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에 동물들의 행태적 특성을 빗대어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거북이가 길을 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자신보다 걸음이 느린 달팽이가 땀을 흘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측은한 생각에 어딜 가느냐고 물었더니 마침 방향이 같아 등에 태우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또 다시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엔 굼벵이가 힘겨운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비비적거리며 굼뜬 걸음을 하는 모습이 하도 애처로워 달팽이 뒤쪽에 타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거북이 등에 타고 있던 달팽이가 굼벵이에게 하는 말이 "야 꼭 붙들어. X나게 빨라"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거북이는 내심 어깨가 우쭐해져 더욱 빠른 속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달팽이와 굼벵이는 난생처음 빠른 속도로 길을 가는 것이어서 마음속으론 겁이 났지만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냐며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일행은 어느 교차로를 지나다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거북이는 물론 앞에 타고 있던 달팽이 마저 혼절하고 뒤에 탔던 굼벵이만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교통경찰인 토끼가 달려와 맥없이 앉아있는 굼벵이에게 사고경위를 물으니 굼벵이 왈,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우스갯소리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곧 '만용은 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자연계의 질서요 진리다.

 

선천적으로 자신보다 느린 달팽이의 장난 기 어린 칭찬에 거북이가 조금만 덜 우쭐해 했어도 교통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X나게 빨라"라는 말 한 마디에 거북이는 자신이 거북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만용을 부려 결국 화를 당하게 됐다.

우리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엄연히 지켜야할 질서가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된다.

 

자신도 초보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 차의 초보운전이란 표식만 보면 금방 우쭐해져 크렉숀을 울리고 난폭 운전을 일삼아 초보자를 십년 감수케 하는 운전자들 또한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굼벵이의 마지막 말은 이렇게 이어질 것이다.

 

"X나게 우쭐거리다 사고 나면 안 아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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