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많던 시절 둥지밑에 떨어지는 제비새끼가 더러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보면 불쌍히 여겨 둥지에 넣어주곤 했는데 이튿날이면 또다시 떨어져 아예 죽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제 어미가 뭔가 시원찮아 일부러 떨어뜨리든가 아니면 새끼의 실수로 추락한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혼자 사는 독신제비의 심술에 의한 것이라는 놀라운 내용이 발표됐다.
내용인 즉슨 산란철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 독신제비가 남의 가정에 파탄을 일으켜 상대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다. 즉, 새끼 깐 남의 둥지에 몰래 들어가 새끼를 계속 떨어뜨려 죽임으로써 불화를 만들고 결국 부부관계를 파탄시켜 배우자를 가로챈다는 것이니, 제 아무리 새라 한들 생명을 미끼로 사랑을 빼앗는다는 사실에 혀가 내둘러질 따름이다.
바람난 사람제비들도 감히 엄두 못낼 일을 자연계의 제비들이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어쨋거나 제비처럼 일부일처종인 새들도 '배우관계외 교미' 이른바 EPC(Extra-Pair Copulation)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배우관계외 교미란 배우관계에 있는 새가 자기 짝이 아닌 다른 새와 교미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는 일부일처종만 아니라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종에서도 일어난다. 다만 확률상 일부일처종 보다 다부일처나 일처다부종에서 높게 나타날 뿐이다.
일부일처종인 경우 평균 4.5%가 EPC를 하고 있는데 그 중 딱새처럼 자기들만의 독립된 세력권을 갖는 일부일처종의 3.2%, 백로처럼 집단번식하는 일부일처종의 5.8%가 EPC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집단성 종이 아무래도 '바람끼'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들이 왜 이처럼 다른 배우자와 일(?)을 벌이는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사회에서의 불륜과는 다른 행동이란 게 학자들 견해다.
이 연구 외에도 동양인의 사고체계를 뒤바꿀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금슬은 곧 원앙이요 원앙 하면 곧 금슬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동양에서는 원앙이가 한번 맺은 부부의 연을 죽을 때까지 이어간다고 믿어왔는데 사실은 정반대로 순전히 바람둥이란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원앙은 산란철이 오기 전 월동지서 짝을 찾는데 이 때마다 암컷이 수컷을 갈아치우는 'changing partner의 명수'란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원앙처럼 살아라'는 주례사는 되레 엄청난 험담이 되고 혼롓상에 원앙을 올려놓는 풍습 또한 쌍스런 일이 된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찮다.
충북 보은서 원앙을 25년간 사육해온 김중구씨는 원앙은 한번 짝 맺으면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배우관계를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수컷이 먼저 죽으면 남은 암컷을 다른 수컷들이 그냥 놔두질 않아 곧바로 죽을 뿐이란다.
인간세계를 보자.
이혼이 무슨 풍토병처럼 마구 번지더니 이젠 젊은층이나 황혼층이나 예사로운 일이 됐다.
더욱이 말다툼 한번 했다고 홧김에 법원으로 달려가는 충동이혼율까지 갈수록 늘어나 심각한 지경이다.
이에 부부가 이혼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토록 하는 이혼숙려제도가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진 오전에 협의이혼을 신청하면 오후에 법원도장이 찍혔다. 징글징글한 부부들이야 편리한 제도라 할지 모르나 충동이혼인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가정법원이 이혼숙려제를 시범 실시해온 결과 협의이혼 취하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건 상당수가 다시 한번 생각하면 마음을 달리한다는 의미다.
사람이 새와 다른 건 사리분별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떠날 땐 말없이 떠날지언정 사람이기에 정녕 다시 생각하면 상황이 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