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 나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이탈리아 로마 한 복판의 질경이와 폼페이유적의 명아주, 헝가리 페스트의 자귀나무, 호주 도로변의 민들레, 뉴질랜드 농가의 뽕나무 등은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 식물들을 포함한 모든 자연물들이 그곳 사람들과 진정한 교감을 나누며 한데 어우러져 생활하는 것을 보면 정녕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 이상하게 보이는 광경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과 야생 새들의 어우름이다.
지구촌 제일의 첨단도시로 자부하는 프랑스 파리 시내의 식당 안에 날아들어 손님들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 야생 참새들과 그 참새들을 마치 집에서 기르는 관상조 대하듯 친근하게 대해주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라든가, 몽마르뜨 언덕의 잔디밭에 앉아 오고가는 인파에도 아랑곳 않고 한가롭게 먹이를 쪼고 있는 찌르레기와 그 찌르레기를 인파의 한 무리로 인정하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감히 우리 나라에서는 꿈에서도 볼 수 없는 '해괴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호주의 브리스번에 있는 사우스뱅크 공원지대에서 산책 나온 사람들과 파티라도 열듯 함께 모여 즐겁게 노는 흑조 떼와 오리 떼는 물론이거니와 시드니 해안가에서 사람들과 노닐며 재롱을 피는 바다갈매기들, 뉴질랜드의 한 도시에서 탁자 위에 앉아 오수를 즐기는 따오기들의 모습에서도 우리와는 거리가 먼 딴 세상이란 느낌을 받긴 매한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은 또 새 이외의 다른 생물들에게도 사랑과 정성을 베푼다.
남의 일에 참견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못 견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까지도 세계적 관광지인 폼페이 유적지에 사는 도마뱀들을 마치 전시품인 양 자연 그대로 놔두고 있으며 우리보다 형편이 못하다고 믿고 있는 필리핀 사람들까지도 담벼락에 붙어 징그러운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는 도마뱀붙이를 손님처럼 대해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외국 사람들의 진정한 자연사랑은 또 있다.
그들은 자연을 가꾸되 가능한 한 주변생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자연답게 가꾸어주고 인간 스스로 자연의 하나가 돼 그 속에서 함께 생활한다.
자연을 절대 인간의 소유물로 보질 않는다.
자연 속에 집을 짓되 건물자체가 자연과 친화되도록 짓고 그 속에서 자연을 즐긴다.
공원을 만들어도 그렇다.
공원을 자연상태 그대로 조성하기 때문에 장소가 어딘 들 전혀 어색하지 않고 친밀감을 준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진정한 자연사랑만 있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자연파괴의 이면이 있다.
또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서 허구헌 날 자연파괴만 일삼는 건 아니다.
참새만 보면 소주 한 잔이 생각나고 뱀을 보면 몸보신부터 생각하는 것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자연사랑의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자연경외 사상의 전통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진정한 실천'에 있다.
그 진정한 실천의 유무는 자연이 말해준다.
조그마한 인기척에도 똥줄이 빠져라고 도망치는 우리 나라 참새와 식당 안에까지 날아들어 손님이 주는 먹이를 사랑스럽게 받아먹는 프랑스 파리의 참새가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자연은 그렇게 솔직한 법이다.
행여 사랑을 베푼답시고 한번 우리 나라 참새에게 먹이를 던져 줘 보라.
아마 돌멩이를 던지는 줄 알고 십리는 줄행랑 칠 것이다.
공원에 사는 양비둘기들도 외국 것과 우리 나라 것의 눈치가 다르다.
외국 공원, 특히 유럽 쪽의 공원에 사는 양비둘기들은 먹이를 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평화로운 몸짓을 보이는 반면 우리 나라 것은 아무리 맛있는 먹이를 주어도 이 사람 눈치 저 사람 눈치 다 봐가면서 마치 남의 집 음식을 훔쳐먹는 양 '잔치집의 개꼴'을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회가 먹고 싶으면 남의 집 담장을 타고 넘어 들어가 정원의 연못 속에 든 비단잉어라도 몰래 잡아다 비빔회를 만들어 먹고 새고기가 먹고 싶으면 고가도로 난간에서 자고 있는 양비둘기라도 잡아다 소금구이를 해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견강부회식으로 억지 예를 들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과장이 아니다.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적어도 대여섯 사람은 보았다.
이러한 직성들이 우리 나라의 자연을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하니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그들의 타고난 보신주의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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