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미호종개의 서식현황(4)

"유일한 도시하천내 마지막 서식처 개발 앞두고 멸실 위기"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은 모두 6개 지점이다. 앞서 설명한 미호천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 진천 백곡천 상류 외에도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과 충남 청양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 유구천 하류부 등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대전 갑천의 월평공원 부근은 하천 특성상 대전시 지역을 관류하는 '도시하천 내' 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지이자 역시 도시하천인 대전 유등천(갑천 지류)과 청주 무심천(미호천 지류)에서는 이번에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은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또한 갑천 본류수역으로서 1998년과 2000년도에 채집기록이 있는 대전 서구 가수원교 지점에서도 미호종개가 찾아지지 않았다.

 

현재 갑천은 다른 도시하천들과 마찬가지로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자연하천 구간과 직강공사 등으로 옛 모습을 거의 잃은 인공정비 구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찾아진 곳은 자연하천 구간 내이다.

 

구체적인 지점은 대전 서구 월평공원 옆 인접 수역(가수원동 관내)으로 주변에는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등의 수초대가 형성돼 있다.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은 세 개의 작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사이트 역시 타 서식처처럼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되고 있다.

 

갑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대전 갑천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유일한 도시하천'으로서 일부 구간에 주변에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같은 수초대와 고운 모래층이 형성돼 있는 등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으나 서식환경 악화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현지 조사는 총 네 차례 이뤄졌으며 최종 조사 시점인 지난 6월 28일 15번의 채집활동으로 7 마리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36마리가 확인됐다.

 

서식처 규모는 가장 큰 사이트가 2m×30m 정도(60㎡)로 매우 작은 편이며 다른 두 사이트를 합쳐도 10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 서식처도 '갑천의 마지막 남은 미호종개 서식처'로서 명맥 유지와 종 보전에 매우 중요한 보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서식처 규모는 작지만 채집시 마다 미호종개를 확인할 확률은 의외로 높아 세 사이트 중 가운데에 위치한 사이트(가장 큰 사이트)에서는 거의 매번 확인됨으로써 조사팀들이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로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이곳에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모두 성어)의 크기는 다른 서식처의 개체보다 유독 큰 반면 어린 개체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채집상의 문제는 없을까 하고 조사때 마다 특별히 신중을 기했지만 지난해부터 금년 6월까지 실시된 총 네 번의 집중 조사에서 어린 개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갑천의 미호종개

갑천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는 타 서식처의 것보다 크기가 크나 어린 개체가 확인되지 않아 종 보전상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미호종개, 특히 성어(成魚)의 출현율은 높은데 어린 개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종 특성상 어린 시기에는 미소 서식처가 성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곳의 서식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적합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첫 번째의 추측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서식처의 경우 출현 빈도는 다소 다르지만 성어와 새끼 미호종개가 대부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갑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 고려할 때 두 번째 추측이 답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현 서식처의 저질을 이루는 모래층이다. 지난해 8월 하순 예비 취재 및 조사 당시엔 모래 바닥이 비교적 깨끗했는데 금년 3~6월 취재 및 조사시에는 모래층이 검게 변해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닥층 아래 10~30cm 가량이 상류로부터 유입된 각종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인해 심하게 부패돼 있는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한 곳에서는 황화수소 가스가 방울져 올라오면서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

 

바닷가 갯벌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원층(무산소층)이 이곳 모래 바닥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오죽하면 조사팀원 모두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미호종개가 살고 있을까"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미호종개의 내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하순은 이미 큰 비가 내려 바닥이 어느 정도 정화된 상태였고 올해 3~6월은 장마가 지기 전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매년 이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3~6월은 미호종개가 산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서식처 바닥이 심하게 부패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점에서 미호종개의 내대림은 현재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내림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원활치 못한 것만큼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썩어가는 하천 바닥

갑천 내 미호종개 서식처는 현재 상류로부터 유입된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모래바닥이 썩어가는 등 악화일로에 있어 절종을 부채질 하고 있다./자연닷컴

 

환경이 적합하다면 왜 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또 어미 개체들만 관찰되겠는가.

 

수십 수백 만년을 이어오면서 형성된 갑천의 어류상에서 미호종개의 이름이 제외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구상의 '외로운 혈통 미호종개'는 이처럼 이곳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갑천은 도시하천이란 점에서 다른 일반 하천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생활하수에 의한 오염 진행속도와 정도가 눈에 띄게 다르며 수온의 상승폭과 변동폭도 훨씬 다르다. 게다가 개발에 의한 서식환경 파괴 및 변화 강도도 훨씬 강하며 속도 또한 빠르다. 이는 곧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데다 최근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전 서남부권 신도시 및 택지 개발사업과 동서대로 건설 사업(월평공원 터널공사 포함)은 미호종개의 숨통을 더욱 옥죄는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천 내부적인 서식환경 악화도 벅찬 판인데 여기에 더해 외부적인 환경 파괴가 바로 눈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시민 단체의 반발과 요구로 터널 등 각종 공사를 친환경적으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바로 지척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자체가 하천생물인 미호종개의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되는 '비수'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월평공원의 보전과 함께 자연하천 형태로 남아있는 갑천 중하류 수역의 보전 문제가 미호종개의 종 보전에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1.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①

 

 

 

 

■현재 약 2만 마리만 사는 '외로운 물고기' 확인

 

 

미호종개가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해는 1984년이다.

당시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서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학명은 1993년 Iksookimia choii로 변경)

미호종개로서는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불리워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가 신종발표를 계기로 당당히 새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줄곧 미호종개의 앞날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신종발표 이후 지금까지 있어온 채집 기록 내지 서식 기록을 보면 미호종개는 늘 위태로운 삶을 이어오고 있는 '외로운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이후 계속된 조사를 통해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분포역이 밝혀지긴 했으나 최근까지 20 여년 동안 찾아진 서식분포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고, 개체수도 타 어종에 비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식분포지 자체가 금강 수계내의 몇몇 수역으로 극히 한정돼 있는 데다 서식개체수 또한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임으로써 급기야 멸종직전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1993년 환경부 멸종위기종 지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다른 서식지는 물론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에서조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벼랑끝 신세다.

1984년 이후의 채집기록을 보면 10년전인 1997년까지는 미호천 본류에서의 서식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나 그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개체수가 급감해 2006년 초까지 채집기록이 아예 없을 정도다.

  1년간의 현지 조사 실시

  이번 시리즈를 위해 충청타임즈 취재팀은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미호종개 서식현황 등을 집중 취재했다. 사진은 충남 청양의 지천에서 미호종개 서식 여부 및 동서종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자연닷컴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미호종개 총 서식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전체 서식지에서 현재 남아있는 생존 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질문은 미호종개의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자연수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수를 정확히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감안할 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여기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미호종개를 최근에 현장 조사한 학자들이나 조사원 대다수가 흔히 "내 손 안에 있소이다"란 표현을 쓸 만큼 속 사정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종 집단이 돼 버렸음을 인식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시리즈를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동안 미리 현장 취재하면서, 또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복원프로젝트를 밀착 취재하면서 얻어낸 답은 '약 2만 마리 정도'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서식지 개체수 약 1만 마리가 포함된 숫자이다.

이와 관련해 미호종개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방인철교수는 "금강 수계내 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미호종개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된다"며 같은 뜻을 밝혔다.

약 2만 마리밖에 안 되는 개체수, 이것이 바로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남아있는 미호종개의 숫자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겸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현주소인 것이다. 


■서식현황조사

가) 조사 방법
미호종개는 1993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5년 3월에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한 특별 보호종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문화재 훼손허가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만 직접 채집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 조사하는 일은 부득이 정식 허가를 얻어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채집 조사 현장을 밀착 취재하는 방법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방교수팀의 현장 조사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됐으며  취재팀의 사전 취재는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후속 취재는 2007년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방교수팀과의 밀착 취재 외에도 필요 지점에 대한 동서종(同棲種) 및 종 다양성 조사와 미소서식처(microhabitat)별 저질특성 조사 등은 별도로 직접 진행했으며 이와 함께 각 수계에 대한 문헌조사 및 탐문조사도 직접 병행 실시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지 조사에서는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여부 조사 외에도 하천 저질특성과 먹이 특성 등 다양한 조사 연구가 병행 실시됐다. 위 사진은 미호종개의 먹이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하천 바닥의 모래를 현지에서 채취해 조류 등 부착 생물을 채집하는 장면. 아래 사진은 미호종개의 위 내용물을 관찰하고 있는 이상명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의 모습./자연닷컴

 

나)조사 지점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 여부 조사는 미호종개가 최초 확인돼 학회지에 기재발표됐던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을 중심으로 한 미호천 전 수계(백곡·초평·보강·무심천 포함)와 2006년 이전까지 서식이 확인된 그밖의 지점, 즉 금강 본류(대청댐 직하부에서 부여 관내까지)와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유등천, 충남 청양 지천, 공주 유구천을 대상으로 집중 실시됐다.

또한 금강 지류 중 미호종개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충북 보은·옥천의 보청천, 영동의 초강천, 충남 금산의 금산·봉황천, 전북 무주의 남대천, 충남 논산·강경의 논산천,부여의 금천 등이 서식여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조사 결과의 보도 계획
이번의 미호종개 서식현황 조사가 있기 전, 즉 2006년 3월 이전까지 실시된 조사 내용을 보면 미호종개는 1997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석우리 인근의 미호천에서 서식이 확인된 이후 대전 갑천에서만 두 차례 채집됐을 뿐 그밖의 서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갑천 외에도 미호천의 팔결교와 농다리 부근(진천)에서 각각 1개체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미호천 지류인 백곡천 상류에서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는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총 6개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밝혀진 각 서식지의 서식현황과 서식환경(동서종 및 종 다양성,하상구조 및 저질 특성,수질환경 등)에 대해 앞으로 10회에 걸쳐 상세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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