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학명 Hypsipetes amaurotis, 영명 Brown-eared Bulbul)가 폭설이 내리는 중에도 홍시감을 파먹는 장면을 소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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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seQe4zBc-KI

첫눈과 마지막눈

 

강원 산간지역에 때 아닌 눈폭탄이 쏟아졌다. 11월 마지막 날부터 3일까지 무려 나흘간 폭설이 이어졌다. 적설량이 많은 곳은 1미터 가까이 기록했고 적은 곳도 30센티미터를 넘었다. 웬만한 고개와 산봉우리들은 말 그대로 눈천지가 돼 버렸다.
절기상으로 소설이 지나 내일이 대설이라고는 하나 이제 막 초겨울 문턱을 넘어섰는데, 눈폭탄이 쏟아지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몇몇 나무들은 여전히 빛이 덜 바랜 나뭇잎을 붙들고 있고 굼뜬 벌과 나비 또한 한낮이면 더러 모습을 드러내는, 아직은 폭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계절 아닌가. 가뜩이나 올핸 기온마저 푹해 다람쥐, 오소리 등 많은 동물들이 겨울잠에 들지 않고 여기저기 방황하는 어정쩡한 시기다. 해서 언론들마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떤 매체는 늦가을이라고 표현하고 어떤 매체는 초겨울이라고 부르는 등 헷갈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느닷없이 눈폭탄이 떨어졌으니 놀랄 수밖에. 나무들은 나무들대로 물기 머금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마다 축축 늘어뜨리고 있고 산속에서 활동하던 동물들은 졸지에 눈더미를 뒤집어쓴 채 오도가도 못하게 됐으니 그 시련이 오죽 하겠는가. 지역주민들 역시 뜬금없이 내린 눈에 얼마나 놀라고 피해가 컸겠는가.
이번 폭설이 더욱더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은 그 지역에 내린 '첫눈'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인근 지역에 눈발이 날리긴 했어도 '눈다운 눈'은 이번이 처음이었단다. 그러니 제 아무리 폭설이 잦은 다설지역이라 하더라도 첫 번째 내린 눈이 수십센티미터를 넘어서 1미터 가까이 쌓였다는 것은 재앙과 다름없는 이변이다.
첫눈은 의미가 있다. 옛 사람들은 첫눈이 내린 시기와 양, 당시 기온을 가지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매년 소설 절기를 즈음해 기온이 내려가고 첫눈도 내리기에 소설 절기가 되면 으레 날씨가 추워지고 눈도 적당히 내려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날씨는 푹하고 눈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첫눈은 낭만과 추억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첫눈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떠지고 옛일이 떠오른다. 어느 시인이 "첫눈이 오는 이유는 모두가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첫눈이 오는 날짜에 맞춰 약속하고는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연인들도 많다. 요즘엔 첫눈 오는 날을 맞추는 이벤트도 성행하고 있다.
강원 산간지역에 폭설이 쏟아질 때 다른 지역엔 비가 내렸다. 겨울비 치고는 역시 깨나 많은 양이었다. 충청지역의 경우 괴산 등 일부에서는 겨울장마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때 아닌 폭우가 쏟아졌다. 비 대신 눈으로 쏟아졌다면 수십센티미터는 족히 쌓였을 양이다. 불행중 다행이다. 하지만 땅덩어리는 좁은 나라에서 한 쪽은 폭설이, 또 한 쪽은 폭우가, 그것도 초겨울 초입에서 마구 쏟아지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린 지난 2004년 3월 4~7일 내린 대폭설을 기억하고 있다. 모두가 봄기운에 들떠있을 때 뜬금없이 쏟아져 역대 기상 관측기록을 경신하면서 곳곳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그 끔찍했던 눈폭탄. 그 폭설은 다름 아닌 그 해 '마지막눈'이었다.
첫눈도 마음 놓을 수 없고 마지막눈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한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날씨가 걸핏하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극에서 극을 왔다갔다 해대니 눈과 비인들 그 어찌 예측 가능하게끔 내리겠는가.
날씨 현상의 예측불허 시대. 이번 강원 산간지역의 '첫눈 폭설'로 인해 더욱더 분명해진 이 시대의 현실이자 우리 앞에 이미 다가와 있는 소름끼치는 자연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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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새해 날씨가 몽땅 뿔났다!

 

새해 날씨가 뿔났다.

마치 새해업무가 시작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기록적인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절기상 대한이 놀러와 얼어죽는다는 소한절기라 그런지 아주 본때를 보이고 있다. 단단히 혼쭐난 사람들은 아예 날씨가 미쳤다고까지 한다.


더욱 심각한 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새해 날씨가 몽땅 뿔났다는 점이다. 동유럽 폴란드에선 폭설로 강물이 불어나 둑이 터지고 마을이 고립되는 등 한겨울 홍수로 수십명이 숨졌다. 또 좀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영국에선 30년만에 찾아온 한파와 잇딴 폭설로 온 나라가 얼어붙은 것을 비롯해 독일,스위스,네덜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국가가 최악의 겨울날씨에 몸서리 치고 있다. 얼마나 추우면 유로스타가 두 번이나 멈췄을까.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강추위와 폭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동부의 버몬트주 벌링턴에는 80cm나 되는 폭설이 쏟아졌다. 중국은 더 하다. 베이징에는 59년만의 폭설과 한파가 들이닥쳤고 북부지역 내몽골에는 무려 3m가 넘는 눈벼락으로 달리던 열차가 멈춰섰다.

더운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월달 낮기온이 섭씨 25도를 오르내리는 인도에서는 새해 들어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면서 기온이 급강하 해 최소 100명이 얼어 죽었으며 이웃나라 방글라데시 역시 갑작스런 한파로 수십명이 동사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100여년만의 폭설을 기록한 서울 등 중부지역을 포함해 거의 모든 지역이 말 그대로 소리없는 눈폭탄에 치를 떨었다. 엄청난 적설량도 그렇거니와 짧은 시간에 쏟아진 눈보라는 도로마다 수백,수천톤씩 뿌려진 제설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며 시무식에 갈 길 바빴던 직장인들의 발길을 송두리째 마비시켰다.

웬만큼만 내렸어도 정초 서설(瑞雪)이니 복눈이니 해가며 반겼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럴 겨를도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너댓 시간을 걸어 고속도로를 탈출한 사람들을 두고, 졸지에 주저앉은 축사와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농민들을 두고 그 어찌 서설타령을 할 수 있었겠는가. 또 혹한에 식수난까지 겪는 사람들은 어떻고.

기온도 말이 아니다. 영하 10도는 보통이요 걸핏하면 -20~30도까지 내려가니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아침에 쇠로 된 물건을 만지면 손이 쩍쩍 달라붙고 냇가 얼음판에선 찌렁찌렁 우는 소리가 난다. 얼다 못해 갈라지는 소리다. 방문틈새로는 상막한 황소바람이 기어들고 바깥바람은 면도날처럼 쭈뼛하다.


겨울은 춥고 눈이 와야 제격이라고는 하지만 올핸 너무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철만 되면 으레 이상난동이 찾아와 오히려 푹한 날씨를 걱정케 하더니만 올겨울엔 이상하리만큼 춥고 눈도 잦다.

왜 이럴까.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극지방의 찬 공기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 즉 폴라캡(Polar cap)이 변형됐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동서로 흐르며 찬공기를 차단하던 폴라캡이 엘니뇨의 교란에 의해 약화되면서 유럽처럼 북풍이 심한 곳에선 찬공기를 더욱 부추겨 대륙을 얼어붙게 만들고, 동아시아처럼 남·북풍이 함께 발달하는 곳에선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공기와 만나 폭설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현상이요 심각한 얘기다.

아무쪼록 작금에 일고 있는 전 지구촌의 기상이변이 부디 그 이상의 의미(예를 들어 세기말적 현상같은)를 띠지 않았으면 한다. 기우는 기우를 낳는다고 말 많은 '2012년'이 바로 코앞이기에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어쨋거나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절감케 하는 새해벽두다.

앉아서 ‘폭설’이 오기만 기다릴 것인가

 
 구름은 참 묘하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변화무쌍한 성질도 그러려니와 계절에 따라 비와 눈,우박까지 내린다.
   그래서 궁금하다.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조화가 일어나기에 형체도 천태만상이요 색깔도 그리 오묘하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이치로 하늘이 무너질 듯 잔뜩 구름만 꼈다가도 비 한 방울 뿌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며, 그와 반대로 구름은 변변찮은데 갑자기 폭우와 폭설, 우박까지 내린단 말인가.
 답은 의외다. 해답의 열쇠가 구름입자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름입자가 매우 작은 까닭에 그같은 신기한 기상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름은 대기중의 수증기가 변한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이들 입자는 매우 작아 반지름이 고작 10마이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낙하 속도 또한 1초에 1cm 정도로 극히 느리다. 그러니 내려오는 도중에 또다시 증발하거나 기류에 실려 상승 혹은 이동하면서 신출귀몰한 형체와 색깔을 띠는 것이다. 구름이 꼈다고 반드시 비가 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비나 눈으로 내려오기 위해선 입자가 훨씬 커져야만 한다. 학자들은 구름입자가 지상으로 떨어지려면 최소한 반지름이 1000마이크로미터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반지름이 구름입자보다 100배는 더 커져야 비로소 빗방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면적인 계산일 뿐 구름입자와 빗방울이 둥글다는 가정 아래 부피로 계산하면 비 입자는 구름 입자보다 무려 100만배나 크다. 이는 곧 구름입자 100만개가 합쳐져야 겨우 하나의 빗방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것도 빗방울의 일반적인 크기인 직경 1mm의 비가 내릴 때의 일이고, 그보다 훨씬 큰 빗방울이 내릴 땐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서 관측된 가장 큰 빗방울은 직경 8mm짜리다. 일반비보다 직경이 8배나 크니 부피로 치면 가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구름입자가 모여야 그런 빗방울 하나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가 무심코 맞는 비이지만 빗방울 하나가 최소 100만개 이상의 구름입자가 모인 기적의 결정체란 것을 생각하면 그 자체가 경이롭다.
 눈은 구름속의 얼음 알갱이가 점차 커져 녹지않고 내린 결정체다. 우박 또한 비슷한 원리로 내리지만 흔히 먹구름으로 불리는 적란운이 낄 때 쏟아진다.
 

   새삼 뜬구름 잡듯 구름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 작디작은 구름입자의 조화에 의해 우리 인간사의 희비가 너무나도 엇갈리고 있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린 거의 잊고 있지만 ‘오랜 가뭄’이란 기상이변을 맞고 있다. 지난 봄부터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으로 대지와 하천, 지하수마저 메말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철에도, 태풍철에도 매번 비답지 않은 비만 내려 장마 걱정, 물난리 걱정 대신 되레 용수난 해결하느라 가슴 졸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늦가을 이후 비소식, 눈소식이 잦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감질나는 새끼비와 여우눈 뿐이다.
 농촌에선 지금 당장도 걱정이지만 내년 봄을 더 걱정하고 있다. 하천마다 저수지마다 바닥을 드러낸 채 갈수기인 겨울철을 맞았으니 그 어찌 내년 봄 농사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땅을 파 봐도 1m 이상이 먼지가 날 정도로 메말라 있다.
 

   또다시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가뜩이나 죽을 판인데 하늘마저 무심하니 절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숯검댕이 농심’이 미세한 구름입자들의 짖궂은 조화로 아예 뭉그러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고 ‘큰물’이 쏟아지기만 기다릴 것인가. 그래봤자 ‘폭설’을 기다리는 격이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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