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대풍,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남쪽 바다가 온통 고등어판이다. 낚시꾼들은 바늘에 비린내만 묻혔을 뿐인데 연방 올라오는 고등어 행렬에 탄성 지르기 바쁘고 구경꾼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이스박스 하나 채우긴 일도 아니다. 여분으로 가져간 비닐봉지 채우고도 남아도니 인심까지 팍팍 쓴다. 회는 이미 실컷 떠먹은 뒤라 ‘고등어회’ 말만 들어도 비린내가 콧구멍을 후빈다.
 바닷속에 고등어가 얼마나 많으면 낚시바늘이 가라앉을 새도 없다. 대여섯살 어린네도 일단 낚싯대만 잡으면 강태공이다. 이럴 때를 두고 물반 고기반이라던가. 


 즐거운 비명은 고기잡이 배도 마찬가지다. 올라오는 게 고등어요 넘쳐나는 게 고등어다. 그 옛날 풍어가 든 마을에선 부지깽이 대신 생선으로 아궁이불을 다독거렸다더니 요즘 부둣가가 꼭 그 판이다. 가는 곳마다 고등어가 산 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사람마다 소 닭 쳐다보듯 한다. 비린내 좋아하는 고양이마저 아예 곁에도 안간다. 13년 만의 고등어 대풍이 모처럼만에 진풍경을 낳고 있다.
 

  어시장은 더하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달 22~25일까지 불과 나흘만에 생고등어 1만980톤을 처리해 122억 여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고등어 위판량으론 사상 최고란다. 고등어가 많이 잡히면서 운반선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니 오히려 제때 하역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해안 쪽 사정이다. 명태와 대구 잡이가 제철을 맞았건만 어획량이 여간 시원찮은 게 아니다. 오죽하면 그 흔턴 명태마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단다. 이 때쯤이면 대관령을 온통 비린내로 진동케 하던 명태덕장들도 한숨소리만 요란하다. 동해가 아닌 다른 바다서 잡아왔거나 수입산 명태를 손질해 말리자니 기분 좋을 리 만무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안가 국산 명태는 도감에서나 찾아볼 판이란다.
 

   왜 이럴까. 왜 우리 바다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이상한 바다로 변했을까. 원인은 바닷물 온도다.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 근해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회유어종을 뒤바꿔 놓았다. 그 결과 겨울철인 데도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가 흔해졌고 고등어를 먹이로 하는 다랑어류, 즉 참치가 남해와 제주도 근해서 심심찮게 잡힌다. 참치잡이 트롤낚시 풍경이 먼 나라가 아닌 우리 연안서 자주 목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랑어들은 아열대 어종이다. 아열대 어종은 이 뿐만이 아니라 주걱치,쏠베감펭,노랑가오리,흑새치까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대구,청어,도루묵은 갈수록 줄고 있다. 명태는 이제 산지에서조차 ‘금태’라 부르고 원양 명태와 구분하기 위해 ‘진태’란 말까지 생겨났다.


 관련자료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한반도 근해의 평균 수온이 겨울철엔 섭씨 1.35도, 여름철엔 0.9도 올랐다. 수온 1도 변화는 엄청난 변화다. 어류들은 육상동물보다 5~10배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민감한 물고기는 수온 1도 변화에 생과 사를 넘나든다. 수온이 변하면 먹이를 먹다가도 안 먹는다. 산란기땐 더욱 예민해져 멀쩡하던 물고기도 수온 몇도 상승에 금새 알 깔리고 정액 뿜는다.
 지금 우리주변에선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반도의 바다 품을 떠나는 어종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여파가 어느새 우리 식탁에까지 미치고 있다. 반찬은 물론 술 안주와 해장국 거리가 바뀌고 제삿상의 제물까지 바꿔놓고 있다.


 겨울날씨가 푹해졌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또 겨울철에 고등어가 대풍이라고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겨울은 그저 적당히 춰야 제맛이고 겨울바다에선 명태,청어가 잡혀야 제격이다.

  국민 생선 명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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