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백곡천 종 다양도 감소 추세···서식환경 악화 증거"
------<19> 미호종개의 서식환경(4)

 

■어류군집 조사 결과


어류군집 조사는 일반적으로 종 다양도와 균등도, 종 풍부도, 우점도 등을 포함하는 '종 다양성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각 종간 상관 관계를 밝히는 '종 상관성 분석'과 각 지점별 어류군집간의 유사성을 알아보는 '군집 유사도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어류 군집조사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하천 혹은 어느 지점의 어류 군집 특성은 그곳의 물고기 서식환경이 현재 어떠한 상태인가를 짐작케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하천을 대상으로 어류군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 다양도와 풍부도는 낮은 반면 우점도는 높게 나타났다면 그 하천의 어류 서식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골재채취로 인한 하상구조 변화를 지적할 수도 있고 또 외래어종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오염 부하량 증가에 따른 수질 악화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종 다양성 회복 등을 위한 대안을 찾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느 하천 수계에 대해 각 보(洑)마다 어도를 설치하거나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을 실시했을 경우엔 그 이전에 비해 보다 높은 종 다양성 지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류군집 조사는 한편으로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효용적인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가 금강 수계 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군집 조사의 결과이다. 홍박사는 이번 분석을 위해 미호종개 서식처당 10회의 채집 활동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냈다.

 

①종 다양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 분석을 위해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균등도, 우점도 등을 알아본 결과 우선 종 다양도 지수는 지천 2.23, 백곡천 2.22, 갑천 1.96, 미호천 본류 1.90 순으로 나타나 지천이 가장 높고 미호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 다양도 지수는 다음의 종 풍부도 및 균등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느 지점에 어류 종이 얼마나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종 풍부도는 지천 2.78, 백곡천 1.98, 갑천 1.44, 미호천 본류 1.31로 역시 종 다양도 지수와 같은 서열을 보였다.


각 종의 개체수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균등도는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호천 0.86, 백곡천·갑천 각각  0.82, 지천 0.74로 백곡천과 갑천이 같게 분석된 가운데 지천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생물 군집내의 우점화 비율을 나타내는 우점도는 미호천 본류·갑천이 각각 0.18, 지천 0.17, 백곡천 0.13으로 나타나 미호천 본류와 갑천,지천은 우점도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으나 백곡천은 비교적 낮게 분석됐다. 우점도는 일반적으로 수치상 종 다양도와 정반대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오염 수역인 경우엔 다양한 어류 종의 분포가 제한되고 오염에 대한 내성이 높은 어류의 우점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게 되는 등 큰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지천과 백곡천이 생태적으로 다소 유사성을 띠는 반면 비교적 인구 밀집지를 포함하는 갑천과 미호천 수계의 어류 군집이 종 다양성과 풍부도 측면에서 낮게 분석됐다.


한편 홍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지난 1982년도 자료와 최근(2004~2005년) 자료를 비교, 각 지수별 변화 추이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지수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져 백곡천의 경우 지난 1982년도의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는 각각 2.50과 2.7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2004~2005년엔 각각 1.46과 1.53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미호천은 각각 2.31과 3.63에서 1.91과 3.21로 감소했다.


종 다양도와 풍부도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지천의 종 다양성'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조사에서 충남 청양 지천이 종 다양성 지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지천의 종 다양성지수는 2.23인 반면 미호천 본류는 1.90으로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자연닷컴

 

②종 상관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확인되는 물고기들의 종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미호종개와 상관성이 높은 어류는 피라미와 점줄종개, 참종개 등으로 이들은 모두 1.0의 수치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붕어, 모래무지,돌마자가 0.8의 수치를 나타내고 납지리, 돌고기, 참마자, 얼룩동사리, 밀어, 민물검정망둑이 각각 0.7의 수치를 보여 비교적 상관성이 높게 분석됐다.

 

각 종간 상관성이 높을수록 동시출현 혹은 함께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박사는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물고기를 채집해 보면 피라미와 점줄종개,참종개 등이 다른 종에 비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들 물고기가 미호종개와 종간 친화도가 높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서식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이 진정한 개념의 동서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의 점줄종개가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간 상관성이 높다는 것은 미호종개와 같은 장소에서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아래 사진>'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와 함께 익수키미아 속에 속하는 참종개 또한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발견되는 참종개는 사진에서와 같이 모래바닥을 주요 서식공간으로 삼으면서 먹이경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미호종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연닷컴

 

③서식처별 군집 유사도
미호종개 각 서식처별 동서종 및 어류집단의 구성에 따라 군집간 유사도를 살펴본 결과 백곡천과 지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하고 다음으로 갑천과 지천으로 나타났으며, 지천과 미호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성이 적게 분석됐다.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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