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쥐가 사람 손에 의해 감쪽같이 검은쥐로 둔갑한다.

 비단 털색깔 뿐만이 아니라 피부와 눈동자 색깔까지도 여느 쥐와 마찬가지로 검은빛을 띠게 된다.

그것도 일주일 이상 혹은 한달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아니고 단 5~6일이면 모든 생화학 과정이 끝나 언제 흰색을 띠었었나 의아해 할 정도로 빠른 둔갑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흰쥐를 사람 손으로 감쪽같이 검은쥐로 둔갑시키는 '전자 수리술(修理術)'이 몇 해 전 재미 한국인 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성공돼 세계인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 피부생물학과 부교수인 윤경근박사로, 그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에서 유전자 변이를 고치는 유전자 수리기술을 응용해 하얗게 변한 여러 마리의 쥐를 원래의 검은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윤박사는 검은쥐의 몸 전체가 흰색으로 변하게 된 것은 피부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색소인자인 멜라닌 생산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 유전자 결함(변이)을 수리해 주면 다시 멜라닌이 만들어져 흰쥐가 원래의 검은쥐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박사는 또 변이된 유전자를 정상인 유전자로 수리하는 기술은 DNA의 이상을 발견하고 수리하는 인체의 자연적 DNA 수리기능을 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가 수리돼 다시 정상적인 멜라닌이 만들어지기까지 생화학 과정이 진행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6일 정도라며 일단 수리된 유전자는 영구히 보존돼 유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는 윤박사가 성공한 유전자 수리 기술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유발되는 각종 유전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흰쥐를 비롯해 흰토끼, 흰사슴, 흰참새, 흰까치, 흰뱀(백사)은 물론 '흰사람'인 백자(白子)까지도 학계에서는 '알비노(Albino) 현상'으로 이해해 왔다.

 알비노란 동물의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유전성 질환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백화현상(白化現象)이라 불러왔다.

 하지만 이 알비노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이 크게 달랐다.

 즉, 서양문화권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동물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인 반면 우리 나라와 중국 등 동양문화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신비 그 자체로 받아들여 일종의 경외심 마저 나타냈다.

 예를 들어 흰까치나 흰사슴이 나타나면 나라가 잘될 길조로 여겨 온 나라가 떠들썩했으며 백사를 잡으면 "그 사람 횡재했다"며 야단이었다.

 이러한 신비관은 그들 생물이 우리 주변에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 동물이란 점에 바탕을 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적인 신비관은 서양문화인 알비노 이론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차츰 희박해져 고래(古來)로부터 '영약 중의 영약'으로 쳐온 백사마저도 요즘에 와서는 그 약효의 진가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였다.

따라서 윤박사의 유전자 수리 기술 실험성공은 의학계로서는 유전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진일보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그 동안 백사의 약효를 과신해온 백사 신봉자들(?)에겐 그야말로 자신들의 신비 대상을 일순간에 허물어트리는 '된서리'로 밖에 들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윤박사의 실험으로 백사를 포함한 모든 흰 변이개체가 자연계의 신비이기 보다는 유전자 수리에 의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유전질환임이 보다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사나흘 전 충북 진천에서 흰까치가 출현했다.

예전 같으면 길조가 나타났으니 나라가 잘 될징조라고 여겨 난리법석을 떨었을 테지만 새충청일보 등 지방 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에만 보도됐을 뿐 그리 요란스럽진 않았다.

자고 나면 하도 요상스럽고  깜짝깜짝 놀랄 일들이 수두룩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만큼 무감각해졌는지 아니면 그까짓 알비노 생물 하나 가지고 떠들어댈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인지는 몰라도, 자연계에서는 적어도 10만분의 1(어떤 학자는 1백만분의 1  정도의 확률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정도의 매우 드문 현상이고 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새충청일보에 보도된 진천의 흰까치><다른 흰까치 사진을 보려면 이 블로그의 '신문에 난 사진, 안 난 사진' 카테고리를 클릭하세요>

 

알비노로 태어난 그 까치야 보호색을 띠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계에 내버려 두면 스스로 살아남을 확률이 여느 까치보다 훨씬 떨어지겠지만  그것은 자연계의 이치이자 그 까치의 운명이고 어찌됐든 그것이 출현한 지역이 다름 아닌 '충북'이라는 데 필자(서호납줄갱이)의 관심은 더욱 커진다.

왜냐면 1989년과 2005년에 충북 영동에서 잇따라 흰까치가 출현했고 이번엔 충북 진천에서 흰까치가 나타난 것을 비롯해 충북에서만 필자가 직접 확인한 것만 다섯 차례 정도 되는 데다 흰사슴, 흰참새, 백사 등 다른 알비노 동물까지 합치면 무려 20 여 마리나 되는 것을 모두 충북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다른 지역에서도 출현했지만 빈도수를 헤아려 보면 충북이 월등히 높아 그동안 마음 속으로 의아해 오던 참이다.

생태 환경 쪽에  연관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소 10만분의 1의 확률을 그처럼 자주 목격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 '뭔가 있다'는 느낌은 바로 충북지역을 두고 하는 얘기다. 

남들은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그래서 아주 희귀하다고 하는 그 동물들을 한 사람이 20여 마리나, 그것도 한 지역에서 봤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을 성 싶기 때문이다.

필자 한 사람의 '행운(?)'이라고 친다면야 딱히 할 말이 없겠으나 왠지 그렇게 생각하기엔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최소 10만분의 1이라는 극히 낮은 확률의 동물들이 어느 한 지역에 집중돼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혹시 충북에 까치와 뱀, 참새 등 야생동물들이 유난히 많이 살아서일까?

아니면 충북의 자연 환경이 그런 현상을 잦게 만드는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일까?

괜한 생각이지만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여하튼 화제를 돌려 윤박사가 밝혀낸 그 원리대로 몇몇 과정을 인위적으로 거치면 원래의 색깔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자연현상(알비노 현상)이든, 동양의 신비주의에 의한 영물이든 간에 충북,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날이면 날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헐뜯고...

온 나라안이 맨날 벌집 쑤셔 놓은 형국이다 보니 흰까치 출현을 빌미로라도 해서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얀 색 까치가 몰고온 하얀 색 꿈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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