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밀렵, 그게 우리 소관이여?
지난 23일 오전 7시 30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괴산 청천에 사는 지인이었다. 이른 시각도 그러려니와 평소 전화를 자주 않던 그였기에 심상찮은 예감부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마른 번개치듯 들려왔다. 다짜고짜 수달이 덫에 치여 죽어가니 빨리 오란다.
부랴부랴 현장에 도착하니 상황이 심각했다. 목불인견이었다. 커다란 덫에 양쪽 앞발을 치인 수달이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었다. 두 발목은 잘려져 가죽만 붙어있는 듯 덜렁거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엔 눈물이 흥건하다.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도착한 주민과 함께 우선 덫을 풀어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소위 촌사람 셋이서 어린 수달 한 마리를, 그것도 양쪽 앞발이 모두 덫에 쳐 있는 수달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발버둥 치는 수달을 일단 가만히 있도록 제압해야만 덫을 풀 수 있겠는데 제압은 커녕 몸뚱이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세 사람중 하나는 짐승깨나 다뤄봤다지만 그마저도 속수무책이었다. 되레 죽기살기로 날뛰는 수달의 야성과 사나움에 혀만 내두를 뿐이었다. 게다가 덫의 성능은 왜 그리 센지 두 사람이 발로 밟고 펼치려 해도 꿈쩍도 안했다.
이러단 안 되겠다 싶어 결국 119에 구조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19라고 생각처럼 빨리 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라고 긴급 상황을 모를리야 없었겠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더디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중에도 ‘그놈의 덫’을 풀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 역시 허사였다. 그럴수록 안타까움만 더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달도,사람도 지쳐갔다.
탈진직전의 수달을 하천 물속에 넣어 진정시키고 있을 즈음 119 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달랑 절단기 하나에 방화복 윗도리, 면장갑만 가져온 처지라 건들면 날뛰는 수달을 쉽게 다루지 못했다. 마취주사 하나만 가져왔어도 수월했으련만 그렇질 못했다. 주민과 119대원 등 다섯명이 합세해 가까스로 절단기로 덫을 끊고 나무상자에 수달을 넣어 구급차량으로 옮긴 시각은 오전 9시20분경. 그리고 10시쯤이 돼서야 다친 수달이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 도착,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에 의해 수달이 첫 발견된 지 3시간여가 지나서야 구조활동이 끝난 것이다.
1주일이 지난 지금 그 수달은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 먹이도 잘 먹는 등 상태가 좋아 1~2개월 뒤면 자연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취재에 열중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방관만 할 수 없어 직접 구조활동에 뛰어들었던 장본인이기에 더욱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당시 충청타임즈 보도 후의 반향은 의외였다. 방송 3사가 앞다퉈 취재하고 그중 2사는 중앙 뉴스까지 탔다. 지역 신문 보도도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 기타 매체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사고현장 주변에 현수막까지 내걸어 수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지역주민 한 사람의 남다른 신고정신으로 불거진 이번 ‘달래강 수달 사고’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향에도 불구, 계도·단속권을 가진 행정당국에서는 사고직후 단 한차례 전화만 하더니 이제껏 꿩 궈먹은 소식이다.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거창하게 보호동물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나몰라라다. 사고당시 한 공무원은 출동하다 그냥 돌아갔다. 멸종위기종에 천연기념물, 나아가 국제보호종이 덫에 치여 죽어가는 데도 남의 일이란다.
한심해도 여간 한심한 게 아니다. “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