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유일 금강.미호천 서식…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학술적 연구와 보전을 위해 약품 처리한 후 고정해 놓은 미호종개 표본./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는 멸종위기 Ⅰ급어류이자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의 종명(Iksookimia choii)을 뜻한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금강, 그중에서도 미호천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이자 '한국고유종'인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Iksookimia)과 종소명(種小名·choii), 명명자(命名者·Kim and Son)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는 미꾸리과의 다른 종에 비해 주둥이 앞부분이 유난히 뾰죽하고 길며 꼬리부분의 미병부가 가늘고 긴 특징이 있다. 몸 측면에는 반원 또는 세모 형태의 반점이 있고 등 쪽에는 불규칙한 얼룩무늬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란

 

익수키미아 초이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미호종개'의 종명(種名) 'Iksookimia choii' 를 한글로 표현한 말이다. 미호종개는 1982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 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청주 인근 미호천에서 채집하여 1984년 김익수 박사(전북대 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미꾸리과 어류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수계의 청원 미호천과 공주 유구천 등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서식하는 매우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다시 말해 금강특산종이면서 한국고유종이요, 희소적 가치로는 국제적 희귀어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명명자(命名者)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로서 학술적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속명인 IksookimiaIksookim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이며, 종소명인 choii는 김익수박사와 손영목 박사가 그들의 은사이자 한국 어류학계의 거두인 고 최기철 박사(전 서울대교수)를 기리고자 그의 성(崔)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최'가 아닌 '초이'로 읽힌다.

 

또한 미호종개의 정식 학명은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인데, 여기에서 괄호안의 Kim and Son은 다름 아닌 최초 이름을 붙인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니셜이다. 참종개 왕종개 가는돌고기 점몰개 동사리, 얼룩동사리, 퉁사리, 좀수수치 등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다른 18종의 민물고기들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특별한 물고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쓰이고 있는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이란 학명을 공식화 한 이가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란 점이다.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Nalbant 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屬)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당시 종명 Cobitis choii)와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을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뿐만 아니라 Kottelat란 학자도 최근 몽골산 기름종개속의 lebedevi Iksookimia속에 포함시켜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들 어종의 대부분을 신종 발표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김익수박사의 업적에 근거한 것으로, 특히 이들 어종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 박사의 '혜안'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국내 학자의 특별한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속(屬)을 기재 발표케 한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것이다. 손영목 박사와 함께 제기했던 미호종개의 분류학적 특성 또한 그러한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의 미호천 팔결교 부근<사진>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이다. 타입 로컬리티란 어떤 생물 종의 모식지역으로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신종 발표시 이 곳서 채집 동정한 개체를 '모식표본·type species'이라 함)가 타 지역서 채집되는 개체와 비교 동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호천 팔결교 부근에서는 미호종개가 거의 채집되지 않는 등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의 자존심'

 

미호종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학술적, 유전자원적 혹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 물고기가 정작 국내에서 그 존재성과 가치성이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서식처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최초 채집 장소인 청원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사진 참조: 이곳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에서 조차 종적을 감추어가고 있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급어류'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도 미호종개의 존재가 첫 알려진 이후 20여 년만인 지난 2005년 3월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 보호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격(死後藥方文格)이다.

 

최근엔 환경부가 주축이 돼 미호종개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완전복원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 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망가진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이 복원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처방과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한낱 헛수고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가 지키고 가치를 높여야 할 '한국의 자존심'이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상황인 것이다.

 

 

<사진설명> 몇 안 되는 미호종개 서식지 중의 한 곳인 대전 갑천의 상류지역.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하며 바닥에는 잔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다. 지난해 8월 예비 조사때 촬영한 것으로 주변에는 풀과 숲이 어우러져 있으나 이곳 역시 서식개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8개월간의 취재 여정

 

이에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 종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형태형질 분석과 유전자 분석(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지닌 학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아울러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8개월간 35회 걸쳐 상세보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여 동안 총 35회에 걸쳐 보도예정이며, 주요 내용으로는 한반도 민물고기의 유래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익수키미아 초이''의 탄생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 유전 다양성과 분자계통학적 특징 학술적·문화재적 가치 서식 현황과 환경 사라지는 이유 생식특성과 생활사 먹이특성 복원 노력과 과제 복원 성공을 위한 제언 등을 다루게 된다.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특히 미호종개의 첫 발견에서부터 학계 보고 과정, 현재의 학명이 붙여지기까지의 과정, 종 특성 등을 상세히 추적 소개함으로써 미호종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자긍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멸종위기급어류'로서의 미호종개와 '천연기념물 454호'로서의 미호종개가 갖는 의미를 재고찰하고, 개체수 감소요인 및 멸종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 규명을 통해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와의 동행 취재 및 연구 분석 의뢰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고 지상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복원방안 제시와 함께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관심과 노력 제고를 촉구할 예정이다.

 

/ 김성식 충청타임즈 생태환경 전문기자2007년 04월 12일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가 충청타임즈에 기획 보도한 자료를 '자료 제공' 차원에서 재편집해 싣습니다.

지금은 미호종개를 둘러싼 상황이 이 기사 보도할 때와는 매우 달라졌음을 감안해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한국기자협회.pdf

 

 
“자연은 나의 사랑, 나의 꿈”
환경·생태 취재 외길 20년…김성식 충청타임즈 환경전문기자
 
2010 년 08 월 04 일 수14:03:09 장우성 기자
 
   
 
  ▲ 충청타임즈 김성식 환경전문기자  
 
“그런 것도 기삿거리가 되냐?”
선배들은 환경·생태 쪽 아이템을 줄기차게 들고 오는 어린 후배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기사 한 줄 나가기 쉽지 않았다.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다. 요즘은 제법 ‘환경전문기자’라고 새긴 명함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환경’이란 말은 시민운동계에서도 낯설던 때니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젊은 기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외길을 고집스레 걸었다. 이제 환경·생태 분야에 관한 한 언론인으로서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현재 충청타임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성식 환경전문기자다.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관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을 뿐인데…. 아직도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겸양의 미덕까지 갖췄다는 건 이력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미호종개)’ ‘달래강의 숨결’ ‘위기의 야생’ 등 그가 해를 넘겨 자연의 한 부분이 돼 쓴 기획 시리즈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기사는 언론계는 물론 지역 사회, 학계에 이르기까지 항상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달래강의 숨결’의 경우 괴산호 인공댐에서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를 비롯한 멸종위기종 30여 종의 집단서식지를 최초로 발견, 큰 주목을 받았다. 외신에서도 집중 보도하는 등 화제를 일으켰던 ‘인면어’ 역시 김 기자가 찾아낸 것이었다. 최근에는 충청타임즈를 통해 ‘금강의 소금길’을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충북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금강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1997년에는 ‘금강의 생태’로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금강 1천리’라는 책도 써냈다.

“일반인, 특히 생태·환경 분야의 전문가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가장 먼저 밝혀내 여론화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김 기자는 유년시절부터 자연이 가장 정겨운 벗이었다. “학교 가기보다 산과 들에서 놀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원병오 교수 같은 조류학자를 꿈꿨다. 지금도 새 소리만 들어도 웬만한 종류는 거의 다 알아 맞힌다. 여름이면 매는 물론 올빼미, 소쩍새, 때까치, 파랑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심지어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쏙독새까지, 어렸을 때 안 길러본 새가 없을 정도다. 한번은 까치 둥지를 보려고 10m 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둥지 안에서 갑자기 구렁이가 고개를 쳐들어 등골이 오싹해진 경험도 있다. 새를 기르면서 곤충에도 눈을 떴다. 먹이로 잡아다 주는 걸 반복하다보니 곤충에 대해서도 애정과 일가견이 생겼다.

그가 사랑하는 금강에도 4대강 공사를 하는 중장비 소음이 지축을 흔든다. 그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공사가 놀랄 정도로 많이 진척됐어요. 이렇게 빨리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죠.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요. 공사를 중단하기엔 때가 늦은 거죠. 다만 공사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적인 합의를 충분히 이룬 다음 역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했으면 합니다.”

생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생태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다. 애초 계획은 대마도 생태기행으로 ‘대마도는 우리 땅이자 우리 생태’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으나 아쉽게 중단되고 말았다. 남아 있는 꿈은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표본이 아닌 실제 동식물이 자연환경과 똑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 숨쉬도록 공간을 마련해 생태 교육 및 체험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거창한 ‘애국심’을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이 산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성식 기자는 진정한 ‘나라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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