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위한 ‘중요자원’으로 인식 계기

충청타임즈 첫 발견·보도로 보호 여론  ‘개가’
법정보호종만 23종 확인 ‘야외전시장’ 방불 
괴산군 머잖아 조사착수 보호방안 모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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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취재의 가장 큰 수확은 ‘생태보고 괴산호’를 찾아낸 것이다.

 

괴산호는 51년 전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댐이란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섰다. 현지취재가 시작되자 초빙 전문가조차 쉽게 믿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뿐 취재팀은 이내 실망감에 휩싸였다. 50여년 전 주변 생태계를 희생삼아 들어선 괴산호가 준공 반세기만에 국내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되살아났음에도 불구, 정작 반색해야 할 관할 당국은 연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설상가상으로 괴산군의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불거져 나오는 등 발견초기부터 훼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의 계속된 추적과 보도가 잇따르자 사업 주체인 괴산군과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왔고 결국 괴산군수가 나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보호·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생물자원’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뒤편으로 하늘다람쥐,까막딱따구리 등 수많은 희귀종이 발견된 천장봉이 둘러싸고 있다./자연닷컴 

 
■최초로 밝혀진 괴산호 생태

 

취재결과 괴산호 주변은 가히 희귀·보호 야생동식물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살아있는 생태를 보였다.

 

지난 7월초 괴산호 주변 천장봉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찾아낸 후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 법정보호종을 무려 23종 발견하고 7종은 서식 정황을 포착해 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14·15·22·23·27일자,11월 3·4·5·6·12·19·20·26일자 보도>-특히 이번 충청타임즈 기획취재와 관련한 각 언론의 반응은 이 카테고리 바로 아래 이어진 '달래강 괴산호 관련 보도기사'란 제목의 카테고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실물을 확인한 ‘괴산호의 천연기념물(발견 순서별)’은 하늘다람쥐를 비롯, 황쏘가리(190호),어름치(259호),수달(330호),황조롱이(323-8호),붉은배새매(323-2호),새매(323-4호),수리부엉이(324-2호),솔부엉이(324-3호),쇠부엉이(324-4호),소쩍새(324-6호),올빼미(324-1호),원앙(327호),남생이(453호),망개나무(266호 등),까막딱따구리(242호),고니(201-1) 등 17종이다. (이중 하늘다람쥐,수달,수리부엉이,올빼미,남생이,까막딱따구리,망개나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중복 지정된 종임)

 

가장 늦게 발견된 겨울철새 고니는 지난 10월 9일 9마리가 첫 관찰된 후 일주일 뒤인 16일 또 다시 12마리가 날아와 잠시나마 호반에 머무는 것이 포착됨으로써 괴산호가 고니의 중간 기착지로서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괴산호의 첫 겨울손님 ‘고니’./자연닷컴

 


 
취재팀은 또 삵,먹구렁이,황구렁이,노랑붓꽃,깽깽이풀,맹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도 괴산호 주변 천장봉 자락서 발견해냈다. 이로써 실물이 직접 확인된 법정보호동식물은 총 23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취재팀은 탐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산양(천연기념물 217호),검독수리(〃243호),뜸부기(〃446호),참매(〃323호),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담비(〃)는 물론 국내에선 얼마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세계적 희귀종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까지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정황(목격자 증언,배설물 및 기타 서식 흔적 등)을 포착, 계속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취재를 통해 이들의 서식 사실이 모두 밝혀질 경우 총 3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寶庫)로 기록될 전망이다.
 

 

솔부엉이

 취재결과의 의의 및 서식환경 분석
  이번 취재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우선 괴산호 주변에 무려 23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처음 밝혀낸 점이다. 물론 국립공원지역인 속리산을 제외한 달래강 수역서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삵 등을 발견해 낸 것도 처음이며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던 황쏘가리와 고니를 처음 발견한 점, 멸종 우려종인 어름치를 약 20년만에 찾아내고 남생이의 존재를 확인해낸 점 등도 의미가 크다.
 괴산호는 만수면적이 불과 1.75㎢밖에 안 되는, 진천 초평저수지(만수면적 2.58㎢) 보다도 작은 인공호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천연기념물 17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종이 직접 발견된 데 이어 5종의 천연기념물과 2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밝힌 종들은 모두 법적 보호종으로, 국내서 첫 발견된 ‘야생 거위’를 비롯해 물닭,쇠물닭 같이 비교적 희소성이 높으나 보호종으로는 지정이 안된 야생동식물들까지 합하면 괴산호 주변의 생태적·유전자원적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물닭./자연닷컴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회장(어류학자, 서원대 명예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대단한 생태 보고” 혹은 “DMZ(비무장지대)에 버금가는 생태섬(Eco-Island)”이란 평가를 내놓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의 현 생태가 괴산댐으로 인한 생태지리적 환경과 51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괴산호 주변은 댐이 들어선 이후 천혜의 요새로 변했다. 달래강을 사이에 두고 천장봉과 군자산, 아가봉이 둘러싸고 있고 댐 양안의 도로도 중간까지만 이어져 반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은 뱃길과 험한 산자락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순기능으로 작용, 오늘과 같은 보고(寶庫)를 탄생시킨 것이다.
 

괴산호에서 야간 수중탐사 중인 취재팀./자연닷컴

 

 

■천혜의 자원으로 활용 전망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의 앞날은 호 주변의 자연 환경을 포함해 그 안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각종 희귀종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경우 관할 당국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물론 1차적인 보호 관리 의무가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및 절차상의 이유와 관할 당국·지자체간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일회성의 현장 답사 내지 체면치레식의 단편적인 조사만으로는 51년만에 찾아온 생태보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직접적인 보호 관리 주체인 괴산군이 각 분야별, 단계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다. 괴산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유류와 조류 등 2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현재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추진중인 호수내 옛길정비사업도 그 위해성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공정을 최단기일내에 친환경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또 공사 후에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와 함께 옛길 탐방객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피서행렬과 동물들의 이동이 다른 이유

 
 여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은 자연대로 인간세계는 인간세계대로 나름의 이동을 통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여름행렬 가운데엔 더위를 씻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동물처럼 아예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여름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자연계의 이동부터 들여다보자. 자연계의 이동행렬이라면 가장 먼저 철새들의 이동모습이 떠오르겠지만, 그것은 계절변화와 기후 환경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고 가는 1년 단위의 서식지 옮기기 즉 넓은 의미의 철새이동으로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여름행렬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시 말해 한여름철인 요즘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야생동물의 자리이동을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하기야 오래 전엔 철새마저도 의미가 모호했던 때가 있었다. 철새가 계절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자취를 감추는 것을 마치 같은 지역내에서 자리이동해 종(種)이 바뀌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제비는 음력 9월 9일께가 되면 깊은 산 고목으로 들어가는 대신 고목 속에 있던 콩새가 교대해 나온다고 믿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아닌 조선후기의 우리 사고방식이다.   


 자연계의 여름행렬은 여러 행태로 나타난다. 한낮 땡볕더위가 시작되면 멧비둘기와 참새같은 조류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물가를 찾아 날개 적시거나 나무그늘 아래서 구덩이 파고 모래욕을 즐기는 등 각기 선호하는 장소로 이동해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새들 뿐만이 아니다. 멧돼지 같은 들짐승들도 산속의 진흙탕 혹은 계곡물 찾아 더운몸 식히거나 동굴속 시원한 바닥 찾아 배 깔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반대로 내리쬐는 햇볕이 아까워 볕 잘 드는 곳만 찾는 동물도 있다. 자라와 뱀 같은 변온동물들이다. 물속에 사는 자라는 서식지 주변 바위 위에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면 너나 할 것 없이 일광욕하러 기어오르고 각종 뱀 역시 체온을 덥히기 위해 양지쪽을 자주 찾는다.
 한여름철 먹이활동을 위해 가족단위로 이동하는 동물도 있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새와 들짐승들로서 삼복더위에 되레 새끼 기르기에 전념함으로써 이열치열한다. 새의 경우는 물닭,쇠물닭,논병아리 같은 대부분의 물새류와 꾀꼬리,때까치,파랑새 같은 종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이라고 해서 더위에 먹이사냥하기가 좋을 리 없겠지만 무더위에 새끼 깠으니 어쩔 도리 있겠는가. 새끼들을 하루라도 빨리 키워야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고 또 철새인 경우 제때 월동지로 갈 게 아닌가.
 목숨 건 필사의 이동행렬도 있다. 올해처럼 집중호우가 잦은 해에 자주 목격되는 여름행렬로서, 생(生)을 잇기 위한 이동본능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개미의 경우 큰비 올 기미가 보이면 마치 철수명령에 따라 퇴각하는 군부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한다. 들쥐 역시 비가 많이 와 둥지가 잠길라치면 어미는 털도 안 난 빨간 새끼들을 데리고 피신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동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인간세계에도 목하 여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피서행렬이다. 외국여행을 겸한 것이든 국내에서의 피서여행이든 이 또한 여름의 시련을 피하려는 인간만의 삶의 한 방식이다. 자연계의 그것과 다른 게 있다면 으레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들이 상처처럼 남겨지기 일쑤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비양심적인 행적 말이다. 모두가 머물던 자리, 그대로 아름다운 자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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