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독일 북부에 프로이센 왕국이 있었다.

이 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절대주의 국가를 확립한 군주로 유명한 데 엉뚱하게도 버찌를 좋아했다. 

어느날 그가 정원을 거닐다가 벚나무에 참새가 날아와 버찌를 먹어치우는 걸 목격했다.

화가 난 그는 즉시 포고령을 내려 참새란 참새는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추상같은 명령에 온 나라가 뒤집혀 참새 사냥을 한 결과 2년만에 해충이 들끓어 나무와 곡식이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버찌마저 열리지 않게 됐다.

뒤늦게 참새의 역할을 깨달은 프리드리히 대왕은 성급했던 판단을 후회하며 곧바로 참새 보호에 나섰다.

2백년 뒤 중국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공산혁명을 마친 중국정부는 쥐,파리,벼룩,참새를 소위 사해(四害)라 하여 대대적인 추방운동을 펼쳤는데 그 결과 베이징에서만 30만 마리의 참새가 잡혀죽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참새가 줄수록 되레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조사결과 대흉작의 원인이 참새와 해충간의 역학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서둘러 참새박멸을 중단했다.

단편적이나마 이들 사례는 큰 교훈을 던져준다.

하나는 그릇된 자연 환경정책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를 역사적 사실로써 입증해준다.

자연은 그리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게 자연 환경인 만큼 인간의 짧은 소견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건 금물임을 일깨워준다.

또 하나는 비록 추진중인 정책일지라도 잘못된 것일 경우엔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뤄봤자 손해다.

우리도 이미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초와 조류(藻類)를 없앤답시고 외국서 초어와 백련어를 들여다 강과 저수지에 풀고 자원증식 시킨다고 육식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들여와 함부로 호소에 푼 것이 민물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 않았는가.

또 산림을 녹화하고 화전을 없앤다며 아까시나무와 리기다소나무,낙엽송,은사시나무를 마구 심었다가 훗날 이상한 식생이 나타나자 돌연 조림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않았는가.

또 시화호와 새만금 사업의 악몽은 어떻고….

자연은 미래로부터 빌려온 후손들의 재산이다.

그런 만큼 현재 보이는 알량한 이익과 욕심 때문에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

더욱이 도를 넘어선 과도한 개발은 미래 후손들의 재산을 선조 임의로 훼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건 엄청난 재물손괴다.
그럼에도 우린 목하 한반도 대운하란 소용돌이에서 2년 가까이 허우적대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추진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다. 완전 백지화 선언이 아닌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묘한 단서 때문이다.

현재의 반대여론을 두고 한 말인지, 앞으로 국민의사를 묻는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외신들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해석할 뿐이다. 때문에 찬반여론이 다시 들썩이고 관련 건설업계,부동산 시장,주식시장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물길 마다엔 그곳에 적응된 여러 생명체가 독특한 유전형질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같은 종이라도 한강 것과 금강 것이 다르다. 그들의 유전자엔 그들 종이 지닌 생명의 비밀과 한반도의 비밀이 내재돼 있다. 그래서 토종 물고기라도 함부로 이동시켜선 안되는데 하물며 물길을 송두리째 터 연결하는 건 이만저만 큰 사건이 아니다. 유전 다양성에 대한 반란이다.
참새 한 종 잘못 건드려도 곧바로 화가 되돌아오는 게 자연이다.

그런 자연을 얕잡아 보고, 참새를 단지 버찌나 따 먹고 곡식 낟알이나 훔쳐먹는 생도둑으로 몰았다가 된통 당한 그 옛날 독선자들의 망령을 다신 보지 않았으면 한다.

비단 대운하 뿐만이 아니고 모든 자연 환경정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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