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해파리 '한반도 과거'와 연결돼 있다
지난 10월 11일 대청호에서 또다시 민물해파리가 발견됐다. 15년 전인 1994년 8월 국내 최초 발견된 이래 두번째다. 대청댐 건설(1980년) 이후로 치면 14년만에 처음 나타났다가 29년만에 다시 출현했다. 민물해파리 자체도 생소하지만 대체 이 동물의 생활사가 어떻기에 29년만에 단 두번, 그것도 15년이란 공백기를 두고 나타났는지 큰 관심사다.
민물해파리목 작은히드라과의 자포동물인 이 민물해파리는 학명이 Craspedacusta sowerbyi이지만 보통 '히드라 메두사(Hydra medusa)'라 불린다. 히드라 메두사란 메두사 형태의 히드라를 뜻하며 우리말로는 민물해파리의 성체를 일컫는다. 민물해파리는 생활사가 독특하다. 일생 동안 폴립(polyp)형과 메두사형 등 두 가지 형태로 세대교번 하는데 폴립형은 바위 같은 곳에 붙어 고착 생활하는 반면 메두사형은 물속을 헤엄치면서 생활한다. 따라서 대청호에 출현한 민물해파리는 보통 때는 작은 폴립형태로 존재하다가 조건이 맞으면 세대교번을 통해 메두사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메두사형은 흔히 알려진 바다해파리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민물해파리와 바다해파리는 별개 동물이다. 분류학상 민물해파리는 히드라충강(綱)이고 바다해파리는 해파리강(綱)이다. 혈통상 멀어도 한참 먼 관계다. 두 종은 자포동물이란 점만 같다. 일반적으로 해파리라 부르는 동물은 해파리강에 속하는 바다동물이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민물해파리는 명칭만 해파리다.
민물해파리는 크기가 매우 작다. 우산형태의 몸체(외산) 지름이 1.5~2mm밖에 안된다. 백원짜리 동전보다 작다. 하지만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투명하고 앙증맞은 몸체와 200여개의 촉수를 움직여 헤엄칠 땐 가히 환상적이다.
대청호를 포함한 국내 수역(1994년 대청호서 처음 발견된 것을 계기로 그후 소양호 등 몇몇 수역에서도 발견됨)에서의 민물해파리 출현은 의미가 자못 크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민물해파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서식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증거다. 그런 면에서 최초 발견 장소인 대청호는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종이 일본에 서식하고 있는 진수(眞水)해파리와 동일종이란 점에서 지질사학 또는 자연사학적으로도 소중한 단서가 되고 있다. 왜냐면 양국의 민물수계에 같은 종이 분포하고 있는다는 것은 과거 어느 때인가 양국의 땅이 하나의 민물수계에 속해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고황하(古黃河)다. 일본 열도가 대륙에서 분리되기 전 한반도와 이어주던 커다란 물줄기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기후환경은 어떠했을까. 이에 대한 답 또한 민물해파리가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서 민물해파리가 출현하는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저절로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동안 대청호를 비롯한 국내 수계서 출현한 민물해파리는 모두가 긴 가뭄과 무더위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4년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온이 높을 때만 출현한다는 얘기다. 1994년 당시 대청호에선 수온 섭씨 28~30도, 기온 30도 이상일때 출현했다. 올해 역시 눈에 띈 건 10월이지만 첫 발생은 이미 수온이 높았던 여름철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종합하건대 화제의 민물해파리는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하나의 대륙으로 이어져 있던 시기에 생겨났으며, 그 시기에는 지금보다 기온이 훨씬 더 높았음을 추론케 해준다. 대청호 주변의 두루봉동굴 유적서 코끼리,사자,원숭이,쌍코뿔이 등 아열대 혹은 열대성 동물의 뼈화석이 출토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민물해파리 출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민물해파리를 연구하는 국내학자는 하나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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