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과거 한반도 황새 이동루트 정보 제공 의미” 밝혀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5년 12월 11일 1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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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일본의 한 섬에 상륙한 직후 발신기의 데이터 송신이 끊긴 한반도(충남 예산) 방사 황새 K0008(B02)의 생전 모습./아시아뉴스통신DB> |
지난달 하순 일본의 오키노에라부섬으로 이동한 직후 발신기의 데이터 송신이 끊긴 ‘한국산 황새 K0008(가락지 개체식별번호 B02. 일명 산황)’이 15일째(송신두절 이후 기준) 위치 및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끝내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죽음의 원인은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현지에 살고 있는 들개(집나간 개)에 의해 희생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황새의 이동을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과거 한반도 황새들의 이동루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었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황새 산황이는 올해 4월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시목리 단계적 방사장)에서 부화된 1년생 수컷으로 지난 9월3일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8마리 중 하나이다.
산황이는 방사 후 충남 예산, 전북 고창, 전남 해남·장흥·남원, 전북 군산, 전남 무안 등지를 돌아다녔으며 마지막으로 전남 신안에 머물다 지난달 24일 날아올라 이동을 시작했다.
산황이는 전남 신안에서 날아오를 때 북동풍이 불어 방향을 중국의 난퉁시 쪽으로 정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남 신안군과 중국 난퉁시와의 거리는 약 600km로 난퉁시에는 10만ha의 국립자연습지보전지역이 위치해 있다.
산황이는 당시 중국 난퉁시를 200km 앞두고 내린 ‘비’와 강풍 때문에 방향을 일본으로 급회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당시 일기예보 분석결과 난퉁시를 200km 지점 앞두고 해상에 비가 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밝혔다.
산황이가 한반도를 떠난 일시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일본 오키노에라부섬에 도착한 것은 이튿날인 25일 오후 7시였으며 도착 후 첫 데이터를 수신한 것은 26일 오전 7시였다.
그러나 산황이로부터의 데이터 송신은 이날 갑자기 끊긴 후 11일 현재까지 15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지 목격자의 마지막 제보는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에 있었으나 이후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현재 주변 섬을 포함해 샅샅이 수색 중이나 여전히 사체 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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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008(B02)의 일본 이동 경로./아시아뉴스통신DB> |
일본 오키노에라부섬의 자연은 아열대 기후로 사탕수수가 주요 농산물이며 인구는 1만5000명 가량이다. 면적은 약 94km²이고 황새를 잡아먹을 만한 포식자인 여우와 너구리 등은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집나간 개가 들개로 서식하고 있어 산황이가 만일 상해를 입었거나 체력 고갈로 잘 날지 못했다면 이들 들개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산황이의 이번 이동경로는 시사점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황새들의 이동루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반도 1권역(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상)인 충남 예산군의 황새들은 11월 북동풍이 불 때 중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반면 2권역인 충북의 황새들은 12월 북서풍을 타고 일본 열도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열도까지는 200~300km로 중국의 이동루트보다 훨씬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부언했다.
1권역에서 중국으로 날아간 황새들은 중국 동부해안선을 타고 북상해 이듬해 2월쯤 한반도 강화도 혹은 서산 천수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2권역의 황새들은 11월과 12월 경남 쪽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서풍을 타고 일본내륙으로 이동했다가 한반도로 귀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석했다.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생물교육과)는 “K0008의 비행은 경험이 없는 어린 황새가 비행도중 비와 강풍을 만나 1077km까지 비행, 일본 오키노에라부섬에 불시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11일 현재까지 위치와 생존여부가 확인이 안 되고 있어 이미 죽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K0008의 이동 목적지는 중국 양쯔강 하구(충밍동탄국립조류자연보호구)였을 것이다. 이곳은 시베리아의 모든 철새들이 겨울철에 모이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서산 천수만 철새도래지와 유사한 곳이고 중국의 흑룡강·아무르 지역에서 번식한 많은 황새들이 월동하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 황새의 DNA에 programming 돼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K0008이 이곳으로 안전하게 이주했다면 겨울을 이곳에서 지내고 봄에 우리나라 서해안(서산 혹은 강화 개펄)을 거쳐 다시 예산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 과거 우리나라 중부 지역에서 번식하며 살았던 황새들의 이동 경로 중 하나가 아닐까 사료된다. 차후 한반도 황새의 야생복귀를 성공시켜 이 의문이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의 해결 과제로 “황새의 이동 시 불시착 지점을 사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일본과 공동으로 황새구조활동을 벌일 필요가 요구된다”며 “아울러 현재 제1권역뿐만 아니라 제2, 제3권역의 황새야생복귀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번 방사된 K0008이 중국으로 가려다 강풍과 비를 피해 동중국해를 가로 질러 일본 오키노에라부섬까지 비행(1077km. 논스톱)한 것은 세계 조류학사에 최초의 사건으로 현재 논문으로 만들어 국제조류학술지에 투고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오는 14일 오후 1시30분 교내 자연과학관 110호(황새생태연구원)에서 방사 황새 K0008의 일본 이동 및 생사여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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