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강은 지역민의 삶 자체이자 생의 전부다”

 

래강 물줄기는 지역민들의 삶과 생을 이어준 요람이자 터전이다. 또한 달래강은 예나 지금이나 지역민들의 영원한 고향으로서,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달래강 물줄기
 달래강은 지역민들의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 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자연닷컴

그 도도한 물흐름 속엔 커다란 버팀목 같은 지역 특유의 정서와 정신이 배어있다. 달래강이 잉태한 정서와 정신, 그것은 지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씨앗’으로 각인된 채 살아 숨쉬고 꿈틀대며 독특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 달래강을 젖줄 삼아 삶의 뿌리를 이어가는 ‘달래강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달래강이 어떤 존재이며 지역에는 또 어떠한 존재인지, 나아가 지역은 달래강의 미래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박경수씨(75·속리산 주민)


“수계 내 공동협의체 구성 필요”

 

 

 
달래강 발원지역에 사는 박경수씨(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지역주민이자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인 그는 한 마디로 속리산에 푹 빠져사는 ‘속리산 박사’다. 50년 넘게 속리산지역에 살면서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야사나 문화재는 물론 곳곳에 깃들어 사는 온갖 동식물을 꿰뚫고 있는 ‘속리산 통’이다. 이번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 초기 본보 취재팀이 달래강의 새 발원지를 찾을 때에도 적극 도와준 장본인이다.

 

그는 또 속리산의 자랑이자 달래강의 대표식물인 망개나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해서 지난 6월에는 취재팀과 동행, 속리산 골짜기서 수령 약 500년된 국내 최대·최고령의 망개나무를 발견하고 17곳의 자생지도 새롭게 찾아내는데 기여했다.


“속리산은 달래강의 근원인 물의 뿌리이자 발원지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달래강 발원샘이 잘못 알려져 오는 등 너무 소홀하게 인식돼 왔다. 그런 점에서 충청타임즈의 취재로 달래강 발원샘이 새롭게 정립된 것은 무척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유일의 삼파수(三波水: 한강,낙동강,금강의 발원지)인 속리산이 전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듯이 달래강 유역 또한 전국 제일의 청정지역, 살아있는 생태관광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민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앞장 서 가꾸며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상류·하류 구분없이 지역민 모두가 달래강의 주인이자 관리주체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속리산은 산으로서, 달래강은 물길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 자연자원이기 때문에 관리 및 보전 방안을 마련하거나 개발 방안을 고려할 때에는 서로 연계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류 따로 하류 따로 소지역 주의에 묶여 지나치게 자기측 입장만 고집한다면 달래강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같은 수계 사람들은 고향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그런 만큼 달래강 수계를 중심으로 발전협의회 같은 공동협의체를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김사진씨(61·향토사학자)

 

“개발 안된 것이 오히려 큰 강점”
 

 


“달래강은 한 마디로 지역민들의 ‘생의 전부’다. 달래강변에 태어나 그 물로 생활하며 멱 감고 철렵하고 농사짓고, 또 죽어서는 그 곁에 묻히는 게  이 지역사람들이다. 그러니 삶 자체가 달래강이요, 달래강 역시 자연스럽게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 돼 지금도 지역인구의 80% 이상이 달래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괴산 청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로서 어릴 적 모든 추억이 고스란히 달래강에 묻혀 있다는 김사진씨의 ‘달래강에 대한 변(辯)’이다.

 

“지금은 달래강 혹은 달천, 박대천 등으로 불리지만 삼국시대에는 설천(雪川)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설내 혹은 설내거리라는 지명이 청천지역에 남아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먼 옛날의 이름에 눈 설(雪) 자가 붙었던 것은 그만큼 물이 맑고 깨끗했다는 의미다.”

 

김씨는 “물이 맑고 정기가 좋아 그동안 국회의원만 5명이 배출되는 등 많은 인물이 달래강 지역서 나왔다”며 “특히 자유당 시절의 정치인 이기붕씨가 청천 뒤뜰 출신인 것을 비롯해 벽초 홍명희, 서봉 김사달박사 등 꽤나 유명했던 사람들이 달래강과 생(生)의 인연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래강의 자연환경적·생태적 가치에 관해서는 “전국적으로 보아도 달래강처럼 개발이 안된 곳도 드물다”며 “이처럼 개발이 안 된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의 신개발지역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극의 땅 비무장지대(DMZ)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듯이 달래강 역시 지역민들이 나서 잘 가꾸고 보전한다면 반드시 지역 발전에 커다란 보탬이 될 귀중한 자연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수씨(45·괴산호 주민)


“괴산호 생태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달래강 중류 괴산호 주변에 사는 정대수씨는 달래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달래강 사람’이다.

 

주위의 무관심과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괴산호 주변 생태와 자연에만 관심을 가져오고 있는 그이기에 오히려 ‘기인’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는 누가 뭐래도 괴산호 주변에 관한 한 ‘눈 감고도 다 아는 전문가’다. 그만큼 많은 식견과 혜안을 갖고 있다.

 

“공부요? 더 하고 싶었어도 못했지요. 그래서 집안 살림 거들 겸 잠시 객짓밥 먹으러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온 후 줄곧 고향에서 살았으니 벌써 40년이 넘게 괴산호를 지켰나 봅니다.”

 

생태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은 단 한번도 받은 적 없다는 그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전문서적을 사다 밤새 찾아보고 외우며 기록한 것이 큰 도움이 돼 지금은 왠만한 것쯤은 다 아는 정도가 됐다고 자부한다. 정씨는 “괴산호 주변을 관찰해 온 것이 경제적으로 보탬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다른 곳에 살았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충청타임즈 보도로 괴산호 일대의 생태가 잇따라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치를 인정 받게 된 것”이라며 “특히 처음엔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괴산군이 생각을 바꿔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활용키로 한 것이 큰 위안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내 주변의 생명체가 온전하게 살 수 있어야 우리 인간도 잘 살 수 있다는 마음에서 반생태적인 개발사업을 반대한 것일 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 위해 괴산호내 옛길 정비사업을 반대해 온 것은 아니다”고 그간의 입장을 털어놓은 그는 “이번 일로 저를 오해한 동네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있다면 저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씨는 “생태보고로 되살아난 괴산호 주변이 아무쪼록 잘 보호되고 활용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발전 위한 ‘중요자원’으로 인식 계기

충청타임즈 첫 발견·보도로 보호 여론  ‘개가’
법정보호종만 23종 확인 ‘야외전시장’ 방불 
괴산군 머잖아 조사착수 보호방안 모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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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취재의 가장 큰 수확은 ‘생태보고 괴산호’를 찾아낸 것이다.

 

괴산호는 51년 전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댐이란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섰다. 현지취재가 시작되자 초빙 전문가조차 쉽게 믿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뿐 취재팀은 이내 실망감에 휩싸였다. 50여년 전 주변 생태계를 희생삼아 들어선 괴산호가 준공 반세기만에 국내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되살아났음에도 불구, 정작 반색해야 할 관할 당국은 연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설상가상으로 괴산군의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불거져 나오는 등 발견초기부터 훼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의 계속된 추적과 보도가 잇따르자 사업 주체인 괴산군과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왔고 결국 괴산군수가 나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보호·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생물자원’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뒤편으로 하늘다람쥐,까막딱따구리 등 수많은 희귀종이 발견된 천장봉이 둘러싸고 있다./자연닷컴 

 
■최초로 밝혀진 괴산호 생태

 

취재결과 괴산호 주변은 가히 희귀·보호 야생동식물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살아있는 생태를 보였다.

 

지난 7월초 괴산호 주변 천장봉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찾아낸 후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 법정보호종을 무려 23종 발견하고 7종은 서식 정황을 포착해 냈다.<충청타임즈 2008년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14·15·22·23·27일자,11월 3·4·5·6·12·19·20·26일자 보도>-특히 이번 충청타임즈 기획취재와 관련한 각 언론의 반응은 이 카테고리 바로 아래 이어진 '달래강 괴산호 관련 보도기사'란 제목의 카테고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실물을 확인한 ‘괴산호의 천연기념물(발견 순서별)’은 하늘다람쥐를 비롯, 황쏘가리(190호),어름치(259호),수달(330호),황조롱이(323-8호),붉은배새매(323-2호),새매(323-4호),수리부엉이(324-2호),솔부엉이(324-3호),쇠부엉이(324-4호),소쩍새(324-6호),올빼미(324-1호),원앙(327호),남생이(453호),망개나무(266호 등),까막딱따구리(242호),고니(201-1) 등 17종이다. (이중 하늘다람쥐,수달,수리부엉이,올빼미,남생이,까막딱따구리,망개나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중복 지정된 종임)

 

가장 늦게 발견된 겨울철새 고니는 지난 10월 9일 9마리가 첫 관찰된 후 일주일 뒤인 16일 또 다시 12마리가 날아와 잠시나마 호반에 머무는 것이 포착됨으로써 괴산호가 고니의 중간 기착지로서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괴산호의 첫 겨울손님 ‘고니’./자연닷컴

 


 
취재팀은 또 삵,먹구렁이,황구렁이,노랑붓꽃,깽깽이풀,맹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도 괴산호 주변 천장봉 자락서 발견해냈다. 이로써 실물이 직접 확인된 법정보호동식물은 총 23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취재팀은 탐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산양(천연기념물 217호),검독수리(〃243호),뜸부기(〃446호),참매(〃323호),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담비(〃)는 물론 국내에선 얼마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세계적 희귀종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까지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정황(목격자 증언,배설물 및 기타 서식 흔적 등)을 포착, 계속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취재를 통해 이들의 서식 사실이 모두 밝혀질 경우 총 3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寶庫)로 기록될 전망이다.
 

 

솔부엉이

 취재결과의 의의 및 서식환경 분석
  이번 취재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우선 괴산호 주변에 무려 23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처음 밝혀낸 점이다. 물론 국립공원지역인 속리산을 제외한 달래강 수역서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삵 등을 발견해 낸 것도 처음이며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던 황쏘가리와 고니를 처음 발견한 점, 멸종 우려종인 어름치를 약 20년만에 찾아내고 남생이의 존재를 확인해낸 점 등도 의미가 크다.
 괴산호는 만수면적이 불과 1.75㎢밖에 안 되는, 진천 초평저수지(만수면적 2.58㎢) 보다도 작은 인공호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천연기념물 17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종이 직접 발견된 데 이어 5종의 천연기념물과 2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밝힌 종들은 모두 법적 보호종으로, 국내서 첫 발견된 ‘야생 거위’를 비롯해 물닭,쇠물닭 같이 비교적 희소성이 높으나 보호종으로는 지정이 안된 야생동식물들까지 합하면 괴산호 주변의 생태적·유전자원적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물닭./자연닷컴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회장(어류학자, 서원대 명예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대단한 생태 보고” 혹은 “DMZ(비무장지대)에 버금가는 생태섬(Eco-Island)”이란 평가를 내놓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의 현 생태가 괴산댐으로 인한 생태지리적 환경과 51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괴산호 주변은 댐이 들어선 이후 천혜의 요새로 변했다. 달래강을 사이에 두고 천장봉과 군자산, 아가봉이 둘러싸고 있고 댐 양안의 도로도 중간까지만 이어져 반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은 뱃길과 험한 산자락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순기능으로 작용, 오늘과 같은 보고(寶庫)를 탄생시킨 것이다.
 

괴산호에서 야간 수중탐사 중인 취재팀./자연닷컴

 

 

■천혜의 자원으로 활용 전망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의 앞날은 호 주변의 자연 환경을 포함해 그 안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각종 희귀종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경우 관할 당국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물론 1차적인 보호 관리 의무가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및 절차상의 이유와 관할 당국·지자체간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일회성의 현장 답사 내지 체면치레식의 단편적인 조사만으로는 51년만에 찾아온 생태보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직접적인 보호 관리 주체인 괴산군이 각 분야별, 단계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다. 괴산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유류와 조류 등 2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현재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추진중인 호수내 옛길정비사업도 그 위해성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공정을 최단기일내에 친환경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또 공사 후에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와 함께 옛길 탐방객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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