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철만 되면 송이밭이 없어 방황하는 '송이철 방랑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입찰지역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송이꾼들로부터 외면 받아왔던 소위 '송이 묵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서 송이 묵밭의 실상이 과연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올라가 봤습니다.

올라가 보니 기대 이상으로 송이밭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16일 다녀온 송이 묵밭 산행을 공개합니다.  

 

동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lLRmvOa6ugg

지난 가을 산골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 '사람폭탄'을 맞은 곳이 있다. 이른바 버섯산지라 불리는 산골마을이다. 모처럼만에 버섯이 많이 난다고 하니까 너도 나도 버섯을 따려고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산골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어디 사람뿐이랴. 한 사람당 거의 한 대씩 몰고 들어온 차량들도 산골 사람들에겐 폭탄이긴 매한가지였다. 동네 앞이든, 산골짜기든 길이란 길은 몽땅 차들이 가로막았으니 그것이 폭탄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동네마다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난무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추석명절에 온갖 욕지거리가 메아리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조용하던 산중에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산골 사람들에게 버섯은 다음 일년을 좌우하는 돈줄이나 다름없다. 농사거리가 변변찮은 사람들에겐 그보다 더 한 생계유지 수단도 없다. 그래서 '버섯농사'라고도 한다.
버섯 중에도 송이버섯은 현금과도 같다. 송이를 얼마만큼 따느냐에 따라서 그날 그날의 돈주머니 차이가 난다. 한해 가을동안 수백만원은 기본이요 무려 수천만원을 벌어 집까지 지은 사람도 있다.

 

더더군다나 올핸 특별한 해였다. 충북의 경우 4년 만에 '떼송이'를 보게 된 해다. 2년전과 3년전은 지독한 가을가뭄 때문에 송이가 나질 않았다. 지난해엔 나는 듯 마는 듯 했다가 금세 멈췄다. 그러니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떼송이이었겠는가. 너무 좋아 밤잠도 못 잔 산골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추석연휴가 유례없이 길게 이어지면서 때아닌 사람폭탄에 한껏 부풀었던 '송이의 꿈'이 홀딱 날아간 것이다. 산마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졸지에 송이밭이 쑥대밭이 됐으니 수백만원, 수천만원은커녕 되레 밥 굶게 생겼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외지사람들에게 넌덜머리가 난다고 했겠는가. 송이 깨나 난다고 하는 산자락마다 여지없이 사람들이 들어가 짓뭉게 버렸으니 나던 송이도 쏙 들어갔다고 푸념이었다. 심지어 송이밭을 아예 망가뜨려 놓은 사람들까지 부지기수였다. 손갈퀴를 일부러 가지고 다니면서 송이밭이란 밭은 죄다 긁어놓아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다.

 

송이는 영물이란 얘기가 있다.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성장을 멈춘다고 한다. 수십년간 송이를 땄다는 '도사'들 얘기다. 해서 송이꾼들은 송이밭을 자기 텃밭 가꾸듯 애지중지한다. 함부로 밟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송이를 딸 때도 산모가 갓난아기 다루듯 한다.
그런 송이밭을 무참히 밟아놓고 갈퀴질까지 해 놨으니 분통 안 터질 사람 어디 있겠는가. 송이를 따보겠다는 외지인들이야 재미삼아 그런다고 하겠지만 산골마을 송이꾼들에겐 한해농사가 달린 문제요 생계가 좌우되는 중대사다.

 

송이철 외지인들의 몰지각한 행렬은 급기야 산골인심까지도 변하게 만들었다. 가는 곳마다 '입산금지' '입찰지역' 팻말을 박게 만들었고 동네 입구마다 순찰도는 전문인력까지 생기게 한 원인제공도 기실 따지고 보면 외지인들이었다. 최근 들어선 '입산시 형사고발 조치'에 '변상 조치한다'는 글귀까지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 쇠사슬로 차량통행을 막고 완장 찬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보초 서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산능선마다 초소를 짓고 용역(?)들로 하여금 24시간 불침번을 서게 한 동네도 있다. 그 좋던 산골인심이 도회지인심보다 더 사나워졌다.
송이철 다른 볼일이 있어서 찾아간 방문객에게도 송이도둑 취급하며 퉁명스럽게 대하는 산골인심, 입찰멤버중 한 사람을 만나려면 군대 면회절차보다도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산골인심, 이 모든 게 다 '외지인'이라 불리는 우리들 탓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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