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황새 2마리 감전사 이후 대책마련 필요성 대두
31일 한국교원대·예산군·한전 보호 협약 전격 체결
황새 주요서식지 내 전기시설에 절연시설 설치 등 추진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7년 03월 31일 15시 31분

<지난해 10월1일 충북 예산에서 감전사 한 황새 '민황'의 사체./아시아뉴스통신DB>

한반도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복원을 위해 지난 2015년 9월부터 충남 예산에 잇따라 황새를 방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돌연 2마리의 황새가 서식지 인근 전깃줄에 감전사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황새복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를 비롯해 충남 예산군, 한국전력공사 예산지사가 이의 보호에 전격 나섰다.

31일 한국교원대(총장 류희찬)에 따르면 방사한 황새 보호를 위해 이날 예산군청 군수실에서 예산군(군수 황선봉), 한전 예산지사(지사장 김맹렬)와 삼자간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한국교원대 류희찬 총장과 남영숙 황새생태연구원장, 황선봉 예산군수, 김맹렬 한전 예산지사장 등 3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으로 황새 주요 서식지역에 전력설비로 인한 감전 사고를 최소화하는데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 기관은 ▶ 황새 주요 서식지 내 기본 절연시설 설치 ▶ 전력 설비 회피 기자재 개발 설치 ▶ 전신주 감전과 관련한 황새 행동 특성에 관해 연구 ▶ 황새의 주요 서식지 내 전신주 이용 특성 모니터링 ▶ 황새 정착을 위한 업무 지원 및 홍보 ▶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교원대 류희찬 총장은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방사된 황새가 보다 안전하게 정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1일 오후 예산황새공원 옆에 있는 전주의 전깃줄에 방사 황새인 민황이(K0003)의 날개가 걸려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행했다.

이 보다 앞선 지난해 8월에도 방사 황새인 태황이(K0012)가 예산군 광시면 가덕리에서 감전사해 관계자와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방사중단 계기로 소관부처 등 재검토해야” 여론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10월 15일 00시 03분

김성식 아시아뉴스통신 충북본부장./아시아뉴스통신DB

유난히 날개가 큰 황새가 큰 날개 때문에 ‘슬픈 새’가 돼 국민들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텃새였던 야생 황새가 마지막 서식지인 충북 진천에서 사라진 지 올해로 33년(마지막 암컷이 창경궁 동물원으로 옮겨진 1983년 기준). 이후 1994년 마지막 암컷마저 숨을 거두자 2년 뒤에 텃황새를 복원하겠다고 나선 곳이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연구센터(현 황새생태연구원. 충북 청주 소재)였다.

그 센터가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0년 만인 지난해 9월 충남 예산에서 성공적인 야생방사가 이뤄졌다. 올해 5월엔 방사한 황새 한 쌍으로부터 두 마리의 새끼도 태어났다.

이 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불상사가 발생해 복원사업이 휘청거리게 됐다. 갑자기 ‘황새 야생방사 중단’이란 뜻밖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방사 중단 이유는 지난해 방사한 황새의 잇단 감전사 때문이다. 방사지 주변에 횃대로 쓸 만한 큰 나무가 없다보니 높은 곳을 유난히 좋아하는 황새의 습성 상 어쩔 수 없이 인근 전신주를 횃대 삼아 생활하다가 그만 전기에 감전돼 죽는 일이 올 들어 두 번이나 발생했다.

황새의 키가 110cm가 넘는 데다 양쪽 날개의 편 길이가 2m나 되기 때문에 전신주에 내려앉다 양쪽 날개가 두 가닥의 전선에 동시에 닿는 순간 감전이 일어나 사망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달 1일에는 충남 예산황새공원 앞 광시면 대리마을 주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 황새 1마리가 죽었다. 그것도 예산황새공원 소속 연구원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중에 일이 벌어졌다. 당시 전신주에 먼저 앉아 있던 수컷 가까이로 암컷이 내려앉는 순간 전주의 변압기에서 ‘펑’ 소리와 함께 떨어져 죽었다.

연구원이 놀라 달려가 보니 암컷 황새의 오른쪽 날개 부분이 타고 살이 찢겨진 채 죽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이 암컷(민황)은 지난 5월 한반도에서 자연번식이 중단된 지 45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자연 번식해 기쁨과 희망을 준 바로 그 어미 황새다. 이 황새는 또 지난해 방사된 후 분단된 장벽을 넘어 북한 황해도까지 날아갔다가 되돌아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8월에도 이 지역 인근에서 비슷한 사고로 황새 한 마리가 죽었다. 불과 두 달 전이다.

왜 이런 일이 잇따라 벌어질까. 연구원 측은 우리나라의 전선 사이 간격이 너무 좁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유럽 등 선진국은 선로 간격을 1m 이상 띄워 큰 조류의 날개가 서로 닿지 않게 하거나 전류저감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류저감 장치는커녕 선로 간격이 40cm 정도에 불과한 등 황새복원 환경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황새의 추가 방사는 기대할 수 없을 듯싶다. 연구원 측이 현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방사는 할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한편으론 황새공원이 있는 예산군을 향해 전신주에 인공횃대를 설치하는 등 복원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km를 이동하는 새가 황새임을 감안하면 예산군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사실상 전국이 해당된다.

해서 이 참에 제기되는 주장이 있다.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새복원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복원사업을 주관하는 소관 부처를 이 참에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황새의 경우 문화재청 소관의 천연기념물(199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Ⅰ급)이기에 그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에 의하면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20년 전의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환경부가 국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대다수 겹치는 점을 들어 그 중 ‘야생 생물의 천연기념물’ 관리는 환경부가 하고 진돗개 같은 가축만 문화재청이 할 것을 주장하니까 문화재청이 발끈해 야생 생물인 황새 복원사업부터 재빠르게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이런 에피소드 외에 그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의 이유에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야생 생물의 원활한 복원을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전문성에는 조직내부적인 인적 전문성과 함께 인프라적 전문성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환경부의 경우 종복원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을 두고 있고 또 그에 따른 전문인력도 상당부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환경부의 방대한 조직력도 이유로 내세운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그 산하의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같은 전국적인 조직과 인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또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화된 여건 등을 면밀히 감안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한 다음 향후 복원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신주의 선로 간격을 보다 넓히고 선로를 지중화 하는 방대한 예산의 사업일수록 더욱 그럴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의 입장에선 서운한 얘기겠지만 어느 한 부처의 입장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황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선 보다 합리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북녘으로부터 겨울철새들이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올 시기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황새복원 사업이 계획대로 잘 추진돼 국내에서 복원된 개체들과 겨울이면 날아드는 개체들 간의 ‘기적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나아가 유전자 교환까지도 이뤄지는 그날이 오길 기원한다.

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가 20년 전 황새복원을 막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찾아가 황새 3마리(1996년 1마리. 1997년 2마리)를 들여온 곳이 바로 러시아이기 때문에 ‘기적적’이란 표현을 썼다.

이들 황새의 피를 가진 후손 간의 만남이 한반도에서 이뤄질 날을 기대하며, 아울러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측의 요구가 하루빨리 받아들여져 당초 계획대로 복원프로젝트가 제 궤도에 오르길 소망한다.


 

5일 기자회견 열고 중단 선언…안전 대책 마련 요구 예정
지난 1일 예산서 방사된 황새 또 감전사, 8월에 이어 두번째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10월 04일 16시 45분

지난 1일 감전사 한 황새 '민황'./아시아뉴스통신DB

충남 예산에서 자연 방사한 황새 두 마리가 2개월 만에 잇따라 전신주에 의해 감전사 당하자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이 급기야 5일 '한반도 황새 야생방사 중단’을 선언한다.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이날 오전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자연과학관 106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황새 야생방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황새생태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과 이달 1일 예산군에서 잇따라 발생한 황새 전신주 감전사 사고 과정과 감전으로 인한 황새의 사체검사기록을 공개한다.

아울러 유럽 선진국들의 황새 보호를 위한 전신주 안전 장치 설치 사례 등을 설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후속 조치 등이 취해지지 않는 한 황새 야생방사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자연의 품으로 방사된 황새 '민황'이가 지난 1일 예산황새공원 앞 광시면 대리 마을 주변 전신주에 날개가 걸려 감전사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본보 10월3일자 보도>

지난 8월 또 다른 황새 한 마리가 전신주에 감전사 한 지 2개월 만에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1일 사고를 목격한 예산황새공원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수컷 '만황'이가 앉아 있는 전신주에 함께 앉으려고 맴돌던 ‘민황’이가 갑자기 전주의 변압기 부분에서 '펑' 소리와 함께 전주 밑으로 떨어졌다.

이 연구원은 “전주 주위에서 소리가 나 현장에 달려가 보니 전주 밑으로 떨어진 ‘민황’이가 오른쪽 날개 부분이 타고 살이 찢겨져 죽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황’이는 지난 5월 한반도에서 자연 번식이 중단된 지 45년 만에 태어난 황새 ‘자황’과 ‘연황’이의 어미 황새다.

이 ‘민황’이는 특히 북한 개성과 해주 등 황해도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예산황새공원으로 되돌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산황새공원은 지난해 9월3일부터 지금까지 모두 15마리의 황새를 방사했다.

이 중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곳 공항에서 기류에 휘말려 죽은 황새를 포함해  이번 사고사까지 모두 3마리가 죽어 현재 12마리만 남았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공식 선언 알리는 수채화도 1점 공개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6월 12일 10시 42분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의 14m 둥지 위에서 날개를 펴 새끼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어미 황새 '민황(K0003)'. 이날 현재 새끼들은 생후 20일 됐다.(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 이하 연구원)이 ‘황새 야생번식 성공’을 공식 선언했다.

연구원은 아울러 “이번 야생번식 성공을 계기로 한반도의 과거 황새 번식지 복원 가능성이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태어난 두 마리의 새끼 황새는 당시 몸무게가 100g에 불과했으나 20일 만에 1kg으로 10배 가량 ‘폭풍 성장’했다.

앞으로 약 5~6주 후면 체중이 약 4~5kg인 성체 황새로 성장해 둥지를 떠날 것으로 연구원 측은 예상했다.

현재 어미는 새끼 한 마리에게 하루 약 400g(황새 1일 먹이량)의 먹이를 잡아다 먹이고 있으나 조만간 최대 800g까지 먹이를 먹게 되며 다음 달 말이면 처음 부화 당시 몸무게의 50배로 자라게 된다.

어미들은 요즘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는 날개를 펼쳐 새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부리에 물을 담아와 새끼에게 목욕을 시켜주기도 한다.

박시룡 원장은 “이대로 새끼들이 잘 커준다면 6주 후면 어미 곁을 떠나 과거 한반도에서 있었던 황새들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들의 행동권은 한반도 전역과 일본 및 중국 일부지역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미는 그대로 남아 과거 번식지 중의 한 곳인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 내에서 내년에도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되나 새끼들은 약 2~3년간 번식기에 이를 때까지 방랑생활을 하게 된다.

새끼들의 이동은 현재 남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멀리는 중국과 일본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는 오는 11~12월 기온이 내려가면 중국 양쯔강 하구 습지와 일본은 후쿠오카에서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내년 2~3월 다시 한반도로 날아와 과거 우리나라 번식지(북한포함)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번식지에서 짝을 만나 번식할 때까지는 빠르면 2년 늦으면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그러나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한반도 내 논과 하천이 다시 살아나야 하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며 “특히 농약사용(특히 농번기 제초제 사용)을 자제하는 등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국민들의 노력이 함께할 때 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반도 번식지역
우리나라는 1971년까지 황새번식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한 쌍이 살았는데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이 죽은 후 우리나라에서 번식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 한반도 주요 황새번식지로는 충북 음성·진천, 충남 예산, 경기 여주·이천·평택, 북한의 황해남도 평산· 연백, 함경북도 김책시 등이 있다.

현재 황새는 국제 멸종위기 1급 보호조이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99호다.

한반도에 황새번식지가 사라진 원인은 농약과다 사용으로 논에 먹이(미꾸라지. 붕어 등 수서생물)가 사라진 데다 농지정리 및 서식지 파괴로 논과 하천에 생물자원이 고갈된 점 등을 꼽고 있다.

<현재 황새공원이 들어서 있는 충남 예산군 예당호의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어미 황새 민황이가 둥지 위에서 새끼를 데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의 풍경화.(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황새가 있는 풍경을 꿈꾸다’ 수채화 1점 공개
황새의 번식과정을 인터넷 cctv로 실시간 모니터(www.yesanstork.net)를 하고 있는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박시룡 원장이 황새의 야생번식 성공을 기념해 자신이 그린 수채화 1점(작품크기 46X61cm)을 공개했다.

박 원장은 황새클럽(황새서식지조성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올해 가을 자신이 35년 간 그려온 수채화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4월 23일 07시 37분
<일본으로 날아갔다 사고사 한 한반도 방사 황새 '산황(K0008)'./아시아뉴스통신DB>

1971년 4월은 잔인했다. 굳이 영국 시인 엘리엇이 그의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 명구(名句)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해 4월은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생존해 있던 야생 황새 한쌍 중 수컷이 포수의 총에 맞아 죽은 게 그해 4월이었다. 그것도 4자가 겹치는 4월4일이었다. 해서 더 잔인한 날로 기억된다.

장소는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2리 무수동으로 당시 그 수컷과 함께 보금자리를 틀었던 암컷 황새는 졸지에 ‘과부 황새’란 별칭을 얻은 채 10여년간 혼자서 무정란을 낳아야 했다. 그러다 그 암컷마저도 농약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자 1983년 11월 창경궁 동물원으로, 1988년 12월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가 결국 1994년 9월23일 숨지고 말았다.

이들 ‘한 많은 삶’이 사라진 지 44년째(수컷 기준)와 21년째(암컷 기준) 되던 지난해 9월3일 한반도 충남 예산에선 의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반도 황새복원을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8마리의 인공증식된 황새가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는 행사가 열렸다. 1996년 7월 러시아에서 1마리, 독일에서 2마리를 들여와 황새복원사업을 시작한 지 19년 만의 일이다.

그로부터 230여일이 지난 23일 현재 이들 황새는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지난해 자연 방사 당시 ‘대한민국 만세 예산’이란 각 글자에 황자를 붙여 대황, 한황, 민황…산황이라고 이름 붙여진 8마리의 황새(개체번호 K0001, K0002…K0008)들은 과연 어떻게 지낼까.

확인 결과 우여곡절을 겪었거나 목하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중이다.

우선 자연으로 보내진 황새들이 방사 후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냈다. 사람 손에 의해 길러지다 자연으로 보내진 8마리 중 2마리가 정신없는 행보를 보였다. 바로 1년생 수컷들(K0007. K0008)이었다.

이들 어린 수컷 2마리는 풀어놓자마자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산황(K0008)이란 황새는 방사 후 한 달여 동안 전북 고창 곰소만과 전남 해남 금호호, 장흥 장재도, 남원 아영면 등지로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이동거리가 무려 480㎞에 이르렀고 하루 최대 115㎞나 이동했다. 역시 1년생인 예황(K0007)이도 비슷한 활동력을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자연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미로부터 학습 받아 어느 곳에 먹이가 있고 쉴 곳은 어디이며 장거리 이동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자랄 시기인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홀로 자연에 놓아졌기 때문에 그 같은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막내 격인 산황이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반도 남쪽 해안에서 혼자 날아올라 무려 1077km를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끝에 일본 오키노에라부 섬에 상륙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 놀라게 한 것은 그곳 섬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끊겼고 끝내 그곳 비행장에서 사고사 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지는 ‘불운의 새’가 됐다.

또 이들 중에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 살아온 황새도 있다. 지난해 10월 전북 진안의 용담댐 상류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만황(K0005.수컷)이가 인근 농경지의 차광막 나일론 끈에 다리가 걸려 탈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민 신고로 구조돼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 받고 다시 야생 생활로 되돌아갔다.

또 방사된 개체 중 2013년생인 민황(K0003.암컷)이는 지난 3월 북한 땅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예산황새공원으로 돌아온 최초의 황새로 기록됐다. 민황이는 당시 천수만 간척지에 모여 있던 야생 황새들이 북상할 때 함께 이동했다 되돌아온 것으로 추측된다.

방사한 황새 중에는 지난해 방사 이후 얼마 안 된 시점부터 줄곧 충남 태안에 머물고 있는 개체가 있다.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인근에 양어장이란 먹이터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연을 헤매면서 방랑 생활을 하든지 아니면 한 곳에 머물더라도 인공적인 먹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2마리의 황새가 있다. 방사 후 첫 봄을 맞으면서 짝을 이룬 커플이다. 이들은 2개의 알까지 낳았다.

바로 북한 땅까지 날아갔다 돌아온 민황(K0003)이와 농경지 나일론 끈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겼던 만황(K0005)가 짝을 맺어 번식활동에 들어감으로써 관계자들을 기대감에 부풀게 하고 있다. 만일 이들이 자연부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인공 방사한 황새의 첫 번째 번식사례로 기록된다. 한반도 황새복원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서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사를 눈앞에 두고도 씁쓰레 하는 이들이 있다. 황새복원사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이다.

박 교수는 22일 아시아뉴스통신과의 통화에서 속내를 밝혔다. 민황이와 만황이가 짝을 이뤄 알을 낳았기에 약 한 달 후면 ‘국내 1·2호 자연산 황새’가 태어나게 될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입장이 아니라는 의외의 입장을 털어놨다.

이유는 이렇다. 방사한 황새를 포함해 앞으로 태어날 황새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서식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아 복원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민황·만황 커플도 현재 ‘인공적인 서식조건’에 의존해 번식활동을 하고 있을 뿐 자연적인 삶이 아니란다. 특히 가장 중요한 먹이마저 인공으로 제공하고 있다.

인공습지에서 인공둥지에 알을 낳고 인공으로 제공되는 먹이를 먹고 있으니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달가워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이다. 자연으로 되돌려 보낸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이전부터 서식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제 아무리 많은 황새를 인공 증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낸 들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환경이 뒷받침 해주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황새 복원사업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서식 환경은 그대로인데 황새 방사와 자연변식이 이어진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란 항변으로 들린다.

여기에 더해 황새복원사업에 대한 당국의 의지 또한 의문 부호를 갖게 하고 있다. 그동안 인공 증식시켜온 황새들을 연차 계획에 따라 적정 지역에 방사해야 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남의 일’ 대하듯 하고 있다.

해서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의 전반적인 틀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당국이 실질적인 복원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체로서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비전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이 시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새복원사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황새에게 줄 먹이 때문에 예산걱정이나 하고 단계적 방사장 인근에 조성할 인공습지 예산 확보를 위해 모금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현 상황을 당국은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의 방사 황새들은 사람 근처를 맴돌거나 정신없이 헤매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 황새복원사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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