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폭설’이 오기만 기다릴 것인가
구름은 참 묘하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변화무쌍한 성질도 그러려니와 계절에 따라 비와 눈,우박까지 내린다.
그래서 궁금하다.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조화가 일어나기에 형체도 천태만상이요 색깔도 그리 오묘하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이치로 하늘이 무너질 듯 잔뜩 구름만 꼈다가도 비 한 방울 뿌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며, 그와 반대로 구름은 변변찮은데 갑자기 폭우와 폭설, 우박까지 내린단 말인가.
답은 의외다. 해답의 열쇠가 구름입자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름입자가 매우 작은 까닭에 그같은 신기한 기상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름은 대기중의 수증기가 변한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이들 입자는 매우 작아 반지름이 고작 10마이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낙하 속도 또한 1초에 1cm 정도로 극히 느리다. 그러니 내려오는 도중에 또다시 증발하거나 기류에 실려 상승 혹은 이동하면서 신출귀몰한 형체와 색깔을 띠는 것이다. 구름이 꼈다고 반드시 비가 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비나 눈으로 내려오기 위해선 입자가 훨씬 커져야만 한다. 학자들은 구름입자가 지상으로 떨어지려면 최소한 반지름이 1000마이크로미터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반지름이 구름입자보다 100배는 더 커져야 비로소 빗방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면적인 계산일 뿐 구름입자와 빗방울이 둥글다는 가정 아래 부피로 계산하면 비 입자는 구름 입자보다 무려 100만배나 크다. 이는 곧 구름입자 100만개가 합쳐져야 겨우 하나의 빗방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것도 빗방울의 일반적인 크기인 직경 1mm의 비가 내릴 때의 일이고, 그보다 훨씬 큰 빗방울이 내릴 땐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서 관측된 가장 큰 빗방울은 직경 8mm짜리다. 일반비보다 직경이 8배나 크니 부피로 치면 가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구름입자가 모여야 그런 빗방울 하나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가 무심코 맞는 비이지만 빗방울 하나가 최소 100만개 이상의 구름입자가 모인 기적의 결정체란 것을 생각하면 그 자체가 경이롭다.
눈은 구름속의 얼음 알갱이가 점차 커져 녹지않고 내린 결정체다. 우박 또한 비슷한 원리로 내리지만 흔히 먹구름으로 불리는 적란운이 낄 때 쏟아진다.
새삼 뜬구름 잡듯 구름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 작디작은 구름입자의 조화에 의해 우리 인간사의 희비가 너무나도 엇갈리고 있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린 거의 잊고 있지만 ‘오랜 가뭄’이란 기상이변을 맞고 있다. 지난 봄부터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으로 대지와 하천, 지하수마저 메말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철에도, 태풍철에도 매번 비답지 않은 비만 내려 장마 걱정, 물난리 걱정 대신 되레 용수난 해결하느라 가슴 졸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늦가을 이후 비소식, 눈소식이 잦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감질나는 새끼비와 여우눈 뿐이다.
농촌에선 지금 당장도 걱정이지만 내년 봄을 더 걱정하고 있다. 하천마다 저수지마다 바닥을 드러낸 채 갈수기인 겨울철을 맞았으니 그 어찌 내년 봄 농사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땅을 파 봐도 1m 이상이 먼지가 날 정도로 메말라 있다.
또다시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가뜩이나 죽을 판인데 하늘마저 무심하니 절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숯검댕이 농심’이 미세한 구름입자들의 짖궂은 조화로 아예 뭉그러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고 ‘큰물’이 쏟아지기만 기다릴 것인가. 그래봤자 ‘폭설’을 기다리는 격이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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