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백곡저수지 미호종개, 어항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중 학술적 이력이 가장 독특한 종은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다. 1982년 당시 서원대교수이던 손영목박사가 미호천에서 첫 채집해 1984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이 물고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금강 수계에만 사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또한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 전체 민물고기 200여종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을 이루는 속명, 종소명, 명명자 모두가 국내 학자로만 만들어진 기념비 같은 어류이다.

 속명(Iksookimia)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을 따서, 종소명(choii)은 김박사와 손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성(崔)을 따서 붙였다.  지금의 정식 학명인「Iksookimia choii (Kim and Son)」에서, 최초 명명자를 뜻하는 괄호안의 Kim and Son은 신종발표자인 김박사와 손박사를 뜻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학명을 공식화 한 이는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다. 기름종개속(屬)의 권위자인 Nalbant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발표당시 종명은 Cobitis choii)를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과 함께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미호종개로 인해 미호종개속이란 하나의 분류체계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미호종개를 한국의 자존심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하지만 미호종개는 외롭고 가련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구상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일부수역에만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태생적으로 외롭고 생태적으로도 밀려나 살고 있다는 뜻이다.

 미호종개 서식지는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약 20개 지점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조사에서는

겨우 6곳(인공복원지 제외)밖에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개체수마저 급속히 줄고 있다. 국내 최대 서식지인 진천 백곡저수지의 상류부만이 약 1만 마리가량 살고 있을 뿐 다른 서식지에서는 겨우 서식사실만 확인될 정도로 극소수가 살고 있다. 학자들은 현존 개체수가 불과 2만 마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호종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백곡저수지 둑높임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강행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내용이야 어쨌든 공사 진행 자체가 미호종개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상황에 따라선 '그나마 밀려나 가까스로 살아오던 최후 보루'마저 잃을 판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한 동물의 집단 서식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군다나 백곡저수지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의 경우 기존에 알려졌던 서식지와는 환경이 판이하다. 미호종개는 대부분 유속이 완만하고 모래가 깔린 하천의 얕은 여울에 서식하는데 백곡저수지에서는 상류의 하천 유입부 한 곳에 집중해 살고 있다. 유입수량과 수질, 저수위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사후 5년간 현수위를 유지한 뒤 매년 30㎝씩 수위를 높인다고는 하나 지금과 같은 서식환경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대체 서식지란 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며 사업추진을 위한 면죄부용일 뿐이다. 자연상태의 물고기 서식지는 결코 어항이 아니다. 인위적 공간을 만들어 미호종개를 살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백곡천과 백곡저수지가 어항이 아니듯 미호종개 역시 어항속 물고기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그들이 왜 전례없이 백곡저수지 상류에 몰려 살게 됐는지, 그 가련한 원인부터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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