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의 가장 큰 특성은 '고유성'과 '희소성'"

분류학적·생물지리학적·생태학적 가치 모두 지녀
현행법상 엄연한 '문화재'---유전자원 가치도 높아

 

미호종개가 중요한 어류로 꼽히는 것은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성이란 본래 '어떤 사물이나 생물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을 뜻하지만, 여기서의 고유성은 그 본래의 뜻에 더하여 '지리적 분포범위가 특정지역에 국한된 자생어종', 즉 고유종 내지 특산종의 개념을 강조한 말이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미호종개를 설명하자면, '참종개속으로 분류되는 미꾸리과 어류의 한 종으로서 무늬와 생김새가 독특하며, 다른 나라에는 분포하지 않고 우리나라, 그것도 미호천 등 극히 일부의 금강 수계에만 분포하는 물고기'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희소성은 말 그대로 '서식 개체수와 분포지가 매우 드문 어종'임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종합하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금강의 일부 수역에만 극소수가 분포하고 무늬와 체형이 독특한 미꾸리과 참종개속의 민물고기로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으로 지정된 보호어종'이 바로 미호종개다. 


미호종개의 가치 또한 그 고유성과 희소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미호종개가 갖는 고유성과 희소성은 이 종이 지니는 가장 큰 특성이며, 따라서 이를 거론하지 않고는 미호종개의 참다운 가치를 논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설명할 미호종개의 학술적 가치라든가, 문화재적 가치,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 모두가 고유성 및 희소성과 관련 있다.

 

■학술적 가치
미호종개의 학술적 가치는 우선 어류분류학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몇 안 되는 '특별한 종' 중의 한 종이란 데 큰 의의가 있다.

 

불과 33년 전인 1974년까지만 해도 국내 학자에 의해 학명이 붙여진 이른바 '국내 신종'이 단 한 종도 없었으나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 생물학과교수)가 참종개를 찾아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9종의 민물고기가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찾아졌는데 이 중 다섯번째로 국내 신종 목록에 오른 것이 미호종개다.


더욱이 미호종개는 학명을 이루는 속명(Iksookimia)과 종소명(choii), 명명자(Kim and Son) 모두가 국내 학자들의 이름(특히 스승과 제자 사이인 고 최기철박사와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름)으로만 이뤄진 세계 유일의 학명을 갖고 있다.


또 미호종개는 생물지리학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는 미호종개의 분포도와 관련된 것으로서, 종(種) 출현 및 분화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즉, 같은 고황하계(古黃河系)에 속하는 한강 등 다른 수계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고 금강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은 한반도 수계가 고황하로부터 분리·고립된 이후에 미호종개가 출현했고, 나아가 한강과 금강이 서로 분리된 이후(한 때는 하천쟁탈에 의해 두 물줄기가 이어져 있었다는 학설이 지배적임)에 종 분화가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호종개는 또한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미호종개의 현 서식처, 특히 미소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서식환경 특성을 통해 다른 기름종개 무리들과의 생태적 관계 내지 차이점을 밝혀내고 아울러 미호종개의 출현여부와 서식 개체수를 통해 그 하천의 생태적 특성을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어류분류학사에 길이 빛날 두 어종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국내 어류분류학사에 있어 특히 기념비적인 어류로 꼽히고 있다. 불과 33년 전인 1974년까지만 해도 국내 학자에 의해 학명이 붙여진 이른바 국내 신종이 단 한 종도 없었으나 1975년 김익수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찾아진 '국내 신종 1호'가 바로 참종개이며, 김익수·손영목박사에 의해 다섯번째로 국내 신종 목록에 오른 것이 미호종개다. 미호종개의 학명은 모두 국내 학자 이름으만 지어진 세계 유일의 어류이다.

 

  

■문화재적 가치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 454호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보호법이 정한 엄연한 '문화재'로서 물고기와 관련된 것은 총 9건(종으로는 무태장어,열목어,어름치,황쏘가리,미호종개,꼬치동자개 등 6종이 지정돼 있고 나머지는 서식지)이 지정돼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희소종들이다.<도표1 참조>


미호종개는 2005년 3월 금강 고유종으로 분포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고 서식개체수가 적은 데다 서식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해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등 보호 필요성이 있어 지정됐다.


문화재는 그 중요도에 따라 여러 지정문화재로 분류되는데 천연기념물은 국보,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등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에 속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는 또한 나라의 얼굴이다. 국보와 보물, 유형문화재가 선조들의 얼과 슬기를 엿볼 수 있는 얼굴이라면, 천연기념물은 자연과 생태계의 어제와 오늘을 읽을 수 있는 천연의 얼굴인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천연기념물을 무단으로 훼손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도록 하는 등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보호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도표 1> 어류 관련 천연기념물

 

     구분(지정 일자)

     명             칭

    지정 대상 및 내용

천연기념물 제 27호

            (1962.12.3)

천지연 무태장어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연 일대(서식지)

천연기념물 제73호

            (1962.12.3)

정암사 열목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3-1 외(서식지)

천연기념물 제74호

            (1962.12.3)

봉화군 석포면 열목어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266 외(서식지)

천연기념물 제190호

            (1967.7.11)

한강의 황쏘가리

한강 일원(한강 서식 종)

천연기념물 제238호

            (1972.5.1)

금강의 어름치

충북 옥천군 이원면부터 금강 상류(금강 상류 서식 종)

천연기념물 제258호

            (1978.8.18)

무태장어

전국 일원(종)

천연기념물 제 259호

            (1978.8.18)

어름치

전국 일원(종)

  천연기념물 제 454호

            (2005.3.17)

미호종개

전국(종)

천연기념물 제 455호

            (2005.3.17)

꼬치동자개

전국(종)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


미호종개가 갖는 또 하나의 가치는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이다.

 

생물자원이란 실제적 또는 잠재적으로 인류에게 활용가치가 있는 생물체나 유전자원을 말한다. 생물자원은 특히 식량과 에너지 부족, 난치병, 환경문제 등 인류가 처한 각종 난제들을 해결할 마지막 열쇠이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원이다.

 

미호종개 역시 현재로선 이렇다할 실제적 활용가치는 없지만 장차 어떠한 활용가치가 찾아질 지는 미지수다.  


각종 생물자원(혹은 유전자원)으로부터 얻어지는 약제나 화장품, 식품 등의 시장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억~8000억달러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만큼 세계 각국들은 현재 생물 및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소중한 생물자원을 지켜나가기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환경부가 지난 2005년 2월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Ⅱ급(Ⅰ급 50종 중 어류 6종, Ⅱ급 179종 중 12종)은 멸종위기에 처해있거나 처할 우려가 있는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서, 미호종개는 감돌고기, 흰수마자 등과 함께 Ⅰ급으로 지정돼 있다.<도표2 참조>

 

관련법규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킬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표 2>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어류

 

 

    구       분

명 칭(대상 종)

  분          포

     감소 원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감돌고기

금강,웅천천,만경강

서식지교란, 상실 및 오염

         〃

흰수마자

낙동강,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상실, 수질오염

         〃

얼룩새코미꾸리

낙동강

하상교란,수환경 오염

         〃

미호종개

금강

서식지 상실,하상교란,수환경 오염

         〃

꼬치동자개

낙동강

하상교란 및 수질오염,서식지 협소,남획

         〃

퉁사리

금강,영산강,만경강,웅천천

서식지 교란, 상실 및 수환경 오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

칠성장어

영동북부

하구 및 서식지 교란,보 설치

         〃

다묵장어

전국

서식지 교란

         〃

묵납자루

한강,임진강

하상교란에 따른 이매패 감소 및 서식지 상실

         〃

임실납자루

섬진강

서식지 협소,하상교란에 따른 이매패 감소 및 서식지 상실

         〃

가는돌고기

한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꾸구리

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돌상어

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모래주사

낙동강,섬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가시고기

동해 유입 하천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잔가시고기

동해 유입 하천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둑중개

한강,임진강,금강,섬진강,만경강

하천상류 환경의 훼손에 따른 서식지 교란

         〃

한둑중개

동해 유입 하천

하구의 교란,보 설치,서식지 교란,수질오염

 

"베일 속 미호종개 생활사 최초 밝혀"
암컷 유영하면 수컷들 뒤따르며 구애 행동
------<21>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1)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지난 1984년 신종 기록 후 20년이 훨씬 넘은 최근까지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져 온 것이라고는 미호종개의 형태와 몸색, 분포 정도였다. 여기에 더하여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서식하며, 모래 속에 잘 숨고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된다'는 등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려져 왔을 뿐이다.


그러나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최근 들어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금년 1월 18일 순천향대서 열린 '멸종위기 1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호종개의 산란특성 및 초기생활사, 먹이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를 밝히는 귀중한 연구 결과들이 첫 발표됐다.


여기에 공헌한 이들이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교수팀과 국립수산과학원 강언종박사(남부내수면연구소)·이완옥박사(중부내수면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등이다.


본보 기획취재팀은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미호종개 서식지 외에도 이들 연구진의 연구 과정 및 결과를 지난 1년 여간 밀착 취재,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심층 보도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산란 전 행동과 산란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역시 국내 언론사상 최초의 일이다.


산란 전 행동을 비롯한 산란 생태와 초기 생활사, 먹이 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 관한 내용을 앞으로 5회에 걸쳐 보도하기로 한다.

 

■미호종개의 산란 전 행동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을 관찰한 결과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미호종개도 산란하기 직전에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영국의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이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해발인(解發因, innate releasing mechanism)'이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해발인이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을 말하는데, 산란기의 물고기에 있어서는 수컷의 혼인색 외에도 암컷을 직접 유인하거나 산란하도록 하기 위한 수컷의 독특한 동작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에 붉은 색을 칠한 수컷 가시고기 모형을 향해 수컷 가시고기가 달려들어 공격하고 암컷 가시고기가 접근해 유인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든가, 산란이 임박한 암컷 꼬리부분을 막대기로 톡톡 쳐주면 곧바로 산란하는 실험에서와 같이 암·수컷이 상대의 색깔이나 동작에 의해 본능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내게 하는 요인이 바로 해발인이다.


다른 동물을 예로 들자면 새 새끼의 경우 주둥이에 뾰쪽한 물건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고 갖난 아이 입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는 것 등이 있다.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우선 산란이 임박한 암·수컷들은 새벽녘(주로 5~6시 사이)이 되면 하나같이 움직임이 재빨라져 마치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랑을 나누기 위한 제 1차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구애행동 혹은 유인동작은 암컷의 비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너울너울 움직이며 암컷이 수면 가까이 솟구쳐 올라 유영하면 그 뒤를 수컷 여러 마리가 잽싸게 뒤따르며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마치 암컷의 사랑 노래에 수컷이 응답하듯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컷은 암컷을 따라 그냥 유영만 하는 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둥이로 암컷의 배와 몸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 호소한다. 이 장면은 흡사 목을 길게 빼고 서로 부벼 가며 사랑을 외치는 기러기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애경쟁은 결코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수컷 입장에선 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은 없다. 오히려 처절한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안간힘을 쏟아부으며 암컷 가까이 접근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암컷에 뒤쳐지면 곧바로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낙오자가 되면 다음 산란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면 할 수록 암컷은 더욱 재빨리 유영한다. 가장 우수한 혈통과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여기서도 발현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암컷도 지치지만 뒤를 따르는 수컷들도 힘이 빠져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들도 있다.


이같은 '숭고한 사랑 나누기 경쟁(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은 암컷이 수면 가까이 치솟아 올라 유영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암컷의 유혹에 수컷들이 화답하듯 뒤따르면 암컷은 더욱 잽싸게 유영하고 수컷들은 암컷 가까이 다가가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이같은 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극적인 산란 장면은 다음 회에 게재./자연닷컴

잡고 보니 보호종이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3시 청원 미원 관내의 달천. 굵은 빗방울이 지나간 뒤 비가 뜸해지자 3명의 피서객이 열심히 투망질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지만 요즘엔 간 큰 사람들이나 하는 불법행위다. 그래서인지 일행중 한 사람이 연방 도로쪽을 바라보며 망을 보고 있었다.
해서 멀찌감치 차를 세워놓고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우선 웃는 얼굴로 인사부터 건넨 후 이런저런 말을 걸며 "잡은 물고기좀 구경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남이 잡은 물고기를 왜 보자고 하느냐"며 귀찮아 하는 눈치였다.
"요즘엔 무슨 물고기가 잡히나 궁금해서 그런다"며 다시 부탁하니 그때서야 마지못해 고기바구니를 내밀었다. 세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탓이다. 천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던 시절과는 인심이 전혀 딴판이다.

 


어쨋거나 두 차례 머리를 조아려 양해를 구한 다음 보게 된 '남이 잡은 물고기'. 하지만 그 물고기를 뒤적이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물고기가 손에 들어왔다. 3마리의 돌상어였다. 지난 1991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가 채집해 마지막으로 서식을 확인한 이래 그동안 채집사례가 없어 달천에서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왔던 물고기가 돌연 피서객의 손에 잡혀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틀림없는 돌상어였다. 불그스름한 몸바탕에 입이 아래쪽을 향하고 짧은 입수염이 4쌍 있으며, 머리 아랫면과 배밑 부분이 납작해 자갈이 깔린 여울에 살기 적합하도록 생겼다.
더욱 놀란 것은 그곳에서만 돌상어가 잡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하류인 괴산 청천 관내에서도 비록 1마리이지만 피서객의 투망질에 희생된 채 매운탕거리에 섞여있었다.

 


돌상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한국특산어다. 예전엔 물이 맑은 하천 중상류에 비교적 많은 개체가 살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 등으로 극히 보기 드물어진 희귀종이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이를 잡거나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돼 있다.
학술적으로는 아직 생태와 생활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미답의 물고기'이기도 하다. 지구상 유일한 분포지인 우리나라에서도 한강, 금강 수계에만 서식하는 데다 금강에서는 최근 '거의 사라진 물고기'로 취급되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그런 물고기가 달천에서 20년 만에 발견됐으니 박수를 치며 반가워 해야 할 판에 되레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적은 개체나마 달천 상류서 소중한 대(代) 내림을 해오고 있던 이 땅의 살붙이가 여전히 남획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달천변에는 현재 보호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있다. '우리가 보호한 토종물고기, 후손들의 큰 자랑이 됩니다'란 문구와 함께 지켜야 할 물고기의 사진과 이름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용없는 친절이다. 그것을 관심있게 보는 이도 없거니와 봐봤자 사진과 이름만으론 어떤 것이 보호종인지 이해하는 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잡은 뒤에, 이미 죽어 매운탕거리로 변한 뒤에 그것이 보호종이라고 해봐야 때는 늦으리이다. 감시와 단속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우리 주변에 혹은 내가 머무는 곳에 어떤 보호종이 있는지 보다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총으로 쏘고 보니 보호종이었다는 '포수의 말'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문화선진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수달 밀렵, 그게 우리 소관이여?

 
 지난 23일 오전 7시 30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괴산 청천에 사는 지인이었다. 이른 시각도 그러려니와 평소 전화를 자주 않던 그였기에 심상찮은 예감부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마른 번개치듯 들려왔다. 다짜고짜 수달이 덫에 치여 죽어가니 빨리 오란다. 
  

   부랴부랴 현장에 도착하니 상황이 심각했다. 목불인견이었다. 커다란 덫에 양쪽 앞발을 치인 수달이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었다. 두 발목은 잘려져 가죽만 붙어있는 듯 덜렁거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엔 눈물이 흥건하다.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도착한 주민과 함께 우선 덫을 풀어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소위 촌사람 셋이서 어린 수달 한 마리를, 그것도 양쪽 앞발이 모두 덫에 쳐 있는 수달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발버둥 치는 수달을 일단 가만히 있도록 제압해야만 덫을 풀 수 있겠는데 제압은 커녕 몸뚱이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세 사람중 하나는 짐승깨나 다뤄봤다지만 그마저도 속수무책이었다. 되레 죽기살기로 날뛰는 수달의 야성과 사나움에 혀만 내두를 뿐이었다. 게다가 덫의 성능은 왜 그리 센지 두 사람이 발로 밟고 펼치려 해도 꿈쩍도 안했다.


 이러단 안 되겠다 싶어 결국 119에 구조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19라고 생각처럼 빨리 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라고 긴급 상황을 모를리야 없었겠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더디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중에도 ‘그놈의 덫’을 풀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 역시 허사였다. 그럴수록 안타까움만 더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달도,사람도 지쳐갔다.


 탈진직전의 수달을 하천 물속에 넣어 진정시키고 있을 즈음 119 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달랑 절단기 하나에 방화복 윗도리, 면장갑만 가져온 처지라 건들면 날뛰는 수달을 쉽게 다루지 못했다. 마취주사 하나만 가져왔어도 수월했으련만 그렇질 못했다. 주민과 119대원 등 다섯명이 합세해 가까스로 절단기로 덫을 끊고 나무상자에 수달을 넣어 구급차량으로 옮긴 시각은 오전 9시20분경. 그리고 10시쯤이 돼서야 다친 수달이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 도착,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에 의해 수달이 첫 발견된 지 3시간여가 지나서야 구조활동이 끝난 것이다.


 1주일이 지난 지금 그 수달은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 먹이도 잘 먹는 등 상태가 좋아 1~2개월 뒤면 자연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취재에 열중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방관만 할 수 없어 직접 구조활동에 뛰어들었던 장본인이기에 더욱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당시 충청타임즈 보도 후의 반향은 의외였다. 방송 3사가 앞다퉈 취재하고 그중 2사는 중앙 뉴스까지 탔다. 지역 신문 보도도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 기타 매체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사고현장 주변에 현수막까지 내걸어 수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지역주민 한 사람의 남다른 신고정신으로 불거진 이번 ‘달래강 수달 사고’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향에도 불구, 계도·단속권을 가진 행정당국에서는 사고직후 단 한차례 전화만 하더니 이제껏 꿩 궈먹은 소식이다.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거창하게 보호동물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나몰라라다. 사고당시 한 공무원은 출동하다 그냥 돌아갔다. 멸종위기종에 천연기념물, 나아가 국제보호종이 덫에 치여 죽어가는 데도 남의 일이란다.

    한심해도 여간 한심한 게 아니다. “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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