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세상 공기라도 맑게 살아야 할 게 아닌가

 

 한반도를 향한 ‘환경 공중폭격’이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지난 2일 충남 서산과 서울,인천 등지를 급습한 중국대륙발 모래먼지를 시작으로 이른바 월경(越境) 공해로 인한 총성없는 전쟁이 또다시 시즌을 맞았다.


   다름 아닌 황사 얘기다. 혹자는 대기중에 모래먼지쯤 끼는 거 가지고 너무 호들갑 떤다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다.
 우선 먼지량부터 보자. 황사 한 번에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대략 100만톤이다. 야산 하나가 먼지로 날아든다. 이 중 한반도에 쌓이는 양은 15톤 덤프트럭 4천~5천대 분량인 4만6천톤에서 8만6천톤으로 추정된다. 깔볼 양이 아니다.
 그 다음은 가시적인 피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5년도 자료에 의하면 황사로 인해 국내서는 일년중 많게는 181만7천여 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165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모든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한해에 많게는 7조3천억여원이 먼지속에 파묻힌다. 우리나라 사람 35.4%가 연평균 두 차례꼴로 황사로 인한 질환을 앓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실이 이러니 공중폭격 혹은 전쟁이란 말을 안 쓸 수 없다. 피해지역 입장에선 더욱더 그렇다. 특히 환경 공중폭격이란 용어는 억지로 지어낸 말도 아니다. 일본 언론들이 실제로 자주 써 이미 환경용어화 된 신조어다. 의도성과 적대성만 없을 뿐 실제의 공중폭격이나 전쟁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황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자연현상이다. 지질시대부터 일었다는 학설도 있다. 영어로 흔히 아시안 더스트(Asian dust)라 부르는 것도 이 지역의 오랜 고질적 현상임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첫 기록은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다. 당시엔 황사 대신 ‘흙이 비처럼 쏟아진다’하여 우토(雨土)라 불렀다. 우토란 말은 고려,조선시대까지 사용됐다. 일본에선 서기 807년 황우(黃雨)가 내렸다는 게 첫 기록이다.
 중국서도 처음엔 황사 대신 우토로 불렀다. 기원전 1150년부터다. 중국서 황사란 용어가 사용된 건 서기 550년 이후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와서야 비로소 황사란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문제는 이같은 유구한 역사가 아니라 시대 흐름에 따라 유해성분이 짙어지고 발생횟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생시기 또한 점차 일러져 연중화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거엔 단순히 미세한 모래입자 내지 흙입자가 주였다면 요즘엔 중금속 성분인 납,카드뮴까지 담겨 있다. 중국의 빠른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때문이다.
 성분이 독해진 만큼 피해도 심각해졌다. 산성흙비(눈)의 원인은 물론 항공,운수,정밀산업 등 각 분야에 피해를 입히고 폐호흡기 질환자와 조기 사망자수도 증가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기후 온난화로 대륙내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산림벌채,초지의 농지화,가축의 과방목이 늘어나면서 사막화를 더욱 부채질해 황사의 연간 발생횟수와 먼지량을 늘게하고 있다. 과거엔 주로 봄철에 일어났는데 최근엔 11월,12월에도 발생하는 등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피해면적도 넓어져 우리나라와 일본,몽골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향한다. 그러나 국제적인 대처는 아직 미흡하다. 중국이 황사관련자료를 아직도 국가기밀로 취급하는 등 소극적이니 큰 진전이 있을 리 만무다.
 

  우리는 이 시점서 명심할 게 있다. 황사의 가장 큰 피해국은 바로 우리나라란 점이다. 아쉬운 사람이 샘 판다고 우리가 적극 나서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끌려가지 말고 목소리를 한껏 키우란 얘기다. 언제까지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살 것인가.
 갑갑한 세상에 공기라도 맑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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