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상류에 놓여진 '남의 숟가락'
금강상류는 우리나라 생태보전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강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던 어름치가 발견돼 1972년 '금강의 어름치'란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238호로 등재된 곳이다.
금강에서의 어름치 발견은 한강 특산에서 한강 및 금강 특산으로 서식범위가 넓게 밝혀진 것 외에도 과거 이들 강이 서로 연결됐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란 점에서 지질사학적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금강의 어름치는 발견된 지 10년도 채 안 된 1978년 전북 무주 내도리와 충남 금산 방우리에서 마지막 확인된 것을 끝으로 8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다.
그뒤 학자들이 나서 금강의 어름치를 찾아 헤맸지만 허사였다. 필자도 90년대초부터 수년간 전문가들과 함께 금강의 어름치를 찾아 나섰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당시 학자들은 어름치가 사라진 원인을 첫째 남획, 둘째 농약에 의한 수질오염 및 서식지 파괴를 든 바 있다. 필자가 만난 현지 주민들도 한결같이 남획을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았었다. 몸집이 제법 크고 맛까지 좋아 사람들이 보는 족족 잡아먹었다 한다. 그런 데다 강물에 농약성분이 흘러들고 각종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어느 순간 사라진 물고기가 됐단다.
그러던 중 금강상류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치어 방류사업으로 30여 년만에 어름치가 다시 노니는 꿈같은 일이 재현된 것이다. 인공 치어방류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어쨌든 금강상류서 어름치 특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2년 전부터 상류 곳곳에서 산란탑이 관찰되고 있고 어미 개체도 다수 확인되는 등 정착단계에 와 있다. 일부에선 금강상류가 멸종위기어종 복원사업의 메카란 평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진 관련 기관 단체들의 '10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앙내수면연구소가 1999년 처음으로 어름치 치어를 예비방류한 것을 비롯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환경부,국립수산과학원,문화재청,순천향대 등 여러 기관 단체가 협력해 어름치 복원사업을 벌여온 결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제(?)가 생겼다. 국토해양부의 4대강(금강) 살리기 사업이 상류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가뜩이나 시선이 곱지 않았던 터에 지난 20일엔 무주 남대천서 있은 어름치 치어방류 행사에 돌연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가 주최측으로 끼어들어 여러 '말'을 듣고 있다. 환경단체로부터는 "하천바닥을 파헤치면서 한편으론 어름치 치어를 방류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요 4대강 사업의 반대여론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행보"란 비난을 받고 있고, 방류행사 참여자들로부터는 "그동안 여러 기관 단체가 합심해 이뤄놓은 업적과 순수한 목적을 하루아침에 훼손시켰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금강살리기 사업구간에는 최근 어름치 산란탑이 관찰된 금산 천내습지도 포함돼 있어 속과 겉이 다른 이중행태란 쓴말도 나오고 있다.
금강의 어름치 복원과정에서 봐왔듯이 물고기 1종을 복원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많은 인내와 노력, 예산, 민·관·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어느 단체의 지적처럼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끼어든 격'이라면 그야말로 문제다.
자연생태계는 어항처럼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4대강 사업취지에 걸핏하면 환경복원, 생태복원 운운하지만 자연상태의 환경과 생태계를 작위적으로 파괴하고 나서 또 작위적으로 복원하는 일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진정으로 환경을 위하고 생태계를 위한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것부터 재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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