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조류 다양...‘양호한 생태건강도’ 확인
   까막딱따구리 발견 학술적 큰 의미
 수리부엉이·원앙 달래강의 대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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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달천)은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와 까막딱따구리(〃 242호, 〃)의 강’이다.

 

취재 결과 수리부엉이는 달래강 수계 내에서 5쌍밖에 확인되지 않는 희소종으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해 온 ‘달래강의 터줏대감’이다. 

 

까막딱따구리 역시 불과 4마리만 발견됐지만 국내 현존 개체수가 워낙 적은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란 점에서 달래강 수계에서의 발견 자체가 매우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수리부엉이 서식처 5곳 확인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팀이 찾아낸 수리부엉이의 서식처는 모두 5곳이다.

 

탐문조사와 현지답사를 병행한 결과 보은군 산외면 백석리 속리천 절벽과 괴산군 청천면 금평리 압항천 절벽, 후영리 백로담 절벽, 칠성면 사은리 병풍바위 절벽(괴산호 내 산막이 절벽),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싯계부근 절벽 등지에서 둥지와 함께 각 1쌍씩의 수리부엉이가 발견됐다.
 

주민들이 서식 장소로 알고 있는 청원군 미원면 어암리 쇠바우 절벽과 괴산군 청천면 귀만리 삼인리 절벽, 청천면 거봉리 절벽 등지에서는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다.

 

몸길이 약 60~70cm에 양쪽 날개길이가 무려 1.5m 이상되는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는 최근들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희귀종으로 깊은 산의 암벽과 강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꿩과 산토끼,집쥐,개구리,뱀,도마뱀 등을 잡아 먹는다. 생태계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밤의 제왕’으로 불린다.

 

 

달천의 터줏대감 수리부엉이./자연닷컴
달래강 수계에서 5쌍이 확인된 수리부엉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또 수리부엉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올빼미(324-1호)와 솔부엉이(324-3호),쇠부엉이(324-4호),소쩍새(324-6호) 등도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일대와 괴산군 청천면 귀만리 삼인리 일대,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 일대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올빼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이다.


올빼미와 부엉이류는 모두 올빼미과의 야행성 조류이나 올빼미는 머리 위에 뿔처럼 생긴 귀깃이 없는 반면 부엉이류는 귀깃이 있는 것이 다르다. 소쩍새는 귀깃이 있는 소형 부엉이류에 속한다.


이번 취재에서는 올빼미목(올빼미·부엉이류) 외의 다른 맹금류들도 실제 발견되거나 서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달래강 수계가 아직은 ‘비교적 양호한 생태 건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맹금류도 다른 희귀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어 보호대책 마련이 아쉬운 실정이다.

 

 

황조롱이./자연닷컴

실물이 확인된 맹금류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323-2호),새매(323-4호),황조롱이(323-8호) 등이며, 주민들의 목격담을 통해 서식 혹은 도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접 확인된 종은 참매(323-1호,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와 검독수리(243-2호,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등이다.

 

아마추어 생태연구가인 정대수씨(45) 등 목격자들에 의하면 참매와 검독수리는 주로 겨울철 달래강 중류인 괴산호 주변에 나타나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래강 최초 까막딱따구리 발견

 

이번 취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까막딱따구리의 발견이다.

 

까막딱따구리는 국내 현존 개체수가 극히 적고 발견 사례도 많지 않아 이미 35년 전인 1973년 4월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된 희귀종으로 환경부에서도 최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중요 유전자원이다.

 

까막딱따구리가 발견된 곳은 괴산호 주변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 뒤편 천장봉으로, 이 산의 중간 골짜기인 천장골과 남쪽 능선의 2개 둥지서 각각 1쌍씩 모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까막딱따구리가 충북지역서 발견된 것은 1990년 국립공원 속리산서 첫 발견된 이래 18년 동안 4차례에 불과하나 한꺼번에 4마리의 성조(成鳥)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까막딱따구리가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서 발견된 것은 전국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로서 학계는 ‘큰 경사’라며 서둘러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까막딱따구리가 발견된 괴산호 주변은 최근 괴산군이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 전용도로(MTB장) 개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어서 환경단체와 학계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본보 기획취재팀도 까막딱따구리를 비롯한 괴산호내 희귀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그동안 20여회에 걸쳐 심층 보도를 해오고 있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달래강의 진객’ 까막딱따구리.자연닷컴
‘달래강의 숨결’ 기획 취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결과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의 발견을 들 수 있다. 취재팀은 특히 달래강 중류인 괴산호 주변서 한꺼번에 무려 4마리의 어미 까막딱따구리를 발견함으로써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

 

■달래강은 ‘원앙 천국’


달래강을 대표하는 또 다른 조류는 ‘원앙(천연기념물 327호)’이다. 특히 원앙은 달래강 수계 어느 곳을 가든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다수종으로서 달래강 조류생태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달래강 수계, 특히 괴산호로부터 최상류에 이르는 구간은 가히 ‘원앙 천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서식 둥지와 개체수가 유난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원앙의 번식지(둥지)가 발견된 곳은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 일대와 청원군 미원면 옥화·어암리,괴산군 청천면 도원·화양(화양계곡)·후영리 등 10여 곳으로 주로 하천변의 오래된 나무구멍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달래강 수계에서는 오색딱따구리,청딱따구리,쇠딱따구리 등의 딱따구리류와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꼬마물떼새,쇠물닭,논병아리 등의 물새류와 함께 까치·까마귀류,때까치류,할미새류,박새류,꾀꼬리,파랑새 등의 각종 텃새 및 철새가 서식하고 있으며 고니(백조,천연기념물 201호,멸종위야생동식물 Ⅱ급)와 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도 겨울철 괴산호에 날아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보 부보(Bubo bubo),  바보 바보?”

 
 야묘(夜猫)라 불리던 새가 있다. 수리부엉이다. 여기서 묘는 삵이다. 소리없이 접근해 쥐도 새도 모르게 멱을 따는 게 삵이니, 밤중에 나타나 졸지에 먹잇감을 채가는 삵이 곧 야묘다. 섬뜩하다.
수리부엉이는 달갑잖은 새로 인식돼 왔다. 기이한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 도깨비뿔 같은 귀깃, 어린애 만한 몸집, 딱딱거리며 위협하는 큰 부리, 한 번 움켜쥐면 놓지 않는 발톱 등 생김새부터가 비호감이다. 울음소리도 쭈뼛하다.

 부엉이가 달갑잖은 존재로 인식케 된 데엔 어른들의 장난기 어린 으름장도 한몫했다.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이에겐 “저기 부엉이 온다”고 어르고 밤에 자주 싸돌아다니는 아이에겐 “부엉이한테 잡혀간다” 겁줌으로써 부엉이는 곧 두려움으로 각인됐다. 할아버지 무릎 베고 옛날 이야기 들을라치면 으레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린 부엉이 소리가 저멀리 들리는가 싶다가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질 때쯤이면 어느새 뒤꼍 느티나무로 옮겨와 기겁하게 한 것이 부엉이다.

 부엉이 소리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음은 속설과 기록에도 나타난다. 우리말에 부엉이가 마을을 향해 울면 상을 당한다는 말은 그만큼 부엉이가 불길한 일을 몰고다닌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엔 태조,세조 등 여러 임금이 궁궐 가까이서 부엉이가 울면 서둘러 거처를 옮기고 해괴제(解怪祭)를 지냈다 전한다. 해괴제는 부처에서 땀이 흐르는 일처럼 기괴한 일이 있을 때나 지내던 신풀이다.

 하지만 때론 부(富)를 가져오는 새로도 인식됐다. 속담에 부엉이가 새끼 3마리를 낳으면 대풍 든다는 말이 있다. 육식성인 부엉이가 3마리의 새끼를 키우기 위해선 수많은 들쥐를 잡아 날라야 하기에 생긴 말이다. 새끼 3마리를 키우려면 하룻밤에 수십 마리를 잡아야 한다.
 부엉이는 욕심도 많아 먹잇감을 보는 대로 잡아다 쌓아 놓는다. 해서 옛 어른들은 부엉이집 하나만 맡아도 횡재했다고 했다. 부엉이가 잡아오는 먹잇감엔 닭,꿩,토끼 심지어 어린 고라니까지 있어 그 중 일부만 슬쩍 갖다 먹어도 고기걱정은 안했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림이 늘어나는 것을 부엉이살림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부엉이의 습성을 빗댄 말이다.
 부엉이는 부부애가 강해 한번 짝 맺으면 평생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짝짓기하는 새로도 알려졌다. 다른 새와 달리 혹한의 1~2월에 산란해 번식기가 끝나도 오랜 기간 줄곧 사랑을 나누면서 금슬을 확인한다.

 부엉이는 높은 벼랑에 둥지를 튼다. 기자가 최근 확인한 10여개의 둥지 모두 탁 트인 수십 길 바위절벽에 있다. 천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몸집을 던져 쉽게 날고 또 밖에선 곧바로 날아들기 위한 지혜다.
 전국의 부엉바위,부엉고개,부엉골,부엉산은 부엉이가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김해 봉화산 부엉이바위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터넷상 자유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엔 ‘…경사가 급해 등산객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다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올라 투신한 곳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적혀 있다. 국민장의 ’노란‘ 처연함이 눈에 선하고 추모행렬이 아직 줄을 잇는데 백과사전엔 벌써 과거형으로 올라있다. 인생무상이다.

 일명 자살바위로도 불렸다는데, 어쨋거나 부엉이가 살던 부엉이바위서 전직 대통령이 부엉이처럼 몸을 던졌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처럼 말이다.
 수리부엉이의 학명은 ’Bubo bubo‘다. 울음소리서 유래한 학명이 노 전 대통령의 별명인 바보를 연상케 함은 아이러니일까. 부디 자유롭게 날개 펼쳐 훨훨 날길 기원한다. 부보 부보, 바보 바보?.

새해엔 ‘로드킬’ 없는 세상을 꿈꾸자

 
 두 달 전 일이다. 괴산호 생태 탐사를 위해 산막이란 마을에 들어가 있는데 괴산 청천의 한 후배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다. 화양동 계곡으로 통하는 도로변에 엄청 큰 새가 죽어있다며 숨 넘어가는 소릴 한다.

   예감이 좋질 않아 곧바로 달려갔더니 역시나 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였다. 덩치와 발톱,부리로 보아 1년도 채 안된 유조였다. 특별한 외상은 없는데 몸속 뼈가 다 으스러졌다.

   로드킬(Road kill)이다. 자기 혼자 먹이잡이 나왔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부딪혀 횡사한 것이다. 위에 내용물이 있나 보니 비어 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파 기진맥진했으면 지나가는 차량도 못보고 피하지 못했을까.

   설령 어린 개체라 하더라도 시력과 청력하면 그 어떤 야생동물보다도 뛰어난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가 아니던가.
 

   지난 주엔 달래강의 겨울철새를 촬영키 위해 충주 인근 수주 팔봉쪽으로 향하는데 바로 앞차가 느닷없이 급정거 하면서 휘청거렸다. 아차 싶어 차밑을 보니 금새 피가 흥건했다. 너구리였다.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그 역시 굶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한낮에 먹을거리 구하러 나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3일 전엔 청원군 미원면 달래강변 도로서 고라니 한 마리가, 그 이튿날엔 비슷한 장소서 족제비 한 마리가 처절한 죽음을 맞았다. 생활권이 괴산 청천인 데다 야생동물이 많이 사는 달래강변을 자주 찾다 보니 요즘 들어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 사체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된다.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볼 때마다 아쉬운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무관심이다.

   지나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목격 순간만 잠시 얼굴을 찡그릴 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내 집 강아지가 그렇게 됐다면 아마 그렇게 황급히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또 자신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들짐승을 직면했다면 얼마나 당황하고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란 생각도 별로 않는다.
 당국의 노력도 너무나 미흡하다. 최근 들어 환경부가 인터넷 웹진을 통해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까마득하다. 고속도로 혹은 신설도로에 전시품처럼 만들어 놓은 생태도로란 것도 실로 가관이다. 어린아이에게 밧줄위를 걸어 강물을 건너라는 격이다. 야생동물들은 서커스단의 조련된 동물이 아니다.

      
 로드킬 당한 사체들을 신속히 제거 처리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오죽하면 도로마다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가 오고 가는 차량에 의해 짓밟히고 또 짓밟혀 아예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있는 곳이 즐비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들의 처분(?)은 늘 까치와 까마귀 몫이 된다. 이동통로가 졸지에 사선(死線)으로 변한 것도 억울할 판인 데 짓밟히고 짓찟기고 형체도 없이 ‘노상분해’되는 팔자가 곧 우리나라 야생동물들이다.
 기왕 나온 김에 까치와 까마귀 얘기 좀 더 해야겠다. 요즘의 까치와 까마귀를 자세히 보라. 그들이 왜 도로변을 맴돌고 있는가. 바로 로드킬 때문이다. 그들은 항시 도로변을 맴돌고 있다가 로드킬 사체가 발견되면 곧장 몰려든다.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견인차 같다. 질주하는 차량도 겁내지 않는다. 우리의 무관심은 결국 까치와 까마귀들의 행동까지 변화시켰다.


 이젠 로드킬 방지를 위한 특단이 필요하다. 단순히 전시행정에 그치지 말고, 국내 전 도로를 그야말로 안전한 도로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드킬 없는 도로, 그것은 곧 사람도 안전한 도로다.
 우리의 무관심이 까치와 까마귀들의 행동까지 뒤바꾸어 놨으니, 이번엔 우리의 관심으로 그들을 더 이상 로드킬 사체나 탐내는 ‘걸조(乞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끔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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