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민물고기'로 탄생

 

미호종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84년도의 일이다.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요, 손박사가 5㎜×5㎜짜리 촘촘한 족대로 미호천 모래바닥을 훑어 미호종개의 단서가 된 시료를 처음으로 채집한 지 1년여, 김박사와 신종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조사를 실시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학회에 논문이 접수된 1983년 11월 12일 기준)

 

미호천을 젖줄로 살아온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알려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그래서 손박사도 1982년 채집당시 참종개로 분류했음)가 이를 계기로 당당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5월 금강 지류인 미호천(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Cobitis속 어류 1종을 발견하여 이를 신종 Cobitis choii라 기록하고, 한국명으로는 미호종개로 제창한다.

 

본 신종은 미호천에서 함께 출현하는 참종개 또는 점줄종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몸 측면의 반문이 둥글고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있는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에는 거치(鋸齒: 톱니)가 있으며 비늘의 크기는 아주 작고 꼬리쪽의 미병부가 가늘게 되어 있는 등 그 모양이 그동안 알려진 Cobitis속의 여러 종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사진1>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논문

 

<사진2>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의 특징

 

 <그림설명> 미호종개는 신종 발표 당시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으로 분류됐으나 10년 후 루마니아의 낼반트박사에 의해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으로 전입됐다.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은 그림에서와 같이 몸 옆면의 무늬(반문)와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형태가 현저히 다르다.<그림=김익수박사 제공>

 

'코비티스 초이'에서 '익수키미아 초이'

 

두 학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미호종개는 훗날 학명이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국내 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종 발표 당시 미꾸리과 어류 중에서 기름종개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Cobitis란 속명(屬名)과 choii란 종소명(種小名)이 붙여져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기재 발표됐던 학명이 신종 발표후 10년 만인 1993년에 이르러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변경된 것이다.

 

학명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의 테오도르 낼반트(Theodor Nalbant) 박사로, 그는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신설하면서 김박사와 손박사가 기재 발표한 미호종개 'Cobitis choii'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낼반트박사가 Cobitis속을 대체할 새로운 속명을 지으면서 'Iksookimia'란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Iksookim(익수김)'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김익수박사의 공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까지 김익수박사가 관여해 신종으로 직접 발표했거나 영향을 끼친 5종의 어류(당시에는 Cobitis속이었던 종들)를 묶어 새로운 속으로 설정하면서 김박사의 업적을 기려 속명을 Iksookimia로 한 것이다.

 

낼반트박사가 Iksookimia속에 포함시킨 5종은 김박사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신종 발표한 참종개(75년) 왕종개(공동 명명자 최기철, 76년) 미호종개(공동 명명자 손영목, 84년) 부안종개(공동 명명자 이완옥, 87년) 등 4종과 낼반트박사 자신의 이름으로 신종 발표한 남방종개 등이다.

 

오늘날 Iksookimia속의 국내산 민물고기는 총 6종인데 이는 김박사가 1993년 이후 신종 발표한 동방종개(공동 명명자 박종영, 97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산 민물고기로는 러시아 아무르강의 엘라부가에서 채집된 lebedevi와 몽골 Kherlin강에서 채집된 lebedevi가 최근 Iksookimia속에 포함된 사례가 있다.(1999년 Nalbant, 2004년 Kottelat)  

 

■의의

 

낼반트박사가 1993년 Cobitis속 어류의 일부를 떼어내 Iksookimia속으로 전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직접 명명한 남방종개와 김익수박사가 신종 발표한 4종의 어류 사이에서 새로운 속을 만들 만큼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 데 있다.

 

그는 그 공통점으로 첫째, 이들 어류의 몸 옆면 반문이 Cobitis속의 특징인 감베타(Gambetta) 반문과 다르게 나타나고 둘째,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두번째 기조 말단이 매우 뾰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3> 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몸에 나있는 무늬와 반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자연닷컴 

 

 

 

 

 

 <사진4> 꼬리자루(미병부)의 차이

미호종개(위)는 가늘고 긴 미병부를 갖고 있는 반면 참종개의 꼬리자루는 그보다 굵은 느낌을 준다./자연닷컴

 

결국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국내 학자, 특히 김익수박사의 업적과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어류속(屬)을 신설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훗날 Iksookimia속에 전입된 국내산 미꾸리과 어종들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익수박사의 '분류학적 혜안'이 국제학계로부터 공인된 셈인 것이다.

 

아울러 낼반트박사의 Iksookimia속 신설로 인해 학명이 'Cobitis choii Kim and Son'에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뀐 미호종개는 이로써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학명'을 갖게 됐다. (학명이 Iksookimia choii로 바뀌면서 최초 명명자가 괄호로 표기된 것은 최근에 다른 명명자가 있음을 밝히는 국제학계의 관례에 따른 것임)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1872년 서양학자 헤르첸슈타인(Herzenstein)이 '돌고기'란 우리나라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붙여 국제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산 민물고기가 외국에 알려진 지 120여 년 만에 이뤄진 국내 학자들의 쾌거 아닌가.

 

헤르첸슈타인 보다도 30여년 앞서 돌고기를 <전어지>에 소개하고도 학명 하나 붙이지 못했던 '서유구'의 한과 당시 우리나라의 학문적 후진성을 반감시켜 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글 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고유종' 미호종개>금강에는 현재 미호종개를 포함한 33종의 한국고유어종이 살고 있다. 이들 한국고유어종은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나타난 어종들로서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특히 미호종개는 금강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어류이다./금강닷컴

 

■금강에 사는 민물고기

 

미호천을 포함한 금강 수계에는 어떠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에 의하면 금강에는 총 16목 37과 139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총목록수가 17목 39과 215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지않은 생명들이 금강을 터전으로 삶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에 사는 이들 민물고기를 생태 유형별로 구분하면 잉어와 미꾸리처럼 일생을 민물에서만 사는 순수 담수어가 80종(57.6%), 망둑어과 어류처럼 기수에서 생활하거나 일생중 어느 시기에 강 또는 바다에 잠시 머무르는 주연성 어류가 41종(29.5%), 철갑상어와 황복처럼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로 올라가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가 11종(7.9%), 산천어와 밀어처럼 원래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던 종이 육지에 갇혀 일생을 사는 육봉형 어류가 5종, 뱀장어처럼 민물에서 자란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가 2종이다.

 

또 과(科) 단위로는 잉어과 50종(36.0%), 망둑어과 22종(15.8%), 참복과 6종, 미꾸리과 5종, 동자개과 5종, 뱅어과 5종, 동사리과 3종, 철갑상어과 멸치과 청어과 메기과 퉁가리과 등 13과가 각각 2종, 뱀장어과 종개과 송사리과 등 17과가 각각 1종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류적 특성 외에도 금강의 어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33종의 물고기가 '한국고유종'이란 점이다. 이들 한국고유종은 전편(2회)에 설명한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분화한 종들이다. 따라서 같은 고황하 수계였던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들로서, 어류 분류학상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물고기들이다.

 

금강에 사는 한국 고유종 가운데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만 사는 금강 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종이며, 감돌고기는 금강을 중심으로 인근의 만경강과 웅천천 등에 소수가 사는 대표적인 금강 물고기다.

 

또한, 금강의 한국고유종 가운데에는 과거 어느 때인가 금강과 한강이 서로 연결돼 있었거나 두 강 사이에 하천쟁탈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강에도 서식하는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다.

 

금강의 민물고기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어름치(259호·서식지는 238호)와 미호종개(454호)가 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종으로는 미호종개 감돌고기 흰수마자 퉁사리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금강의 어류목록 가운데 동자개과의 종어는 이미 절종된 상태며 잉어과의 어름치는 8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에 복원된 종이다.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가 학계에 정식 등록된 것은 1913년 Jordan과 Metz라는 두 외국학자가 기름종개와 미꾸리를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1929년 일본인 학자 Wakiya와 Mori가 수수미꾸리와 새코미꾸리를 기재했다.

 

국내 학자에 의해서는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가 참종개를 신종 발표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이듬해인 1976년에는 역시 김익수박사와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가 왕종개를, 1984년에는 김익수·손영목박사가 미호종개를, 1987년에는 김익수·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부안종개를, 1997년과 2000년에는 김익수·박종영박사(전북대교수)가 동방종개와 얼룩새코미꾸리를 차례로 신종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이다. (전 세계에는 26속 177종 분포)

 

이를 나열하면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등으로, 이 중 참종개속(Iksookimia속)은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 6종, 기름종개속(Cobitis속)은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이다. 이름이 비슷한 대륙종개 종개 쌀미꾸리는 미꾸리과가 아닌 종개과이다.

 

 

<참종개>신종으로 발표되기 전의 미호종개는 참종개의 일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연구로 미호종개는 참종개와 다른 '한국특산종'임이 밝혀져 한국산 어류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참종개 역시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자연닷컴

 

금강에는 현재 미꾸리 미꾸라지 참종개 미호종개 점줄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가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속의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우리나라 하천에 널리 분포하는 고황하계 어류이며,참종개속의참종개(Iksookimia koreensis)는 금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한 아지역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한국고유종이다. 역시 참종개속의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도 금강수계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이다.

 

점줄종개(Cobitis lutheri)는 기름종개속 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중국,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하는 공통종이다.

 

 

 

<미호종개 서식처>기름종개 무리들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서식처를 갖고 있다. 그 중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완만해지는 곳의 고운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장소로 삼고 있다. 금강수계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되는 참종개와 점줄종개도 서로 다른 미소(微小) 서식처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기름종개류의 분포적 특성과 의의

 

물고기마다 사는 곳이 다르듯이 기름종개 무리(주로 참종개속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통칭)도 종에 따라 분포지(서식 하천)가 한정돼 있거나 서로 다른 서식처(서식 장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는 금강 중류에만 분포하고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산다. 또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남방종개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 오십천 축산천 송천천, 왕종개는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포하고 있다.

 

또 서식 장소를 보면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여울에 서식하고, 점줄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모래가 많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가 완만해지는 여울 끝부분의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처로 삼고 있으며 왕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김익수박사는 "우리 고유종인 미호종개,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나 여러 강에 나뉘어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산 기름종개류의 분포양상은 한반도의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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