서식환경의 변화

 

과거에 비해 하천수의 양, 즉 유수량이 감소한 것도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읍·면 단위의 도시화가 심화되고 농촌의 산업화(농공단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하천수를 이용한 용수량이 폭증한 데다 지하수 사용량이 갈수록 많아져 하천마다 유수량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서식환경이 악화된 것은 비단 미호종개 뿐만 아니라 모든 물고기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지의 경작형태 혹은 농법의 변화도 하천수량을 감소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즉, 과거에는 논 농사 위주로 경작이 이뤄지던 것이 지금은 밭농사 내지 특용작물의 농사가 많아지고 휴경지도 늘어난 데다  농법마저 기계화됨에 따라 '논의 기능'이 크게 축소돼 논에 담수되던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하천수량의 감소를 가져왔다.

 

하천수량의 감소에 따른 물고기들의 수난은 특히 갈수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량의 대부분이 장마가 오는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장마철이 아닌 갈수기가 되면 거의 모든 소규모 하천의 유수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농업용수 사용량이 폭증하는 농번기에는 하천바닥이 말라붙는 소위 건천화 현상마저 나타나 물고기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맞게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가뭄이 들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천의 건천화 현상은 미호종개를 비롯한 물고기는 물론 모든 수생생물들에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에 대해 미호종개 최초 발견자인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생물학과교수)는 이같이 설명한다.

 

"물고기들에게는 물이 가장 중요한 서식기반인데 하천에 물이 마른다는 것은 서식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뜻한다. 갈수기 혹은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수가 고갈될 경우 한순간에 물고기가 전멸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다."

다른 서식환경이 제 아무리 양호하더라도 하천수가 고갈돼 건천화가 진행되면 그 하천에서는 미호종개 등 모든 물고기의 씨가 마를 수 있음을 경고하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천수가 줄어들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파생시킨다. 물고기의 서식공간 자체가 협소해지는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수온이 급작스럽게 오르고 내리는 수온 급변화 현상과 용존산소량(DO)의 감소, 각종 오염원의 농축화, 부영양화의 심화, 하천수의 정체에 따른 수질오염의 악순환 등 모든 악재가 함께 나타난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해진다.

 

하천의 건천화

하천의 건천화는 미호종개를 비롯한 모든 물고기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하천수가 고갈돼 장기간 바닥이 말라붙을 경우 서식 물고기가 전멸하는 등 생태계의 파멸을 가져온다. 사진은 갈수기 농업용수 사용량의 폭증 등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호천 상류 모습./자연닷컴

 

 

하천수가 고갈될 경우 한순간에 물고기가 전멸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고 강조하는 손영목박사./자연닷컴

 

하천수량의 감소와 함께 유속의 변화 또한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 중의 하나다. 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는 수심 50cm 기준으로 평균 유속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물흐름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한 평균유속은 현존 서식지들의 물흐름을 현지 측정해 산출해 낸 수치로써, 1분에 10~18cm를 흐르는 속도이다.

 

그런 반면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지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수심 50cm에서 평균 40cm/sec의 비교적 빠른 유속을 보이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80년대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진 골재채취 및 하상정리로 인해 유속이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가정할 때 '유속의 증가'가 느린 여울을 좋아하는 미호종개의 삶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유속 증가에 따른 서식환경 변화는 다른 하천, 특히 골재채취와 하상정리가 이뤄진 하천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보(洑) 등 인공시설의 축조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도 미호종개의 죽살이(생태 혹은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보의 축조는 자연적인 물흐름을 방해하고 물고기들의 이동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등 자연에 대한 인간 간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밖에 '외래생물의 유입'도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서식환경을 악화시킨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외래생물 중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미호종개 서식처에 침범해 동서생물(同棲生物) 노릇을 하면서 미호종개가 산란한 알을 직접 훑어먹거나 미호종개 먹이가 되는 각종 조류(藻類)들을 먹어치움으로써 천적 내지 먹이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존 미호종개 서식처 중 충북 청원 미호천과 대전 갑천, 충남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지에서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특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아 그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 떡붕어는 공통적으로 게걸스런 식성을 갖고 있어 미호종개의 알을 집어삼키거나(블루길, 떡붕어) 치어와 성어를 잡아먹는 등(블루길, 큰입배스) 천적 노릇을 해 미호종개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 갑천에는 현재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돼 세력권을 넓혀가면서 활개치고 있고, 미호천에는 큰입배스와 떡붕어, 유구천과 지천에는 큰입배스, 백곡천에는 떡붕어가 유입돼 미호종개를 위협하고 있다.

 

'불안한 동거'

외래생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미호종개가 산란한 알을 집어삼키거나 미호종개 먹이가 되는 각종 조류들을 먹어치움으로써 천적 혹은 먹이경쟁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호종개 서식공간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몸을 숨긴 채 머리만 내밀고 거동을 살피고 있는 미호종개들./자연닷컴

(21)달천의 생태 ①어류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
괴산호서 본보 취재팀 극적으로 찾아내
수질악화·외래어 유입 어종에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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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을 대표하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달래강에 사는 모든 물고기가 ‘달래강의 숨결’을 대변하는 귀중한 생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달래강은 ~의 강이다’라고 할 만큼의 대표적인 어종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래강의 대표어종은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와 황쏘가리(〃190호)다. 비록 이번 취재에서는 단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만 발견됐으나 그 4마리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기에 취재팀은 주저없이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고 주장한다.
 
 
■약 20년만의 어름치와 황쏘가리 1호 발견
 

취재팀은 우선 이번 취재에서 ‘달래강의 어름치’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유는 지난 1989년 3월부터 1991년 11월까지 서원대 기초과학연구소 손영목박사(어류분류학) 팀이 실시한 충북도산 담수어류 조사서 1마리의 어름치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20년 가까이 출현 소식이 없기에 그것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당시 마지막 채집장소인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일대를 중심으로 탐문과 현지 조사를 병행한 결과 이 수역서 어름치는 이미 ‘사라진 물고기’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취재범위를 넓혀 취재는 계속됐다. 그 결과 수개월이 지난 8월 초 뜻밖의 희소식을 접하기에 이르렀다. 달래강 3백리 물길 그 어느 곳에서도 어름치의 서식흔적을 찾지 못했던 취재팀은 의외의 장소인 괴산호서 돌연 “이상한 물고기가 간혹 잡힌다”는 한 주민의 증언을 듣게 된 것이다.


즉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지난 8월 8~13일까지 수중 촬영 및 조사 전문가가 초빙된 가운데 이뤄졌다. 결과 또한 뜻밖으로 나타났다.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동시에 발견된 것이다. 어름치는 괴산호 중간수역인 갈은계곡과의 합수지점 부근(수심 1~2m)서 3마리가 발견돼 1마리가 수중카메라에 포착됐고 황쏘가리는 수심 4m 가량의 괴산호 상류수역 바위절벽(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서 발견돼 촬영됐다.

 

 

 

 

달래강의 어름치(위)와 황쏘가리(아래)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에서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가 발견된 것은 이번 어류분야 취재의 가장 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름치의 발견은 약 20년 만의 일로 아직 달래강 수계서 절종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달래강서 어름치가 확인된 것은 앞서 말한 바대로 약 20년 만의 일이요 황쏘가리의 발견은 처음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특히 한강수계서만 서식하는 희귀어종 황쏘가리는 그동안 달래강 수계서는 주로 중상류 수역서 어부나 낚시꾼들에 의해 가끔 잡힌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조사서 확인되지 않아 서식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어름치 또한 우리나라 고유종(특산종)으로 멸종직전에 놓여 있는 희소종이다.
 

이번에 발견된 어름치는 몸길이 약 20cm에 몸 표면과 지느러미에 종 특유의 검은 반점과 띠가 선명히 나 있고 모래 바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황쏘가리는 몸길이 약 30cm에 온몸에는 특유의 주황색을 띠고 있으며 바위절벽에 은신해 있었다.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서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발견된 데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달래강 최후의 어름치’를 기록했던 손영목박사(서원대 명예교수, 민물고기보존협회장)는 “달래강 수계서 20년 가까이 어름치가 발견되지 않아 대가 끊긴 게 아닌가 우려했는데 수중촬영을 통해 서식이 확인돼 반갑기 그지 없다”며 “극소수나마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괴산호 주변이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어름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지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들 희귀어류가 찾아진 것은 그만큼 괴산호 수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호소 생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달래강 수계의 현주소

 

‘반가운 손님’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찾아진 달래강에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들고 있다. 다름 아닌 수질 악화와 외래어 유입 등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가 전 수계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달래강에는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총 4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주로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었음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양호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하

 

지만 이젠 그들 숫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는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수질 악화와 서식처 파괴 등 서식환경 변화가 주요인이다. 서식환경 변화는 최근 거세지고 있는 개발 바람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물고기들의 숨통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게다가 3년전쯤 낚시꾼들에 의해 괴산호로 유입돼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 블루길과 큰입배스, 떡붕어 같은 외래어종의 급격한 증가 역시 서식어종에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실례로 예전엔 상류쪽에 그리 많지 않던 누치가 최근엔 현저히 많아진 반면 붕어, 쉬리, 피라미, 갈겨니, 돌마자, 모래무지 등은 크게 줄어들었음은 이를 입증해 준다. 그에 반해 큰입배스는 중상류 수역인 청천지역까지 개체수가 크게 번져 활개치고 있다.

 

달래강의 터줏대감들이 굴러온 돌에 의해 점차 살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외래종 ‘큰입배스’
그동안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아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달래강 상류에도 최근 낚시꾼들에 의해 큰입배스,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돼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 현지 어부 이진의씨(괴산 청천)가 그물에 잡힌 큰입배스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갑자기 개체수가 늘어난 토종어‘누치’
외래어종의 유입과 서식환경 변화로 인해 토종어인 ‘누치’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달래강 상류의 어종 분포가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가지 유념할 것은 중류 쪽에 있는 괴산댐의 악영향이다. 비록 괴산호 안의 생태계는 취재 결과 댐 건설 51년 만에 기적처럼 되살아난 것으로 밝혀졌지만 <본보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일자 보도>, 물줄기를 가로막고 있는 댐 자체는 수중 생태계의 원활한 흐름과 존립을 방해하는 지극히 위협적인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하류를 잇는 물고기들의 이동 통로를 완전 단절시킴으로써 가해지는 악영향과 스트레스는 달래강 전 수역의 생태건강도를 크게 감소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댐 상류 수역서 비교적 몸집 큰 뱀장어와 동자개가 자주 출현하고 있음은 수년전부터 이뤄져온 치어 방류사업의 결과로써 앞으로 경제성 어종의 증식분야에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수년전 방류한 은어는 확인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대청호에서 들리는 한(恨)의 어부사시사

 

1993~4년께 대청호 중류에선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보은관내의 한 가두리양식장에서 그동안 길러오던 큰입배스 수만 마리를 갑자기 방류한 것이다. 이유는 단지 판로가 없어서였다.
당시 필자는 대청호를 수시로 드나들며 수질오염 실태와 외래어종 서식상황 등을 집중 보도하던 터라 그 양식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혹시나 몇 마리라도 뛰쳐나오면 큰일일 텐데" 내심 걱정했었다. 그만큼 큰입배스는 요주의 어종이었다. 한데 몇 마리가 아니라 아예 가두리내 물고기를 몽땅, 그것도 손바닥만큼 자란 것을 쏟아붰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인천에 산다던 그 양식장 주인은 그 뒤 바람처럼 사라졌고 가두리만 덩그라니 남은 채 한동안 호수위를 떠 다녔다. 그 일 이후 대청호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다. 육식성 어종인 큰입배스가 빠르게 확산돼 수중생태계를 초토화 시킨 것이다.


그 일이 있기 전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1980년 12월 2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댐준공식에 참석해 "주변 경치 참 좋네"라고 한 게 계기가 돼 청남대란 뜻밖의 시설이 들어서던 무렵, 한 관변단체가 이순자여사를 초청해 놓고 대청호에 민물고기 치어를 방류한답시고 수만 마리를 풀어준 일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당초 의도했던 토종 물고기가 아닌 전혀 엉뚱한 외래어종이 방류된 것이다.
훗날 알려진 자초지종은 이렇다. 충북도 등 관련기관에 갑작스런 상부지시가 떨어졌는데 내용인 즉 "몇날 며칠까지 붕어,잉어 치어 수만 마리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해당 직원들은 난감했다. 갑자기 수만 마리를 구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단 붕어나 잉어 치어가 생산되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서 고민 고민 끝에 꿩 대신 닭이면 어떠랴고 급히 구한 것이 불루길 치어였다. 지금은 거의 불려지지 않지만 당시 생소했던 물고기(불루길)를 지역민들이 '(이)순자 붕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속사정 때문이었다. 뜬금없는 생각인지는 몰라도 당시 불루길이 들통나 방류행사가 취소됐더라면 오히려 대청호의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됐지 않았을까 싶다.


이 무렵을 전후해선 또 초어,백련어,떡붕어,향어 등 다른 외래어종도 잇따라 유입돼 무방비 상태였던 대청호내 수중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앞서 말한 큰입배스 사건이 일어났으니 불난 데 휘발유를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외래어종이 전 수역을 점령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청호는 그런대로 먹고 살 만한 터전이었다. 모두가 만족치는 않았어도 부지런히 그물 치고 물질 하면 최소한 쌀걱정은 안했다. 기자가 아는 한 어부는 당구용 큣대로 만든 쏘가리 작살 하나로 3층짜리 빌딩 짓고 아들 딸 교육까지 시켰다. 그 때가 16년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과거 어느 몰지각한 어심(漁心) 때문에 또는 무책임한 단체와 관련 공무원 몇몇으로 인해 대청호는 말 그대로 외래어종 천국이 돼 버렸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고, 무심코 풀어준 외래어종에 소중한 토종 물고기 생태계가 완전히 짓밟혔다. 붕어,잉어 놀던 곳엔 불루길이 판 치고 쏘가리,꺽지 알 낳던 바위절벽 밑은 팔뚝만한 큰입배스의 아지트로 변했다. 붕어,잉어 잡던 어부들은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그물 안 친지 오래고 쏘가리 잡던 잠수부들은 소일거리로 배스나 잡아 '패대기 치는' 서글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댐이 준공된 지 내년이면 30년, 대청호 어민들은 지금 호수 밑바닥의 칠흑같은 절망감으로 한(恨)의 어부사시사를 부르고 있다. "앞 물에 배 띄워도/그 많던 토종고기 어디 가고/생뚱맞은 물고기만 날뛰는가/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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