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류권서 하늘다람쥐 서식처 다수 발견 사향노루,산양, 담비 서식 가능성 높아 ------------------------------------------------ 달래강을 대표하는 포유류는 단연 수달(Lutra lutra)과 하늘다람쥐(Pteromys volans aluco)이다.
이번 취재 결과 수달(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천연기념물 330호)은 지류를 포함한 달래강 수계 내 거의 모든 수역에 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 달래강이야말로 전국의 대표적인 ‘수달 천국’임이 밝혀졌다.
이는 달래강의 이명이 한 때 ‘수달이 많이 사는 수달내, 즉 獺川(달천, 조선시대 동국여지승람)’으로 불렸던 옛 명성을 재입증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와 함께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을 중심으로 한 달래강 중류수역이 하늘다람쥐(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 천연기념물 328호)의 집중 서식지임을 최초로 밝혀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일자 보도>
■대부분 수역서 수달 서식 확인
달래강은 포유류만을 놓고 볼 때 한 마디로 ‘수달의 강’이라 할 수 있다. 본류의 경우 최상류의 속리산 사내저수지 부근부터 하류권인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앞 상수원보호구역까지, 다시 말해 3백리 물길중 최하류권의 극히 일부 수역(충주시 단월동 유주막~탄금대 합수지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역서 수달이 서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류에서도 수달이 살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기획 취재가 본격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달래강 전 수역을 대상으로 탐문조사 및 현장취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달래강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수달을 야간촬영했다./자연닷컴
취재팀은 특히 취재기간 동안 연인원 20명의 현지 어부들을 준전문가 자격으로 초빙, 동행 취재한 결과 본류에서는 중상류권인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일대부터 중류권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괴산댐 직하부에 이르는 구간에 수달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류에서는 사담계곡을 지나는 신월천과 화양구곡의 화양천, 쌍곡구곡의 쌍천 수역에서 비교적 많은 흔적과 실물이 목격됐으며 흑천,감천,구룡천,압항천,대전천,흑석천,동진천 등 기타 대부분 지류의 하류를 중심으로 수달 서식 흔적이 다량 발견됐다.
이번 취재에 초빙된 어부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20년 이상 어업에 종사하면서 수달을 항시 목격 혹은 관찰해 온 사람들로서 서식처(둥지)나 휴식처, 놀이터, 먹이터는 물론 배설물과 발자국 등 흔적까지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괴산군 청천면 관내의 이진의씨는 “어릴 적부터 수없이 많은 수달을 봐왔기 때문에 웬만한 생태는 알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다시 숫자가 크게 늘어 평상시에도 거의 매일 목격되는 편이나 특히 물고기 그물을 칠 때 2~3 마리씩 나타나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교묘히 따먹는 일이 많다”고 증언했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정대수씨는 “괴산호 수역의 경우 한꺼번에 8마리가 나타나 헤엄치는 게 목격될 만큼 타 수역에 비해 많은 개체가 산다”며 “댐 바로 아래 수역에도 상당수의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물고기가 많이 몰리는 수역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행취재에 나섰던 이들 현지어부들은 달래강 전 수계를 통틀어 최소한 100마리 이상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보다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주요 서식구간과 정확한 서식 개체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달은 우리나라의 국가지정 보호동물인 동시에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세계야생동물기금(WWF) 같은 세계적 기구에서도 종 보호를 위해 국가간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특별한 동물로서 특히 IUCN의 국제보고서에는 ‘인위적 방해와 오염이 없는 깨끗한 수역에 사는 종으로서 수생태계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전제한 후 ‘만일 지구환경이 오염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첫 번째 종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달래강 수계에 이처럼 진귀하고 희귀한 수달이 비교적 많이 서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수계의 하천생태 건강도가 양호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귀중한 척도로서 이번 취재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중류권에 하늘다람쥐도 집중 서식
이번 취재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큰 성과는 중류권인 괴산군 청천면 일대와 괴산호 주변서 역시 국가지정 보호동물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처를 다수 발견했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달래강 유역서 찾아낸 하늘다람쥐 서식처는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와 화양리(화양구곡) 주변의 숲, 괴산호 인근인 칠성면 사은리 천장봉과 군자산 자락 등으로 둥지를 포함한 미소(微小) 서식처는 모두 6곳이 발견됐다. 특히 괴산호와 인접한 천장봉에서는 3개의 서식처가 발견돼 이곳의 숲 생태건강도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나무류와 소나무, 잣나무 등이 섞인 혼성림에서 주로 발견된 이들 하늘다람쥐는 적게는 1쌍이, 많게는 3~4마리가 소집단을 이뤄 딱따구리의 빈둥지같은 나무 구멍에 주로 보금자리를 틀고 활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달래강 중류인 괴산호와 괴산 청천면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가 집중 발견됨으로써 이 지역의 숲생태 건강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괴산호 인근 천장봉 서식처에서 머리를 내밀고 바깥을 살피고 있는 한 쌍의 하늘다람쥐 모습./자연닷컴
달래강 유역서 희귀종 하늘다람쥐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최상류권인 속리산 오리숲 주변서 어미와 새끼 등 3마리가 첫 발견된 이후 2번째이나 중류권, 특히 국립공원 바깥지역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희귀동물 권위자인 한성용 박사(포유류)는 “달래강 중류지역에서 하늘다람쥐가 집중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 일대 숲이 매우 건강하다는 청신호”라며 “따라서 달래강 생태계를 특징 지을 만한 귀중한 유전자원인 만큼 전문적인 조사와 함께 보호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다람쥐는 포유류로는 보기 드문 한국특산아종으로서 이북을 제외한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매우 희귀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산양·사향노루·담비 서식정황 포착
이번 취재에서는 또 괴산호 인근 천장봉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인 삵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편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이자 천연기념물 216호인 사향노루와 217호인 산양,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인 담비를 실제 목격했다는 주민 증언을 확보하는 등 서식정황을 포착하고 현재 사진촬영 등 실물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산양과 사향노루가 주민에 의해 목격된 곳은 백두대간과 이어진 군자산 능선이어서 서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도 보고 있다.
괴산호 인근 천장봉에서 올해초(2008년 초) 덫에 걸려 희생된 삵을 주민이 발견, 촬영한 모습./자연닷컴
용추골 내 용추폭포 하얀 물줄기 절경 이뤄 가무내 명칭 금송아지(金牛) 전설에서 유래 ----------------------------------------------------------
절경 이룬 용추폭포 용추골 안에 있는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함께 지금도 바위 주변에 용발자국이 남아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위 위에서 떨어진 옥수(玉水)가 2단으로 펼쳐지며 절경을 이룬다.
장마전선이 물러가니 하늘빛도 산천빛도 다 새롭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무섭게 요동치던 강물도 2~3일 지나니 언제 그랬냐며 수줍은 몸짓이다.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장대비에 잠시 날갯짓을 사리던 물잠자리도 더욱 말쑥해진 차림이고 비가 그치면서 훨씬 높아보이는 푸른 창공엔 황조롱이 새끼가 비행술을 익히느라 이리저리 어지럽다.
괴산군 청천면 신도원에서 도원을 비껴 현천다리(도원교)에 도착한 강물은 또 한번 ‘가무내’란 명칭으로 이름갈이를 한다. 가무내는 말 그대로 ‘검은 내(현천·玄川)’란 뜻인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강바닥에 검은 바위와 돌이 많이 깔려있고 도원교 바로 아래엔 수심 깊은 소가 있어 항상 강물이 검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하지만 이는 현대적인 해석일 뿐 그 어원은 다른 데 있다.
괴산 청천지역 향토사학자인 김사진씨(60ㆍ전 괴산군 의원)에 의하면 예전에 이곳 물가서 금송아지가 나온 이래 쇠 금(金)과 소 우(牛) 자를 써서 ‘금우내’로 부른 것이 차츰 감우내→가무내로 변했다가 한자 지명으로 바뀌면서 현천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가무내란 이름은 현 도원교가 세워진 부근(화양2리)의 지명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한 달래강의 또다른 이름으로도 불러진다.
금송아지(金牛) 전설을 안고 흐르는 가무내의 봄풍경.
어쨋거나 유난히 검게 보이는 하천바닥을 급한 물살로 지나친 가무내(달래강)는 현천다리 바로 아래서 커다란 소를 이루며 까불까불 다시 한번 몸을 추스린 뒤 이내 화양1리 청소년수련원 뒤편으로 흘러 지류인 화양천과 몸을 섞는다.
화양천은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경북 도계(백두대간 마루금)서 발원해 송면에서 선유동쪽의 관평천과 만나 화양계곡을 거쳐 흘러드는 지류를 말하는데 비가 온 뒤끝이라 수량도 많고 물빛도 유리알 같은 게 본류인 가무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달래강 지류는 추후 별도로 보도 예정)
화양천을 만나면서 더욱 힘이 솟구친 가무내는 그야말로 바위 투성이인 마당바위 구간을 통과하면서 온갖 번뇌 다 토해낼 것 같은 하얀 몸부림을 친다.
달래강 전 구간이 암반으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상에 돌과 바위가 많이 깔려있지만, 이 구간은 특히 커다랗고 시커먼 바위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색다른 경관을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백로담 직전의 마당바위 부근이 가장 빼어나다.
이 구간은 또 절경도 절경이지만 ‘달래강의 숨결’ 취재팀이 수 개월째 추적하고 있는 ‘수달’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수역으로 오죽하면 어부들도 그물을 치길 꺼려하는 요주의(?) 지역이기도 하다.(수달의 서식현황을 비롯한 달래강의 생태도 추후 상세 보도 예정)
이날 역시 돌위에 나보란듯 흔적을 남긴 수달똥을 집어들고 버릇처럼 냄새를 맡으며 물길을 따라 내려 가다가 며칠전 만났던 이 동네 어부를 다시 만나 ‘심한 수달얘기’를 듣게 됐는데 그 어부 왈, “엊그제 그물을 쳤더니 그물을 채곡채곡 쌓아놓은 게 마치 사람이 걷어놓은 것처럼 해놓고 물고기는 한 마리도 남겨두질 않았다”며 억울해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수달 서식지
마당바위 부근에는 수많은 바위와 강물이 어우러져 달래강 특유의 경관을 빚고 있다. 특히 이 구간은 ‘극성스러울 만큼’ 수달이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어부들마저 그물 치길 꺼리는 수달천국이다.
내심 반가운-어부들이 들으면 몹시 서운해할- 얘기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고 도착한 곳이 후영리 백로담이다. 얼핏 듣기로도 범상치 않은 지명이 또 한번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백로담은 마당바위를 지나 후영교 부근의 커다란 물굽이를 이루는 지역을 일컫는데 예전엔 이곳 절벽 노송에 백로 서식지가 있어 강의 푸른 못(담ㆍ潭)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뤘다고 한다.
백로담과 관련된 전설을 들어보자.
옛날 임진왜란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부하 한 사람이 이곳을 지나는데 산세가 수려한 데다 백로가 많이 찾아오고 동네마저 부촌인 지라 훗날 큰 인재가 날 것을 두려워 해 뒷산 중턱에 호를 파서 산세를 끊고 장검으로 혈을 찔렀다고 전하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단다.
이 전설을 들으니 약 20년전 ‘금강 1천리 물길’ 취재시 그곳 발원지인 전북 장수의 신무산 역시 임란때 이여송이가 직접 뜸을 떠 혈을 끊었다는 얘길 듣고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백로담의 슬픈 사연을 듣고 물길을 바라보니 물길마저 통곡하는 양 역S자형을 그리며 온몸으로 꿈틀댄다. 그 꿈틀대는 물길을 따라 2km가량 더 내려가니 반원처럼 둥글게 물굽이 치는 왼편에 마을 하나가 뙤약볕에 그을리고 있다. 마을 형상도 노루 모가지 같고 물길도 노루목처럼 흐른다는 노루목 마을이다.
노루 모가지처럼 흐르는 달래강 괴산군 청천면 백로담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반원처럼 둥글게 물굽이 치는 왼편으로 손바닥만한 마을 하나가 뙤약볕에 그을리고 있다. 마을 형상도 노루 모가지 같고 물길도 노루목처럼 흐른다는 노루목 마을이다.
마을 반대편 도로에서 노루목의 깊은 인상을 담고 거봉리를 향하려는데 산모퉁이 초입에 조그만 다리(용추교)가 나타나고 그 안쪽으로는 골짜기가 이어진다.
이름하여 용추골로 향하는 곳이다.
용추골은 지난 봄 사전답사때 그 안쪽 사기막리에 있는 용추폭포와 연리목(사랑목)을 촬영키 위해 들어갔던 곳으로 여름 장마철 모습이 궁금해 다시 찾기로 하고 발길을 옮기니 봄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바위를 다 갉아먹는 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적잖은 물이 2단으로 쏟아지는 광경이 정말 장관이다. 고즈넉한 산중에서 모처럼만에 폭포수 소리 들으며 한동안 정신없이 셔터를 누루고 나니 온몸에 냉기가 돈다.
삼복에 냉기를 받으며 절경에 빠지니 이 어찌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인근에 있는 연리목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폭포소리가 여전히 따라온다.
며칠 전 이곳과 지척거리인 선유동 계곡을 찾았다가 그곳 연리지(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붙은 나무를 일컫고 연리목은 두 나무 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지칭함)가 고사한 것을 직접 목격했던 터라 발걸음이 괜히 무겁다.
달래강 3백리 물길은 유독 계곡이 많아선지 더욱더 도도히 흐른다. 그 도도한 물흐름은 이 고장 특유의 문화와 전통을 탄생시킨 '역사의 터전'이자 주민들의 삶과 생을 이어준 '생명의 요람'이다. 125km 물굽이에 대한 심층 탐사를 통해 달래강의 어제와 오늘을 재조명하고 참다운 가치를 발굴해냄으로써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사진은 옥화5경인 금봉서 바라본 달래강 전경)
숱한 설화와 사연 안고 도도한 물흐름
심층탐사 통해 참 가치 발굴 비전 제시
역사·생태·문화·개발·보전방안 재조명
◇ 삶의 젖줄, 역사의 터전
예부터 물맛이 달다하여 단내(달래,甘川) 혹은 수달이 많이 산다해서 수달내(달천,獺川), 덕을 입은 강이라하여 덕천(德川)으로 불리던 달래강. 속리산 천왕봉에서 물머리를 시작해 충주 탄금대 부근서 남한강과 하나 되기까지 총연장 125km를 남에서 북으로 굽이치며 흐르는 커다란 물줄기다.
조선초 성현의 <용재총화>에 '조선 제일의 물맛'으로 기록될 만큼 물맛 좋기로 유명했던 달래강은 지금도 주민들의 중요한 생명수이자 젖줄로서 숱한 설화와 사연을 안고 도도한 물흐름을 하고 있다.
3백리 물길로 이어지는 본류와 지류 곳곳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빚어 청풍명월의 멋을 한껏 더해놓고, 각 고을 마다엔 삶의 숨결을 불어넣어 이 고장 특유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탄생시켜 놓았다. 이른바 중원문화의 한 뿌리이다.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을 분수계로 하여 동으로는 낙동강, 남·서로는 금강과 물굽이를 달리하는 달래강 유역은 속리산을 중심으로 화양계곡과 쌍곡계곡, 옥화9경, 수주팔봉, 수옥정폭포, 용추폭포 등 수많은 계곡과 명소를 아우르고 있다. 또 그 품안에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서 소중한 자연자원인 수달과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미선나무, 망개나무 등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물줄기 주변엔 '국민 소나무' 정이품송을 비롯해 그 부인격인 정부인송, 용이 틀임하는 듯한 기괴한 모습의 용송(왕소나무) 등 이름난 소나무들이 천년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서제일의 가람 법주사, 우암 송시열의 화양서원과 만동묘, 벽초 홍명희의 삶과 혼이 깃든 괴강변, 충무공 김시민장군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충민사, 우륵의 가야금 선율과 신립장군의 호국얼이 배 있는 탄금대 등이 지역민의 자긍심을 키우는 역사와 문화의 산실로 남아 있다.
또한 물 맑고 공기 좋아 곳곳이 청정지역인 달래강 유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특산물이 산출되고 있다. 봄·여름이면 산과 들에 온갖 나물들이 지천하고, 가을이면 송이,능이,싸리버섯 등 각종 버섯이 쏟아져 나온다. 인근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충북의 대표적인 농산물로서 한국 인삼농업의 역사를 다시 쓰는 주역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고 사과, 복숭아, 고추, 절임배추, 논콩 역시 전국에 충북 농업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효자 농산품이다.
달래강 물길은 곧 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생을 이어준 요람이자 터전이요,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온 역사의 증인이자 동반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달래강에도 변화를 재촉하는 시대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다름 아닌 온천개발과 댐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십수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데다 최근엔 대운하 통과 예상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주민들을 또다시 찬반논란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지역의 위기냐, 발전의 계기냐를 놓고 주민들은 심한 갈등까지 빚고 있다.
이에 지역 환경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심혈을 기울여온 충청타임즈가 달래강 3백리 물길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어제와 오늘을 재조명하고 참 가치를 발굴해냄으로써 내일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달래강의 설경
달래강에 눈이 내렸다. 계곡과 바위, 물,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 놓았다. 설경에 묻힌 달래강이 금새라도 숱한 전설을 통해낼 것 같다.
◇ 달래강의 참모습 재조명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달래강의 현황(발원지 및 지리현황)을 비롯해 △역사(유래, 속리산 삼파수와의 관계) △문화(명승유적, 설화, 민속) △달래강 사람들 △특산물 △생태(식물상, 어류상, 조류상, 포유류상, 곤충류상, 양서파충류상 및 주요 동식물) △보전과 개발(관리·개발 실태와 보전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취재팀은 달래강의 사계(四季)를 담기 위해 이미 지난 1월부터 사전 취재에 들어가 문헌·자료 조사와 함께 주요 지역에 대한 예비 답사, 겨울철새 및 발원지 탐사 등을 실시한 바 있으며, 이어 오는 10월까지 달래강 물길 전 수역에 대한 현지 답사 및 탐사를 통해 달래강의 참모습을 심층 취재 보도한 후 11∼12월 중에는 보전방안 등 결론 도출을 위한 지상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역사 문화와 생태 분야는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동행 취재 및 탐사를 실시하고, 희귀종으로서 우리나라 주요 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와 수달, 까막딱따구리 등에 대해서는 현장 잠복 취재및 촬영을 통해 상세한 서식현황과 생태를 밝힐 계획이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내고는 심장이 뛸 만큼 반가워한 적이 있다. '위기의 야생'을 취재하던 지난해 겨울 얘기다. 엄동설한에 달래강변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는데 상류 쪽 어느 지점에 이르자 얼음판 위로 심상찮은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길게 이어진 발자국 사이 사이로 마치 사람이 붓을 끌고 다닌 것 같은 꼬리 흔적까지 나 있는 것으로 보아 그토록 찾으러 다녔던 수달임이 틀림 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더욱 흥분한 것은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발자국과 배설물, 먹이 흔적, 영역 표시 등 보다 확실한 흔적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곧바로 추적에 들어갔다. 주요 이동 노선과 먹이 장소, 배설 장소, 텃세 표시를 위해 몸을 비벼대는 장소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물가에서 산으로 이어진 발자국을 따라갔다. 여러 개의 발자국은 어느 한 급경사면의 바위굴 앞에서 동시에 사라졌다. 굴 입구를 들여다 보니 반들반들했다. 보금자리까지 찾아낸 것이다.
촬영은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우선 동굴에는 몇 마리가 사는지, 어느 지점을 통해 물가로 이동하는지, 잡은 먹잇감은 어떻게 먹고 얼음판 위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장소를 강 건너편에 잡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첫째 날도 둘째 날도 수달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달은 보통 해가 떨어질 무렵에 보금자리를 나서는데 연 이틀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름대로 은폐한답시고 위장망까지 동원했는데도 눈치를 챘던 모양이다.
너무 깔본 탓이다. 해서 장기전으로 갔다. 면도날 같은 강바람이 연일 몰아쳤지만 한 번 시작한 일 수달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매복했다. 그러길 일주일여. 수달들도 지쳤는지 아니면 '저 이상한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님을 알았는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달가족은 셋이었다. 큰 개 만한 어미 둘에 1년생으로 보이는 새끼 한 마리가 가족을 이뤄 살고 있었다. 촬영 시작 보름쯤 돼서는 카메라 앞까지 다가와 두리번거리는 대범함도 보였다. 그만큼 친해졌다.
그로부터 4개월뒤, 수달가족의 여름나기는 어떠한지가 궁금해 다시 그 자리를 찾았다.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수달가족이 보이질 않았다. 물가 바위 위에 그많던 배설물도 오래된 것 외에는 보이질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예감이 좋질 않아 보금자리를 가봤다. 아뿔싸, 바위굴 앞에 서있던 나무들은 온데간데 없고 웬 뜬금없는 토종벌통 3개가 문지기처럼 서있었다. 굴 안을 들여다 보니 썰렁한 채 풀까지 자라나 있었다.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또 그로부터 일년여가 지난 엊그제(2010년 12월 24일), 수달가족도 보고 싶고 또 미련도 남아 있어 혹시나 하고 다시 그 자리를 찾았다. 역시나였다. 흥분에 들뜨게 했던 발자국도, 먹다만 물고기뼈와 비늘도, 배설물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일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되돌아오지 않을까. 얼마나 두려웠으면 인근에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멀찌감치 달아났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3마리가 동시에 굴밖으로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뚱뒤뚱하면서 물속으로 뛰어들던 귀여운 수달가족. 팔뚝만한 잉어를 잡아서는 자랑스러운 전리품인 양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어느 한 순간에 우둑우둑 씹어먹던 '먹보' 수달가족. 얼음판 위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썰매를 타듯 미끄러지며 정답게 장난치던 개구쟁이 수달가족….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소름끼치는 불길함이 스쳤다. "혹시 벌통이 놓이던 그 때 수달가족이 아예 싹쓸이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지난 23일 오전 7시 30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괴산 청천에 사는 지인이었다. 이른 시각도 그러려니와 평소 전화를 자주 않던 그였기에 심상찮은 예감부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마른 번개치듯 들려왔다. 다짜고짜 수달이 덫에 치여 죽어가니 빨리 오란다.
부랴부랴 현장에 도착하니 상황이 심각했다. 목불인견이었다. 커다란 덫에 양쪽 앞발을 치인 수달이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었다. 두 발목은 잘려져 가죽만 붙어있는 듯 덜렁거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엔 눈물이 흥건하다.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도착한 주민과 함께 우선 덫을 풀어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소위 촌사람 셋이서 어린 수달 한 마리를, 그것도 양쪽 앞발이 모두 덫에 쳐 있는 수달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발버둥 치는 수달을 일단 가만히 있도록 제압해야만 덫을 풀 수 있겠는데 제압은 커녕 몸뚱이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세 사람중 하나는 짐승깨나 다뤄봤다지만 그마저도 속수무책이었다. 되레 죽기살기로 날뛰는 수달의 야성과 사나움에 혀만 내두를 뿐이었다. 게다가 덫의 성능은 왜 그리 센지 두 사람이 발로 밟고 펼치려 해도 꿈쩍도 안했다.
이러단 안 되겠다 싶어 결국 119에 구조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19라고 생각처럼 빨리 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라고 긴급 상황을 모를리야 없었겠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더디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중에도 ‘그놈의 덫’을 풀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 역시 허사였다. 그럴수록 안타까움만 더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달도,사람도 지쳐갔다.
탈진직전의 수달을 하천 물속에 넣어 진정시키고 있을 즈음 119 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달랑 절단기 하나에 방화복 윗도리, 면장갑만 가져온 처지라 건들면 날뛰는 수달을 쉽게 다루지 못했다. 마취주사 하나만 가져왔어도 수월했으련만 그렇질 못했다. 주민과 119대원 등 다섯명이 합세해 가까스로 절단기로 덫을 끊고 나무상자에 수달을 넣어 구급차량으로 옮긴 시각은 오전 9시20분경. 그리고 10시쯤이 돼서야 다친 수달이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 도착,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에 의해 수달이 첫 발견된 지 3시간여가 지나서야 구조활동이 끝난 것이다.
1주일이 지난 지금 그 수달은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 먹이도 잘 먹는 등 상태가 좋아 1~2개월 뒤면 자연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취재에 열중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방관만 할 수 없어 직접 구조활동에 뛰어들었던 장본인이기에 더욱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당시 충청타임즈 보도 후의 반향은 의외였다. 방송 3사가 앞다퉈 취재하고 그중 2사는 중앙 뉴스까지 탔다. 지역 신문 보도도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 기타 매체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사고현장 주변에 현수막까지 내걸어 수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지역주민 한 사람의 남다른 신고정신으로 불거진 이번 ‘달래강 수달 사고’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향에도 불구, 계도·단속권을 가진 행정당국에서는 사고직후 단 한차례 전화만 하더니 이제껏 꿩 궈먹은 소식이다.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거창하게 보호동물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나몰라라다. 사고당시 한 공무원은 출동하다 그냥 돌아갔다. 멸종위기종에 천연기념물, 나아가 국제보호종이 덫에 치여 죽어가는 데도 남의 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