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를 영어로 '드레곤플라이(Dragonfly)'라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용(龍)처럼 생긴 파리, 즉 '용파리'가 된다.

서양사람들의 생각에 잠자리가 마치 파리처럼 허물을 벗고 용처럼 하늘로 날아오른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이 같은 시각을 현대 생물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할 때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잠자리는 탈바꿈할 때 허물을 벗긴 하지만 파리처럼 알-애벌레-번데기-성충 시기를 모두 거치는 완전탈바꿈을 하는 게 아니라 애벌레에서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충이 되는 이른바 불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이란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자리를 드래곤플라이로 지칭하는 서양식 표현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겹눈에 1만~2만8천 개나 되는 수많은 낱눈을 가진 잠자리는 그 생체적 특성상 파리와 같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에 매우 둔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용처럼 날쌘 동작을 하다가도 사람들이 천천히 다가가 손으로 낚아채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금새 포로가 되는 약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잠자리를 용파리로 부르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잠자리는 전 세계에 약 5천 종, 우리 나라에 약 90종 가량 서식하고 있는 흔한 곤충이다.

그러나 이처럼 흔한 곤충인 것과는 달리 정작 그들의 생활사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두 마리의 잠자리가 앞 뒤로 붙어 다닐 때 사람들은 흔히 교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교미를 하기 위한 전위(前爲) 행동, 즉 밀월여행을 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 행동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나뭇가지나 풀잎에 앉아 정지상태로 교미를 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마리의 잠자리가 붙어 있을 때 앞의 것이 암컷이고 뒤의 것이 수컷인 줄 아는 데 실은 그렇지 않다.

잠자리 수컷은 산란기가 되면 배우자가 될 암컷을 찾아다니다가 암컷이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오면 재빨리 알아채고 즉시 뒤꽁무니에 돋아있는 집게모양의 돌기로 암컷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사랑비행을 한다.

예전에 짓궂은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아 꽁지를 뗀 후 지푸라기나 풀줄기를 꽂아 날려보내면서 엉뚱하게도 '시집보낸다'고 했는데 이는 시집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죽으라고 황천길로 보낸 것이며, 실제 시집가는 잠자리는 수컷에게 머리채 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사랑의 포로가 된 암컷인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새빨간 모습으로 하늘하늘 허공을 간지르며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볼 수 있다. 그 귀엽게 생긴 고추잠자리를 바라볼 때마다 어릴 적 쑥부쟁이 꽃을 꺾어들고 빙빙 돌리면서 "나마리 동동/ 파리 동동/ 멀리멀리 가면은/ 똥물 먹고 죽는다"(나마리는 잠자리의 방언)는 전래동요를 부르며 온 종일 헛땀을 흘리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 때만 해도 잠자리를 갖고 노는 일이 그렇게도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그런 재미를 모르고 자라는 세상이니, 잠자리가 행복해진 것인지 아니면 이 시대 어린이들이 불행해진 것인지 쑥부쟁이 꽃 돌아가듯 머리 속이 온통 빙빙 돈다.

 

이번 주말엔 그 빙빙 도는 머리도 식히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겸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들판에 나가 잠자리 좀 잡아 보면 어떨까.

까치발을 하고 아주 천천히, 떨리는 손을 집게 모양한 채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 땐 아주 잽싸게…

그런 후엔 잡은 잠자리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다시 살~금 살~금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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