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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의 마루금 문장대서 천왕봉 직전까지 이어지는 속리산 연봉들은 모두 낙동강 수계와 남한강 수계를 나누는 '이파수(二波水)' 마루금(분수계)이다. 사진에서 보아 천왕봉 직전까지의 각 봉우리를 잇는 마루금 뒷편(동쪽 사면)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낙동강 줄기가 되고 앞쪽 사면(법주사 방면)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남한강 줄기가 된다. 비로봉 전망대서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에 각 봉우리의 높이는 실제와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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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낙동강·금강 나누는 국내 물뿌리의 '으뜸'
속리산을 삼타수(三陀水) 혹은 삼파수(三波水)라 한다. 조선 중종 20년(1525년)에 간행된 용재총화에는 삼타수, 5년 뒤인 중종 25년(1530년)에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삼파수로 기록돼 있다.
이들 문헌의 삼타수 혹은 삼파수가 정확히 어떤 물을 일컫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돼 있지 않아 알 길이 없으나 현대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세 갈래로 흘러내리는 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 갈래로 흘러내리는 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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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의 삼파수비 천왕봉 정상에 서있는 비석에는 삼타수 대신 삼파수로 적혀있다 |
이는 곧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나뉘어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바로 남한강과 낙동강, 금강이 이곳서 갈려져 나간다는 것을 뜻하리라.
물줄기를 나눈다는 것은 한편으론 물줄기가 시작된다는 의미와 같다.
따라서 속리산은 산 정상으로 떨어진 빗방울을 남한강과 낙동강, 금강 등 세 갈래의 물줄기로 나누는 동시에 이들 세 강의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면 삼파수(혹은 삼타수, 이하 편의상 삼파수로 칭함)의 정확한 지점은 어디일까. 옛 문헌은 문장대(해발 1054m)를 꼽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속리산 문장대의 물은 세 갈래로 나뉘어 반공(半空)으로 떨어지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이 되며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흘러 달천이 됐다가 금천, 즉 남한강으로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 다른 문헌들도 비슷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기록은 사실과 다르다. 다시 말해 삼파수 지역은 천왕봉(해발 1057.7m) 산자락이다. 문장대 산자락은 단지 한강과 낙동강 등 두 갈래의 물줄기만 나눌 뿐이다.
따라서 문장대 산자락은 엄격히 말해 이파수(二波水)다. 문장대 외에도 청법대,신선대,입석대,비로봉 등 문장대서 천왕봉 직전까지 이어지는 속리산 연봉들은 모두 낙동강과 남한강만을 나누는 이파수의 분수계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문장대 산자락의 이파수 기능마저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나라 땅 이름에 밝은 이형석씨는 한국의 산하란 책에서 '문장대 물은 동서남북 모두 법주사로 흘러 달래강(남한강)이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허나 이 주장은 문장대 자체, 정확히 말하면 현재 큰 바위로 이뤄진 문장대 정상만을 놓고 본 견해로서, 실제 취재팀이 답사한 바로는 문장대가 솟아있는 산 능선 자체는 분명 낙동강과 남한강을 나누고 있다.
다시 강조 하건대 속리산의 삼파수 지역은 유일하게 천왕봉이다. 즉, 동쪽으로는 낙동강을, 서쪽으로는 남한강을, 남쪽으로는 금강을 발원한다.
학자들은 본래 낙동강과 남한강, 금강은 하나의 물줄기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것이 천왕봉을 비롯한 속리산 연봉들이 지각변동으로 새롭게 생겨나면서 서로 분리돼 다른 물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약 20년전에 밝혀진 '종개의 분포'다.
과거에는 종개라는 물고기가 한강과 금강 이북에서만 발견되는 '북방계 어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1990년도에 있었던 속리산종합학술조사에서 돌연 남방계 수계인 속리산 동쪽 낙동강 최상류에서도 이 물고기가 채집됨으로써 지각변동 이전에는 이들 세 물줄기가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分水嶺) 혹은 분수계(分水界)는 많지만 삼파수로 불리는 곳은 오로지 속리산(천왕봉) 뿐이다.
이는 바로 이 지역이 우리 민족에게 생명의 젖줄을 제공하는 가장 '으뜸의 물뿌리'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천왕봉의 이름을 얼마전까지 부르던 천황봉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천황'이란 의미를 굳이 일제의 잔재로만 볼 게 아니라 삼파수의 중요성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의 뿌리, 즉 강의 발원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물줄기가 시작되는 물의 시원(始源)이자 물이 흐름을 일으키는 머리(물머리)란 점에서 여느 지역 이상의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강의 시작은 인류 역사의 시작이자 문화의 시작이란 말이 있다. 역사는 강의 흐름과 더불어 이어져 왔고 문화의 태동과 발전도 강과 함께 해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 강줄기의 뿌리인 속리산 삼파수는 한반도 중부권 역사를 태동시키고 문화를 발전시킨 모태라 할 수 있다.
생명의 젖줄이자 역사의 터전인 강, 또 그 강의 뿌리를 세 개씩이나 보듬고 있는 속리산 천왕봉. 그 삼파수 지역을 잘 지켜나가고 그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일도 우리 역사, 우리의 뿌리를 올바로 알고 지켜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방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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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ctimes.kr/news/photo/200805/103529_20543_913.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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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서 바라본 낙동강 수계와 금강 수계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오르면 삼파수의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정 중앙으로 길게 뻗은 마루금(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왼쪽(장각계곡)으로는 낙동강 수계를, 오른쪽(대목골, 만수계곡)으로는 금강 수계를 이룬다. 맨 오른쪽 저수지가 보은 삼가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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