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물고기가 무슨 요술방망이인가
신종 물고기(?)로 시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4대강 수질감시용 로봇물고기 때문이다. 그날 이 대통령은 동영상으로 소개된 물고기 형체를 향해 "저건 고기가 아니라 로봇입니다. 고기와 똑같이 생겼으니 함께 노는 것이지요. 그런데 낚시를 해도 물지는 않습니다"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날 로봇물고기 발언은 웃음 뿐만 아니라 일파만파의 논란을 불러왔다. 학계,정치권,네티즌 할 것 없이 벌집 쑤셔놓은 꼴이다. 반발쪽 얘기로는 깜짝쇼요 한낱 웃음거리다.
먼저 학계 반응이다.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물고기로봇은 아직 '수족관외 현장검증'된 것이 아닌 데도 검증된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도 거세다. 지난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 김상희의원은 "실용단계도 아닌 로봇물고기로 수질오염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 지적했고 같은 당 김재윤의원은 "로봇물고기가 휘젓고 다니면 기존 물고기들이 놀라 스트레스 받을 것이니 오히려 환경파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의원은 "대통령이 깜짝쇼를 보여줬다"고 퍼붰다.
한나라당 의원도 거들었다. 한나라당 차명진의원은 "내용도 없는 것을 대통령이 발표하게 하면 되나. 홍수가 와서 로봇물고기가 떠내려가거나 낚시꾼이 집어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발끈했다.
네티즌들도 신랄하다. 가격이 4천만원대이니 예산낭비다, 강속의 로또이니 낚아 올리자, 국민들은 물고기가 아니니 상한 떡밥으로 대국민 낚시를 그만하라, 루어낚시하다 걸려 나오면 어쩌나 등등의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가설명이 없다. 그래서 '성질 급한' 일부 언론이 나서 국내 기술진에게 물어봤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05년께부터 연구를 시작해 현재 실험실 수조서 운용하는 단계에 있으며 향후 3년이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영국이 개발중인 로봇물고기는 길이가 1.5m 정도지만 국내 것은 50cm 정도(향후 1m 이내)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것의 속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로봇의 최대속도는 초당 1m다. 가격은 양산할 경우 4천만원 이하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왜 중요한 시기에 개발이 덜된 로봇물고기를,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소개했을까 하는 점이다. 일부에선 정치적으로 보고 있지만 대통령의 심경을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난제가 수두룩한 로봇물고기를 4대강 수질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웠겠는가. 또 얼마나 궁했으면 현 수질측정시스템과 상치되는 안을 마치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양 발표했겠는가. 현 시스템은 각 하천에 대표적인 지점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보완할 건 이 시스템이다.
또 한가지, 발상자체가 반생태적이다. 강이 왜 수질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수질만큼 중요한 게 생태다. 그럼에도 한낱 로봇에 불과한 장치를 물고기와 함께 '놀게 한다'니 발상이 의심스럽다. 설령 로봇물고기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물속에 집어넣는 순간 물고기 평화는 깨질 것이다.
굳이 경제성을 따진다면 로봇물고기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릿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고기도 아닌 것이 물고기 흉내를 내며 빠른 속도로 활개칠 것을 생각해 보라. 그것이 오갈 때마다 물고기들은 식은 땀을 흘려야 한다. 50cm 이상되는 괴물체가 뜬금없이 달려드는데 간 조리지 않을 물고기가 어디 있겠는가.
물밖으로들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지레 걱정된다. 물고기 살려!
'뱁새의 생태풍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컵강쥐'에 이어 '디자이너독'이 오고 있다 (0) | 2009.12.22 |
---|---|
총을 드니 어릴 적 버릇이 되살아나는가 (0) | 2009.12.15 |
까치 얼어 죽 듯 짐승도 사람도 얼어붙었다 (0) | 2009.12.01 |
'쓰레트'만 보면 떠 오르는 아린 기억 (0) | 2009.11.24 |
몇 종이나 더 '철창 신세'를 질 지 두고 볼 일이다 (0) | 2009.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