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컵 강쥐'에 이어 '디자이너 독'이 오고 있다

 

T컵강쥐(강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T컵강쥐가 무엇이기에 3년 가까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을까. 
유행어 혹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감을 잡지 못할 이 말은 Teacup 즉 찻잔 속에 들어갈 만큼 작고 앙증맞은 강아지를 일컫는다. 본래 이 말은 미국의 마이크로독(Micro-dog)이 일본으로 건너가 티컵독(Teacup Dog : Supermini)으로 불리면서 유행하게 됐고 이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T컵강아지-T컵강쥐(강지)로 불리게 됐다. 여기서 강쥐 혹은 강지는 강아지를 귀엽게 부르는 말로서 이미 인터넷사전에 등재된 신어다.


그렇다면 얼마나 작을까. 놀라지 마시라. 이견이 있지만 성견이 돼도 몸길이가 10cm 대에 불과하다. 길이로 보면 분명 '쥐만한 강아지' 즉 강쥐라 부를 만하다. 몸무게는 또 어떤가. 이 부분도 이견이 많은데 보통 1kg 이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재 이런 크기의 강아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해서 말들이 많다. T컵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사람과 분양한다는 곳은 많지만 정작 기준(?) 안에 드는 강아지는 별로 없으니 말들이 많을 수밖에.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사람들이 T컵강아지를 분양하기 위해 머그컵에, 컵보다 큰 강아지를 꾸겨넣듯 집어넣고는 사진찍어 버젓이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가격도 놀랍다. 수십만원은 보통이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강아지도 있다. 하지만 시비가 잦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반품 시비가 생긴다. 구입할 당시엔 긴가민가했는데 얼마 안가 일반 개와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자타가 인정할 만한 기준이 없어서다. 몸길이도 그렇고 몸무게도 그렇다. 보는 이에 따라 제각각이다.  


T컵강아지 자체에 대한 반대여론도 뜨겁다. 인위적으로 작게 만들어 건강도 약하고 수명도 짧게 만들어 마치 인형처럼 취급하는 것은 동물학대라는 것이다. 해서 일부 반대론자는 모 포털사이트를 통해 "T컵 강아지 판매를 중지할 것"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수천명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물론 찬성론자도 많다. 돼지를 작게 만들어 애완용으로 키우고 소,닭까지 좋은 것 먹여 육질 좋게 만들어 잡아먹으면서 유독 T컵강아지만 동물학대라고 몰아치는 건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비록 수명은 짧아질 지언정 사는 동안 예쁨 받고 좋은 대접 받으면 그게 더 삶의 질이 높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T컵강아지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느냐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DNA 조작설까지 퍼져 있다. 하지만 국내외 실정상 그 방법으로 초소형견을 다량 생산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설령 그 방법이 동원된다 하더라도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많은 이들은 무녀리처럼 시원찮은 강아지(열성)끼리 교배시키거나 근친교배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성공률도 낮고 선천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태어난다.


시대가 바뀌어 애완견을 반려견으로 부르는 세상이다. 가지고 노는 동물에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 인식이 바뀌었다. 가족 취급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T컵강아지,T컵고양이 같은 억지춘양식의 초소형화 추세를 보면서 과연 이 시대 사람들의 진정한 속내는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미국에선 마이크로독에 이어 혼혈견(Designer Dog)이 인기란다. 취향에 맞게 디자인된 또다른 강쥐다.

혈통이야 어찌됐건 이 종 저 종 교배시켜 앙증맞게 만든 '맞춤' 강아지, 그들이 또 우릴 향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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