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의사소통

 

곤충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하고 상대방이 표하는 의사를 받아들일까.

 

곤충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그들도 분명 그들 나름의 특정한 의사 소통체계를 가지고 각종 생명현상을 유지해 나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숲속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제치던 매미들이 어느 한 순간 울음을 멈췄다가 다시 한두 마리가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일제히 따라 우는 것도 ‘위험 상황’과 ‘위험 해제’를 알리는 그들 나름의 의사소통 신호가 있기 때문이며,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도 자신들만의 신호체계에 따라 울음소리를 냈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짝짓기를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미들도 땅위를 돌아다닐 때 맘 내키는 대로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들 나름의 일정한 신호체계에 의해 그려진(?) 도로망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고 있으며, 허공을 나는 꿀벌도 동료들로부터 전달받은 꽃(꿀)의 위치를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곤충들은 대부분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페로몬’이란 물질, 혹은 ‘소리’나 ‘빛’ 따위를 발산해 동족 간에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곤충들의 의사소통은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자신 또는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고 상호간의 구애표시가 될 수도 있으며 위험을 알리는 긴급신호가 될 수도 있다.

 

곤충의 의사소통 물질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페로몬(pheromon)’이란 것이 있다. 페로몬은 곤충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로서 많은 곤충들이 이 화학물질을 몸밖으로 발산해 같은 종의 다른 개체와 의사를 주고 받는다.

 

페로몬의 종류로는 성페로몬과 경보페로몬, 길잡이페로몬, 집합페로몬, 밀도조절페로몬, 계급분화페로몬 등이 있다.

 

이중 성(性)페로몬은 곤충의 암수가 서로를 식별하고 짝짓기를 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역할을 한다. 성페로몬을 발산하는 곤충의 예로 누에나방을 들 수 있는데 암컷이 먼저 배끝에 있는 노란 주머니 모양의 향기샘에서 누에나방 특유의 페로몬을 뿜어내면 수컷은 빗처럼 생긴 더듬이로 이를 감지하고 찾아와 짝짓기 행동을 한다.

 

성페로몬의 ‘위력’이 얼마나 센가는 곤충들이 짝짓기 하는 시기에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는데, 실례로 암컷은 한 마리인데 수컷은 여러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어 죽기 살기로 짝짓기를 하려는 것을 보면 가히 혀가 차질 정도다.

 

 

'암컷은 한 마리인데? '

곤충의 암컷이 발산하는 성페로몬은 유인력이 매우 커 동시에 여러 마리의 수컷을 불러들여 짝짓기 행위를 하기도 한다. 사진은 한 마리의 암컷과 두 마리의 수컷이 동시에 작짓기 행위를 하고 있는 사마귀의 모습./자연닷컴

 

 

페로몬이 비교적 잘 발달된 곤충은 개미와 꿀벌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성곤충이다. 사회성 곤충은 자신의 집에 적이 쳐들어오면 경보페로몬을 즉시 발산해 종족에게 위험을 알리며 먹이를 구하러 나가거나 이동할 때는 길잡이페로몬을 땅에 뿌려 동료들로 하여금 이를 감지해 따라오도록 한다.

 

곤충 중에는 또 독특한 울음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의 세력권을 나타내거나 동료들에게 특정  의사를 표하는 것들도 있다. 여치, 매미, 귀뚜라미 등이 좋은 예로서 여치는 앞날개를 겹쳐 서로 비벼대면서 찌르륵 찌르륵 울어대고 매미는 배부분의 발음근을 오므렸다 폈다 함으로써 일단 발진막에 조그만 소리를 발생시킨 후 다시 공명실을 통해 큰 소리를 내고 있으며, 귀뚜라미는 뒷다리에 있는 돌기를 날개에 스쳐 소리를 발생시킨다.

 

이들 곤충의 소리는 짝짓기 할 때는 배우자를 찾는 구애의 신호로, 천적이 나타났을 때는 종족을 보호하려는 위험 신호체계로 활용된다.

 

곤충 가운데에는 또 반딧불이처럼 제 스스로 빛을 발산해 의사를 표하는 것도 있다. 반딧불이의 빛은 루시페린이란 발광물질과 루시페라아제라는 발광효소가 작용해 만들어지는데 루시페라아제가 들어 있는 특수세포에 산소가 공급되면 아데노신삼인산이 생기고, 이것과 루시페라아제가 결합하면 불안정한 물질로 바뀌게 돼 이것이 안정한 물질로 변하면서 빛을 발하게 된다고 한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의 밝기와 빛을 내는 시간, 즉 발광시간은 반딧불이의 종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 장소에 여러 종의 반딧불이가 모여 있어도 같은 종끼리는 동료가 보내는 신호를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들은 약 3룩스 안팎의 빛을 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딧불이는 자신들이 내는 빛을 통해 서로 배우자의 신호를 감지하는데 수컷이 먼저 일정 간격을 두고 빛을 발하면 이를 감지한 암컷이 약 2초 후에 빛을 발광, 구애에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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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잡기 지혜

지금까지의 설명은 대부분 곤충의 ‘살아남기 전략’, 즉 이 지구상의 생태계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종(種)을 유지해 가고 있는가 라는 종 특유의 생존전략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곤충의 몸 구조 자체가 복합적인 전략무기라는 것에서부터, 뛰어난 위장술과 의태(擬態), 화려한 체색 뒤에 숨겨진 비장의 무기 등이 모두 그들의 생존전략과 관계된 특징들이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탁월한 지혜와도 연관이 있는 요소들이다.

 

비록 인간(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기주의)에 의해,  ‘벌레’라는 하찮은 존재로 비하돼 이 땅 위에 존재해 오고 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을 터득하고 발전시켜 숭고한 대내림의 소임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사고(思考)가 없는 미물이 무슨 지혜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좀 더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거기에는 분명 자연계에 내재된 특별한 지혜가 깃들어 있음을 실감케 한다. 아니 어떤 것은 오히려 인간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묘하고 신비한 것도 있다.

 

다음에 설명하는 곤충들의 특별한 ‘먹이잡이 방식’도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먼저 기막힌 모래함정을 만들어 먹이감을 낚아채는 ‘개미귀신’을 보자. 개미귀신이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를 일컫는 말인데 그들의 주요 먹이감인 개미를 ‘귀신이 곡할 정도의 교묘한 방법으로 잡아먹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귀신이 사는 장소는 습도가 낮은 모래밭으로, 애벌레 스스로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판 후 그곳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개미 등을 잡아먹고 사는 독특한 곤충이다. 특히 개미귀신은 자연물인 모래가 조그만 진동에도 쉽게 허물어지는 특성을 이용해 먹이를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지혜가 남다른 명석한(?) 곤충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미귀신이 파 놓은 모래함정은 미세한 모래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개미라 할지라도 일단 그곳에 빠지기만 하면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계곡’이다. 허우적거릴수록 자꾸만 모래가 허물어지는 데다 깔때기 가장 밑 부근의 모래 밑에 숨어있던 개미귀신이 몸부림치는 먹이감을 향해 모래를 흩뿌리는, 소위 양동작전을 쓰기 때문에 결국은 잡아먹히고 말게 된다.

 

개미귀신은 함정을 만드는 재주도 좋지만 그곳에 먹이감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진동을 통해 잽싸게 알아차리는 예리한 감지력도 겸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걸려든 먹이감을 재빨리 기절시켜 체액을 빨아먹는 강한 입 구조도 갖고 있다.

 

개미귀신이 먹이감을 잡는 장면을 관찰하기 위해 가느다란 풀잎으로 모래함정 안을 살살 건드리면 재미난 현상이 일어난다. 즉, 풀잎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 개미귀신은 처음엔 죽은 듯 가만히 기다렸다가 풀잎(진동)이 어느 정도 함정 밑바닥에 다다랐다 싶으면 이내 모래를 흩뿌리며 나타나 갈고리 모양의 이빨로 공격한다.

 

이때 개미귀신이 나타나는 방향과 속도는 매우 정확한데, 더욱 놀랄 일은 한 두 번 속은 개미귀신은 풀잎의 진동이 가짜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리고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리한(?) 곤충을 그 누가 미물이라고 하겠는가.

 

‘개미귀신과 모래함정’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은 잘 허물어지는 모래의 성질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곤충’으로서 자신이 파놓은 모래함정에 개미가 빠져 허우적거리면 잽싸게 공격해 체액을 빨아먹는다./자연닷컴

 

곤충 가운데에는 자신의 보호색을 이용해 풀잎 등 자연물의 뒤에 교묘히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감이 다가오면 잽싸게 달려들어 잡아먹는 무리들도 있다. 보호색은 천적의 눈을 속이는 데도 유용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먹이감을 속이는 데에도 유용한 것이다.

 

곤충 세계의 무법자로 알려진 사마귀는 자신의 몸색깔과 비슷한 풀잎 뒤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먹이감을 재빨리 낚아채곤 하는데 사마귀는 특히 먹이감을 홀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좌우로 흔드는 곤충으로도 유명하다.

 

‘간 큰 잠자리’

곤충계의 무법자로 잘 알려진 사마귀는 자신의 보호색을 이용하거나 몸을 좌우로 흔들어 먹이감을 유인하는 습성이 있다. 사진은 죽은 듯 가만히 있는 사마귀를 휴식처로 착각해 등 뒤에 내려앉은 위험천만한 잠자리 모습./자연닷컴

 

일부 곤충들은 자신의 유충을 위해 먹이감을 사냥하는 것들도 있다.

 

실례로 나나니벌이란 곤충은 산란기가 되면 나방 애벌레를 독침으로 마비시킨 후 자신의 집으로 물고와 그곳에 알을 낳아두는데 이는 얼마 후 태어날 자신의 애벌레가 그것을 먹고  자라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나나니벌의 이 같은 ‘큰 뜻’을 잘못 이해한 옛 어른들은 나나니벌이 다른 곤충의 애벌레를 자신과 닮게 하는 신통력이 있다고 믿어 이름도 ‘나나니벌’이라 붙인 것이다. 그들이 보기엔  굴로 들어가는 나나니벌이 분명 다른 종류의 애벌레를 물고 들어갔는데 나중엔 그 애벌레 가 나나니벌이 되어 나오기에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실제 나나니벌이 다른 벌레의 애벌레를 물고 들어간 구멍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면 나나니벌이 내는 소리가 마치 “나 닮아라 나 닮아라” 하는 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

 

조롱박벌이란 곤충도 배짱이와 같은 먹이감을 잡은 후 집으로 물고가 그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유충을 위한 모성애의 지혜이다.

 

이밖에 나무좀류의 어떤 종은 자신의 유충을 위해 나무구멍 안에 균을 배양하는 믿지 못할  곤충도 있다.

 

곤충 세계에는 이처럼 인간이 잣대로 지어낸 소위 ‘지혜’라는 말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 못할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 양식을 나타내는 무리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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