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눈물을 잊지말자

 

 

우리나라에는 현재 귀한 손님들이 찾아와 있다. 겨울철새들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우려하는 방역당국과 가금류를 기르는 농가에서는 마치 원수 취급하듯 곱지 않은 시선으로 경계하고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반갑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철새가 반갑고 소중한 것은 지구촌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이른바 국제환경대사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구촌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는 게 바로 철새다.
철새들은 매년 여름 일정한 번식지에서 번식을 마친 뒤 날씨가 추워지면 월동지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또 다시 번식지로 되돌아가 새끼를 친다. 따라서 철새들의 번식지와 월동지, 그리고 이동 중에 들르는 중간기착지의 생태계는 철새라는 자연생물을 매개로 하여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러기에 철새와 관련된 일, 특히 철새보호 문제는 어느 특정지역의 일만이 아닌 번식지와 월동지, 모든 중간기착지와 연관된 국제적 사안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북쪽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지역에는 매년 50종에 넘는 도요새와 물떼새가 번식하고 있다. 이들 철새는 여름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새끼를 친 뒤 겨울이 되면 남쪽의 호주와 뉴질랜드로 날아가 월동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번식을 위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되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이들 철새는 한반도 갯벌을 비롯한 여러 중간기착지에 들러 에너지를 보충한다.
따라서 이들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선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월동지인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중간기착지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제 아무리 번식지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여름을 보냈다 하더라도 중간기착지에서 돌연 오염된 먹이를 먹게 된다면 그들의 삶은 허무하게 거기서 끝나고 만다.


철새보호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남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그 기능 또한 철새들의 번식지와 중간기착지로서 지구촌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1997년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1998년엔 창녕 우포늪이, 2007년엔 태안 두웅습지가, 2009년엔 서천갯벌이, 올해엔 고창 부안갯벌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는 등 14곳의 습지가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이같은 입장에 걸맞게 우리는 2008년도에 이미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와 더불어 국제습지연대 아시아지역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회원국을 넘어서 주도국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며칠 전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 우연이 아니듯 철새 혹은 습지 관련 국제회의에서의 위상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립되는 갯벌과 그 위에서 방황하는 철새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갯벌은 자그마치 774개 지구가 매립됐거나 매립될 예정이며 면적은 서울시의 3.2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다 또 한편에서는 목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많은 습지가 파헤쳐 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들이 눈물을 흘리면 지구촌 생태계에도 눈물이 흐른다는 점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철새가 중요한 환경지표란 점에서 그들의 눈물은 곧 그 우리 국민의 눈물이란 점도 까마득히 잊은 듯 하다.
또 하나 간절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철새들을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라고 일부러 바이러스를 옮기겠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1차 피해자란 점 명심하면서 방역업무를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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