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날개꽃매미 확산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최근 중국매미 신드롬을 낳고 있는 주홍날개꽃매미가 급기야 국립공원 속리산을 비롯한 산간지역까지 확산돼 산림과 과수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부터 자연다큐 ‘위기의 야생’을 연재(본 블로그내 다른 카테고리 참조)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11~12일 충북 보은 속리산 일대에 대한 야생 동식물 남획실태를 취재하던 중 주홍날개꽃매미가 속리산은 물론 같은 국립공원내인 충북 괴산 사담·화양계곡과 경북 용화지역까지 번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꽃매미는 더구나 산간지대 경작지까지 침범해 포도,오미자 등 작물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주홍날개꽃매미는 그동안 주로 도시지역 아파트 단지와 공원,인근 산림을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 해발고도가 높은 산간지역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주홍날개꽃매미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사목 발생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다. 불과 3~4년전 국내 발생초기만 해도 나무 수액을 빨아먹을 뿐 직접 고사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년 6월 국내 처음으로 충북 청주지역서 가죽나무 30여 그루와 황벽나무 10여 그루가 이 곤충의 습격으로 3년만에 집단 고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피해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또한 이 곤충이 수액을 빨아먹는 이른바 기주식물도 처음엔 가죽나무와 참죽나무 등 일부 식물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조사결과 포도·호두·황벽·때죽·자작·고로쇠·무화과·두릅 나무와 심지어 초본류인 엉겅퀴,담쟁이덩굴까지 포함되는 등 증가 추세다.


 상황이 이런 데도 당국은 여전히 나몰라라다. 주홍날개꽃매미 문제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고 매스컴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있으나 뚜렷한 메아리가 없다. 전국 실태조사는 커녕 긴급방제 대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도 없다. 기껏해야 일부 지자체가 나서 “각기 알아서 피해예방에 힘써달라”고만 하는 정도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작금의 신드롬도 기실 따지고 보면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빚은 결과다. 예를 들어 발생초기에 서둘러 이 곤충의 정체성만이라도 정확히 파악해 홍보하고 대책을 강구했더라면 지금의 사태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970년대 발간된 국내 곤충도감에 엄연히 발견 기록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엉뚱하게도 최근 중국으로부터 화물에 묻어 들어왔느니 태풍·황사에 휩쓸려 들어왔느니 하는 등의 억측이, 그것도  ‘여러 입’을 통해 난무하면서 결국 작금의 신드롬을 빚고야 말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3~4년이 지나도록 국민들 사이에서 신드롬은 자꾸만 커져 가고 있고 주홍날개꽃매미 개체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전국이 조만간 접수(?)될 판국인 데도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은 물론 실제 피해정도와 효과적인 구제책을 속시원히 내놓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량 발생 원인도 근래의 환경변화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기후 등 환경인자가 변하게 되면 제 아무리 균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진 자연 생태계라 할 지라도 어딘가엔 무방비나 다름없는 ‘빈 구멍’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변화된 환경을 선호하는 생명체가 있을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최근 한반도 해수역을 완전 점령하다시피한 엄청난 숫자의 해파리 떼와 목하 전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플루도 결국 환경변화가 가져온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리 알아서 대처는 못할지언정 이미 피해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왜들 머뭇거리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사후약방문도 유분수지 배 건너간 뒤 손 흔들어봤자 애간장만 탈 뿐 이들 생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고 피해 역시 없던 일이 될 리 만무다.  

물길을 이으려면 이것부터 생각하라

 
 1990년 8월 11일 속리산이 떠들썩해졌다. 어류를 비롯한 13개 분야 50여명의 학자가 참여한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학술조사에서 ‘뜻밖의 성과물’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종개라는 아주 작은 민물고기로, 이 물고기가 처음으로 속리산 뒤편 낙동강 수계서 발견됨으로써 ‘먼 옛날 한강과 금강, 낙동강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는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종개는 한강과 금강 이북에 사는 북방계 어류다. 따라서 남방계 수계인 낙동강 최상류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첫 발견 이상’의 의미, 즉 속리산이 생겨나기 전 3개의 물줄기가 이어져 있다가 속리산이 솟아오른 뒤 오늘날의 삼파수(三波水)가 형성됐음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이렇듯 물고기의 서식분포는 한반도 형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귀중한 열쇠가 되기도 하는 등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2001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청주시 의뢰로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 박사진들과 함께 무심천 일대에 대한 생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어류분야서 매우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즉, 그 이전까지의 조사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던 파랑볼우럭(일명 블루길)과 민물검정망둑이 발견된 것이다. 해서 어류팀장인 홍영표박사와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은 결과 ‘대청호 물의 인위적 방류’가 이들 물고기의 알과 치어를 무심천으로 흘러들게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무심천에 새물을 끌어들이면서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 사례는 어느 한 물줄기를 다른 물줄기로 강제유입(방류)시키거나 서로 이을 경우 서식어종 변화와 같은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다. 서식어종이 인위적으로 변한 하천에서의 어종 분포도는 앞서 말한 본래의 학술적 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한국어류학계의 태두이자 ‘물고기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명예교수)가 생전에 말한 국내 어류학계의 현실이다. 당시 최박사는 “국내에는 여러 종의 붕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나 아직 명확히 종 분류를 못하고 있다”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렇다. 우리 어류학계, 특히 분류학계에서는 아직도 해결 못한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아주 최근에 와서야 갈겨니가 참갈겨니와 갈겨니로 나눠지고 쉬리가 북방계 쉬리와 남방계 쉬리로 연구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에 한 종으로 분류되던 물고기들이 점차 세분화 돼 가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어류분류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대변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 열거한 바 같이 국내 각 수계에 분포하는 물고기 종과 생태계는 각기 나름대로 중요한 학술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학계의 현실은 토종 붕어의 계통도 제대로 못밝혀낼 정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시 말해 민물고기에 관한 한 “이것이 실체다”라고 할 만큼 명확한 생태지도가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걸핏하면 대운하를 건설하네 마네 떠들어 대고 4대강 물길을 서로 잇네 마네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와 온국민을 마냥 헷갈리게 하는 대운하 논란. 그 논란의 저 편엔 우리의 소중한 유전자원, 한반도 고유의 하천 생태계가 그 실체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못한 채 복날 앞둔 개 꼴을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명심할 것은 4대강이든 어떤 물길이든 그것을 인위적으로 잇는 행위는 먼옛날 삼파수를 갈라놓은 속리산의 솟구침 보다도 더 엄청난 ‘인위적인 지각변동’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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