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가 우리 나라에 처음 심겨진 것은 1891년 일본인 사까끼가 중국 상하이에서 묘목을 구입해다 인천 공원에 심은 것이 효시다.
따라서 우리 나라 아까시나무 도입의 첫째 목적은 조경 혹은 관상용이라 할 수 있다.
이후 1898년 일본 철도회사가 인천 월미도에 다량 식재했는데, 이 때의 목적은 철도침목으로 활용키 위해서였다.
그후 한일 합방이 되자 총독부가 사방용과 연료용 등의 목적으로 원산지인 북미와 중국으로부터 종자를 수입해다 전국에 심기 시작했는데, 그 절정기인 1926년부터 1940년 사이에는 무려 9천3백98만 그루가 심겨졌다.
14년 동안 1억 그루 가까이 심겨진 셈이다.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전국의 산야를 복구키 위해 대대적으로 심겨져 한때 인공조림한 나무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식재됐으며 그후에도 사방,조림용으로 계속 심겨져 오다 산림녹화가 어느 정도 끝난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인공식재가 중단됐다.
일본에 아까시나무가 도입된 것은 우리 나라보다 약간 이른 1875년 일본인 쓰다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만국박람회에 참가했다가 가로수로 심겨진 아까시를 보고 종자를 구입해 온 것이 시초다. 도입 초기 일본에 소개된 아까시나무의 이름은 '니세아카시아' 즉 '가짜아카시아'였다.
이때 '가짜'란 말을 붙인 것은 학명인 'Robinia pseudo-acacia L'의 pseudo를 그대로 번역한 때문이다.
학명, 특히 종소명에 수도(pseudo)가 붙은 것은 열대지역의 진짜 아카시아와는 다르다는 뜻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明石屋樹 즉 '아까시야 노끼'로 불려졌으며 이 명칭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아까시나무'로 정착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식물명의 한국명은 그 동식물을 첫 번째로 학계에 발표한 학자의 뜻을 따라주는 게 관행으로 돼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아카시아나무'란 이름 대신 '아까시나무'로 이름 지어져 학계에 처음 소개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아카시아'란 명칭은 Acacia 계통의 학명을 나타내는 용어일 뿐이며 정확한 한국명은 '아까시나무'다.
즉, 아카시아 혹은 아카시아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좋지 못하다.
일제 침략기에 일본인에 의해 처음 들여와진 데다 장소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엄청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경작지는 물론 조상의 묘까지 마구 침투해 들어와 망나니짓을 하니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대로 아까시나무가 우리 나라에 최초 도입된 것은 조경 혹은 관상용이요 그 이후 일제 강점기 때에도 사방과 연료용으로 주로 심겨졌을 뿐(당시 일본 국내에서도 식재가 권장되었슴)이며 실제 산림녹화에도 크게 공헌해 왔다.
더욱이 오늘날에는 우리 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아까시나무서 채취할 만큼 중요한 밀원으로 자리잡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아까시나무는 우리 나라 귀화식물의 대표격으로 기존 식물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왔을 뿐만 아니라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노랫말처럼 국민가요 또는 동요 속에 끼어들거나 추억 속에 잠재된 채 국민정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도입 1백 여 년만에 우리 나라 전역에 완전히 터를 잡은 아까시나무.
한 많은 우리 역사처럼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치렁치렁 매단 하얀 꽃의 자태와 코끝에 스며드는 매혹적인 향기로, 5월하면 생각나는 계절의 전령사로서 아련한 우리 고향의 정취를 대변해주는 건 사실이다.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겐 어릴 적 사방공사용으로 쓰일 어린 묘목이나 씨를 받아 학교에 가던 기억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그 아까시나무가 지금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어머니의 버선코처럼 생긴 독특한 꽃모양이 유난히 인상적인 그 아까시나무가 짙은 향기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그 향기를 맡으니 아련한 추억과 함께 또다시 버릇처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왜 하필 '아까시나무'라고 한국명을 지었을까?
나뭇가지에 '까시'(가시)가 나 있어 찔리면 '아'프기 때문에 '아까시'나무라고 한건 아닌지...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아까시'와 '아카시아'를 구분않고 혼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나무 이름을 '버선나무'라는 새이름을 지어주면 어떨는지.
어머니의 하얀 버선코를 닮은 꽃잎을 보면 볼수록 '버선나무'란 이름이 꼭 어울릴 것같다는 생각을, 철이 들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늘 떨궈내지 못하고 버릇처럼 해오고 있다.
어머니 버선코를 닮은 버선나무....
향기가 좋은 버선나무꽃...
아니면 버선꽃나무?
어쨋든 올해도 하얀 아까시나무꽃 향기와 함께 여름은 우리곁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