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 운명 '가는모래' 존속여부가 좌우
현존 서식지 대부분 하상변화로 멸실위기
모래 사라진 서식지 이미 미호종개 절종

 

■하상구조의 변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두 번째 원인은 '하상구조의 변화'이다.

 

여기서 두 번째 원인이라고 한 것은 하상구조의 변화가 전편에 소개한 '수질 악화' 보다 덜 심각하거나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설명하는 순서에 따라 두 번째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며, 그 심각성이나 중요성 면에서는 수질 악화에 버금가는 '주된 원인'임을 밝혀둔다.


그동안 서식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점도 그렇고 현장 답사에 동행했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이에 동의한다. 오히려 전문가들 중에는 수질 악화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쳐 미호종개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하상구조의 변화를 꼽는 이도 있다.


하상구조의 변화 가운데서도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바로 '가는모래가 없어지는 현상, 즉 저질(底質·bottom material) 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하천에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미호종개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얘기다.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서 지난 1년여 동안 본보 취재팀과 함께 현장 답사에 나섰던 생태 전문가 이순재씨(BLS테크 기술이사)의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현장 답사 결과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은 반드시 가는모래로 저질이 이뤄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는모래가 아닌 굵은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하상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미호종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존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저질구조가 바뀌어 미소서식처가 망가진 점을 들 수 있다."


미호종개와 가는모래와의 관계는 그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처음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가 된 것이 '희고 고운 모래'였으며, 신종 발표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서식처의 저질이 가는모래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가는모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시사해 준다.<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미호종개 복원사업단 연구원)의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는 0.15~0.6mm 크기의 고운모래가 깔린 하상을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확인됨.17회 보도> 

 

미호종개의 서식처
현존하는 미호종개 서식처들은 대부분 극히 적은 양의 모래로 소규모 사이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소규모 서식지에 사는 미호종개의 운명은 특히 하상의 가는모래가 언제까지 존재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만큼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사진은 대전 갑천의 서식처(월평공원 부근)./자연닷컴

 

먹이를 먹고 있는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 있다. 또한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도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등 가는모래가 많이 깔린 하상을 유난히 좋아한다./자연닷컴
 

 
취재팀이 이번에 확인한 미호종개의 생태에서도 가는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이한 생활습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라든가,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습성, 자연 상태에서 산란 장소를 택할 때 가는모래의 하상을 찾는 습성 등은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가는모래가 있어야만 영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습성과 관련해 가장 최근(2006~2007년)에 확인된 6곳의 서식지 상황은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멸종 직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는모래가 거의 사라진 현 서식지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는 얼마안가 멸종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처지에 놓여있음을 실감케 한다. 말 그대로 올 데까지 다 온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의 팔결교 지점(충북 청원 관내)은 물론 상류쪽(진천 관내) 농다리지점과 대전 갑천, 충남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의 서식지는 모두 한 사이트당 수십 ㎡밖에 되지 않는 지극히 작은 규모의 미소서식지가 불과 한 두 곳씩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며, 서식 개체수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천 백곡천(백곡저수지 인접지)의 집단 서식지는 다른 서식지에 비해서는 규모도 크고 서식 개체수도 많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하천 유수량과 바로 아래 저수지의 수위 변동 등 주변상황에 따라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 사이트 규모가 크게 변하고 모래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갈수기의 백곡천 집단서식지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지는 인근 백곡저수지의 수위 및 하천 유수량에 따라 미소서식지의 위치와 규모가 크게 변하는 등 상황변화가 심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불안한 상태다. 이곳 서식지의 저질을 이루는 가는모래는 대부분 저수지 안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백곡저수지가 만수위가 되면 극히 좁아진 사이트(저수지 수면에 잠기지 않은 미소서식지)에 수천 마리 이상의 미호종개들이 모여들어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전멸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서식지의 위치가 계속 변하고 있는 것도 미호종개가 모래(특히 가는모래로 이뤄진 모래톱)를 따라 서식장소를 옮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례로 청양 지천의 경우 지난 1986년에는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작천리 수역에서 하류쪽으로 멀리 떨어진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지역에서 발견됨으로써 서식지가 하류로 밀려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수계를 통틀어 현재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장소(미소서식지)가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미호종개가 이미 절종된 서식지(하천)들도 여러 곳에 이르고 있다. 과거 채집 기록상 미호종개 서식지로 알려졌던 대전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이 그 본보기다.


이들 하천을 포함해 미호종개 서식지에서 모래, 특히 가는모래가 없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골재채취로 인한 직접적인 유실을 들 수 있다. 또한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하천수에 휩쓸려 하류로 끊임없이 유실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


여기에 더하여 과거에 비해 산림이 우거지고 농지개간이 줄어드는 등 여러 여건 변화로 인해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토사량이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새로 생겨나는 모래량이 크게 감소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아울러 수질 악화로 인해 모래톱이 뻘 등 각종 오염원으로 뒤덮여 제구실을 못할 경우도 미호종개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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