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날개꽃매미가 2~3년 전부터 급속히 번지면서 이에 대한 말들이 많다.
처음부터 중국발 매미의 대습격이니 외래곤충의 창궐이니 하는 말들이 나돌더니 이젠 괴벌레떼에다 욕설조의 ‘짝퉁매미새끼들’이란 말까지 인터넷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말이 말을 만들어내면서 급기야 주홍날개꽃매미 신드롬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신드롬은 기실 낯선 곤충의 다량 출현이란 데서 출발했지만 그 보단 원산지가 외국, 특히 중국이라는 ‘소문’에 더 기인하고 있다. 그에 더해 국내 유입경로 또한 중국화물에 묻어 들어왔느니 태풍과 황사에 휩쓸려 들어왔느니 하는 등의 ‘억측’이 난무하면서 신드롬을 부추기고 있다.
요즘엔 없는 피해까지 발생했다는 ‘또 다른 말’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곤충이 침범한 나무는 시들어 죽기까지 한다는 말이 들리고 어떤 집에선 정원이 쑥대밭 되고 어떤 사람은 피부병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연·생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중국서 들어온 곤충이니 무조건 싫고 혐오스럽다는 쪽으로 정서가 굳어지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너무 싫다. 소름끼쳐 밖에 나가기도 무섭다. 벌레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잘못 됐다. 한 마디로 과민반응이란 얘기다.
아직까지 중국서 들어왔다는 근거도 없고 나무 수액을 빨아 먹지만 그렇다고 나무를 고사시키진 않으며 더군다나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피부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미관상으로도 서식지 주변이 배설물로 검게 변할 뿐 생김새 자체는 오히려 앙증맞고 예쁘다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다른 매미처럼 울지도 않아 소음문제도 없다.
국립중앙과학관 안승락박사(곤충학)는 이미 지난해 8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 발간된 국내 곤충도감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살고 있었으나 개체수가 적어 눈에 띄지 않다가 근래들어 개체수가 급증한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당시 김재길박사(한국천연약물자원연구소장)는 “중국 최초 의약서인 신농본초경에 주홍날개꽃매미를 운계(橒鷄)라 하여 어혈을 풀어주고 몸속의 독을 제거해 주는 명약으로 소개될 만큼 유용한 면이 있다”며 “굳이 해충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끈끈이를 이용한 방제법을 창안해 낸 박철하 충북나무병원장도 “낯선 곤충이 갑자기 많이 나타나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 뿐이지 실제로는 수액을 빨아먹는 외에 나무를 죽게 하거나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진 않는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종합해 볼때 주홍날개꽃매미의 출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곤충이, 적어도 40년 가까이 이 땅에 살아온 곤충이 왜 갑자기 확산되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기후·환경 변화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같은 여건 변화로 발생환경이 나아진 데다 조류 등 천적이 줄어든 것이 대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산림훼손에 따른 서식지 및 생태균형 파괴가 급속한 확산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비단 주홍날개꽃매미 뿐 아니라 충북 영동에선 갈색여치가, 천수만에선 깔따구가, 전남 여수에선 갯강구가, 경남 산청에선 먼지벌레류가 유례없이 대발생하는 등 곤충들의 이상발생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단지 괴상하게 생긴 벌레들의 이상발생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라는 큰 혼돈의 바퀴 속에서 한반도 생태계가 변하는 징조로 받아들일 것인가.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원인유발자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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