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의 본향' 미호천 수질 악화…부영양화 심각
-----<20> 미호종개의 서식환경(5)

 

일반적으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탁한 물 혹은 더러운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돼 있다.

 

이를 대변하듯 수년 전 어느 생태교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쌀미꾸리나 수수미꾸리,종개류들은 대부분 맑은 물 혹은 깨끗한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현지주민들 한테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지주민들은 대부분 쌀미꾸리와 수수미꾸리, 종개류를 싸잡아 '기름챙이', '지름챙이' 등으로 부르며 맑은 물과 연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가운데 '종개'라는 이름이 붙은 종은 모두 12종이다. 종개과의 대륙종개와 종개, 미꾸리과의 참종개,부안종개,미호종개,왕종개,남방종개,동방종개(이상 참종개속),기름종개,점줄종개,줄종개,북방종개(이상 기름종개속)가 그들이다.


이번 미호종개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현지 주민들 대다수가 '종개'라는 이름을 모르고 있으며 그 대신 기름고기,기름미꾸라지,기름창이,기름챙이,지름챙이,양수래미,양수라미,양수라지,챙그래미 등으로 통칭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 물고기는 비교적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현지 주민들은 이들 물고기가 점차 사라지는 원인을 각 하천의 수질 악화로 들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향인 미호천 주변마을 주민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미호천 팔결교 주변에서 70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취재팀이 제시하는 사진을 통해 미호종개를 정확히 분별할 줄 아는 한 주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미호천에 지천하게 사는 것이 미호종개였다. 장마철 큰 물이 지나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개울 모래톱 주변에 수없이 모여들던 물고기가 바로 지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하지만 80~90년대 이후 개울 물이 오염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 없을 만큼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곳이 미호종개의 본적지?"
미호천은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타입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 중 가장 악화된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현재 모습./자연닷컴

 

■하천의 부영양화 문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과 관련해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박사팀이 이번에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 하면 현지 주민들의 증언은 미호종개의 습성은 물론 서식처의 수질 특성, 나아가 개체수 감소요인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이 수질분석 자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영양화란 강과 호수 등의 수역에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돼 물 속의 인, 질소 등의 영양분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플랑크톤이 과다하게 번식해 용존산소 소모, 투명도 저하, 악취발생, 물고기 폐사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영양화는 하천에 낙엽,고사목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자연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영양 물질의 유입량이 증가할 경우 이로 인해 영양소 순환 속도가 가속화 돼 조류 및 수생 식물의 광합성량이 이상적으로 늘어나 결국 유기물 총량이 급증하는 인위적 부영양화를 일컫는다.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영양염류의 대표적인 것이 인과 질소로서 주로 인산염,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 등의 농도 측정을 통해 그 정도를 분석한다.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물 색깔이 녹색이나 갈색으로 변해 물의 투명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pH, DO(용존산소량), 클로로필a 농도 등 각종 수질지표에 큰 영향을 미쳐 결국은 물고기와 같은 수생생물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미호종개의 생태와 관련해서는 삶의 바탕이 되는 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하천바닥을 부식저질로 변화시키며, 또한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과 저서생물의 종 조성에 큰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개체수 감소를 불러오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질분석 결과
방인철 박사팀이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현존 최대 집단 서식처로 밝혀진 진천 백곡천의 경우 BOD 0.7~2.2㎎/L, COD 0.8~3.4㎎/L, 총질소(T-N) 1.649~2.856 ㎎/L, 총인(T-P) 0.014~0.075㎎/L, 부유물질(SS) 0.6~11.6㎎/L 로 분석된 반면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이자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BOD 0.6~3.2㎎/L, COD 4.1~7.3㎎/L, T-N 2.128~7.760㎎/L, T-P 0.096~0.240㎎/L, SS 4.2~34.2㎎/L 로 나타나 미호천의 수질이 크게 오염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인산염,암모니아성 질소,질산성 질소,아질산성 질소 등 4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 백곡천의 경우 각각 0.036㎎/L, 0.025㎎/L, 1.950㎎/L, 0.066㎎/L로 나타났고 미호천은 0.053㎎/L, 0.018㎎/L, 2.921㎎/L, 0.093㎎/L로, 갑천은 0.042㎎/L, 0.021㎎/L, 2.642㎎/L, 0.081㎎/L로, 지천은 0.030㎎/L, 0.025㎎/L, 1.624㎎/L, 0.065㎎/L로 조사됐다.


4개 부영양화 요소 중 질산성 질소 성분이 각 하천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는 등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호천과 갑천이 특히 높은 수치를 보여 인근 도시 및 공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두 하천의 인산염 수치도 다른 하천에 비해 높게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방인철박사는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의 수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특히 부영양화 진행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각 요소별 분석결과 미호천이 인산염과 질산성 질소 수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다른 하천 보다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방박사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미호천에서 미호종개가 절멸위기에 처한 원인은 수질오염, 하상구조의 변화, 어식성 어류 증가 등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수질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자연닷컴

■'한국의 민물고기'로 탄생

 

미호종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84년도의 일이다.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요, 손박사가 5㎜×5㎜짜리 촘촘한 족대로 미호천 모래바닥을 훑어 미호종개의 단서가 된 시료를 처음으로 채집한 지 1년여, 김박사와 신종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조사를 실시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학회에 논문이 접수된 1983년 11월 12일 기준)

 

미호천을 젖줄로 살아온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알려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그래서 손박사도 1982년 채집당시 참종개로 분류했음)가 이를 계기로 당당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5월 금강 지류인 미호천(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Cobitis속 어류 1종을 발견하여 이를 신종 Cobitis choii라 기록하고, 한국명으로는 미호종개로 제창한다.

 

본 신종은 미호천에서 함께 출현하는 참종개 또는 점줄종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몸 측면의 반문이 둥글고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있는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에는 거치(鋸齒: 톱니)가 있으며 비늘의 크기는 아주 작고 꼬리쪽의 미병부가 가늘게 되어 있는 등 그 모양이 그동안 알려진 Cobitis속의 여러 종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사진1>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논문

 

<사진2>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의 특징

 

 <그림설명> 미호종개는 신종 발표 당시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으로 분류됐으나 10년 후 루마니아의 낼반트박사에 의해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으로 전입됐다.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은 그림에서와 같이 몸 옆면의 무늬(반문)와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형태가 현저히 다르다.<그림=김익수박사 제공>

 

'코비티스 초이'에서 '익수키미아 초이'

 

두 학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미호종개는 훗날 학명이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국내 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종 발표 당시 미꾸리과 어류 중에서 기름종개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Cobitis란 속명(屬名)과 choii란 종소명(種小名)이 붙여져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기재 발표됐던 학명이 신종 발표후 10년 만인 1993년에 이르러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변경된 것이다.

 

학명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의 테오도르 낼반트(Theodor Nalbant) 박사로, 그는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신설하면서 김박사와 손박사가 기재 발표한 미호종개 'Cobitis choii'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낼반트박사가 Cobitis속을 대체할 새로운 속명을 지으면서 'Iksookimia'란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Iksookim(익수김)'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김익수박사의 공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까지 김익수박사가 관여해 신종으로 직접 발표했거나 영향을 끼친 5종의 어류(당시에는 Cobitis속이었던 종들)를 묶어 새로운 속으로 설정하면서 김박사의 업적을 기려 속명을 Iksookimia로 한 것이다.

 

낼반트박사가 Iksookimia속에 포함시킨 5종은 김박사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신종 발표한 참종개(75년) 왕종개(공동 명명자 최기철, 76년) 미호종개(공동 명명자 손영목, 84년) 부안종개(공동 명명자 이완옥, 87년) 등 4종과 낼반트박사 자신의 이름으로 신종 발표한 남방종개 등이다.

 

오늘날 Iksookimia속의 국내산 민물고기는 총 6종인데 이는 김박사가 1993년 이후 신종 발표한 동방종개(공동 명명자 박종영, 97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산 민물고기로는 러시아 아무르강의 엘라부가에서 채집된 lebedevi와 몽골 Kherlin강에서 채집된 lebedevi가 최근 Iksookimia속에 포함된 사례가 있다.(1999년 Nalbant, 2004년 Kottelat)  

 

■의의

 

낼반트박사가 1993년 Cobitis속 어류의 일부를 떼어내 Iksookimia속으로 전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직접 명명한 남방종개와 김익수박사가 신종 발표한 4종의 어류 사이에서 새로운 속을 만들 만큼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 데 있다.

 

그는 그 공통점으로 첫째, 이들 어류의 몸 옆면 반문이 Cobitis속의 특징인 감베타(Gambetta) 반문과 다르게 나타나고 둘째,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두번째 기조 말단이 매우 뾰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3> 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몸에 나있는 무늬와 반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자연닷컴 

 

 

 

 

 

 <사진4> 꼬리자루(미병부)의 차이

미호종개(위)는 가늘고 긴 미병부를 갖고 있는 반면 참종개의 꼬리자루는 그보다 굵은 느낌을 준다./자연닷컴

 

결국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국내 학자, 특히 김익수박사의 업적과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어류속(屬)을 신설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훗날 Iksookimia속에 전입된 국내산 미꾸리과 어종들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익수박사의 '분류학적 혜안'이 국제학계로부터 공인된 셈인 것이다.

 

아울러 낼반트박사의 Iksookimia속 신설로 인해 학명이 'Cobitis choii Kim and Son'에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뀐 미호종개는 이로써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학명'을 갖게 됐다. (학명이 Iksookimia choii로 바뀌면서 최초 명명자가 괄호로 표기된 것은 최근에 다른 명명자가 있음을 밝히는 국제학계의 관례에 따른 것임)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1872년 서양학자 헤르첸슈타인(Herzenstein)이 '돌고기'란 우리나라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붙여 국제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산 민물고기가 외국에 알려진 지 120여 년 만에 이뤄진 국내 학자들의 쾌거 아닌가.

 

헤르첸슈타인 보다도 30여년 앞서 돌고기를 <전어지>에 소개하고도 학명 하나 붙이지 못했던 '서유구'의 한과 당시 우리나라의 학문적 후진성을 반감시켜 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글 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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