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의 생태풍자

잡고 보니 보호종이었다?

민물해파리 2010. 7. 28. 10:41

잡고 보니 보호종이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3시 청원 미원 관내의 달천. 굵은 빗방울이 지나간 뒤 비가 뜸해지자 3명의 피서객이 열심히 투망질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지만 요즘엔 간 큰 사람들이나 하는 불법행위다. 그래서인지 일행중 한 사람이 연방 도로쪽을 바라보며 망을 보고 있었다.
해서 멀찌감치 차를 세워놓고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우선 웃는 얼굴로 인사부터 건넨 후 이런저런 말을 걸며 "잡은 물고기좀 구경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남이 잡은 물고기를 왜 보자고 하느냐"며 귀찮아 하는 눈치였다.
"요즘엔 무슨 물고기가 잡히나 궁금해서 그런다"며 다시 부탁하니 그때서야 마지못해 고기바구니를 내밀었다. 세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탓이다. 천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던 시절과는 인심이 전혀 딴판이다.

 


어쨋거나 두 차례 머리를 조아려 양해를 구한 다음 보게 된 '남이 잡은 물고기'. 하지만 그 물고기를 뒤적이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물고기가 손에 들어왔다. 3마리의 돌상어였다. 지난 1991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가 채집해 마지막으로 서식을 확인한 이래 그동안 채집사례가 없어 달천에서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왔던 물고기가 돌연 피서객의 손에 잡혀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틀림없는 돌상어였다. 불그스름한 몸바탕에 입이 아래쪽을 향하고 짧은 입수염이 4쌍 있으며, 머리 아랫면과 배밑 부분이 납작해 자갈이 깔린 여울에 살기 적합하도록 생겼다.
더욱 놀란 것은 그곳에서만 돌상어가 잡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하류인 괴산 청천 관내에서도 비록 1마리이지만 피서객의 투망질에 희생된 채 매운탕거리에 섞여있었다.

 


돌상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한국특산어다. 예전엔 물이 맑은 하천 중상류에 비교적 많은 개체가 살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 등으로 극히 보기 드물어진 희귀종이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이를 잡거나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돼 있다.
학술적으로는 아직 생태와 생활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미답의 물고기'이기도 하다. 지구상 유일한 분포지인 우리나라에서도 한강, 금강 수계에만 서식하는 데다 금강에서는 최근 '거의 사라진 물고기'로 취급되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그런 물고기가 달천에서 20년 만에 발견됐으니 박수를 치며 반가워 해야 할 판에 되레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적은 개체나마 달천 상류서 소중한 대(代) 내림을 해오고 있던 이 땅의 살붙이가 여전히 남획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달천변에는 현재 보호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있다. '우리가 보호한 토종물고기, 후손들의 큰 자랑이 됩니다'란 문구와 함께 지켜야 할 물고기의 사진과 이름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용없는 친절이다. 그것을 관심있게 보는 이도 없거니와 봐봤자 사진과 이름만으론 어떤 것이 보호종인지 이해하는 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잡은 뒤에, 이미 죽어 매운탕거리로 변한 뒤에 그것이 보호종이라고 해봐야 때는 늦으리이다. 감시와 단속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우리 주변에 혹은 내가 머무는 곳에 어떤 보호종이 있는지 보다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총으로 쏘고 보니 보호종이었다는 '포수의 말'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문화선진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