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개, 꿈의 어종에서 대박 어종으로 다가서다
예부터 맛 좋기로 이름난 민물고기 동자개(일명 빠가사리). 최근 들어서는 자연산 개체수가 부쩍 줄어들어 공급이 달리는 바람에 음식점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해진 고급 어종이다.
이 물고기는 양식업자들이 가장 기르고 싶어하는 경제성 어종이기도 하다. 자연산 물량이 워낙 달리는 데다 양식 물량마저 턱없이 부족해 너도나도 양식을 시도하려고 하는 '꿈의 어종'이다. 치어는 치어대로, 성어는 성어대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모자라다 보니 한 두 번만 성공해도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대박 어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물고기가 지금껏 꿈의 어종으로만 머물러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양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줄잡아 수천 명의 국내 양식업자들이 동자개 양식을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얻은 사람은 극소수다. 치어를 구입해 성어로 키우는 양식업자들은 매년 치어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치어를 생산하는 업자들은 자어기(알에서 갓깨어난 새끼 시절)에 흔히 발생하는 고질적인 병 때문에 실패하기 일쑤다.
더욱이 동자개는 번식 습성까지 독특해 양식산 성어로는 부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자연산을 친어(親魚)로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해서 알 받는 시기가 되면 양식업자마다 자연산 친어를 구하러 눈에 불을 켜고 동으로 서로 바삐 움직이는 게 일상화 돼 있다.
그러나 그런다고 자연산 친어를 쉽게 구하는 게 아니다. 또 애써 구해봤자 채란율과 수정률, 부화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자연산 성어를 잡아 파는 어부들이 잡을 때 혹은 보관할 때 허술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아 물고기 상태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화철에 한탕하려는 상술까지 끼어들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양식산을 마치 자연산인 것처럼 탈바꿈시켜 파는 파렴치한까지 있으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돈만 쓰고 정작 채란은 실패하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돈만 버리는 게 아니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기에 시간 낭비는 물론 밤새워 산란촉진제를 주사하고 온도를 맞춰주는 노력까지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한 양식업자는 얼마 전 어느 중간상으로부터 상태가 좋은 자연산 친어가 많다고 연락이 왔기에 허겁지겁 달려가 전량 구입해다 산란촉진제 주사 놓고 시간 맞춰 알을 짜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는데 단 1개도 부화가 안돼 수백만원만 날렸다고 분개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식사도 걸러가며 밤새워 헛수고 한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린단다. 구입하기 전 물건을 잘 살펴보지 그랬냐고 했더니 "자연산을 그물로 잡은 것처럼 온몸에 그물자국을 내고 지느러미까지 잘라내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넋두리다.
그러나 그를 포함해 지금까지 억울하게 당한 많은 업자들이 쉬쉬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기업자들이 소위 떴다방처럼 움직이고 있어 문제삼아 봤자 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제 그런 쓰라린 애환이 '어제의 일'처럼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충북도내수면연구소가 최근 양식산 동자개 성어를 이용해 치어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4년생 이상의 성어로 자연산 못지 않은 높은 수정률과 부화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꿈의 어종이 실제 대박의 어종이 될 날이 앞당겨진 셈이다.
아무쪼록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자연산 동자개의 남획을 막고 나아가 어민들도 안정적으로 치어를 생산해 소득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친어를 잘못 구입해 가슴에 한이 맺히는 억울한 양식업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