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 충주환경련대표에게 듣다

 
“주민과 함께 개발·보전방안 협의하고 추진해야”
   -주민부터 주인의식 같고 다함께 참여해야 
  충북도가 나서서 ‘유역회의’ 구성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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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젖줄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인 달래강 물줄기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또 삼백리 물길이 품고 있는 각종 생명과 문화 등 이른바 ‘달래강의 숨결’은 어떻게 지켜나가고 보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

 

달래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지역의 문화가 전통과 현대라는 이름으로 살아 숨쉬고 있고 지역민들의 어릴적 추억과 꿈, 삶의 향기가 짙게 배 있다. 또 그 품 안에는 각종 동물과 식물, 자연환경이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과 명소를 빚어놓고 있다. 유역내 각 골짜기서 흘러내린 크고 작은 물줄기들, 그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달래강, 그 물줄기에 내재된 숨결들은 달래강만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한층 값지게 하고 있다.

 

달래강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20년 가까이 ‘달래강 지킴이’ 역할을 해온 박일선 충주환경운동연합 대표로부터 달래강에 얽힌 이야기와 보호 보전방안 등을 들어봤다.

 

 

괴산호 전경./자연닷컴

“한 마디로 달래강은 충청북도라는 공동체 인식을 형성시키고 이어주는 ‘끈 같은 강’이다.

 

보은에서 시작해 청원,괴산,음성,충주지역으로 흘러 내리는, 그러면서 충북의 남부와 중부, 북부를 연결해 주는 충북의 상징이기도 하다.

 

달래강은 또 보은과 청원,괴산,충주시민의 생명수이기도 하다.”

 

박일선 충주환경련 대표는 달래강이 갖는 지역적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충북 도민에게는 어머니와 누이 같은 강”이라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달래강에 가서 올갱이(다슬기)와 조개를 잡고 불거지(피라미)와 모래무지를 잡으며 커왔다”는 박대표는 달래강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1990년대 초반부터 충주시민의 상수원인 달래강을 지키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달래강 운동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고 밝혔다.

 

 

박일선 충주환경련 대표.자연닷컴
 

△그동안 달래강 상류 쪽의 문장대·용화지구 온천개발 및 집단시설지구 저지를 비롯해 달천댐 건설 저지, 대운하 건설 저지 등 달래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들 활동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일은.

-충주 수주 팔봉에서 향산에 이르는 군도(郡道)사업에 의해 인근 절경이 복원 불가능하게 훼손된 일이다. 이 도로는 전혀 필요 없는 혈세낭비 사업이었고 이로 인해 수달 서식지와 팔봉 일대의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사라졌다.

 

또 문장대·용화지구에 삽질을 하기 전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면 아름답고 소중한 속리산의 작은 봉우리들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다. 싱그런 숲은 사라지고 황무지에 잡초만 듬성듬성 나 있는 온천 및 집단시설지구 개발예정지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일과 관련해 지역사회, 정부부처 등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역의 자연 환경은 지역주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이다. 주인이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만이 내 고장 내 지역의 자연 환경을 지킬 수 있다. 주인 역할을 포기하면 내 고장, 내 고향을 지킬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지역민이 주인이라 하지만 한낱 통치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고 있다. 개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지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세가 매우 부족하다. 권력을 위임한 당사자들을 업신 여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그동안의 개발 계획 등으로 인한 지역간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특히 달천댐 문제로 괴산지역이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댐건설 계획이 지역민들을 매번 피곤하게 하고 있고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돈과 애향(愛鄕)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에서도 봤지만 대부분 국책사업의 희생자는 지역민이다. 대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한 동네에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관계가 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또 한 가지 각종 개발계획과 관련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온천법, 댐관련 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의식의 전환, 가치관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민단체에 구체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이 개발계획 등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달래강 수계 전체의 생태적·자연환경적 가치는.
-알 수 없고 단언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뭐라 표현할 없다. 다만 이번 충청타임즈의 기획취재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충청타임즈 보도로 지역 이슈화 됐던 ‘괴산호 생태’와 관련해서도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금의 소감과 괴산군 등 관련 기관에 하고 싶은 말은. 또 괴산호 생태는 앞으로 어떻게 관리 보호돼야 하는지.
-아쉬움이 많다. 아직도 환경보전하자고 외치면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달래강과 괴산호는 괴산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괴산에 거주하지 않아도 괴산을 위해 얼마든지 좋은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개발주체나 괴산군이 마련해야 한다.

 

그 동안의 과정에서 괴산군수와의 간담회를 통해 오해가 해소되고 생태조사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당시 괴산군수의 의지가 어떻게 사업에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개발주체나 지자체는 앞으로 계속해서 열린 마음, 열린 마인드로 지역 환경단체 혹은 언론과 괴산호의 효과적인 관리 및 개발에 대해 동반자적인 관계를 가지고 논의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 괴산호는 개발할 곳과 철저히 보전되어야 할 곳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주민들을 위한 이번 사업이 지금과 같은 생각과 개발방법으론 성공하기 힘들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 달래강은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달래강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충북도가 직접 나서 가칭 ‘달래강 유역회의’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엔 환경단체와 지역민, 환경청, 문화재청, 수자원 관련 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여 종합적인 관리방안과 발전 방안에 대해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견지 보다는 함께 더불어 계획하고 관리 보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달래강은 지역민의 삶 자체이자 생의 전부다”

 

래강 물줄기는 지역민들의 삶과 생을 이어준 요람이자 터전이다. 또한 달래강은 예나 지금이나 지역민들의 영원한 고향으로서,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달래강 물줄기
 달래강은 지역민들의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 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자연닷컴

그 도도한 물흐름 속엔 커다란 버팀목 같은 지역 특유의 정서와 정신이 배어있다. 달래강이 잉태한 정서와 정신, 그것은 지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씨앗’으로 각인된 채 살아 숨쉬고 꿈틀대며 독특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 달래강을 젖줄 삼아 삶의 뿌리를 이어가는 ‘달래강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달래강이 어떤 존재이며 지역에는 또 어떠한 존재인지, 나아가 지역은 달래강의 미래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박경수씨(75·속리산 주민)


“수계 내 공동협의체 구성 필요”

 

 

 
달래강 발원지역에 사는 박경수씨(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지역주민이자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인 그는 한 마디로 속리산에 푹 빠져사는 ‘속리산 박사’다. 50년 넘게 속리산지역에 살면서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야사나 문화재는 물론 곳곳에 깃들어 사는 온갖 동식물을 꿰뚫고 있는 ‘속리산 통’이다. 이번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 초기 본보 취재팀이 달래강의 새 발원지를 찾을 때에도 적극 도와준 장본인이다.

 

그는 또 속리산의 자랑이자 달래강의 대표식물인 망개나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해서 지난 6월에는 취재팀과 동행, 속리산 골짜기서 수령 약 500년된 국내 최대·최고령의 망개나무를 발견하고 17곳의 자생지도 새롭게 찾아내는데 기여했다.


“속리산은 달래강의 근원인 물의 뿌리이자 발원지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달래강 발원샘이 잘못 알려져 오는 등 너무 소홀하게 인식돼 왔다. 그런 점에서 충청타임즈의 취재로 달래강 발원샘이 새롭게 정립된 것은 무척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유일의 삼파수(三波水: 한강,낙동강,금강의 발원지)인 속리산이 전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듯이 달래강 유역 또한 전국 제일의 청정지역, 살아있는 생태관광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민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앞장 서 가꾸며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상류·하류 구분없이 지역민 모두가 달래강의 주인이자 관리주체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속리산은 산으로서, 달래강은 물길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 자연자원이기 때문에 관리 및 보전 방안을 마련하거나 개발 방안을 고려할 때에는 서로 연계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류 따로 하류 따로 소지역 주의에 묶여 지나치게 자기측 입장만 고집한다면 달래강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같은 수계 사람들은 고향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그런 만큼 달래강 수계를 중심으로 발전협의회 같은 공동협의체를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김사진씨(61·향토사학자)

 

“개발 안된 것이 오히려 큰 강점”
 

 


“달래강은 한 마디로 지역민들의 ‘생의 전부’다. 달래강변에 태어나 그 물로 생활하며 멱 감고 철렵하고 농사짓고, 또 죽어서는 그 곁에 묻히는 게  이 지역사람들이다. 그러니 삶 자체가 달래강이요, 달래강 역시 자연스럽게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 돼 지금도 지역인구의 80% 이상이 달래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괴산 청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로서 어릴 적 모든 추억이 고스란히 달래강에 묻혀 있다는 김사진씨의 ‘달래강에 대한 변(辯)’이다.

 

“지금은 달래강 혹은 달천, 박대천 등으로 불리지만 삼국시대에는 설천(雪川)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설내 혹은 설내거리라는 지명이 청천지역에 남아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먼 옛날의 이름에 눈 설(雪) 자가 붙었던 것은 그만큼 물이 맑고 깨끗했다는 의미다.”

 

김씨는 “물이 맑고 정기가 좋아 그동안 국회의원만 5명이 배출되는 등 많은 인물이 달래강 지역서 나왔다”며 “특히 자유당 시절의 정치인 이기붕씨가 청천 뒤뜰 출신인 것을 비롯해 벽초 홍명희, 서봉 김사달박사 등 꽤나 유명했던 사람들이 달래강과 생(生)의 인연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래강의 자연환경적·생태적 가치에 관해서는 “전국적으로 보아도 달래강처럼 개발이 안된 곳도 드물다”며 “이처럼 개발이 안 된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의 신개발지역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극의 땅 비무장지대(DMZ)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듯이 달래강 역시 지역민들이 나서 잘 가꾸고 보전한다면 반드시 지역 발전에 커다란 보탬이 될 귀중한 자연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수씨(45·괴산호 주민)


“괴산호 생태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달래강 중류 괴산호 주변에 사는 정대수씨는 달래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달래강 사람’이다.

 

주위의 무관심과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괴산호 주변 생태와 자연에만 관심을 가져오고 있는 그이기에 오히려 ‘기인’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는 누가 뭐래도 괴산호 주변에 관한 한 ‘눈 감고도 다 아는 전문가’다. 그만큼 많은 식견과 혜안을 갖고 있다.

 

“공부요? 더 하고 싶었어도 못했지요. 그래서 집안 살림 거들 겸 잠시 객짓밥 먹으러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온 후 줄곧 고향에서 살았으니 벌써 40년이 넘게 괴산호를 지켰나 봅니다.”

 

생태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은 단 한번도 받은 적 없다는 그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전문서적을 사다 밤새 찾아보고 외우며 기록한 것이 큰 도움이 돼 지금은 왠만한 것쯤은 다 아는 정도가 됐다고 자부한다. 정씨는 “괴산호 주변을 관찰해 온 것이 경제적으로 보탬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다른 곳에 살았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충청타임즈 보도로 괴산호 일대의 생태가 잇따라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치를 인정 받게 된 것”이라며 “특히 처음엔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괴산군이 생각을 바꿔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활용키로 한 것이 큰 위안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내 주변의 생명체가 온전하게 살 수 있어야 우리 인간도 잘 살 수 있다는 마음에서 반생태적인 개발사업을 반대한 것일 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 위해 괴산호내 옛길 정비사업을 반대해 온 것은 아니다”고 그간의 입장을 털어놓은 그는 “이번 일로 저를 오해한 동네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있다면 저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씨는 “생태보고로 되살아난 괴산호 주변이 아무쪼록 잘 보호되고 활용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발전 위한 ‘중요자원’으로 인식 계기

충청타임즈 첫 발견·보도로 보호 여론  ‘개가’
법정보호종만 23종 확인 ‘야외전시장’ 방불 
괴산군 머잖아 조사착수 보호방안 모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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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취재의 가장 큰 수확은 ‘생태보고 괴산호’를 찾아낸 것이다.

 

괴산호는 51년 전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댐이란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섰다. 현지취재가 시작되자 초빙 전문가조차 쉽게 믿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뿐 취재팀은 이내 실망감에 휩싸였다. 50여년 전 주변 생태계를 희생삼아 들어선 괴산호가 준공 반세기만에 국내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되살아났음에도 불구, 정작 반색해야 할 관할 당국은 연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설상가상으로 괴산군의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불거져 나오는 등 발견초기부터 훼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의 계속된 추적과 보도가 잇따르자 사업 주체인 괴산군과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왔고 결국 괴산군수가 나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보호·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생물자원’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뒤편으로 하늘다람쥐,까막딱따구리 등 수많은 희귀종이 발견된 천장봉이 둘러싸고 있다./자연닷컴 

 
■최초로 밝혀진 괴산호 생태

 

취재결과 괴산호 주변은 가히 희귀·보호 야생동식물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살아있는 생태를 보였다.

 

지난 7월초 괴산호 주변 천장봉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찾아낸 후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 법정보호종을 무려 23종 발견하고 7종은 서식 정황을 포착해 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14·15·22·23·27일자,11월 3·4·5·6·12·19·20·26일자 보도>-특히 이번 충청타임즈 기획취재와 관련한 각 언론의 반응은 이 카테고리 바로 아래 이어진 '달래강 괴산호 관련 보도기사'란 제목의 카테고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실물을 확인한 ‘괴산호의 천연기념물(발견 순서별)’은 하늘다람쥐를 비롯, 황쏘가리(190호),어름치(259호),수달(330호),황조롱이(323-8호),붉은배새매(323-2호),새매(323-4호),수리부엉이(324-2호),솔부엉이(324-3호),쇠부엉이(324-4호),소쩍새(324-6호),올빼미(324-1호),원앙(327호),남생이(453호),망개나무(266호 등),까막딱따구리(242호),고니(201-1) 등 17종이다. (이중 하늘다람쥐,수달,수리부엉이,올빼미,남생이,까막딱따구리,망개나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중복 지정된 종임)

 

가장 늦게 발견된 겨울철새 고니는 지난 10월 9일 9마리가 첫 관찰된 후 일주일 뒤인 16일 또 다시 12마리가 날아와 잠시나마 호반에 머무는 것이 포착됨으로써 괴산호가 고니의 중간 기착지로서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괴산호의 첫 겨울손님 ‘고니’./자연닷컴

 


 
취재팀은 또 삵,먹구렁이,황구렁이,노랑붓꽃,깽깽이풀,맹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도 괴산호 주변 천장봉 자락서 발견해냈다. 이로써 실물이 직접 확인된 법정보호동식물은 총 23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취재팀은 탐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산양(천연기념물 217호),검독수리(〃243호),뜸부기(〃446호),참매(〃323호),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담비(〃)는 물론 국내에선 얼마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세계적 희귀종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까지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정황(목격자 증언,배설물 및 기타 서식 흔적 등)을 포착, 계속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취재를 통해 이들의 서식 사실이 모두 밝혀질 경우 총 3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寶庫)로 기록될 전망이다.
 

 

솔부엉이

 취재결과의 의의 및 서식환경 분석
  이번 취재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우선 괴산호 주변에 무려 23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처음 밝혀낸 점이다. 물론 국립공원지역인 속리산을 제외한 달래강 수역서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삵 등을 발견해 낸 것도 처음이며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던 황쏘가리와 고니를 처음 발견한 점, 멸종 우려종인 어름치를 약 20년만에 찾아내고 남생이의 존재를 확인해낸 점 등도 의미가 크다.
 괴산호는 만수면적이 불과 1.75㎢밖에 안 되는, 진천 초평저수지(만수면적 2.58㎢) 보다도 작은 인공호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천연기념물 17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종이 직접 발견된 데 이어 5종의 천연기념물과 2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밝힌 종들은 모두 법적 보호종으로, 국내서 첫 발견된 ‘야생 거위’를 비롯해 물닭,쇠물닭 같이 비교적 희소성이 높으나 보호종으로는 지정이 안된 야생동식물들까지 합하면 괴산호 주변의 생태적·유전자원적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물닭./자연닷컴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회장(어류학자, 서원대 명예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대단한 생태 보고” 혹은 “DMZ(비무장지대)에 버금가는 생태섬(Eco-Island)”이란 평가를 내놓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의 현 생태가 괴산댐으로 인한 생태지리적 환경과 51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괴산호 주변은 댐이 들어선 이후 천혜의 요새로 변했다. 달래강을 사이에 두고 천장봉과 군자산, 아가봉이 둘러싸고 있고 댐 양안의 도로도 중간까지만 이어져 반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은 뱃길과 험한 산자락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순기능으로 작용, 오늘과 같은 보고(寶庫)를 탄생시킨 것이다.
 

괴산호에서 야간 수중탐사 중인 취재팀./자연닷컴

 

 

■천혜의 자원으로 활용 전망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의 앞날은 호 주변의 자연 환경을 포함해 그 안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각종 희귀종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경우 관할 당국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물론 1차적인 보호 관리 의무가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및 절차상의 이유와 관할 당국·지자체간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일회성의 현장 답사 내지 체면치레식의 단편적인 조사만으로는 51년만에 찾아온 생태보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직접적인 보호 관리 주체인 괴산군이 각 분야별, 단계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다. 괴산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유류와 조류 등 2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현재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추진중인 호수내 옛길정비사업도 그 위해성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공정을 최단기일내에 친환경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또 공사 후에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와 함께 옛길 탐방객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천연기념물 남생이 명맥만 유지 보호 시급

 
  전수계에 자라 서식 ‘자라의 강’ 입증
 멸종위기종 구렁이·맹꽁이 서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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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달천)을 대표하는 양서·파충류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자라’다.

 

달래강 물길 3백리 가운데 발원지인 속리산 계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역에 자라가 다수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래강의 최상류 수역이자 속리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사내저수지에서도 많은 개체수가 산다.

 
그만큼 달래강은 자라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가는 곳마다 소위 ‘자라바위’라 불리는 일광욕 터도 많이 눈에 띈다. 예전보다 개체수는 줄었지만 아직도 자라는 여전히 ‘달래강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달래강은 자라의 강이다

달래강변에는 현재 토종 자라를 주재료로 한 용봉탕집들이 성업 중이다. 상류로부터 청원지역의 옥화대와 괴산지역의 청천 뒷뜰·운교리·괴강변·목도 강변이 특히 유명하다. 달래강이 ‘자라의 강’임을 대변한다.

자라는 물가 바위 위로 올라와 등딱지를 말리는 습성이 있다. 햇빛을 섭취해 비타민D3를 보충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달래강 수계에서 ‘자라바위’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괴산군 청천면 화양·후영리 일대와 거봉리 거봉교 아래, 칠성면 사은리 괴산호변과 댐 직하부 등이다. 특히 괴산댐 직하부, 즉 댐 바로 아래 수역에선 여름철 내내 일광욕하는 자라들이 수시 관찰된다. 달래강 생태계의 건강도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남획이다. 특히 산란철 주낚을 이용한 어미 포획과 산란된 알을 줍는 행위가 개체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산란처인 모래벌마저 달래강에서 급속도로 줄고 있다. 자라(거북목 자라과)는 전세계에 7속 25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단 1종만 분포한다.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달래강의 생태지표격인 ‘자라바위’. ‘자라의 강’ 달래강에는 곳곳에 자라바위가 눈에 띈다. 자라바위는 자라가 올라와 햇볕을 쬐는 일종의 쉼터로서 하천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려준다. 사진은 괴산댐 바로 아래의 자라바위 모습./자연닷컴>
 
■천연기념물 남생이 서식 확인


달래강에서 발견된 양서·파충류 가운데 가장 특별한 것은 남생이다. 남생이는 거북목 남생이과의 파충류로 일종의 민물 거북이다. 겉모양은 자라와 비슷하나 등딱지가 바다 거북처럼 단단한 게 다르다.

잡식성으로서 물고기와 개구리,달팽이,지렁이,곤충,수초 등을 주로 먹기 때문에 하천 생태계내 먹이사슬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죽은 물고기도 잘 먹어 치워 물속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 외래종인 붉은귀거북과의 경쟁 등에 의해 개체수가 크게 감소, 지금은 주로 오염되지 않은 강 상류수역에 극소수가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서 종 자체가 2005년 3월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지정됐다.

이번 취재에서는 달래강 중상류인 괴산호서 단 1개체가 발견됨으로써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반면 외래종으로서 북미원산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은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확인됨으로써 생태 및 습성이 비슷한 자라나 남생이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멸종위기종 남생이. 이번 취재에서 단 1개체만 발견됨으로써 ‘사라져 가는 달래강의 숨결’ 중의 하나임이 재확인됐다./자연닷컴>

 
■구렁이 제외한 뱀류 증가세

달래강 유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파충류인 뱀류의 개체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황구렁이와 먹구렁이 등 구렁이류만 최상류 부근과 괴산호 주변서 불과 1~2마리 발견돼 말 그대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을 뿐 나머지 뱀류는 대부분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산간 계곡으로 이뤄진 중상류 지역에서는 살모사,쇠살모사,까치살모사 같은 독사류가 흔히 눈에 띄고 있으며 기타 무자치와 누룩뱀,유혈목이 등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뱀류가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야생동식물보호법이 강화됨에 따라 야생동물을 불법포획 또는 밀거래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등 관련 법규와 단속이 강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법포획 행위 중에서도 특히 그물을 이용한 싹쓸이식 남획이 거의 사라진 것이 개체수 증가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뱀류 외에도 장지뱀과 같은 도마뱀류도 중상류 위쪽의 산지에서 다수 발견됐으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표범장지뱀은 발견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 구렁이. 달래강 주변에서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구렁이. 속리천 부근의 한 농가에 들어온 것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기 위해 주인이 잠시 잡은 것을 촬영했다./자연닷컴>

 

 

<장지뱀류.자연닷컴>

 

<살모사.자연닷컴>
  
■멸종위기종 맹꽁이 서식 확인

달래강 주변서 발견된 ‘특별한 양서류’로는 맹꽁이를 들 수 있다. 맹꽁이는 맹꽁이과의 양서류로 청정지역에 사는 환경 지표종이다. 예전엔 비교적 흔했으나 환경변화와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해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주로 여름철 우기에 나타나 산란하며 울음소리가 매우 독특하고 건드리면 몸을 부풀려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번 취재에서는 괴산호 주변과 괴산 청천지역, 보은 속리천 부근서 소수가 발견됐다.

맹꽁이 외에도 도롱뇽과 두꺼비,물두꺼비,한국산개구리(과거 아무르산개구리로 불렸던 종),북방산개구리,참개구리,청개구리,옴개구리,무당개구리 등이 달래강 주변에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으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금개구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외국서 들여와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황소개구리가 달래강 주변의 일부 저수지서 발견돼 취재팀의 관심을 끌었다. 본류에서는 어미개구리가 아닌 올챙이가 주로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홍수기에 인근 저수지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멸종위기종 맹꽁이.자연닷컴>

 

 <토종 참개구리를 잡아먹고 있는 황소개구리.자연닷컴>

수달 많이 사는 ‘수달내’ 옛명성 재입증

중류권서 하늘다람쥐 서식처 다수 발견
사향노루,산양, 담비 서식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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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을 대표하는 포유류는 단연 수달(Lutra lutra)과 하늘다람쥐(Pteromys volans aluco)이다.

 

이번 취재 결과 수달(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천연기념물 330호)은 지류를 포함한 달래강 수계 내 거의 모든 수역에 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 달래강이야말로 전국의 대표적인 ‘수달 천국’임이 밝혀졌다.

 

이는 달래강의 이명이 한 때 ‘수달이 많이 사는 수달내, 즉 獺川(달천, 조선시대 동국여지승람)’으로 불렸던 옛 명성을 재입증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와 함께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을 중심으로 한 달래강 중류수역이 하늘다람쥐(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 천연기념물 328호)의 집중 서식지임을 최초로 밝혀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일자 보도>
  
■대부분 수역서 수달 서식 확인

 

달래강은 포유류만을 놓고 볼 때 한 마디로 ‘수달의 강’이라 할 수 있다. 본류의 경우 최상류의 속리산 사내저수지 부근부터 하류권인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앞 상수원보호구역까지, 다시 말해 3백리 물길중 최하류권의 극히 일부 수역(충주시 단월동 유주막~탄금대 합수지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역서 수달이 서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류에서도 수달이 살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기획 취재가 본격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달래강 전 수역을 대상으로 탐문조사 및 현장취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달래강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수달을 야간촬영했다./자연닷컴

 


취재팀은 특히 취재기간 동안 연인원 20명의 현지 어부들을 준전문가 자격으로 초빙, 동행 취재한 결과 본류에서는 중상류권인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일대부터 중류권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괴산댐 직하부에 이르는 구간에 수달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류에서는 사담계곡을 지나는 신월천과 화양구곡의 화양천, 쌍곡구곡의 쌍천 수역에서 비교적 많은 흔적과 실물이 목격됐으며 흑천,감천,구룡천,압항천,대전천,흑석천,동진천 등 기타 대부분 지류의 하류를 중심으로 수달 서식 흔적이 다량 발견됐다.

이번 취재에 초빙된 어부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20년 이상 어업에 종사하면서 수달을 항시 목격 혹은 관찰해 온 사람들로서 서식처(둥지)나 휴식처, 놀이터, 먹이터는 물론 배설물과 발자국 등 흔적까지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괴산군 청천면 관내의 이진의씨는 “어릴 적부터 수없이 많은 수달을 봐왔기 때문에 웬만한 생태는 알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다시 숫자가 크게 늘어 평상시에도 거의 매일 목격되는 편이나 특히 물고기 그물을 칠 때 2~3 마리씩 나타나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교묘히 따먹는 일이 많다”고 증언했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정대수씨는 “괴산호 수역의 경우 한꺼번에 8마리가 나타나 헤엄치는 게 목격될 만큼 타 수역에 비해 많은 개체가 산다”며 “댐 바로 아래 수역에도 상당수의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물고기가 많이 몰리는 수역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행취재에 나섰던 이들 현지어부들은 달래강 전 수계를 통틀어 최소한 100마리 이상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보다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주요 서식구간과 정확한 서식 개체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달은 우리나라의 국가지정 보호동물인 동시에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세계야생동물기금(WWF) 같은 세계적 기구에서도 종 보호를 위해 국가간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특별한 동물로서 특히 IUCN의 국제보고서에는 ‘인위적 방해와 오염이 없는 깨끗한 수역에 사는 종으로서 수생태계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전제한 후 ‘만일 지구환경이 오염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첫 번째 종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달래강 수계에 이처럼 진귀하고 희귀한 수달이 비교적 많이 서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수계의 하천생태 건강도가 양호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귀중한 척도로서 이번 취재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중류권에 하늘다람쥐도 집중 서식

이번 취재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큰 성과는 중류권인 괴산군 청천면 일대와 괴산호 주변서 역시 국가지정 보호동물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처를 다수 발견했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달래강 유역서 찾아낸 하늘다람쥐 서식처는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와 화양리(화양구곡) 주변의 숲, 괴산호 인근인 칠성면 사은리 천장봉과 군자산 자락 등으로 둥지를 포함한 미소(微小) 서식처는 모두 6곳이 발견됐다. 특히 괴산호와 인접한 천장봉에서는 3개의 서식처가 발견돼 이곳의 숲 생태건강도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나무류와 소나무, 잣나무 등이 섞인 혼성림에서 주로 발견된 이들 하늘다람쥐는 적게는 1쌍이, 많게는 3~4마리가 소집단을 이뤄 딱따구리의 빈둥지같은 나무 구멍에 주로 보금자리를 틀고 활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달래강 중류인 괴산호와 괴산 청천면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가 집중 발견됨으로써 이 지역의 숲생태 건강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괴산호 인근 천장봉 서식처에서 머리를 내밀고 바깥을 살피고 있는 한 쌍의 하늘다람쥐 모습./자연닷컴 

달래강 유역서 희귀종 하늘다람쥐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최상류권인 속리산 오리숲 주변서 어미와 새끼 등 3마리가 첫 발견된 이후 2번째이나 중류권, 특히 국립공원 바깥지역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희귀동물 권위자인 한성용 박사(포유류)는 “달래강 중류지역에서 하늘다람쥐가 집중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 일대 숲이 매우 건강하다는 청신호”라며 “따라서 달래강 생태계를 특징 지을 만한 귀중한 유전자원인 만큼 전문적인 조사와 함께 보호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다람쥐는 포유류로는 보기 드문 한국특산아종으로서 이북을 제외한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매우 희귀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산양·사향노루·담비 서식정황 포착


이번 취재에서는 또 괴산호 인근 천장봉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인 삵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편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이자 천연기념물 216호인 사향노루와 217호인 산양,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인 담비를 실제 목격했다는 주민 증언을 확보하는 등 서식정황을 포착하고 현재 사진촬영 등 실물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산양과 사향노루가 주민에 의해 목격된 곳은 백두대간과 이어진 군자산 능선이어서 서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도 보고 있다.

 

 

산호 인근 천장봉에서 올해초(2008년 초) 덫에 걸려 희생된 삵을 주민이 발견, 촬영한 모습./자연닷컴 
 

(21)달천의 생태 ①어류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
괴산호서 본보 취재팀 극적으로 찾아내
수질악화·외래어 유입 어종에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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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을 대표하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달래강에 사는 모든 물고기가 ‘달래강의 숨결’을 대변하는 귀중한 생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달래강은 ~의 강이다’라고 할 만큼의 대표적인 어종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래강의 대표어종은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와 황쏘가리(〃190호)다. 비록 이번 취재에서는 단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만 발견됐으나 그 4마리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기에 취재팀은 주저없이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고 주장한다.
 
 
■약 20년만의 어름치와 황쏘가리 1호 발견
 

취재팀은 우선 이번 취재에서 ‘달래강의 어름치’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유는 지난 1989년 3월부터 1991년 11월까지 서원대 기초과학연구소 손영목박사(어류분류학) 팀이 실시한 충북도산 담수어류 조사서 1마리의 어름치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20년 가까이 출현 소식이 없기에 그것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당시 마지막 채집장소인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일대를 중심으로 탐문과 현지 조사를 병행한 결과 이 수역서 어름치는 이미 ‘사라진 물고기’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취재범위를 넓혀 취재는 계속됐다. 그 결과 수개월이 지난 8월 초 뜻밖의 희소식을 접하기에 이르렀다. 달래강 3백리 물길 그 어느 곳에서도 어름치의 서식흔적을 찾지 못했던 취재팀은 의외의 장소인 괴산호서 돌연 “이상한 물고기가 간혹 잡힌다”는 한 주민의 증언을 듣게 된 것이다.


즉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지난 8월 8~13일까지 수중 촬영 및 조사 전문가가 초빙된 가운데 이뤄졌다. 결과 또한 뜻밖으로 나타났다.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동시에 발견된 것이다. 어름치는 괴산호 중간수역인 갈은계곡과의 합수지점 부근(수심 1~2m)서 3마리가 발견돼 1마리가 수중카메라에 포착됐고 황쏘가리는 수심 4m 가량의 괴산호 상류수역 바위절벽(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서 발견돼 촬영됐다.

 

 

 

 

달래강의 어름치(위)와 황쏘가리(아래)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에서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가 발견된 것은 이번 어류분야 취재의 가장 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름치의 발견은 약 20년 만의 일로 아직 달래강 수계서 절종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달래강서 어름치가 확인된 것은 앞서 말한 바대로 약 20년 만의 일이요 황쏘가리의 발견은 처음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특히 한강수계서만 서식하는 희귀어종 황쏘가리는 그동안 달래강 수계서는 주로 중상류 수역서 어부나 낚시꾼들에 의해 가끔 잡힌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조사서 확인되지 않아 서식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어름치 또한 우리나라 고유종(특산종)으로 멸종직전에 놓여 있는 희소종이다.
 

이번에 발견된 어름치는 몸길이 약 20cm에 몸 표면과 지느러미에 종 특유의 검은 반점과 띠가 선명히 나 있고 모래 바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황쏘가리는 몸길이 약 30cm에 온몸에는 특유의 주황색을 띠고 있으며 바위절벽에 은신해 있었다.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서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발견된 데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달래강 최후의 어름치’를 기록했던 손영목박사(서원대 명예교수, 민물고기보존협회장)는 “달래강 수계서 20년 가까이 어름치가 발견되지 않아 대가 끊긴 게 아닌가 우려했는데 수중촬영을 통해 서식이 확인돼 반갑기 그지 없다”며 “극소수나마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괴산호 주변이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어름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지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들 희귀어류가 찾아진 것은 그만큼 괴산호 수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호소 생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달래강 수계의 현주소

 

‘반가운 손님’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찾아진 달래강에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들고 있다. 다름 아닌 수질 악화와 외래어 유입 등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가 전 수계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달래강에는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총 4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주로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었음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양호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하

 

지만 이젠 그들 숫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는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수질 악화와 서식처 파괴 등 서식환경 변화가 주요인이다. 서식환경 변화는 최근 거세지고 있는 개발 바람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물고기들의 숨통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게다가 3년전쯤 낚시꾼들에 의해 괴산호로 유입돼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 블루길과 큰입배스, 떡붕어 같은 외래어종의 급격한 증가 역시 서식어종에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실례로 예전엔 상류쪽에 그리 많지 않던 누치가 최근엔 현저히 많아진 반면 붕어, 쉬리, 피라미, 갈겨니, 돌마자, 모래무지 등은 크게 줄어들었음은 이를 입증해 준다. 그에 반해 큰입배스는 중상류 수역인 청천지역까지 개체수가 크게 번져 활개치고 있다.

 

달래강의 터줏대감들이 굴러온 돌에 의해 점차 살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외래종 ‘큰입배스’
그동안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아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달래강 상류에도 최근 낚시꾼들에 의해 큰입배스,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돼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 현지 어부 이진의씨(괴산 청천)가 그물에 잡힌 큰입배스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갑자기 개체수가 늘어난 토종어‘누치’
외래어종의 유입과 서식환경 변화로 인해 토종어인 ‘누치’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달래강 상류의 어종 분포가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가지 유념할 것은 중류 쪽에 있는 괴산댐의 악영향이다. 비록 괴산호 안의 생태계는 취재 결과 댐 건설 51년 만에 기적처럼 되살아난 것으로 밝혀졌지만 <본보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일자 보도>, 물줄기를 가로막고 있는 댐 자체는 수중 생태계의 원활한 흐름과 존립을 방해하는 지극히 위협적인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하류를 잇는 물고기들의 이동 통로를 완전 단절시킴으로써 가해지는 악영향과 스트레스는 달래강 전 수역의 생태건강도를 크게 감소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댐 상류 수역서 비교적 몸집 큰 뱀장어와 동자개가 자주 출현하고 있음은 수년전부터 이뤄져온 치어 방류사업의 결과로써 앞으로 경제성 어종의 증식분야에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수년전 방류한 은어는 확인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골골이 새겨진 名詩 다양한 서체로 전해져
괴산호 중류에 이어진 갈은구곡 ‘仙境’
애한정엔 학동들 글읽는 소리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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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호(칠성호) 유역은 한 마디로 구곡(九曲)의 연속이다. 그만큼 예전엔 주변 경관이 빼어났다는 증거다.

 

지금은 비록 물에 잠겨 ‘잊힌 절경’이 되었지만, 바위 위에 새겨진 명문(銘文)으로 그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거차비구곡과 운하구곡이 상류 쪽에 있고 그 아래로는 최근 그 실체가 밝혀진 연하구곡이 늘어서 있다.

 

또 괴산호 중류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갈론계곡에는 역시 최근에 실체가 밝혀진 갈은구곡이 ‘괴산호의 제2장’처럼 펼쳐져 있으니 이 어찌 구곡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갈론마을 위쪽에 있는 갈은구곡은 제1곡 갈은동문(葛隱洞門)을 시작으로 2곡 갈천정(葛天亭), 3곡 강선대(降仙臺), 4곡 옥류벽(玉溜壁), 5곡 금병(錦屛), 6곡 구암(龜岩), 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8곡 칠학동천(七鶴洞天), 9곡 선국암(仙局암)에 이르는 일련의 절경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 곳 역시 각 곡마다 바위에 새겨진 한시가 전하니 이것이 곧 갈은구곡시(葛隱九曲詩)다.

 

 

갈은동 3곡 ‘강선대’

갈은구곡을 최초 설정하고 시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구곡 내 바위에 전덕호(全德浩), 홍승목(洪承穆-홍명희의 할아버지), 이원긍(李源兢)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9곡에는 사노동경(四老同庚)이란 글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앞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거나 그와 친한 동갑내기 네 명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갈은구곡과 갈은구곡시의 특이한 점은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9곡 선국암에 실제로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는 것과 각 곡마다 새겨진 한시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수의 외형적 형상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했으며 새겨진 서체 또한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향토사학자 이상주씨(괴산향토사연구회·극동대 외래교수)는 “갈은구곡을 설정하고 시를 지으며 어울렸던 사람들은 노장사상과 신선사상, 선인일치(仙人一致) 사상 뿐만 아니라 주자학적 학문도 겸비하고 다양한 서체까지 섭렵한 고고한 시인묵객들”이라며 “따라서 갈은구곡은 이들이 이룩한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한시 학습의 야외강의실이요, 서체 연구의 자연학습장”이라고 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옥녀봉 아래의 9곡 선국암에 새겨져 있는 한시를 보자.

 

‘玉女峰頭日欲斜(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가건만)/ 我棋未了各歸家(바둑은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 明朝有意重來見(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금 찾아와 보니)/ 黑白都爲石上花(바둑알 알알이 꽃되어 돌위에 피었네)’(이상주 역)

 

기막힌 표현 아닌가. 전날 놓아두었던 바둑알이 모두 꽃으로 변해 돌위에 피어있단다.

 

선국암의 마지막 싯귀에 감명을 받아서인지, 한참을 앉았다 돌아서는 발길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몇 번을 뒤돌아 보며 가까스로 빠져나온 계곡 입구에 또다시 괴산호의 푸른 물결이 햇빛에 반짝인다.
 

선경(仙境)을 지나 이곳에서 달래강 본류와 합쳐진 계곡물이 곧바로 푸른빛을 띤다. 그 맑디 맑던 유리알 물빛이 괴산호를 만나면서 금새 푸르게 변하는 것을 보니 변화무쌍한 물의 인생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융화할 줄 아는 물의 섭리리라. 먼 옛날 갈은구곡을 찾아 감흥을 노래하던 시인묵객들도 두 물이 스스로 합쳐지는 것을 보고 이러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괴산호는 물흐름이 빠르다. 다른 호수 같으면 몇날 며칠이고 머물렀다 흐르련만 괴산호의 물은 성급히 흐른다. 댐이 세워질 때부터 발전 전용댐으로 지어진 데다 규모 또한 매우 작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20~30km 떨어진 상류 쪽 물이 댐 수위에 미치는 영향이 불과 한 나절이면 나타나 곧바로 수문 조작에 들어가야 한단다. 홍수조절 기능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괴산댐 방류
발전 전용댐인 괴산댐은 홍수조절 기능이 거의 없어 상류 쪽에 웬만한 비가 오면 수문을 열고 방류한다.

괴산호의 물이 댐을 벗어나려면 두 개의 수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나는 발전용 취수구를 통과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댐위에 세워진 7개의 수문을 통해 낙하하는 길이다. 평상시 대부분의 물은 발전용 취수구를 통해 흘려보내지지만 홍수때에는 댐 위의 수문을 통해 방류된다.

 

수문을 여는 갯수는 댐 상류 쪽의 유입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올해 7개의 수문을 모두 연 것은 지난 7월 25일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댐 수문을 통해 흘려보낸 최대 유하량은 지난 1980년 대홍수시 기록한 초당 5300톤이다. 당시 댐 위 오른쪽 공도교(댐을 공용도로로 사용토록 설계한 다리)를 3.15m나 월류했다고 하니 가히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내렸는지 짐작이 간다. 이 때 댐 주변건물이 완전 유실되고 본관과 주기기가 침수피해를 입어 1999년부터 6년간 대대적인 복구공사를 한 바 있다.

 

댐을 벗어난 달래강물은 또다시 ‘괴강’이란 이명으로 불려지면서 외사교를 지나 두천리서 지류인 쌍천과 합류하는데 합류장면이 매우 특이하다.

 

즉, 하나의 큰 제방 안으로 두 물이 흘러들되 곧바로 합류하는 게 아니라 1km 가량을 근접해 나란히 흐르다가 두천2리 앞에서야 드디어 하나의 물이 되는 것이다. 두천리란 이름은 ‘두 물’이 나란히 흐르다 만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되는데 한자로는 생뚱맞게도 ‘杜川’이다. 

 

 

‘두 물’로 흐르는 괴강

괴산댐을 지난 괴강은 몸을 추스리며 잠시 흐르다 지류인 쌍천과 만나는데 그 장면이 매우 특이하다.  즉, 하나의 제방 안으로 두 물이 흘러들어 곧바로 합류하는 게 아니라 1km 가량을 근접해 흐르다가 두천2리 앞에서야 드디어 하나의 물이 된다. 위로 보이는 ‘맑은 물’이 쌍천이다.

두천리를 지나면 이내 왼쪽으로 거대한 절벽 밑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괴산의 명소이자 매운탕집과 횟집들이 밀집한 괴강다리와 느티여울(槐灘)이다.

 

느티여울 옆 검승리 정자말 언덕에는 지금도 학동들의 글읽는 소리가 들려올 듯한 옛 정자가 느티나무 숲에 고즈넉히 들어앉아 있는데 이 곳이 괴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린다는 애한정(愛閑亭)이다.


지방유형문화재 50호인 애한정은 조선 선조때 유현(儒賢) 박지겸 선생이 세상을 피해 지내던 곳으로 애한정(큰애한정) 앞에는 현재 동몽선습비가 세워져 있다. 동몽선습은 박지겸 선생의 할아버지인 박세무(朴世茂) 선생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용교과서로서 박지겸 선생은 바로 이곳 애한정에 내려와 학문을 연구하며 때론 아이들을 불러모아 동몽선습을 가르침으로써 후학양성에도 힘썼던 것이다.

 

 

애한정 대문에서 바라본 괴강
애한정은 현재 두 채가 있는데 윗채가 조선 현종때 옮겨지은 큰애한정이고 아랫채가 본래의 원애한정이다. 원애한정 대문에서 괴강을 바라보니 괴산~연풍간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천지간에 별천지요 세상밖 그림이로다”

19세기 노성도선생이 설정 九曲歌 남겨
대부분 물에 잠기고 1·9곡만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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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 주변, 특히 산수풍광이 빼어난 중류 주변에는 유난히 ‘구곡(九曲)’이란 명칭이 많이 전한다.

 

위로부터 청원 미원의 옥화구곡과 괴산 청천의 화양구곡·선유구곡, 칠성의 쌍곡구곡·갈은구곡, 그리고 최근에 존재가 알려진 괴산댐 내(칠성) 연하구곡과 연풍의 풍계구곡 등이 그것이다.


이들 구곡에는 구곡시(九曲詩) 혹은 구곡가(九曲歌)(옥화구곡은 六歌가 전함)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과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주자학을 공부하던 옛 선비들이 경치가 뛰어난 이들 지역을 찾아 나름대로 구곡을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시와 노래를 읊으며 그들만의 이상향을 동경한 데서 유래됐다.

 

지난 1957년 2월 괴산댐이 준공되면서 물에 잠긴 연하구곡(煙霞九曲)은 그로부터 44년 뒤인 2001년 괴산지역 향토사학자인 이상주씨(괴산향토사연구회·청주대 강사)가 한문학보 제4집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씨에 의하면 연하구곡은 조선 후기 경은(敬隱) 노성도(盧性度, 1819~1893)란 선비가 설정하고 각 곡(曲)마다 정경을 읊은 연하구곡가를 남겨놓은 곳으로, 괴산군 청천면 운교리 경계로부터 칠성면 사은리 산맥이 마을에 이르는 달래강변에 위치해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물에 잠겨 있고 극히 일부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설속 절경’이 돼가고 있다.


연하구곡을 최초로 설정한 노성도 선생은 원래는 경북 상주에 살았으나 그의 10대 선조인 소제(蘇齊) 노수신 선생의 적소(謫所·유배생활을 하던 곳)를 관리하기 위해 이곳 연하동(현재 산맥이 마을에는 노수신 선생의 적소가 남아 있음·사진 참조)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 살면서 산수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연하구곡(연하동)을 설정하고 많은 글과 시를 남겼는데 당시의 느낌을 적은 글에 연하구곡의 설정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불그레한 구름이 창가에 비치고 구곡에 아침햇살 비치니 이곳은 세상에서 뛰어난 산수다. (중략) 노니는 사람은 바람과 안개를 좋아하면서 시를 읊조리고 신선은 구름과 노을에 살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니 이곳 연하동은 가히 신선이 별장으로 삼을 곳이다.“(이상주 역)

 

 

저 안에 연하구곡이…
연하구곡은 조선 후기 노성도란 선비가 설정하고 각 곡(曲)마다 정경을 읊은 연하구곡가를 남겨놓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물에 잠겨 있고 일부만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설속 절경‘이 돼가고 있다.
 
현재 연하구곡 가운데 상단부가 물위로 드러나 옛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은 제1곡인 탑바위(일명 족두리바위)와 9곡인 병풍바위(屛巖) 뿐이다.

 

제1곡 탑바위(塔巖)는 댐 상류쪽 운교리 경계지점(운교리 아래 아가봉쪽 산자락)에 있고 제9곡 병풍바위는 댐 하류 왼쪽 절벽(산맥이 아래 천장봉쪽 절벽, 현 과수원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물속에 잠긴 나머지 절경 즉, 2곡 뇌정암(雷霆巖, 벼락바위) 3곡 형제바위(삼형제바위, 쌀개바위) 4곡 전탄(箭灘) 5곡 사기암(詞起巖) 6곡 무담(武潭, 무당소) 7곡 구암(龜巖, 거북바위) 8곡 사담(沙潭)은 1곡과 9곡 사이에 연이어 있었다고 한다.

 

연하구곡의 특징은 이렇듯 상류로부터 하류로 내려가면서 구곡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대부분의 구곡들은 하류에 ’동문(洞門·입구)‘과 함께 제1곡을 설정하고 이어 상류쪽으로 가면서 차례로 이름을 붙인 반면 연하구곡은 그 반대다.
 

이에 대해 이상주씨는 ”당시 노씨 문중인 광산 노씨 세거지가 경북 상주 쪽에 있었기 때문에 상류지역을 거쳐 자주 왕래하다 보니 그쪽 방향에 익숙해져 1곡을 상류쪽에 설정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풀이하고 있다.

 

연하구곡의 ’남아있는 정취‘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찾아간 제1곡 탑바위는 아직도 거대한 바위들이 층층이 탑을 쌓은 듯 푸른 물빛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서있다. 맨 윗단의 바위는 마치 신부의 족두리 모양을 하고 있어 바로 윗 동네인 운교리 주민들은 현재 ’족두리바위‘로 부르고 있다.
 

이 탑바위 바로 옆 강변에는 예전에 마당바위라는 넓은 바위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물에 잠겨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한 탑바위 주변에는 선유대(仙遊臺), 강선암(降仙岩)과 같은 글귀 외에도 많은 한시가 암각돼 있다고 하나 장마철 불어난 수위로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 중 탑바위 아래쪽 경사진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 한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우뚝하게 하나의 바위 강가에 솟아있는데/ 꼭꼭 감싸 매우 조화로우니 조화옹(造化翁·조물주)의 솜씨일세/ 이름은 탑바위라 했는데 비둘기가 또한 즐기네‘(이상주 역)

 

 

연하1곡 ’탑바위‘

거대한 바위들이 층층이 탑을 쌓은 듯 푸른 물빛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탑바위. 맨 윗단의 바위가 신부의 족두리 모양을 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은 ’족두리바위‘로 부르고 있다.


9곡 역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배를 타고 찾아가야만 했다. 괴산호를 가로질러 건너편 산인 천장봉 끝자락에 다다르니 밑둥을 수십길 물속에 담그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9곡인 병풍바위다.

 

이곳에도 많은 글귀와 한시가 바위면에 새겨져 있다고 하나 2줄의 종서로 써진 ’연하수석(烟霞水石) 정일건곤(精一乾坤)‘ 중 맨 윗자인 연(烟)과 정(精)자의 상단부만이 물위에 빼곰히 내밀고 있다. 풀이를 하자면 ’연하동의 제일가는 수석이요, 천지간에 유정유일(惟情惟一)이로다‘란 뜻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단다.
 

이 글귀 옆에는 ’숭정사을축(崇禎四乙丑) 동치 사년 을축 이월 일(同治 四年 乙丑 二月 日)‘이라 새겨져 있다 하나 확인하지 못했다. 동치 사년 을축은 서기 1865년으로 노성도 선생은 바로 그해 이곳에 와 시를 짓고 글씨를 새겼던 것이다. 역시 물에 잠겨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곳에는 ’연하동문(烟霞洞門)‘이란 글귀와 함께 9곡에 대해 읊은 연하구곡운(烟霞九曲韻)을 암벽에 새겨놓았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깎아세운 병풍바위는 별천지니 천장봉 아래서 기꺼이 즐기노라/ 산은 높고 물은 푸르러서 진경을 이루니/ 이곳 연하동이말로 세상밖 그림일세‘

 

 

 연하9곡 ’병풍바위‘
연하9곡인 병풍바위에도 많은 글귀와 한시가 새겨져 있다고 하나 2줄의 종서로 써진 ’연하수석(烟霞水石) 정일건곤(精一乾坤)‘ 중 맨 윗자인 연(烟)과 정(精)자의 상단부만이 물위에 빼곰히 내밀고 있다. 원안이 물밖으로 보이는 연(烟)자와 정(精)자.
 

 

노수신 선생의 적소
연하구곡을 최초 설정한 노성도선생은 원래는 경북 상주에 살았으나 그의 10대 선조인 소제(蘇齊) 노수신선생의 적소(謫所·유배생활을 하던 곳)를 관리하기 위해 괴산 칠성의 산맥이(연하동)로 들어왔다고 한다. 노수신 적소는 현재 충북도 기념물 74호로 지정돼 있으며 수월정(水月亭)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10월 9일과 괴산호, 그리고 '백조의 노래'

 

10월 9일은 충북 괴산호의 생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을 전후해 국제적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백조)가 괴산호를 찾기 때문이다.
혹자는 철새인 큰고니가 매년 도래하는 날짜를 어떻게 한 날(10월 9일)로 특정할 수 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기자 역시 처음엔 그런 의문을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증거가 있어서다. 그것도 15년간이란 놀라운 데이터가 있다.

이 놀라운 데이터를 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괴산호 주민이다. 그는 괴산호 인근 동네서 태어나 5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토박이로서, 괴산호 생태에 관한 한 눈 감고도 다 아는 전문가다. 그런 그가 15년전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찰해 오고 있는 게 바로 큰고니의 도래 일지요, 그 결과 얻어낸 답이 우리나라 내륙을 경유하는 큰고니의 월동군(群) 중 일부는 매년 10월 9일을 전후해 괴산호를 찾았다가 얼마간 머문 뒤 남쪽을 향한다는 것이다. 괴산호가 중간기착지란 얘기다. 더욱이 매년 첫번째로 목격되는 선발대의 도래일이 공교롭게도 한글날인 10월 9일인 경우가 특히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여름 '달래강의 숨결'이란 기획물을 취재할 때로 그 때도 그는 같은 주장을 했는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새가 날짜를 잊지 않고 꼭 그 날 괴산호를 찾아오느냐 하는 아주 기본적인 의문이 들어서였다. 한데 그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에 따라 지난해 10월 9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관찰한 결과 실제 그날 저녁 7마리의 큰고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랄 노자였다. 마술 같았다.


그런데 그 마술같은 광경이 올해도 펼쳐졌다. 대한민국의 심장부 세종로에서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 동상이 베일을 벗고 인자하디 인자한 미소로 전국민의 가슴속에 뚜렷하게 각인되던 한글날, 30마리나 되는 큰고니들이 괴산호에 첫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막힌 일이다.
그런데 그 경이로운 광경이 한낱 깜짝쇼로 끝났다. 너무나 허탈했다. 북쪽으로부터 숨가쁘게 날아온 큰고니떼가 괴산호에 안착하지 않고 한두번 선회하다가 이내 남쪽으로 사라진 것이다. 순간적이었다. 사진 촬영할 겨를도 없이 쫓기듯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깜짝쇼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해도 그랬다. 한 주민의 열정이 진실로 밝혀지던 지난해 그날도 그들은 무거운 날개를 괴산호서 풀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고 말았었다.


이유가 있었다. 괴산호가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날엔 괴산군이 추진하던 산막이 옛길(괴산호 바로 옆의 옛길) 복원공사가 한창이었다. 드러난 옛길과 베어진 나무, 낯선 인부들, 기계음 등에 놀라 중간기착지에서의 달콤한 휴식도 못한 채 그들은 고된 날갯짓을 했어야만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비록 공사장의 시끄러운 기계음은 그쳤지만, 그간 번듯해진(?) 옛길과 그곳을 찾은 외지인들이 그리도 낯설게 보였던 모양이다. 철새들은 그만큼 예민하다. 환경변화는 곧 두려움이다.


철새의 중간기착지는 매우 중요하다. 괴산호 역시 그렇다. 중간기착지에서 안전해야 월동지와 번식지를 무사히 오갈 수 있다. 괴산호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점을 알아야 한다. 괴산호가 큰고니의 한 중간기착지로서 '생태계의 중요한 생명길'이란 사실을.
고니들은 평생 탁한 소리로 울다가 마지막 죽음 직전에만 딱 한번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그것이 이른바 백조의 노래다. 행여 그 백조의 노래가 괴산호서 울려퍼지지 않았으면 한다. 탁하더라도 생명이 깃들어 있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면 한다. 영~원~히…

한,중,일이 하나의 강(고황하)으로 연결돼 있던 먼옛날 생겨난 민물고기가 있다. 붕어,잉어,피라미,미꾸리 같은 이른바 3국 공통어종이라 불리는 것들로 이들의 분포도는 지질시대에 3국이 하나의 대륙으로 이어져 있었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단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붕어로서 특히 이 물고기는 3국서 불리는 명칭까지 어원이 같은 특별한 내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중국에서의 명칭 변화를 보면 고대에는 후유,근대에는 지유,현재는 지로 바뀌었는데 그 중 후유,지유란 말이 한반도에 유입돼 조선 초·중기까지 부어(鮒魚)와 즉어(魚+卽 魚)란 한자어가 병용됐다. 그러던 것이 허준의 동의보감에 이르러 한글로 붕어라 표기됐으니 이로 보아 그 무렵(1600년대초) 이전에 붕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붕어란 말은 물론 부어에서 유래됐다. 일본에서는 붕어를 후나라 하는데 역시 중국어의 후유(부어)에서 유래됐다. 즉, 후나의 '후'가 한자어 '부'의 일본식 발음이다.
한,중,일 3국의 붕어는 본래 고향이 고황하란 점에서 처음엔 유전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동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간빙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고황하가 사라지고 한,중,일 수계가 단절되면서 각기 종 분화가 이뤄져 오늘날처럼 유전 및 형태학적으로 약간씩 다른 종 구성을 이루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토종붕어를 하나의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5개의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름은 각기 킨부나,긴부나,나가부나,니고로부나,겡고로부나로 불린다. 물고기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고 최기철박사가 생전에 "국내 붕어의 분류학적 체계를 못 세운 것이 한이 된다"고 밝힌 바 있듯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종의 세분화 작업과 함께 각 아종의 서식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왜냐면 외래종의 유입과 품종개량 등으로 토종붕어의 유전자가 크게 교란돼 가는 데다 각 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치어 방류사업이 지자체별,단체별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한강쪽 붕어가 금강으로 유입되고 금강쪽 붕어가 한강으로 유입되는 등 토종본래의 지역적 특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유입돼 토종 붕어의 유전적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외래종 붕어는 일본산 떡붕어와 중국산 자장붕어,쨔지붕어,잉붕어,향붕어,무창위붕어 등으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 특히 일본서 들여온 떡붕어는 일본내에서 자연산 겡고로부나를 개량한 가와치부나가 원종으로서 일명 헤라부나(납작붕어)라고도 하는데 종 특성상 토종과 잡종 형성이 잘 이뤄지고 타 어종의 알까지 마구 먹어치우는 등 망나니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애물단지같은 떡붕어가 급기야 마지막 토종붕어의 천국으로 남아있던 충북 괴산호까지 점령하는 씻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인근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 졸지에 외래어종 천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토종붕어가 지천하던 괴산호가 낚시만 던지면 떡붕어 잡종(일명 희나리)이 잡혀올라올 정도로 어종이 급변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역민들은 몇해 전부터 실시한 붕어 치어방류를 원흉으로 꼽는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에 의해 몰래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속의 폭군 큰입배스에 이어 이젠 망나니까지 들어와 휘젓고 있으니 괴산호 생태계는 말 그대로 안방 내주고 몸 주고 거기다 씨까지 빼앗긴 신세가 됐다. 조선 후기 이규경선생이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가장 좋다"고 치켜세웠던 '충북의 붕어 체면'을 그나마 최근까지 지켜온 곳이 괴산호였는데 허사가 됐다. 이를 어찌 할꼬.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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