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 충주환경련대표에게 듣다

 
“주민과 함께 개발·보전방안 협의하고 추진해야”
   -주민부터 주인의식 같고 다함께 참여해야 
  충북도가 나서서 ‘유역회의’ 구성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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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젖줄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인 달래강 물줄기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또 삼백리 물길이 품고 있는 각종 생명과 문화 등 이른바 ‘달래강의 숨결’은 어떻게 지켜나가고 보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

 

달래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지역의 문화가 전통과 현대라는 이름으로 살아 숨쉬고 있고 지역민들의 어릴적 추억과 꿈, 삶의 향기가 짙게 배 있다. 또 그 품 안에는 각종 동물과 식물, 자연환경이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과 명소를 빚어놓고 있다. 유역내 각 골짜기서 흘러내린 크고 작은 물줄기들, 그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달래강, 그 물줄기에 내재된 숨결들은 달래강만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한층 값지게 하고 있다.

 

달래강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20년 가까이 ‘달래강 지킴이’ 역할을 해온 박일선 충주환경운동연합 대표로부터 달래강에 얽힌 이야기와 보호 보전방안 등을 들어봤다.

 

 

괴산호 전경./자연닷컴

“한 마디로 달래강은 충청북도라는 공동체 인식을 형성시키고 이어주는 ‘끈 같은 강’이다.

 

보은에서 시작해 청원,괴산,음성,충주지역으로 흘러 내리는, 그러면서 충북의 남부와 중부, 북부를 연결해 주는 충북의 상징이기도 하다.

 

달래강은 또 보은과 청원,괴산,충주시민의 생명수이기도 하다.”

 

박일선 충주환경련 대표는 달래강이 갖는 지역적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충북 도민에게는 어머니와 누이 같은 강”이라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달래강에 가서 올갱이(다슬기)와 조개를 잡고 불거지(피라미)와 모래무지를 잡으며 커왔다”는 박대표는 달래강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1990년대 초반부터 충주시민의 상수원인 달래강을 지키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달래강 운동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고 밝혔다.

 

 

박일선 충주환경련 대표.자연닷컴
 

△그동안 달래강 상류 쪽의 문장대·용화지구 온천개발 및 집단시설지구 저지를 비롯해 달천댐 건설 저지, 대운하 건설 저지 등 달래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들 활동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일은.

-충주 수주 팔봉에서 향산에 이르는 군도(郡道)사업에 의해 인근 절경이 복원 불가능하게 훼손된 일이다. 이 도로는 전혀 필요 없는 혈세낭비 사업이었고 이로 인해 수달 서식지와 팔봉 일대의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사라졌다.

 

또 문장대·용화지구에 삽질을 하기 전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면 아름답고 소중한 속리산의 작은 봉우리들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다. 싱그런 숲은 사라지고 황무지에 잡초만 듬성듬성 나 있는 온천 및 집단시설지구 개발예정지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일과 관련해 지역사회, 정부부처 등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역의 자연 환경은 지역주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이다. 주인이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만이 내 고장 내 지역의 자연 환경을 지킬 수 있다. 주인 역할을 포기하면 내 고장, 내 고향을 지킬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지역민이 주인이라 하지만 한낱 통치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고 있다. 개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지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세가 매우 부족하다. 권력을 위임한 당사자들을 업신 여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그동안의 개발 계획 등으로 인한 지역간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특히 달천댐 문제로 괴산지역이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댐건설 계획이 지역민들을 매번 피곤하게 하고 있고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돈과 애향(愛鄕)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에서도 봤지만 대부분 국책사업의 희생자는 지역민이다. 대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한 동네에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관계가 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또 한 가지 각종 개발계획과 관련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온천법, 댐관련 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의식의 전환, 가치관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민단체에 구체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이 개발계획 등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달래강 수계 전체의 생태적·자연환경적 가치는.
-알 수 없고 단언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뭐라 표현할 없다. 다만 이번 충청타임즈의 기획취재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충청타임즈 보도로 지역 이슈화 됐던 ‘괴산호 생태’와 관련해서도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금의 소감과 괴산군 등 관련 기관에 하고 싶은 말은. 또 괴산호 생태는 앞으로 어떻게 관리 보호돼야 하는지.
-아쉬움이 많다. 아직도 환경보전하자고 외치면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달래강과 괴산호는 괴산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괴산에 거주하지 않아도 괴산을 위해 얼마든지 좋은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개발주체나 괴산군이 마련해야 한다.

 

그 동안의 과정에서 괴산군수와의 간담회를 통해 오해가 해소되고 생태조사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당시 괴산군수의 의지가 어떻게 사업에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개발주체나 지자체는 앞으로 계속해서 열린 마음, 열린 마인드로 지역 환경단체 혹은 언론과 괴산호의 효과적인 관리 및 개발에 대해 동반자적인 관계를 가지고 논의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 괴산호는 개발할 곳과 철저히 보전되어야 할 곳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주민들을 위한 이번 사업이 지금과 같은 생각과 개발방법으론 성공하기 힘들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 달래강은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달래강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충북도가 직접 나서 가칭 ‘달래강 유역회의’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엔 환경단체와 지역민, 환경청, 문화재청, 수자원 관련 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여 종합적인 관리방안과 발전 방안에 대해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견지 보다는 함께 더불어 계획하고 관리 보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발전 위한 ‘중요자원’으로 인식 계기

충청타임즈 첫 발견·보도로 보호 여론  ‘개가’
법정보호종만 23종 확인 ‘야외전시장’ 방불 
괴산군 머잖아 조사착수 보호방안 모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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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취재의 가장 큰 수확은 ‘생태보고 괴산호’를 찾아낸 것이다.

 

괴산호는 51년 전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댐이란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섰다. 현지취재가 시작되자 초빙 전문가조차 쉽게 믿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뿐 취재팀은 이내 실망감에 휩싸였다. 50여년 전 주변 생태계를 희생삼아 들어선 괴산호가 준공 반세기만에 국내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되살아났음에도 불구, 정작 반색해야 할 관할 당국은 연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설상가상으로 괴산군의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불거져 나오는 등 발견초기부터 훼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의 계속된 추적과 보도가 잇따르자 사업 주체인 괴산군과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왔고 결국 괴산군수가 나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보호·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생물자원’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뒤편으로 하늘다람쥐,까막딱따구리 등 수많은 희귀종이 발견된 천장봉이 둘러싸고 있다./자연닷컴 

 
■최초로 밝혀진 괴산호 생태

 

취재결과 괴산호 주변은 가히 희귀·보호 야생동식물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살아있는 생태를 보였다.

 

지난 7월초 괴산호 주변 천장봉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찾아낸 후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 법정보호종을 무려 23종 발견하고 7종은 서식 정황을 포착해 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14·15·22·23·27일자,11월 3·4·5·6·12·19·20·26일자 보도>-특히 이번 충청타임즈 기획취재와 관련한 각 언론의 반응은 이 카테고리 바로 아래 이어진 '달래강 괴산호 관련 보도기사'란 제목의 카테고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실물을 확인한 ‘괴산호의 천연기념물(발견 순서별)’은 하늘다람쥐를 비롯, 황쏘가리(190호),어름치(259호),수달(330호),황조롱이(323-8호),붉은배새매(323-2호),새매(323-4호),수리부엉이(324-2호),솔부엉이(324-3호),쇠부엉이(324-4호),소쩍새(324-6호),올빼미(324-1호),원앙(327호),남생이(453호),망개나무(266호 등),까막딱따구리(242호),고니(201-1) 등 17종이다. (이중 하늘다람쥐,수달,수리부엉이,올빼미,남생이,까막딱따구리,망개나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중복 지정된 종임)

 

가장 늦게 발견된 겨울철새 고니는 지난 10월 9일 9마리가 첫 관찰된 후 일주일 뒤인 16일 또 다시 12마리가 날아와 잠시나마 호반에 머무는 것이 포착됨으로써 괴산호가 고니의 중간 기착지로서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괴산호의 첫 겨울손님 ‘고니’./자연닷컴

 


 
취재팀은 또 삵,먹구렁이,황구렁이,노랑붓꽃,깽깽이풀,맹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도 괴산호 주변 천장봉 자락서 발견해냈다. 이로써 실물이 직접 확인된 법정보호동식물은 총 23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취재팀은 탐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산양(천연기념물 217호),검독수리(〃243호),뜸부기(〃446호),참매(〃323호),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담비(〃)는 물론 국내에선 얼마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세계적 희귀종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까지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정황(목격자 증언,배설물 및 기타 서식 흔적 등)을 포착, 계속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취재를 통해 이들의 서식 사실이 모두 밝혀질 경우 총 3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寶庫)로 기록될 전망이다.
 

 

솔부엉이

 취재결과의 의의 및 서식환경 분석
  이번 취재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우선 괴산호 주변에 무려 23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처음 밝혀낸 점이다. 물론 국립공원지역인 속리산을 제외한 달래강 수역서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삵 등을 발견해 낸 것도 처음이며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던 황쏘가리와 고니를 처음 발견한 점, 멸종 우려종인 어름치를 약 20년만에 찾아내고 남생이의 존재를 확인해낸 점 등도 의미가 크다.
 괴산호는 만수면적이 불과 1.75㎢밖에 안 되는, 진천 초평저수지(만수면적 2.58㎢) 보다도 작은 인공호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천연기념물 17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종이 직접 발견된 데 이어 5종의 천연기념물과 2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밝힌 종들은 모두 법적 보호종으로, 국내서 첫 발견된 ‘야생 거위’를 비롯해 물닭,쇠물닭 같이 비교적 희소성이 높으나 보호종으로는 지정이 안된 야생동식물들까지 합하면 괴산호 주변의 생태적·유전자원적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물닭./자연닷컴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회장(어류학자, 서원대 명예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대단한 생태 보고” 혹은 “DMZ(비무장지대)에 버금가는 생태섬(Eco-Island)”이란 평가를 내놓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의 현 생태가 괴산댐으로 인한 생태지리적 환경과 51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괴산호 주변은 댐이 들어선 이후 천혜의 요새로 변했다. 달래강을 사이에 두고 천장봉과 군자산, 아가봉이 둘러싸고 있고 댐 양안의 도로도 중간까지만 이어져 반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은 뱃길과 험한 산자락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순기능으로 작용, 오늘과 같은 보고(寶庫)를 탄생시킨 것이다.
 

괴산호에서 야간 수중탐사 중인 취재팀./자연닷컴

 

 

■천혜의 자원으로 활용 전망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의 앞날은 호 주변의 자연 환경을 포함해 그 안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각종 희귀종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경우 관할 당국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물론 1차적인 보호 관리 의무가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및 절차상의 이유와 관할 당국·지자체간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일회성의 현장 답사 내지 체면치레식의 단편적인 조사만으로는 51년만에 찾아온 생태보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직접적인 보호 관리 주체인 괴산군이 각 분야별, 단계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다. 괴산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유류와 조류 등 2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현재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추진중인 호수내 옛길정비사업도 그 위해성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공정을 최단기일내에 친환경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또 공사 후에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와 함께 옛길 탐방객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17개 자생지 4,300여 그루 새로 찾아내

달래강 수계엔 12개 자생지 2,700그루 분포
속리산에서 수령 5백년 최고령수 발견 '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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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달천)은 한 마디로 ‘망개나무의 강’이다. 그만큼 망개나무는 달래강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망개나무(Berchemia berchemiaefolia)는 갈매나무과의 낙엽큰키나무로 우리나라 중부지역과 일본 남부지역, 중국 중부지역에 극소수가 분포하는 세계적인 희귀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월악산과 속리산, 주흘산, 주왕산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분포도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달래강의 발원지인 속리산 지역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급경사를 이룬 바위지대를 유난히 선호하는 데다 까다로운 발아조건으로 자연번식이 잘 안돼 점차 개체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보은 속리산 탈골암 부근의 노거수(약 300년)와 제천 송계리의 노거수(약 150년), 괴산 사담리의 자생지를 각각 천연기념물 207호와 337호, 266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종 자체는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로 지정돼 있다.
 
■‘4천3백여 그루’ 최초 확인 

 

그동안 학계에는 ‘망개나무가 타지역 보다는 속리산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고만 알려져 왔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망개나무가 속리산 계곡서 처음 발견된 이래 수 차례 학술조사가 이뤄졌지만 매번 단편적인 조사에 그쳐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체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막연히 ‘추정’에만 의존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속리산 지역에는 얼마 만큼의 망개나무가 자생하고 있을까. 취재팀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보다 근접한 해답을 얻기 위해 20여년의 망개나무 연구경력이 있는 한국자연공원협회 박경수이사(75)와 함께 지난 5월초부터 7월말까지 약 3개월간 현지 조사를 벌였다.

 

 

수령 500년쯤으로 추정되는 ‘최고령 망개나무’.

번 취재에서는 속리산 계곡에서 국내 최대이자 최고령수의 망개나무 1그루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개체들은 수령이 이보다 훨씬 낮다. 동행취재자인 박경수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가 최고령 망개나무를 안아 보이고 있다./자연닷컴 

그 결과 지난 6월 중순에는 속리산 골짜기(상환암 위쪽 신은폭동 너머 계곡)서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이자 최고령수의 망개나무 1그루를 발견(충청타임즈 2008년 6월 26일자 보도)한 것 외에도 총 17곳의 자생지와 4,300여 그루의 망개나무를 새롭게 찾아냈다.

이같은 숫자는 그간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여겨져 온 망개나무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고찰케 하는 새로운 결과로서 유전자원 보전측면과 학계에 던지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자생지별 개체수는 속리산 동남쪽 사면인 대목골 600그루, 만수계곡 600그루, 서원계곡 600그루, 구병산 100그루, 장각계곡 100그루, 경북 상주시 화남면 동관리 100그루, 서북쪽 사면인 속리유스타운 계곡(일명 새미기골,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200그루, 야영장 계곡(일명 아우내미골,〃) 100그루, 쉰동굴 계곡(〃) 100그루, 중판리 속리터널 입구(보은군 속리산면) 60그루, 하판리 문화마을 뒷산(〃) 500그루, 신정리(〃 산외면) 100그루, 대원리(〃 〃) 400그루, 화양계곡(괴산군 청천면) 150그루 등이다.

이들 자생지 가운데 속리유스타운 계곡과 야영장 계곡, 쉰동굴계곡, 중판리, 하판리, 신정리, 대원리, 화양계곡 등 8곳의 자생지는 모두 속리산 자락의 달래강 수계내에 위치해 있다. 

취재팀은 또 이외에도 속리산 국립공원 지역인 괴산군 칠성면 갈은구곡(일명 갈론계곡)과 인근 아가봉 자락에서 400그루, 괴산호 주변 군자산 자락과 천장봉 자락에서 각각 150그루와 50그루의 망개나무를 발견했다. 이들 자생지 역시 속리산과 연결되거나 인접한 산줄기로서 모두 달래강 수계를 이룬다.

자생지별 개체수는 취재팀이 최소한의 개체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이미 1979년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괴산 사담리 자생지의 475그루(문화재청 2005년 조사)는 제외된 숫자다.

따라서 속리산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망개나무는 사담리 자생지를 포함해 모두 18개 자생지에 약 4,800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개 자생지의 약 2,700그루가 달래강 수계내에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개 자생지의 2,100여 그루는 속리산 동남쪽의 낙동강과 금강 수계내에 분포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또 비교적 수령이 오래된 개체인 약 350년생 2그루가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위쪽 산자락서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새롭게 찾아진 ‘신정리 자생지(보은군 산외면)’. 곳곳에 이파리가 좀 더 짙은 초록빛을 띠는 나무들이 망개나무이다./자연닷컴

동행 취재에 나섰던 박경수 이사는 “조사 기간이 워낙 짧아 개체수를 세밀히 파악하지 못해 아쉽다”며 “추후 정밀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보다 훨씬 많은 망개나무가 찾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이사는 “그러나 기존 자생지 외에 무려 17개나 되는 새로운 자생지를 찾아낸 것과 속리산서 약 500년생의 최고령수를 찾아낸 것은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특히 이번에 찾아진 최고령수는 학술적 보호가치가 매우 큰 만큼 하루빨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개나무란?


망개나무는 싸리처럼 줄기와 가지가 곧게 자라는 데다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예전에는 멧대싸리 또는 살배나무라고 부르던 나무다. 대나무처럼 나무결이 곧고 잘 쪼개지는 성질이 있어 돗자리 재료로 많이 쓰였는데 망개나무 돗자리는 사용하면 할수록 윤기가 나고 질감이 좋아져 최고급으로 쳤다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사람이 망개나무를 닳여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드는 수난을 겪었다. 속리산서 처음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법주사 입구의 망개나무도 이 속설로 인해 고사된 불운의 나무다.

 

 

망개나무
 

 

 

 <망개나무 열매>

 

망개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줄기껍질에 세로로 깊게 팬 길쭉한 다이아몬드형 무늬가 있는 점이며 이파리는 가늘고 길며 검푸른 빛을 띠기 때문에 멀리서 보아도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된다.

꽃은 대추꽃과 매우 흡사하며 매년 6월쯤 가지 끝쪽의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개가 피되 한꺼번에 피지 않고 차례차례 피어난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팥모양으로 8~9월에 익는데 처음에는 노란색을 띠다가 차츰 진한 붉은색을 띤다.

이번에 발견된 속리산 주변의 자생지들은 대부분 바위가 많고 경사가 심한 개울가 근처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곳곳에 절경 가는 곳마다 수채화 갤러리
달래강 유일 아치형 다리 절묘한 풍경
배 다니던 주포 이젠 전설 속 이야기
 
예년보다 이른 장마가 갈 길 먼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온 몸이 축 늘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습기와 물안개로 카메라의 시야가 영 좋질 않다.

 

하지만 어쩌랴.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르는 산사람처럼 달래강이 있기에 달래강을 찾게된 나그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비가 걷히길 기다릴 뿐이다.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틈을 타 다시 물길을 따라 나서니 강물이 꽤나 불었다. 이번 첫 장마는 달래강 유역엔 무척 반가운 단비다.

 

줄어든 강물과 급격한 일교차로 그간 알 낳기를 미뤄온 물고기 식구들에겐 대내림 할 기회를 준 생명의 비요, 대지가 타들어 가는 바람에 농작물이 크지 않아 걱정하던 농부들에겐 모처럼 만에 한숨 돌리고 막걸리라도 한 잔 들이키게 해준 효자 비다.


냇가를 찾아온 해오라기며 백로, 왜가리, 물총새의 날갯짓도 전에 비해 경쾌하다.

 

보은군 산외면 백석1교서 장갑리 본말을 끼고 오른쪽으로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둑방길로 들어서니 들풀들도 생기발랄하다. 논의 벼들도, 논둑의 콩들도 이제서야 제빛을 찾았다.


자잘한 물방울이 영롱히 맺힌 메꽃을 보니 마치 머리를 감고 욕실에서 막 나온 아낙 같다. 앙증맞은 토끼풀의 수줍음에서 그 옛날 소꿉친구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스쳐 지나간다.


장갑교를 지나 원평리 관광휴양지를 향해 들어서자 삼부평교 아래로 자연하천이 옛 모습 그대로다. 달뿌리풀이 군락을 이룬 사이사이로 물길이 트이고 물머리는 가볍게 꼬리치며 여울진다. 여울이 끝날 즈음에서 먹이잡이에 여념없던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나그네의 발길에 놀라 재빨리 풀숲으로 숨어든다. 어미 뒤를 따르는 새끼오리들의 모습이 술래에게 들킨 어린아이처럼 허겁지겁이다. 


여울이 끝난 하천 저 편엔 수십길 낭떠러지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살짝 튼 하천 폭은 몇 배로 넓어진다. 이곳이 원평 관광휴양지다. 큰 돌로 다시 쌓은 제방과 아직도 굴삭기의 이빨 자국이 선명한 하천바닥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조금 전의 자연하천 모습과는 판이하다.


하지만 그런 인상은 잠시뿐 휴양지 아래 마을 초입으로 눈길을 돌리니 별천지다. 달래강 유일의 아치형 다리인 상원평교가 인근 경치와 어울어져 멋진 수채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자연의 미와 인공의 미가 만나 어쩜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기막힌 절경이다. 다리의 위·아래, 좌·우 어디서 보아도 절묘하긴 마찬가지다.

 

도심의 그 어떤 갤러리에서 이처럼 멋진 그림을 만날 수 있을까.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풍경은 말 그대로 극치다.


그림 감상에 젖어 넋 나간 듯 카메라 셔터 누르길 두어 시간. 그러고도 미련이 남아 마지막으로 두 세컷 더 찍는다고 절벽 쪽으로 가서 물가의 바위 위로 건너뛴다는 게 아뿔사 독사가 일광욕을 하고 있는 곳 바로 옆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한 1미터 가량을 껑충 뛰니 독사도 덩달아 물로 뛴다. 독사가 얼마나 놀랐으면 물로 투신하듯 뛰어들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쓴 웃음으로 진정시키고는 서둘러 발길을 돌리려는데 설익은 개암이 낯익은 얼굴로 나 좀 보란다.

 

마치 수채화 전시회 하듯...
달래강 유일의 아치형 다리인 상원평교가 인근 경치와 어울어져 멋진 수채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자연의 미와 인공의 미가 만나 탄생시킨 한 폭의 수채화가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도심속의 그 어떤 갤러리에서 이처럼 멋진 그림을 만날 수 있을까.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풍경은 말 그대로 극치다.


원평리 마을을 막 벗어날 즈음 길 옆으로 담배밭이 사열하듯 넓다랗게 펼쳐진다. 중간 중간 피어있는 담배꽃이 반가워 오랜만에 밭고랑으로 접어드는데 끈적끈적한 담뱃진이 잊혀졌던 옛 향수를 부추기며 묻어나온다. 아, 담배향. 그리고 땀냄새. 어릴 적 고향 냄새다. 속리천이 지나는 보은군 산외면 지역에서는 아직도 잎담배 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대추,사과,고추 농가도 많다.


속리산 상판리에서 산외면 오대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엔 살구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있다. 아직은 덜 익은 푸른 살구가 입안에 잔뜩 침을 고이게 한다. 신침을 몇 모금 삼키며 도착한 오대 마을 입구에 마을 유래비가 서있고 그 옆으로 오대교가 반긴다. 오대교 밑으론 자연하천이 잘 보존된 채 산대리를 향해 줄달음 치며 길게 늘어선다.


이어 만나는 산대리는 '산 속에 터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4백여년 전 능성 구씨가 정자를 짓고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하는데 현재 마을 입구엔 4백년 된 느티나무와 정자각, 마을유래비가 두 장승의 호위를 받으며 서 있다.


오대 마을 아래의 길탕리는 길골과 탕골이 합쳐진 마을로 속리천(달래강)이 동네 앞을 역S자형으로 굽이치며 또 다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길탕교 부근은 바위로 된 인근 산자락을 강물이 오랜 세월 깎아내려 커다란 소를 이루는데 맑고 푸른 강물속에 마치 기와장을 옆으로 세워놓은 듯한 강바닥이 무척 인상적이다.


산 허리를 잘라 다릿발을 세운 길탕교 위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산 위 송신탑에 지어진 까치집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꽤꽤꽤꽥 딱다닥딱' 날카롭게 이어지는 소리가 영락없는 파랑새 소리다. 희망을 상징하는 새이지만 애써 집 짓지 않고 빈 까치둥지 골라 주로 새끼 까고 텃새가 심해 다른 새나 사람이 둥지 가까이 지나가기만 해도 독특한 경계음을 내며 달려드는 심통많은 새다.

 

 길탕리 물굽이
보은군 산외면 길탕교 부근은 바위로 된 인근 산자락을 강물이 오랜 세월 깎아내려 커다란 소를 이루는데 맑고 푸른 강물속에 마치 기와장을 옆으로 세워놓은 듯한 강바닥이 무척 인상적이다.


벼락같은 파랑새 소리를 뒤로 하고 고개를 넘어서니 중티리다. 마을회관 앞을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자 하천변에 보은-내북간 도로 공사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굴다리를 건너 중티교에 올라서자 길탕리에서 한바탕 휘돌아 흘러내려온 속리천이 먼저 와있다. 중티교를 지난 속리천은 잔 여울을 이루며 이식보(洑)로 흘러들어 큰 물길을 이룬다. 이식보는 오래전부터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대주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불어 흘러넘치면서 멋진 광경을 재연한다.


둑방길을 빠져나와 이식삼거리를 지나니 이식마을이 코 앞이다. 이식리(梨息里)의 옛 지명은 주식포(舟息浦) 혹은 주포(舟浦)였는데 예전 배가 다니던 시절 배가 쉬어가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금의 물길을 바라보며 이곳으로 배가 다녔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엉겅퀴>

 

  <개암>

 

  <잎담배>

 달래강 변엔 절경 뿐만 아니라 옛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숱한 추억거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산자락이 품을 연 곳으로 속리천은 흐르고

최상류 대부분 전형적인 산골 풍경 멋진 풍경

일부구간 하천정비사업으로 점차 옛 모습 잃어


산경표의 원리에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말이 있다. 산은 스스로 물을 나눈다는 뜻이니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뜻과도 같다.


또 산경표에서는 두 능선 사이에 반드시 계곡이 있고 두 계곡 사이에는 반드시 능선이 있다고 본다. 또한 물길은 능선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서로 끊기지 않고 이어져 흐르니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은 산이 없어 결국 산과 강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골짜기 저 골짜기 흘러온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룬 뒤 바다로 흘러가듯 이 산 저 산줄기가 모여 정간과 대간으로 흘러들고 마침내 백두산으로 향하니 이 모든 것이 한반도의 산과 강을 이룬다는 것이다.


옛 선조들의 기막힌 논리를 생각하며 눈앞에 펼쳐진 속리산 자락을 보니 옛말이 틀림없다.

 

속세를 잠시 떠났던 속리산 자락이 넉넉한 품을 이제 막 열기 시작하는 곳으로 속리천(달래강 최상류) 물머리가 삐죽이 내밀고 그 바로 옆으로 '국민소나무' 정이품송이 600년 전설의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숱하게 속리산을 드나들었어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다.

 

물길에 서서 물과 산의 개념으로 바라보니 더욱더 새롭다. 본류(남한강)랑 만나는 곳이 북쪽이니 좀더 빠른 그쪽을 향해 물길을 틔울 법도 한데 정반대 방향인 남쪽을 향해 점잖게 머리를 틀고 있으니 이 또한 속리산의 매력이자 달래강의 멋이 아닌가 싶다.


천변에 자란 달뿌리풀이 한 길 가량 자라있다. 사내리 집단지구시설에서 처음으로 '인간냄새'를 맡으면서 BOD를 품었다고는 하나 물빛이 아직은 꽤나 맑은 표정이다. 물가엔 검은 듯 푸른 모습의 물잠자리 떼가 산란기를 맞아 사랑을 나누느라 정신없이 오가고 둑방에는 앙증맞은 엉겅퀴가 망울을 터트린 채 바람에 하늘거린다.

 

인근 도로로 관광객이 수없이 드나들며 도시내음을 전해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전형적인 산골 풍경이다.

 

속리천과 정이품송
속세를 잠시 떠났던 속리산 자락이 넉넉한 품을 이제 막 열기 시작하는 곳으로 속리천 물머리가 삐죽이 내밀고 그 바로 옆으로 '국민소나무' 정이품송이 600년 전설의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숱하게 속리산을 드나들었어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다.


다시 물길을 타고 상판교를 지나 중판리 쪽을 향하니 말티고개 쪽 골짜기서 내려오는 실개천과 만난다.

말티고개 정상은 익히 알려진 대로 천왕봉서 시작한 한남금북정맥의 마루금이다. 고개 너머는 금강수계요 속리산 쪽은 속리천(달래강·남한강) 수계다.


이 지점부터 한동안은 왼쪽으로 한남금북정맥 능선을 두고 흐른다. 따라서 인근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은 그대로 속리천의 몸이 된다.


하천이 한바탕 휘도는 곳으로 둑방길을 따라 들어가니 중판리 점말교가 나타난다. 다리위에 서서 물이 흘러드는 위쪽을 바라보니 물길이 가냘프다.

 

봄부터 계속되는 가뭄으로 하천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점말교 바로 아래에 최근 '무전원자동수문'이 세워져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많아졌지만 이곳 역시 텅 비어 있다. 올들어 한 차례, 그것도 개나리꽃 필 무렵에 단 한번 물이 넘치고 말았으니 가뭄정도가 어떤지 상상이 가리라.


이 자동수문은 보은군청 이호천담당(경제사업단 특허개발담당)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수질과 수량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신형 수문이다. 보은군청은 앞으로 이 자동수문을 속리천 곳곳에 더 설치해 연중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효과가 기대된다.

 

 

무전원자동수문
봄부터 계속되는 가뭄으로 현재 속리천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중판리 자동수문으로 올들어 한 차례, 그것도 개나리꽃 필 무렵에 단 한번 물이 넘치고 말았으니 가뭄정도가 어떤지 상상이 가리라. 물이 넘칠 때의 모습(위)과 현재 모습(아래).

 

중판리 자동수문 아래에는 30년전(1979년) 건설된 '희망의 다리'가 고목처럼 누워있다.

 

인근에 속리터널이 뚫리면서 교통량이 많아지자 바로 아래에 중판교가 신설돼 다리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그런 탓인지 다리 입구에 새겨진 희망의 다리란 이름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인다.

 

보은군과 대한석유공사가 이 다리를 건설할 당시만 해도 이 지역 주민들에게 '밖의 세계로 통하는 희망'을 주기 위해 야심찬 이름을 붙였으련만 세월이 흐르면서 퇴물로 전락한 채 피서객들의 주차장과 그늘막 역할을 할 뿐이다.

 

속리천도 세월처럼 그렇게 흘렀으리라. 뒤에서 밀려오면 밀려오는 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채지 않고 미련없이 낮은 곳만을 향해 줄달음 쳤으리라.


잠시 세월무상에 젖었다 발길을 돌리려니 새로 들어선 중판교 초입에 낯익은 돌탑이 금줄을 두르고 서있다.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자연을 아는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물길을 따라내려가다 속리산면의 하수처리상황은 어떨까 궁금해 하천옆(중판리)에 세워진 속리하수처리장을 잠깐 들렀다. 보은군이 지난 2003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해 관리운영해 오고 있는 이 하수처리장은 하루 처리용량 4천톤 규모로 인근의 상판·중판·사내·갈목리 일원 하수를 총13km의 차집관거를 통해 걸러내고 있다. 방류구를 살펴보니 비교적 맑은 물이 속리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다시 도로로 나와 속리터널 앞을 거쳐 하류로 향하니 오른쪽으로 문화마을(중판2리)이 보일 쯤 하판교가 나타난다. 물길은 계속해서 왼편에 한남금북 마루금을 끼고 도로와 평행으로 달린다.


'샨띠와남'이란 독특한 이름의 요가수련원을 지나니 북암리와 마주친다. 마을 앞 세강교 아래엔 수령 3백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 역사를 대변하듯 마을간판처럼 서있고 왼쪽 수백m 위쪽으로 하천변 바위 절벽과 조화롭게 자란 소나무가 고풍스런 자태로 객을 반긴다.


37번 국도를 따라 산모퉁이를 한바퀴 휘돌고나니 백현리 마을이다. 백현교로 들어서자 다리 아래 개울가 모습이 지금까지 보여온 자연하천의 모습과 확연히 다른 게 어색해 보인다. 최근에 마친 하상정비 사업으로 둑방엔 철망이 깔리고 하천바닥은 편평하게 다듬어져 '죽은 느낌'을 주고 있다.

 

 

속리천과 한남금북정맥의 멋진 만남
37번 국도를 따라 보은군 속리산면과 산외면 경계를 지나니 잠시 뒤 백석2교가 쉬어가라고 객을 부른다. 다리 건너 왼쪽 빈터로 들어서자 한폭의 동양화가 수면위에 떠있다. 한남금북정맥의 능선이 인근 농경지와 어울어져 물위에 비친 게 여간 멋진 게 아니다.

 

또 한바탕 휘도는 산모퉁이 중간에 속리산면과 산외면 경계가 있고 이어 나타나는 백석2교가 잠시 쉬어가란다. 다리 건너 왼쪽 빈터로 들어서자 한폭의 동양화가 수면위에 떠있다. 한남금북정맥의 능선이 인근 농경지와 어울어져 물위에 비친 게 여간 멋진 게 아니다. 지는 석양이 아쉬워 발길을 돌리니 백석1교가 지난 겨울의 모습을 떠올린다. 찬 바람이 불던 늦겨울 예비탐사차 이곳을 찾았을 때와 물빛이 확연히 다른 게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계속>

"천왕봉서 물머리 일으켜 3백리 물길 시작" 
실질적인 시작점은 백두대간 마루금
'속리천'이란 이명으로 최상류 흘러

 

 

■달래강 물길의 시작점


달래강 물길은 그동안 속리산 비로봉 아래 상고암 약수로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탐사 결과 달래강의 제1 발원지는 천왕봉 아래의 봉수대터 샘물임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달래강 3백리 물길은 바로 이 샘물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실질적인 물흐름이야 천왕봉서 문장대를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학계서 인정하는 강의 시작점은 '하구 또는 합류지점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샘물 형태의 물뿌리(水源)'이기에 천왕봉 봉수대터 샘물이 진정한 '달래강의 시작점'인 것이다.


다만 이번에 함께 찾아진 비로봉 남쪽사면의 굿당터 샘물(제2 발원지-상환암과 천왕봉을 잇는 등산로변 바위굴 샘물)과 기존의 발원지로 알려진 상고암 약수(제3 발원지)도 달래강의 주요 시작점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 발원 샘물들은 각기 몸을 일으켜 법주사쪽 골짜기로 흘러들면서 달래강의 최상류 수역을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천왕봉의 봉수대터 샘물은 서북방향으로 물흐름을 시작해 산의 중허리 쯤에서 제2 발원샘인 굿당터 샘물과 몸을 섞은 다음 이내 상환암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다가 잠시 은폭동 폭포서 몸을 떨군 다음 비로산장 아래 삼거리(등산로를 따라 경업대·상고암 방면과 상환암·천왕봉 방면으로 나눠지는 갈림길)서 비로산장쪽으로부터 흘러오는 물길과 하나가 된다.

 

발원 샘물의 합수
천왕봉과 비로봉에서 각기 발원한 달래강 물머리는 비로산장 아래 삼거리(천왕봉·상환암쪽 등산로 입구)에서 서로 만나 비로소 하나의 물줄기를 이룬다. 왼쪽이 상고암·경업대쪽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 오른쪽이 비로봉 남쪽사면과 천왕봉·상환암쪽서 내려오는 물줄기.


비로산장쪽의 물길이란 다름 아닌 상고암 약수로부터 시작한 물줄기와 경업대·입석대쪽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상고암 입구 삼거리(경업대 방면과 상고암 방면의 갈림길)서 만나 비로산장을 거쳐 내려오는 물길을 말한다.


이들 주요 발원지 물길의 특징은 처음엔 석간수 형태의 샘물을 이루다가 샘물 밖을 벗어나 물흐름을 시작하면 다시 돌과 바위틈으로 스며들어 모습을 감췄다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길 수십 차례씩 반복하면서 앞서 말한 합류점(비로산장 상·하부)에 와서야 비로소 계곡수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이들 물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갑자기 물은 보이지 않고 돌과 바위 밑으로 졸졸거리며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이른바 건천지역이 유난히 많다. 그러다가도 여름철 장마 기간이 돼 유수량이 많아지면 물길이 겉으로 드러나 크고 작은 폭포와 급류를 이루는 등 새하얀 물줄기가 온 골짜기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비로산장 아래부터 제법 계곡수 형태를 띠기 시작한 달래강 물길은 다시 세심정 부근서 문장대쪽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몸집을 불린 뒤 조선 세조대왕이 피부병을 고쳤다는 목욕소를 지나 태평교 밑에서 사내저수지로 흘러든다.


사내저수지는 달래강이 속리산서 물머리를 일으킨 후 미처 산자락을 벗어나기 전에 만나는 첫 인공 구조물로서 인근 법주사를 비롯한 속리산면 일대의 주요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보은군이 관리하는 사내저수지 상수원은 자연유하식 식수전용댐으로서 총 14만2,500톤의 저수용량을 갖고 있다. 보은군은 이곳 상수원을 통해 모두 485가구 1,759명의 주민들에게 하루 1,238톤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보은군은 지난 1988년부터 사내저수지를 포함한 속리산 자연환경보전지역내 계곡들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발원지에서 사내저수지까지
달래강은 처음엔 석간수 형태의 샘물을 이루다가 샘물을 떠나 물흐름을 시작하면 다시 돌과 바위틈으로 스며들어 모습을 감췄다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길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비로산장과 세심정 부근에 와서야 비로소 계곡수 형태를 띤다. 세심정 부근서 문장대쪽 물줄기와 합쳐진 달래강 물길은 목욕소를 지나 태평교 밑에서 사내저수지(맨 오른쪽)로 흘러든다.

 

■속리천의 이름으로


사내저수지를 지난 물길은 법주사 바로 앞에서 동암쪽 계곡수와 만나면서 '속리천'이란 이름으로 사내리를 향해 물머리를 남쪽으로 튼다. 속리천은 달래강 물길이 발원지로부터 흘러내려 오면서 처음으로 얻게되는 '법정 하천(지방 2급 하천)으로서의 명칭'이다. 따라서 이곳부터는 계곡수 형태를 벗어나 비로소 '자연하천'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고 수량도 많아진다.


속리천이란 이름은 달래강이 하류로 내려가면서 구간에 따라 달리 불려지는 여러 이명(異名) 중의 하나로, 물길이 청원군 미원면 관내로 접어들어 '박대천'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 전까지의 명칭이다.

 

속리천이란 이름으로
사내저수지를 지난 물길은 법주사 바로 앞에서 동암쪽 계곡수와 만나면서 '속리천'이란 이름으로 사내리를 향해 물머리를 튼다.


법주사를 지난 물길은 다시 야영장 부근서 남산쪽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물길과 합류한 후 사내리 집단시설지구(상가지역)와 법주사를 잇는 다리를 지나 하천내에 설치된 분수대서 잠시 몸을 풀어헤친 뒤 묘봉쪽서 내려온 물길과 합쳐져 정이품송을 향해 줄달음질 친다.


법주사에서 사내리 집단시설지구까지 흐르는 동안 달래강 물길은 처음으로 '인간냄새'를 맡으면서 물빛도 달라지고 수질도 드디어 'BOD'를 띠기 시작한다.


상가지역 건너편 사낙골을 지나 대형버스 주차장을 옆으로 끼고 산모퉁이를 도니 이내 '국민 소나무' 정이품송이 600여년의 전설을 머리에 인 채 물길을 반긴다.

 

하지만 우산을 펼쳐 놓은 듯 말끔하던 예전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태풍에 잘려져 나간 상처를 허공에 떠 받들고 누런 솔잎에다 흉칙한 철기둥을 버팀목 삼아 근근이 서 있는 게 여간 측은해 보이는 게 아니다.

 

현재의 병색도 병색이거니와 그 병색을 더욱 짙게 만든 것이 다름아닌  인근 하천의 습기, 즉 달래강(속리천) 물길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안쓰럽다.

 

바로 옆으로 도로 공사를 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뿌리를 흙으로 깊게 덮는 바람에 물빠짐이 불리해져 화근이 된 데다 인근 하천에서는 끊임없이 수분을 과잉공급해 물과는 상극인 소나무 건강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유일한 '벼슬나무'이기에 수시로 링거주사를 맞는 호강(?)을 누리고는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병색이 짙어지는 것을 보면 그 명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3> 속리산 삼파수는 천왕봉이다
------달래강의 숨결
 
   
 
   
속리산의 마루금 문장대서 천왕봉 직전까지 이어지는 속리산 연봉들은 모두 낙동강 수계와 남한강 수계를 나누는 '이파수(二波水)' 마루금(분수계)이다. 사진에서 보아 천왕봉 직전까지의 각 봉우리를 잇는 마루금 뒷편(동쪽 사면)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낙동강 줄기가 되고 앞쪽 사면(법주사 방면)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남한강 줄기가 된다. 비로봉 전망대서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에 각 봉우리의 높이는 실제와 다르게 보인다.

남한강·낙동강·금강 나누는 국내 물뿌리의 '으뜸'

속리산을 삼타수(三陀水) 혹은 삼파수(三波水)라 한다. 조선 중종 20년(1525년)에 간행된 용재총화에는 삼타수, 5년 뒤인 중종 25년(1530년)에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삼파수로 기록돼 있다.

이들 문헌의 삼타수 혹은 삼파수가 정확히 어떤 물을 일컫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돼 있지 않아 알 길이 없으나 현대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세 갈래로 흘러내리는 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 갈래로 흘러내리는 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천왕봉의 삼파수비 천왕봉 정상에 서있는 비석에는 삼타수 대신 삼파수로 적혀있다

이는 곧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나뉘어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바로 남한강과 낙동강, 금강이 이곳서 갈려져 나간다는 것을 뜻하리라.

물줄기를 나눈다는 것은 한편으론 물줄기가 시작된다는 의미와 같다.

따라서 속리산은 산 정상으로 떨어진 빗방울을 남한강과 낙동강, 금강 등 세 갈래의 물줄기로 나누는 동시에 이들 세 강의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면 삼파수(혹은 삼타수, 이하 편의상 삼파수로 칭함)의 정확한 지점은 어디일까. 옛 문헌은 문장대(해발 1054m)를 꼽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속리산 문장대의 물은 세 갈래로 나뉘어 반공(半空)으로 떨어지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이 되며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흘러 달천이 됐다가 금천, 즉 남한강으로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 다른 문헌들도 비슷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기록은 사실과 다르다. 다시 말해 삼파수 지역은 천왕봉(해발 1057.7m) 산자락이다. 문장대 산자락은 단지 한강과 낙동강 등 두 갈래의 물줄기만 나눌 뿐이다.

따라서 문장대 산자락은 엄격히 말해 이파수(二波水)다. 문장대 외에도 청법대,신선대,입석대,비로봉 등 문장대서 천왕봉 직전까지 이어지는 속리산 연봉들은 모두 낙동강과 남한강만을 나누는 이파수의 분수계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문장대 산자락의 이파수 기능마저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나라 땅 이름에 밝은 이형석씨는 한국의 산하란 책에서 '문장대 물은 동서남북 모두 법주사로 흘러 달래강(남한강)이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허나 이 주장은 문장대 자체, 정확히 말하면 현재 큰 바위로 이뤄진 문장대 정상만을 놓고 본 견해로서, 실제 취재팀이 답사한 바로는 문장대가 솟아있는 산 능선 자체는 분명 낙동강과 남한강을 나누고 있다.

다시 강조 하건대 속리산의 삼파수 지역은 유일하게 천왕봉이다. 즉, 동쪽으로는 낙동강을, 서쪽으로는 남한강을, 남쪽으로는 금강을 발원한다.

학자들은 본래 낙동강과 남한강, 금강은 하나의 물줄기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것이 천왕봉을 비롯한 속리산 연봉들이 지각변동으로 새롭게 생겨나면서 서로 분리돼 다른 물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약 20년전에 밝혀진 '종개의 분포'다.

과거에는 종개라는 물고기가 한강과 금강 이북에서만 발견되는 '북방계 어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1990년도에 있었던 속리산종합학술조사에서 돌연 남방계 수계인 속리산 동쪽 낙동강 최상류에서도 이 물고기가 채집됨으로써 지각변동 이전에는 이들 세 물줄기가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分水嶺) 혹은 분수계(分水界)는 많지만 삼파수로 불리는 곳은 오로지 속리산(천왕봉) 뿐이다.

이는 바로 이 지역이 우리 민족에게 생명의 젖줄을 제공하는 가장 '으뜸의 물뿌리'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천왕봉의 이름을 얼마전까지 부르던 천황봉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천황'이란 의미를 굳이 일제의 잔재로만 볼 게 아니라 삼파수의 중요성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의 뿌리, 즉 강의 발원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물줄기가 시작되는 물의 시원(始源)이자 물이 흐름을 일으키는 머리(물머리)란 점에서 여느 지역 이상의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강의 시작은 인류 역사의 시작이자 문화의 시작이란 말이 있다. 역사는 강의 흐름과 더불어 이어져 왔고 문화의 태동과 발전도 강과 함께 해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 강줄기의 뿌리인 속리산 삼파수는 한반도 중부권 역사를 태동시키고 문화를 발전시킨 모태라 할 수 있다.

생명의 젖줄이자 역사의 터전인 강, 또 그 강의 뿌리를 세 개씩이나 보듬고 있는 속리산 천왕봉. 그 삼파수 지역을 잘 지켜나가고 그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일도 우리 역사, 우리의 뿌리를 올바로 알고 지켜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방편일 것이다.

   

 

천왕봉서 바라본 낙동강 수계와 금강 수계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오르면 삼파수의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정 중앙으로 길게 뻗은 마루금(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왼쪽(장각계곡)으로는 낙동강 수계를, 오른쪽(대목골, 만수계곡)으로는 금강 수계를 이룬다. 맨 오른쪽 저수지가 보은 삼가저수지다.

"달래나 보지…" 슬픈 남매 사연 담은 설화 대표적
물맛 좋아 달천(甘川), 수달 많이 살아 수달천(獺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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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달천)은 사연이 참 많다. 특히 명칭 유래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와 기록이 전한다.

 

우선 충주를 중심으로 널리 알려진 달래강 설화부터 들어보자.


"먼 옛날 친남매가 길을 가다 소나기를 만났다. 때는 여름인지라 앞서가던 누나의 얇은 옷이 비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뒤따라가던 남동생은 어쩔 수 없이 누나의 드러난 몸을 보게�고,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심성이 착했던 남동생은 자신이 엉뚱한 생각을 한 게 죄스러워 그만 돌로 아랫도리를 쳐 죽고 말았다.
한참 뒤 남동생이 따라 오지않는 것을 안 누나가 이상히 여겨 되돌아가보니 아뿔사, 동생이 아랫도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지 않은가. 이를 본 누나는 그제서야 전후사정을 알아채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하는 말이 '차라리 달래나 보지, 말이나 해 보지…' 그랬다는 것이다."


이같은 슬픈 얘기가 전해지면서 그때부터 달래강이란 이름이 생겼고 누나가 동생을 끌어안고 통곡한 곳은 달래고개라 불렀다 한다.

 

다음은 달천에 관한 유래다.


때는 조선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이 벌어지자 조선은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게 됐는데 이 때 이여송이 명군의 장수로 들어오게 됐다. 이여송의 아버지(이성량)는 본래 조선사람이었으나 철령위로 도망가 살았기에 이여송 역시 근본이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한 채 조선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요한 혈을 끊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여송 휘하의 한 장수가 충주지역을 지나다 갈증이 나자 맑게 흐르는 강물을 마셨는데 그 물맛이 달고 좋아 감천(甘川)이라 한 것이 훗날 달천으로 변했다고 한다.


물맛이 달고 맛있다는 뜻의 또다른 이명으로는 단냇물, 달냇물 등이 있으며, 충주 인근의 달천동,단월동,단호사와 같이 '달' 혹은 '단'자가 들어간  지명은 한자어에 상관없이 모두 '단 물맛'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일설에는 동국여지승람에 달천(獺川)으로 표기돼 있는 점을 들어 본래 이 강에는 예부터 수달(獺)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수달내라는 뜻의 달천(獺川)으로 불리다가 후에 '달' 자가 채음돼 달래강(達川)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달래강 인근에서는 조선초부터 수달피가 진상됐다는 얘기가 전한다.


달천과 관련된 다른 기록으로는 이중한의 택리지에 '속리산 정상에서 동으로는 낙동강, 서로는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며 북으로는 충주의 달천(達川)이 되어 한강으로 흘러든다'고 적혀있다. 또 조선시대 동람도에는 충주 서쪽으로 흐르는 강을 산천,덕천,달천(獺川)으로 각각 표기하고 있어 당시에도 달천이란 이름과 함께 여러 명칭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덕을 입은 강, 즉 덕천(德川)이란 이명도 전한다. 조선시대 벌미란 마을의 한 사내가 자신의 집으로 탁발 온 스님의 권유에 따라 달천에 징검다리를 놓았는데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병자(病者)가 다리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되자 그 병자를 업고왔던 노인이 '과연 덕을 입은 강이로구나(於是 彼德之川也)' 한 것이 전해져 덕천이란 이름이 생겼다 한다.

 

달래강은 지금도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최상류인 보은 속리산지역에선 속리천, 청원 금관~어암리 부근에선 박대천, 괴산 청천부근에선 청천강 혹은 가무내(현천), 괴산읍 부근에선 괴강(槐江) 등으로 불리다가 충주시 달천동에 이르러서야 달래강이 된다.


속리천은 발원지인 속리산에서 이름을 따왔고 박대천은 인근 어암리(충북 청원군 미원면)의 박대소(沼)에서 유래됐으며, 청천강은 괴산 청천지역을 흐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청천지역, 특히 화양동 부근에서 불리는 가무내는 '검은 내(현천.玄川)'란 뜻으로 인근 강바닥이 검은 바위와 돌로 돼 있어 물이 검게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괴강은 괴산지역 주민들이 특히 달래강을 대신해 부르는 이름으로 괴산(槐山)의 '괴(槐)' 자를 따왔다.

 

 

�달래강의 다른 이름 '박대천'
달래강은 지금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최상류인 속리산 부근에선 속리천, 청원 미원 부근에선 박대천, 괴산 청천부근에선 청천강 혹은 가무내(현천), 괴산읍 부근에선 괴강(槐江) 등으로 불린다.

< 청천천의 겨울>

 

 <가무내(현천)의 봄 전경>

 

<속리천의 겨울>

 

국립공원 쓰담쓰담 행사 통해 백두산탐방기회 제공
쓰레기 되가져가고 포인트로 적립해 공원시설 이용

 

그린포인트 적립을 위해 쓰레기 무게를 재고 있는 속리산국립공원 탐방객 모습.(사진제공=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국립공원공단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소장 윤덕구)는 친환경 탐방문화 정착을 위한 ‘그린포인트 제도’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국립공원 쓰담쓰담’ 행사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그린포인트 제도란 탐방객 스스로 국립공원 내 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하거나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경우 국립공원사무소나 가까운 탐방지원센터에서 그 양에 따라 포인트로 제공받고 누적된 포인트는 국립공원 시설물(대피소. 야영장 등) 이용 및 소정의 상품(등산양말 등)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탐방문화 정착 제도이다.
 
속리산사무소는 최근 3년간 2만4000명 이상의 탐방객이 참여해 공원 내 쓰레기 23톤을 수거했으며 탐방객에게는 포인트를 제공해 깃대종 뱃지, 등산 양말 등 물품 교환 및 전국 국립공원 시설물 무료이용에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올해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다음달 31일까지 국립공원 쓰담쓰담(‘쓰레기를 담다’와‘국립공원을 쓰다듬다’라는 의미) 행사를 진행해 ‘백두산’탐방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공원 그린포인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속리산국립공원 강성민 자원보전과장은 “그린포인트 제도는 누구나 손쉬운 참여로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자연도 지키고 확실하게 실현가능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친환경 탐방문화 정착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koomlin@hanmail.net

대표적인 봄 전령사 복수초는 지난해보다 '보름 이르게 활짝'
반면 4~5월 야생화들은 4월 이상저온 여파로 되레 늦게 개화
속리산국립공원의 4~5월 야생화들. 맨 위 왼쪽부터 고깔제비꽃, 금붓꽃, 큰괭이밥, 흰노루귀, 회리바람꽃, 피나물, 청노루귀, 괴불주머니.(사진제공=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속리산국립공원의 야생화들이 최근 잇단 이상기온 여파로 '개화기'가 들쭉날쭉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속리산의 대표적인 봄 전령사인 복수초는 지난 겨울 포근한 날씨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보다 보름이나 이르게 꽃망울을 터트렸다.

국립공원공단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소장윤덕구)는 지난 2월 11일 속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자생하는 복수초의 개화모습을 공개해 봄이 왔음을 알렸다.

올해 복수초의 개화는 지난 겨울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지난해보다 15일 이르게 꽃을 피웠다.
 
최근 2년간 12월 1일부터 2월 10일까지 문장대 ~ 천왕봉 고지대의 평균기온은 2019년엔 영하 5.5도, 금년엔 영하 4.0도를 나타내 1.5도 높았다.
 
같은 기간 기상청 한파주의보 발표기준인 영하 12도 이하를 기록한 날은 2019년 7일, 2020년은 2일로 5일이 적었으며 이로 인해 개화시기가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4~5월 야생화들.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각시붓꽃, 괭이눈, 노랑제비꽃, 산자고, 철쭉, 족두리풀, 별꽃, 구슬봉이.(사진제공=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반면 봄과 여름 사이에 피어나는 속리산의 4~5월 야생화들은 '4월의 이상저온' 영향을 받아 대부분 지난해 보다 늦게 꽃소식을 전했다.

속리산국립공원은 7일 탐방로 주변에 피는 4~5월 야생화 사진을 촬영, 공개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야생화는 군락을 형성하지는 않지만 햇볕이 좋고 물빠짐이 좋은 토질 특성상 색감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지역에서 많이 피는 별꽃, 노루귀, 양지꽃, 회리바람꽃 등을 시작으로 탐방로 변에 족두리풀, 각시붓꽃, 피나물 등 다양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다.
  
올해 4월 충북 보은군 법주사 주변의 평균기온은 8.4도로, 지난해 4월 대비 1.5도 낮아 야생화 개화가 늦었으며 5월 말까지는 계곡 주변에서 병꽃과 말발도리 등이, 천왕봉 탐방로 주변에서는 철쭉 등 관목류 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속리산국립공원 측은 예상했다.  

강성민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단순 정상정복형 산행보다는 야생화를 찾아보고 경관을 즐기는 여유로운 산행은 건강 증진은 물론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탐방 거리두기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몸과 마음이 즐거운 국립공원 탐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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