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아 풍뎅아 빙빙 돌아라!
"풍뎅아 풍뎅아 마당 쓸어라/ 풍뎅아 풍뎅아 빙빙 돌아라…." 가사와 음이 생각날둥말둥 아스라이 맴도는 노래, 어린 시절 여름이면 유행가처럼 불러댔던 노래. 여기에 또 이런 노래도 있었다. "쓸어라 쓸어라 마당 쓸어라/ 손님들 들어온다 마당 쓸어라…."
이른바 풍뎅이 노래들이다. 지역에 따라선 풍뎅이를 풍딩이, 핑등이, 핑겡이로 불렀으니 명칭만 달랐을 뿐 가락과 장단은 거의 비슷했으리라.
이 노래들은 놀이 동요다. 어린이들이 풍뎅이를 잡아 가지고 놀면서 부르던 노래다. 하지만 그 이면엔 섬뜩함이 있었다. 오늘날 정서로는 동물학대다.
우선 풍뎅이를 잡으면 다리부터 떼어내고 머리를 두세 바퀴 돌렸다. 그런 다음 땅바닥에 뒤집어 놓고는 이내 손뼉과 바닥을 치면서 경쟁하듯 노래를 불러댔다. "풍뎅아 풍뎅아 빙빙 돌아라~." 졸지에 다리 잘려지고 목 돌려진 풍뎅이는 그저 본능적으로 날갯짓하면서 빙글빙글 돌아댔다. 여기서 빙글 저기서 빙글 정신없이 돌아댔다.
문제는 그 다음. 다리 잘리고 목까지 돌아간 풍뎅이가 무한정 돌리는 만무. 한 번 용 쓰던 풍뎅이가 멈추면 재빨리 2단계 수순으로 들어갔다. 다시 힘 내라며 손뼉과 바닥을 연방 쳐대고, 그래서 안 되면 입으로 훅~훅 불고, 그래도 안 되면 남은 겉날개마저 떼어내 결국 돌게 만들었다. 이젠 "쓸어라 쓸어라 마당 쓸어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잔인한 짓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들과 만나면 으레 하던 장난이었으니 풍뎅이는 늘 애먼 희생물이었다.
희생물이 어디 풍뎅이 뿐이었는가. 잠자리는 잡아서 시집 보낸다며 꼬리를 잘라내고 풀이삭을 끼운 뒤 괜히 날려보냈다. 그 때 잠자리를 잡으면서 불렀던 노래가 "잠자리 동동 파리 동동/ 멀리멀리 가면은 똥물 먹고 뒈진다~"였다. 시집이 아닌, 되레 황천길로 보내면서 똥물 먹고 뒈진다고 엄포 놨으니 놀이치곤 너무했던게 아니었나 싶다.
또 찝게벌레로 불렸던 사슴벌레는 잡는 족족 싸움꾼을 만들어 대리만족했고, 방아깨비와 풀무치 역시 걸핏하면 잡아 괜한 시달림을 줬다. 요즘이야 다양한 장난감들이 나와 있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주변의 곤충과 초목들이 그것을 대신했다. 그만큼 흔하기도 했다. 동물학대란 말은 나돌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그런 놀이들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바야흐로 곤충의 계절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숲은 숲대로, 들과 하천변은 그곳대로 온갖 곤충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일부 곤충, 특히 애벌레 시절의 곤충은 흔히 '벌레'라 부르지만 보는 눈에 따라선 그것을 그저 징그럽고 흉한 벌레로 볼 수도 있고 신비로운 생명체로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의 곤충들은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종에 따라 즐겨 먹는 먹이와 자주 찾는 지역이 따로 있다. 풍뎅이나 사슴벌레는 주로 참나무 숲속을 서식 근거지로 삼는 반면 호랑나비는 인가 탱자나무를, 제비나비는 산길 옆 산초나무를 좋아한다.
종마다 애벌레와 성충 시기가 따로 있듯 하루 중에도 활동하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 나비·잠자리·매미류는 주로 한낮에, 풍뎅이·사슴벌레·나방류는 대부분 밤에 나타난다.
남은 휴가철, 더욱이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물놀이 피서나 명승지 여행도 좋지만 가까운 산야로 나가 곤충 체험을 하면 어떨까 싶다. 낮과 저녁, 밤 언제든지 좋다. 직접 잡아 느껴보게도 하고 잡은 것을 도로 놔주게도 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을 깨닫게 하면 좋을 성 싶다. 예전의 '쓴 추억들'을 기억하는 가장들에겐 더욱더 권하는 바다. 다만 이번엔 노래만 부르고 실제 놀이는 흉내만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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