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겨진 수정란 발생과정...신비 그 자체"
수정후 곧바로 '새 생명'으로의 진행 시작
25도 수온서 24시간 만에 발생·부화 완료
   
-----<23>미호종개의 초기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왔다.

 

산란과정(21~22회 보도)은 물론 산란·수정된 알의 발생 및 부화과정과 부화 후의 자어(미성숙 상태의 새끼)에서 치어(몸 구조가 완성된 이후의 새끼)로 성장하기까지의 초기생활사, 그리고 치어 이후의 성장과정과 생태 등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된 방인철(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이완옥(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미호종개의 실체를 밝히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이완옥박사팀의 연구 과정을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밀착 취재, 보도한다.

 

■수정란의 발생 및 부화 과정


물고기들의 삶 속에 내재된 생명의 신비는 그들의 산란과정과 그 결과물로서 생겨난 수정란의 발생과정에 함축돼 있다. 미호종개 역시 마찬가지다.


수컷들의 눈물겨운 사랑경쟁과 그 치열한 경쟁 끝에 이뤄진 암·수의 산란행동, 이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인 수정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다.


그 신비로움은 알의 발생과정으로 이어진다. 암·수컷이 산란행동을 통해 수정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무(無)에서 유(有)로의 과정'이라 한다면, 그 수정란이 다시 발생단계를 거쳐 자어로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은 '유(有)에서 화(化)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발생과정을 보자.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직경이 1.1~1.3㎜(평균 1.2㎜, n=50)로서 투명한 황색을 띤 구형에 가까운 침성점착란(가라앉고 점착성이 있는 알)이다. 이 수정란은 '평균수온 25℃ 조건'에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발생 완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단 하루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들의 산란행동과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별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생명 탄생과정은 연속선상에 있다.


어미 배에서 나온 알은 수컷의 정자와 만나 수정된 후 곧바로 발생과정에 접어드는 것이다. 발생과정에서 겉으로 관찰되는 첫번째 현상인 난막 분리현상이 수정 후 10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실제 관찰 결과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 분리현상이 나타났다. 난막이 분리된 후부터는 배반 형성과정으로 들어가는데, 2세포기로의 변화 시작은 50분을 전후해 나타났고, 1시간 경과 후엔 대부분의 알(난)에서 뚜렷한 4세포기가 관찰됐다.


1시간 20분이 지난 후엔 8세포기 형태를 보였다. 16세포기는 1시간 30분이 지난 후 관찰됐으며, 1시간 35분 후에는 32세포기가 관찰됐다. 이어 2시간 5분을 전후해 64세포기가 관찰되기 시작했고, 2시간 20분 후에는 128세포기로의 진행이 이뤄졌다.


4시간 40분 후에는 뽕나무 열매(오디) 모습을 한 상실기로 접어들기 시작해 분열을 보이다가 7시간 50분이 경과한 후에는 일부에서 이미 포배기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 배체가 형성되는 모습은 12시간이 지난 후 관찰됐다. 14시간 지나 4~6근절을 관찰할 수 있으며, 18시간 경과 후에는 18~23근절이 관찰됐다. 34~42근절은 21시간이 지나면서 관찰됐다.


22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알 속의 '미동(微動)'이 포착됐다. 드디어 새로운 생명이 '움직임'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인 23시간째부터 개체들이 발생을 마치고 알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른바 부화의 순간이다. 새로운 생명들이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움직임도 미약하고 모습도 불완전하지만 그 이름과 혈통만큼은 세계에서 유일한 미호종개다.


산란에서 부화까지 미호종개의 대내림 과정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파노라마다. 무(無)에서 유(有)로, 유(有)에서 화(化)로, 순간 순간 변화하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새 생명의 탄생과정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진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어떤 드라마가   이처럼 벅찬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정리하면,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차이를 두고 2-4-6-8-16-32-64-128세포기의 형태로 분열되는 것이 관찰됐으며, 상실기·포배기·배체형성기는 대략 5시간이 경과한 후 발생이 이뤄졌다'며 "평균 수온을 25℃로 유지한 결과 대부분의 개체가 빠르게는 23시간에서 25시간에 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1) 배반형성(수정후 40분 경과)

 

 

 (사진2) 2세포기(수정후 50분 경과)

 

(사진3) 4세포기(수정후 1시간  경과)

 

 

(사진4) 8세포기(수정후 1시간 20분 경과)

 

(5) 포배기(수정후 2시간 20분 경과)

 

 (6) 4근절기(수정후 14시간 30분 경과)

 

 

 (7) 26근절기(수정후 20시간 10분 경과)

 

 (8) 부화 시작(수정후 23 시간 경과)

 

새 생명의 탄생과정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수온 25도 아래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한다. 그만큼 빠르게 발생한다.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이 분리되고 50분 전후해서는 2세포기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미호종개 수정란의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데 수정 후 22시간이 지나면 '새 생명'이 움직임을 시작해 23시간후부터는 부화가 시작된다. <사진은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디지털카메라 부착 실체현미경(×30,×50)을 이용해 촬영>

 

 

"수컷이 암컷 몸 휘감는 순간 산란·방정 동시 이뤄져"
 산란전 암수 '해발인 동작'...생명의 신비 처음 규명
-----<22>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2)

 

■산란과 방정


전편에서 봤듯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은 몸시 치열하다. 아니 치열한 정도를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사랑의 낙오자'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가미 호흡 횟수가 산란행동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많고 거칠다. 아직 '힘 있는 수컷'들은 열띤 구애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대열에서 밀려나 숨을 고르는 낙오자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물고기 수컷들에게도 그만큼 사랑을 차지하는 과정이 높고 험한 가시밭길이다.


미호종개의 사랑 유영은 한동안 계속된다. 암컷이 이끄는 대로 수컷들이 필사적으로 뒤따르길 수 분, 그러다가 구애경쟁을 펼치던 수컷 가운데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는 순간 그 치열하던 사랑경쟁은 일단락 된다. 암컷을 사랑의 포로로 쟁취한 수컷 한 마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묘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산란 행동을 보이지만 극히 드물게는 수컷 두 마리가 동시에 몸을 휘감는 경우도 목격됐다. 이럴 땐 최후의 승리자가 두 마리가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이 순간이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장면이다.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기회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암컷의 산란공이 있는 배부분을 가슴지느러미로 압박하면서 몸으로 한 바퀴 반, 각도로 치자면 약 450도 가량 휘감아 자극하면 암컷은 즉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을 낳는다. 수컷 역시 몸을 떨면서 암컷의 산란에 맞춰 방정한다.


한반도의 금강 줄기에서 미호종개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이래 '대내림의 베일'이 처음으로 벗겨지는 순간이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산란과 방정은 순식간에, 그것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시작한 사랑 나누기는 결국 1대 1(극히 드물게는 1대 2)로 산란과 방정을 하면서 끝이 나니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1>

<사진2> 

 <사진3>

미호종개의 여러 산란 행동
미호종개는 산란할 때 암·수컷이 집요하게 구애행동을 하다가 수컷이 순간적으로 암컷 몸을 휘감으면서 산란과 방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산란행동은 대부분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지만 극히 드물게는 <사진 3>처럼 수컷 두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는 경우도 목격된다./자연닷컴


수컷이 암컷으로 하여금 알을 낳도록 하는 결정적인 해발인(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은 '가슴지느러미로 암컷 배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휘감아 자극하는 동작'으로 보인다.

 

수컷들이 구애경쟁을 하면서 주둥이로 여러 번 암컷 몸을 자극하는 것도 일종의 해발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암컷이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해 수컷들을 유인하는 것도 그런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행동, 즉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그 사랑판(?)은 한동안 잠잠해 진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암·수컷 모두가 조용히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산란 행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벽녘에 시작된 산란행동은 동이 트고 나서도 여러 번 계속된다.

 

수 시간 동안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번 산란하는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처음엔 바닥에서 멀리 떨어진 수면 가까이서 산란과 방정이 이뤄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아래 쪽으로 내려와 막판에는 아예 바닥에서 산란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암컷은 암컷대로 여러 번 알을 낳고 수컷은 수컷대로 여러 번 구애경쟁을 함으로써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체가 거의 투명하고 왜소해 나약해 보이지만 대내림이란 지고지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진력하는 미호종개의 모습에서 종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의 산란동작을 통해 낳는 알의 수는 대략 20~80개 정도이며, 총 산란량은 평균 2,100개로 밝혀졌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의 산란 장면을 대하는 순간 최초로 베일을 벗긴다는 설레임과 함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특히 여러 번 이어지는 수컷들의 집요한 구애행동에서 미호종개의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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